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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62화 (16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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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마지막 3차 관문 당일.

대결을 앞두고, 우리가 있는 대기실 안은 점점 고조되는 흥분으로 가득하다.

“수인족 전사들이라…… 분명 강하겠죠? 전투 실력만큼은 마족과도 견줄 만한 종족이니까요.”

“확실히 기대되는군요. 3차 관문은 스승을 제외한 도전자의 동료들이 서로 대결한다 했던가요?”

“네. 어디 보자~ 저는 시드란이라는 수인족과 맞붙게 되네요. 전에 진 헌터님께 얻어터졌던 곰 수인족이었던가?”

“그나저나 문제는 저희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던 헌터들이 파렌을 흘깃 쳐다본다.

그는 내가 선물한 아티팩트들을 점검하며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건 이미 오래전이다.

가라앉은 눈빛과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였다.

“……괜찮을까요?”

몇 명이 염려 섞인 목소리로 수근거린다.

싸움에 이골이 난 헌터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파렌은 어찌되었든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애송이다.

그간 정도 많이 쌓인 탓에, 행여나 잘못될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파렌도 마찬가지.

목숨조차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전투에, 그는 약간씩 몸을 떨고 있었다.

‘역시 긴장하는가.’

많은 관문이 있었지만 사실상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다.

특히나 제일 마지막에 펼쳐질 도전자간의 1:1 전투에는 가장 많은 점수가 걸려 있다.

1,2차 관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헌터들이 모조리 승리한다 해도 파렌이 죽 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도전자가 사망한다면 이딴 짓거리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

‘그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지.’

하지만 분명히 귀찮은 일이 잔뜩 펼쳐질 터.

기왕이면 이번 기회에 모든 걸 처리하는 게 편했다.

수왕의 왕관에, <검은 탑> 61층부터 클리어도 걸려있는 임무이니.

숨만 붙어 있어도 좋다.

그렇다면 도전은 우리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죽지만 마라. 팔다리 하나쯤은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으니 걱정 말고.”

나는 파렌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격려였다.

하지만 지켜보던 박민호는 넋이 나가버린 표정이다.

“……형님? 그게 응원의 멘트인가요?”

“그렇다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파렌역시 더욱 창백해진 낯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와아아-!!!

문 밖으로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아마도 이제 시작인 듯했다.

그리고 곧 전에 보았던 원로 한 명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모두 준비 되었소? 처음은 3:3 대결부터 시작이니, 대진표에 적힌 순서대로 나오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홍현민을 포함한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다들 비슷한 표정이지만 그의 경우에는 더욱 흥분을 참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다들 우리 모습이나 잘 지켜보라고. 금방 끝내고 올 테니.”

전투를 앞둔 헌터들이 문을 열고 나간다.

말없이 잠자코 있던 강준하는 결국 한마디 뱉고 말았다.

“……중요한 일이니 이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어디 한 군데 다쳐오면 좋겠군요.”

진심을 담은 험담이었다.

헌터들 역시 공감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잠시 뒤.

모두의 염원을 담은 소원은 실패했다.

“이길 거라 했지?”

홍현민이 씨익 웃으며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돌아온다.

첫 대전은 헌터들의 승리였다.

잠시 뒤 다음 주자들이 결투를 위해 대기실을 나선다.

전투를 마친 자들은 구경을 하겠다며 관중석으로 향했다.

‘상대할 만했나 보군.’

국내 헌터들도 많이 강해진 상태.

더러 패배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말없는 파렌의 곁에서 하나둘 빠져나가는 헌터들을 지켜보았다.

곧 두 번째 대전이 이어지고.

세 번째, 네 번째를 지나 마지막 전투만 남긴 상황.

“걱정되나?”

“……아니라면 거짓이겠죠.”

어느새 대기실은 나와 파렌밖에 남지 않았다.

테이블에는 긴장을 풀라며 헌터들이 건네준 각종 포션이며 달디단 간식 따위가 나뒹군다.

하지만 물한모금 넘길 수 없는 파렌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파렌 왕자님. 준비가 되었습니까?”

잔뜩 지친 얼굴의 원로가 들어온다.

피날레를 알리는 말에, 파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나는 그의 상태를 점검해 주며 신신당부했다.

“내가 했던 말. 잊지 않았겠지?”

“네, 스승님.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질 것 같으면 그전에 차라리 목숨을 걸어라. 그러면 수가 생길 테니.”

파렌은 각오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죽으라는 말을 들은 자의 표정치고는 기세가 대단했다.

벌컥-

“그럼 지켜봐 주세요, 스승님.”

파렌이 떨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완전히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 역시 관중석으로 움직였다.

와아아!!!!!

결투장은 이미 열기로 뜨겁다.

수인족들은 각자의 염원이 담긴 목소리로 도전자들을 응원한다.

“오셨습니까?”

특별 관람석에는 이미 자리잡고 있던 헌터들이 나를 맞이한다.

빈 자리에 앉자, 자연스레 누군가가 쥐어 준 팝콘 하나가 건네진다.

주변은 이미 각종 간식들이 넘쳐나는 상태.

보아하니 경기를 있는 힘껏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이도윤이 여전히 걱정하는 얼굴로 경기장을 쳐다본다.

파렌이 아무리 성장했다고 하나 상대는 수왕을 죽인 카이론.

바르시엔에서 인간들과 전쟁까지 벌인 놈이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륙을 거의 박살 냈고.

“아니.”

당연히 파렌은 승리하지 못한다.

운이 좋다면 한 방 먹여 주는 것쯤이야 가능하겠지만.

그런다고 결과가 바뀌지는 않을 터였다.

“예? 그러면 이번 퀘스트는 날아가는 것 아닙니까?”

내 단호한 대답에 헌터들이 당황한다.

