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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66화 (166/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66화

“서채아와 나는 딱히 연관성이 없다.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겉으로 알려진 바도 그렇다.

퍼져 있는 소문이라고 해 봤자, 그녀가 나를 줄기차게 쫓아다닌다는 것 정도.

만남조차 거의 없었기에 자세한 내막을 눈치채는 자는 없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볼때에는 그 누구보다 그녀와 연관 있는 것 같던데요.”

차은진은 피식 웃으며 맞은편 의자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몇 장의 서류를 찾아 내밀었다.

“얼마전에 서채아 길드장이 우리에게 찾아왔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 길드를 찾아온 거지만.”

천상 길드가 언제부터 정보 길드의 역할을 하고 있던 거지.

금시초문인 건 둘째 치더라도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5대 길드가 정보를 거래하는 뒤가 구린 일 따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이 단숨에 바닥에 처박힐 테니까.

의심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은진은 내 앞에 놓인 서류를 다시금 가까이 밀어 넣는다.

긴 말은 필요치 않다는 의미였다.

“……정보 조사자가 나이트 로드라.”

서류는 서채아에 대한 분석과 보고서였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읽기도 전에, 제일 위에 있는 나이트 로드라는 이름이 심히 거슬린다.

“제가 따로 꾸리고 있던 단체죠. 귀환하기 전에 하던 일도 비슷했으니 어렵지는 않았어요. 물론 그때처럼 암살 의뢰는 잘 받지 않지만.”

결국 하고는 있단 소리군.

뭐, 남의 밥벌이야 내 알바는 아니라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그걸 나에게 말해 주는 이유는?”

나이트 로드의 정보 수집능력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여태껏 베일에 쌓인 정체였다.

조직원은 물론 규모조차 짐작할 수 없는 신비의 단체로 유명했으니.

그런 그들이 스스로를 밝혀 온다? 그것도 길드장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거래라도 청할 셈인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고 있는 그녀를 잠자코 쳐다보았다.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동지끼리 잘해 보자, 이 정도로는 안될까요?”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건가.”

“믿지 않으실 만도 하지만…… 저희는 진심입니다. 이대로 각자의 이득만을 위해 활동하다가는,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직면하게 되겠고, 그때는 늦겠죠.”

그녀는 결국 생글거리던 낯짝을 집어치운다.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굳어 있었다.

“진 헌터님이 밝혀 내신 비밀 조직. 그곳의 주인은 아마 제가 상상조차 못한 존재겠죠? 그러니 돕겠습니다. 당신만이 그를 처치할 수 있을 테니까.”

진심이 담긴 눈빛이 나를 마주한다.

그 안에는 진득한 복수심이 일렁이고 있었다.

‘죽은 이영우의 정체가 어지간히 충격이었나보군.’

제 손으로 길드장을 죽일만큼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그녀다.

가만히 있으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겠지.

뭐, 나야 쓸 만한 패가 하나 더 늘어났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군. 그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주지.”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그녀는 한시름 놨다는 표정으로 뻣뻣했던 자세를 푼다.

“여태껏 많은 거래를 했지만 역시 진 헌터님이 제일 어렵네요. 물론 당연하겠지만.”

차은진은 작게 한숨을 쉰다.

그러더니 여전히 내 앞에 놓여있는 서류를 직접 몇 장 넘긴다.

나는 그녀의 매끄러운 손이 안내하는 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마법사의 탑 영국본부, 요정계의 샘이 생겼던 이집트의 사막. 모두 이전에 서채아 길드장이 의뢰했었던 곳들입니다. 혹시 이상한 일이 생긴다면 주시하고 있다가 바로 알려 주라면서요.”

모두 렌과 관련 있던 장소였다.

서채아가 꿈에서 본 뒤 의구심을 가지고 정보 길드를 찾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진 헌터님이 깊은 관심을 가졌던 곳들이지요. 웬만한 일에는 꿈쩍하지도 않는 당신이.”

거기까지 눈치챈 건가.

하긴, 작은 단서지만 그 정도면 나와 서채아를 연관 짓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니 자신 있게 내게 찾아올 수도 있었을 테고.

“맞다. 서채아는 그놈과 연관 있는 장소를 알 수 있지.”

“역시…… 그렇다면 이번 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겠네요.”

내 대답에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리고는 초조한 손짓으로 서류의 마지막장을 넘겼다.

“서채아 길드장은 지금 무법지대에 있을 겁니다. 게이트 폭주가 있기 전에 그곳에 대해 알아봐 달라 요청했었으니까요.”

또 꿈을 꾼 건가.

이번에는 직접 움직였다는 게 특이했다.

‘설마 내가 없으니 혼자라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가.’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이기에, 도무지 그 작은 머리통 속을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심상치 않다.

이번 게이트 폭주가 생긴 시점도 그렇고.

머리가 복잡하다.

경험상 이럴 때에는 몸부터 움직이는 게 나았다.

“우선 나도 가 봐야겠군.”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무법지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뜬금없는 질문이다.

정식 명칭은 버려진 땅, 하지만 대부분 무법지대라고 부르는 곳.

온갖 죄를 지은 헌터들이 모이는 그 장소에 대해 모르는 자는 없었다.

“인간 쓰레기들의 소굴 아니던가.”

나는 간단하게 정리해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소리내서 웃는다.

“인간 쓰레기…… 푸흡. 네, 맞죠. 그런데 어쨌든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얼굴을 감추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정체를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한다는 거죠. 외부인은 철저히 배척하고요.”

그렇다면 서채아의 행방을 찾기는 꽤나 귀찮아지겠군.

