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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81화 (181/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81화

[잘 들리는 걸 보니 성공했나 보군. 역시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 아무렴, 왕의 영혼이 담겨 있던 에고 소드였으니 그릇은 충분하지.]

“……에우로델?”

순간 내가 제물로 바쳐버린 천왕의 영혼이 되살아난 줄 알았다.

하지만 태연자약한 말투는 분명 에우로델의 것이었다.

[그래. 나일세. 놀랐는가?]

지금 심정은 놀랐다기보다는 어이가 없는 편에 더 가깝지 않을까.

당연히 죽었어야 할 드래곤의 영혼이 성검에 들어가 버리다니.

딱 봐도 상당히 말이 많아 보이는 놈이라 벌써부터 귀찮아진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를 걱정하나 보군. 고맙지만 나는 괜찮네. 물론 셀 수도 없는 시간을 이 검과 함께하는 건 힘들겠지. 당연히 윤회에도 들지 못하겠고……]

걱정되는 건 있다지만, 그건 놈의 미래 따위가 아니라 앞으로 쏟아질 수다세례다.

벌써부터 터진 입이 슬슬 시동을 걸 준비를 한다.

그동안 광룡으로 사느라 외로웠던 와중에 내가 잘못 얻어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렌이 죽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이정도야 기쁜 마음으로 감내할 수 있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원한을 갚는 기회도 되겠고. 물론 나도-]

떠벌거리는 놈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인벤토리를 뒤적거리자 거대한 망치가 보인다.

단단하기로 소문난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무기였다.

나는 망치를 꽉 쥐고 성검의 옆면을 냅다 후려쳤다.

캉!!!!!

[윽!????]

역시나 효과가 있군.

이미 천왕의 영혼에게도 써먹었던 방법이다.

제 아무리 드래곤의 영혼이어도 괴로울 터였다.

카아앙!!!!

[큭!!!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머리가 울리는 것 같단 말일세!!!]

한 번 더 세게 검을 내려치자 에우로델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멀찍이서 쳐다보던 아렐리아는 본격적으로 구경할 셈인지 슬금슬금 곁으로 다가왔다.

“[마왕님, 뭐 하시는 거예요? 제련??]”

“퇴마.”

“[……에엥. 검에 악령이라도 깃들었나요? 아니, 그게 가능한가? 그래 봬도 나름 성검인데요??]”

“악령이라…… 뭐, 비슷하지.”

나에게 귀찮게 굴면 그게 악령이지, 별게 있겠는가.

하지만 졸지에 잡귀 취급을 받아 버린 에우로델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감히 드래곤의 영혼을 그렇게 취급…… 아냐, 아닐세! 악령 맞으니까 일단 그 망치부터 내려놓고 말해 보지 않겠-]

까앙!!!

[크윽!!!!]

“질리지도 않나. 힘쓸 것 없이 그냥 성불이라도 하지 그래. 도움도 되지 않는걸 데리고 다닐 생각 전혀 없으니까.”

[도움!? 뭐든지 힘쓰겠네!!]

“이미 죽은 놈이 무슨 수로.”

[……정보!! 그래, 자네 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그리고 저 알에서 태어난 헤츨링에 대해서는??]

그는 다급하게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꺼내 보인다.

드래곤이 알고 있는 정보라. 꽤나 흥미롭다.

망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검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검에서 미약한 진동이 울려 퍼진다.

마치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일단 알부터 이야기할까. 혹시 렌과 헤츨링이 만난적이 있는가?]

“딱 한 번. 못 알아보는 눈치던데.”

[당연하지. 그건 애초에 블랙 일족이 아니었으니까.]

“……블랙 드래곤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처음 볼 때부터 알은 검은 색이었는데.

물끄러미 아렐리아를 쳐다보았다.

혼잣말에 가까운 대화를 듣고 있던 그녀는 뜨끔했는지 순순히 이실직고한다.

“……처음에는 금색 알이었어요. 제가 몇백 년간 마기를 지속적으로 주입한 탓에 블랙 드래곤처럼 된 거죠. 사실상 지금은 마룡에 가까워요.”

어느새 변신은 풀려 마족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그녀는 두 손으로 헤츨링 몸뚱이를 덜렁 들어 보인다.

심장은 뛰고 있지만 아렐리아의 영혼이 담겨 있지 않기에,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인형 같았다.

[마족이었나? 역시……텅 빈 몸뚱아리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마족만 가능하지. 놈이 몰라볼 만도 해. 만약 알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빼앗았을 거야.]

“그러고 보니 그릇이라고 했었나. 그렇다면 원래 이 몸에 들어갈 주인은 누구였지? 렌이었나? 이미 썩어 문드러진 몸을 갈아탈 생각이었나 보군.”

어지간히 독한 놈이란 건 알았지만 별 계획을 다 세운다 생각할 때쯤.

에우로델의 씁쓸한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온다.

[……아니. 렌은 차라리 죽고 싶을 거야. 하지만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그러지도 못하겠지.]

“그 대단하신 목적이 뭐지.”

[말할 수 없네. 이 이상은 아무리 영혼밖에 남지 않은 나라도 위험하거든. 그대라면 이유를 익히 알고 있겠지?]

빌어먹을 <세계의 율법>.