하지만 강준하만큼은 이제야 알겠다는듯 중얼거린다.

“……역시. 저 정도 실력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생각해 두신 수가 있군요.”

나는 말없이 입꼬리만 슬쩍 올렸다.

이번 전투에서 파렌이 해줄 것은 하나였다.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지 말 것.

이미 일러준 말마따나 팔다리를 잃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절대로 기절하거나 죽어서는 안된다.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만 있다면 분명 길은 열릴 테니까.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쿠웅-!!!!

거대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우리 조카님, 기세가 달라졌군. 준비 많이 하셨나보오? 차라리 유언장이나 작성해 두는 게 좋았을 것을.”

시작하자마자 카이론은 입을 나불거린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저놈 주둥이 또한 발군이었다.

재앙의 주둥아리를 가진 홍현민과 비견될 만했다.

“……제가 또 뭐 잘못했나……요.”

자연스레 홍현민에게 시선을 주자 그가 흠칫 놀란다.

지레 찔렸던 건지 태도부터 공손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짓을 하고, 다시금 경기장을 쳐다보았다.

카앙!!!!

캉!!!

벌써 십오 분째.

금속 부딪히는 소리만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그간 실전같은 훈련으로 파렌은 부쩍 성장한 상태.

저 정도 공격쯤은 무리하지 않아도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생각보다 잘 막아 내는군.”

사실상 이렇다할 기술도 없고, 본능에 가까운 방어였다.

파렌의 공격도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고.

하지만 그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카이론은 내내 언짢은 표정이다.

카아아앙-!!!!!!

“저도 놀고만 있던 건 아니니까요.”

“허?”

무뚝뚝한 파렌의 대답이 이어진다.

카이론의 신경을 거슬리기는 충분했다.

그는 바로 온몸의 마나를 끌어올린다.

쿠우우우우–

순식간에 바뀌는 맹렬한 기세.

본격적인 공격을 알리는듯 날카로운 살기와 마력이 뒤범벅된다.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관중석에도 느껴질 만큼, 흉폭하고 거센 힘이었다.

“확실히 강한 적입니다. 저조차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군요.”

강준하가 덤덤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강자를 마주한 흥분이 얼핏 서려 있다.

“우리 꼬맹이 왕자님 어떻게 해…….”

신연주는 벌써부터 울상이다.

차마 지켜보지 못하겠는지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다른 헌터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바로 앞까지 들이닥친 확실한 패배.

얼굴색은 점차 어두워진다.

쾅!!!!!!

“큭!!!”

“이것도 막아 낼 수 있다 자신하지 않았더냐!?”

얼추 대등해 보였던 전투의 양상은 뒤집어졌다.

슬슬 파렌의 몸에 하나둘씩 상처가 생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 말을 착실히 기억하고 있는지 치명상은 피해 내고 있었다.

“아까는 공격이라도 하더니, 지금은 그 알량한 재주도 힘든 모양이지?”

저자식은 입으로 전투를 하나.

쉬지도 않고 주둥이를 털어대는 탓에,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 설마 그걸 노린 건가.

저 정도면 확실히 정신계 마법이라 일컬어도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이제 그만하지. 형님에게 안부 전해 주거라.”

쿠우웅-

검기가 더욱 맹렬히 솟아오른다.

그는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듯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때.

‘알아차렸군.’

녀석이 보인 빈틈.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파렌의 눈빛이 바뀐다.

그야말로 야수의 눈이었다.

써걱!!

파렌이 카이론의 품을 파고들었다.

허벅지 한쪽이 길게 베어진다.

“큭!!!!!!!!”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중상이다.

분명 고통으로 일그러져야 할 얼굴은 도리어 차갑게 굳어진다.

전투 내내 비웃듯 올라가 있던 입꼬리는 내려와 있었다.

“이 애송이가…….”

으득, 이빨 가는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에는 억누르지 못한 분노가 잔잔히 깔려 있다.

쿠우우우우웅-

바닥까지 끌어낸 듯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묵직하게 짓누르는 힘에 파렌은 애써 버텨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때.

멀리 있던 나와 그의 눈이 마주친다.

“이제부터는 내 차례군.”

“예? 그게 무슨…….”

중얼거리는 내 말에 헌터들이 의문을 표시한다.

하지만 대답해줄 겨를은 없었다.

이미 카이론의 검은 눈깜짝할 새에 파렌에게 찔려 들어간다.

대놓고 심장을 노린 공격이었다.

푸욱!!

“파렌 왕자!!!!”

파렌의 몸이 천천히 쓰러진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설마……죽은 건…….”

헌터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기장을 살핀다.

허나 소란에도 불구하고 파렌은 미동조차 없었다.

“아니, 아직이다.”

계약관계로 맺어진 나만은 알 수 있었다.

아직 파렌은 살아 있다.

두근-

심장 박동이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점차 스러지는 생명의 소리였다.

[계약자 파렌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계약: 수인족 왕자 파렌이 수왕의 자리를 차지 할 수 있도록 도와라>가 실패하기 직전입니다.]

[신성한 계약이 힘을 발휘합니다. 도전자간의 결투에 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이동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계획한대로였다.

나는 바로 수락하는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곧 몸이 이동하는 느낌과 함께 눈 앞의 풍경이 바뀐다.

“파렌의 스승!???여기는 도전자밖에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인데……!!”

“하지만 도전자와 계약한 자는 가능하지.”

물론 특별한 조건도 맞춰야겠지만.

나는 바닥에 쓰러진 파렌에게 마기를 불어넣어 임시 조치를 취했다.

피가 멎자 숨소리가 다시 고르게 돌아온다.

“계약자라니? 무슨 헛소리……설마!?”

그리고 남은 건 카이론뿐.

그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쳐다보며 검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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