묻는다고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지 않을 테니까.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긴 했다.

저런 놈들일수록 이상한 유대감이 있다.

아무리 적대하는 자라 할지라도 결국은 같이 숨어 살며 쓰레기통 뒤지는 신세.

누구 하나 잡혀갔다간 줄줄이 엮일 거라는 걸 그들은 잘 알았다.

“협조는 바랄 수도 없어요. 하지만 용병왕님께서는 당연히 쉽게 일을 처리하실 테죠.”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두꺼운 서류뭉치가 내밀어진다.

그곳에는 ‘버려진 땅의 조직들과 현재 상황’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쯤이야, 당연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심지어 법이 통용되지 않는 구역일수록 힘의 논리는 그 어떤 것보다 높게 여겨지기 마련.

마음껏 날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오히려 편하지.’

피식 웃으며 서류를 집어들었다.

몇 장밖에 훑어보지 않았지만 내용이 제법 자세하다.

상당히 공을 들인 문서였다.

심지어 제일 앞 장에는 버려진 땅의 텔레포트 좌표가 쓰여 있다.

웬만한 자들은 그 위치조차 알 수 없는 곳인데도.

“협회에는 제가 잘 둘러대죠. 그 외에도 국내 일은 맡겨 두세요. 그림자 길드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까요.”

든든한 말이 이어진다.

그 뒤로도 그녀는 가서 주의해야 할 점등을 말해 주었다.

“이만하면 충분해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이쪽으로 전화 주세요.”

차은진은 연락처 몇 개를 적어 준다.

나머지 상황들이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면 될 일.

바로 떠나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몇 가지 계획을 떠올리며, 나는 아렐리아를 즉각 소환했다.

[……마왕님??]

강제로 소환 당한 아렐리아가 눈을 꿈뻑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곧 여유 있는 미소에 손까지 흔들어 보이는 차은진을 발견하고 날뛸 준비를 마쳤다.

[이 여자는 뭐……!!]

날카로운 이빨이 번뜩인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주둥이를 한손으로 콱 닫았다.

[웁웁!!!]

입마개라도 씌우고 다녀야 하나.

이상하게도 요새 남을 물어 뜯으려는 횟수가 증가한 듯하다.

마족도, 드래곤도 아닌 도사견으로 새 삶을 찾을 생각인 건가.

“가끔밖에 못 봤지만 여전히 사납네요. 그럼 진 헌터님의 펫도 그렇고, 용건은 이미 마쳤으니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무사히 일을 마치도록 빌게요.”

발광하는 드래곤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지 차은진이 재빨리 도망간다.

그제서야 아렐리아는 씨근덕거림을 멈췄다.

[……왜 저 여자랑 단둘이 계셨던 거예요?]

“천상 길드장? 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더군. 덕분에 가 봐야 할 곳이 생겼어.”

나는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자 아렐리아의 얼굴이 서서히 풀린다.

왜인지 모르게 은근 흡족해하는 느낌이었다.

[일 이야기였군요? 버려진 땅이라. 저도 가끔 들은 적이 있어요. 확실히 재밌겠네요.]

그녀는 아까의 반응이 무색하게, 생글거리며 텔레포트를 준비한다.

서류의 앞장에 적혀 있던 좌표대로였다.

[그러면 이제 출발할게요~]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발 밑에 복잡한 마법진이 떠오른다.

우리는 눈깜짝할 사이에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크르르-

도착한 곳은 어두운 뒷골목이었다.

허름한 벽과 쓰레기들 사이.

두꺼운 철창에 갇힌 몬스터들이 눈에 띈다.

대충 봐도 실험이니 뭐니 온갖 꺼림칙한 일에 쓰일 용도로 보였다.

“우선 약간의 변장부터 하지.”

발걸음을 옮기기 전.

나는 인벤토리에서 이런저런 도구들을 꺼냈다.

머리와 눈 색을 바꿔 주는 물약, 얼굴을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해 주는 아티팩트 등이었다.

‘내 얼굴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이거 전에 그림자 길드에서 만들어 보내 준 거였죠? 꽤 대단하네요. 마나의 흐름도 잘 감춰 놨고. 웬만한 고위 마법사가 아니라면 알아채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동그란 눈에 비친 나는 금발에 푸른 눈으로 변해 있다.

얼굴은 약간 앳된 모습으로, 누가 봐도 이도윤이나 박민호의 또래쯤으로 보였다.

“아렐리아, 너도 드래곤 말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가 서서히 변한다.

어느새 눈앞에는 통통한 헤츨링이 아닌 늘씬한 미녀가 서있다.

묵직한 마기는 눈치 빠르게 최대한 억누른 채였다.

“뭐부터 하실 생각이세요?”

아렐리아가 궁금증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우선 가만히 서류 내용들을 떠올려보았다.

그곳에 적힌 바에 의하면, 서채아는 버려진 땅의 온갖 조직을 들쑤시고 다녔다.

물론 그 뒤로는 깔끔하게 몸을 숨긴 상태였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각 조직을 떠돌며 원하던 정보를 얻어 냈겠지.

‘그럼 나 역시 비슷한 짓을 하고 다닐 수밖에.’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더 재밌는 일을 벌일 생각이었으니까.

“우리는 조직을 접수한다.”

“어머? 여기서 어떤 조직이요?”

아렐리아는 이제 박수까지 치며 까르르 웃는다.

나는 그녀의 기대 어린 눈빛이 부응하듯, 피식 웃으며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당연히 전부.”

전부가 아니면 갖지 않는다.

나는 버려진 땅을 군림하는 왕이 될 작정이었다.

그것도 일주일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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