에우로델의 영혼 따위야 산산조각이 나던 찢어지던 상관이 없지만 말투를 보아하니 절대 입을 열지 않을 터.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이쯤에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뭐, 그래. 이만하면 그 안에 있는걸 허락하지. 앞으로도 물어볼 이야기가 한가득일 테니까.”

[오오, 고맙네. 앞으로 잘 부탁하지!]

마무리가 된 듯하자 아렐리아는 슬그머니 드래곤의 몸뚱이를 아공간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얌전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눈치를 보고 있군.’

굳이 잘 보관하고 있으라는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해도 보통 헤츨링이 아님을 짐작한 듯하니까.

“렌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져야하는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쓸 만한 패가 생겼다.

수틀리면 육체를 파괴한다며 협박질해도 괜찮을 듯하다.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운 채 <거인계의 문>스킬을 사용했다.

“……도전자님??”

“구원자님께서 오셨어!!”

차원문을 통과하자마자 사방에서 나를 아는 체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도루쿤과 다른 종족들은 전대 거인왕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설마……이토록 빠른 시간내에 광룡을 처치한 겁니까?”

처치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나.

하지만 그의 육체는 사라졌으니 비슷한 결과이긴 했다.

잔뜩 긴장한 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들은 감동에 겨워 울먹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건가. 크흑…….”

“정말 감사합니다, 구원자님!!! 당신이 리카 대륙을 구해 내셨어요!”

인간과 엘프, 다른 이종족들이 연신 고마움을 표시하며 나에게 다가온다.

나와 아렐리아의 양손은 어느새 그들의 자질구레한 선물들로 가득 찼다.

“광룡을……무찔렀나.”

쿠웅,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전대 거인왕이 몸을 일으킨다.

내 앞에 다가온 그는 서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맙네……그대가 리카 대륙과 거인계에 평화를 가져다주었어.”

띠링-

[71~80층 <위험에 빠진 거인족>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이어서 81층에 도전하시겠습니까?]

동시에 퀘스트의 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직 해야 할 말이 있기에 나는 메시지를 옆으로 치운 채 고개를 돌렸다.

“구원자님!!”

그를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모든 자가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한다.

주위는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다들 일어나.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을 테니. 망가져 버린 대륙을 재건하려면 할 일들이 많지 않은가.”

내 말이 듣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자들과 하나씩 눈을 마주쳤다.

앞으로 바꿔 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눈빛들이 쏟아진다.

그들은 희망에 찬 말투로 함께 어울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우선 저희 왕궁부터 재건해야겠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을 불러모으면 금방 안정될 겁니다.”

“취릭, 오크족도 돕겠다.”

“우리 거인족의…… 힘도…… 보태겠다…….”

그간 광룡을 대항하느라 뭉쳐진 이들의 우정이 제법 끈끈해 보인다.

모든 종족들이 뒤섞여 살게 될 대륙이라.

차원계를 모조리 찾아봐도 리카 대륙만큼이나 특이한 곳은 없을 터였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군.’

나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들을 바라보다, 그중 도루쿤을 찾아 눈짓을 보냈다.

“무슨 일이십니까, 왕이시여.”

굳건한 눈빛이 나를 바라본다.

그는 아직 어린 거인족이지만 꽤 쓸 만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을 대표로 관리할 자가 필요하겠지. 도루쿤, 네가 맡아라.”

“……예?”

“힘든 상황이 생긴다면 다른 차원계의 종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정족이라던지, 마족이라던지. 나를 들먹이면 흔쾌히 도와줄 테니까.”

“마족은 좀…… 일단은 알겠습니다. 왕의 대행이라니, 크나큰 영광입니다. 목숨 걸고 완수하겠습니다.”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고.”

나는 피식 웃으며 한켠에 있던 시스템 메시지에 승낙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나와 아렐리아의 발 밑에 약간의 빛이 생긴다.

“……이렇게 빨리 가시는 겁니까?”

“모든 게 끝나면 한 번쯤은 찾아오겠지.”

아쉬움을 가득 담은 목소리들이 들려오지만 서서히 흐려진다.

곧 새하얀 빛과 함께 몸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 * *

[81~90층 <천왕의 시험>연계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온통 새하얀 빛이 가득하다.

흰빛을 띄는 나무와 잔디가 몹시도 이질적이다.

하지만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묘하게 푸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으, 천계…… 여기를 다시 오게 될 줄은.”

도착하자마자 아렐리아는 끔찍하다는 듯 투덜거린다.

미간은 한껏 찡그려진 상태라, 보기만해도 짜증이 가득한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

천계와 상반되는 기운인 마기를 지니고 있는지라, 그녀만큼은 아니어도 찝찝한 기분이었다.

마치 습기 가득한 여름날 밖에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 툭 치고 지나가면 당장 시비를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마족???????”

아렐리아와 함께 연신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경계라도 서고 있었는지 갑옷을 입은 천족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젠장, 어떻게 여기까지 오는데 발견되지 않은 거지!? 대장님을 불러!! 더러운 마족이 나타났다!!!”

“예??? 마족이라고요!?”

그들은 우리를 향해 날카로운 창을 들이민다.

창 끄트머리에서는 명백한 적의가 내비친다.

가뜩이나 불쾌한 기분에, 예의 없는 천족들이라.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였다.

“아렐리아.”

“네, 알겠어요.”

투명한 보라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동시에 그녀의 마기와 내 마력이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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