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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49화 (14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49화

이제 헌터들의 얼굴에서 공포라는 단어밖에 찾아볼 수 없다.

이어서 쥐 죽은 듯 소름 끼치는 정적이 이어진다.

침묵을 제일 먼저 깨뜨린 자는 예상대로의 인물이었다.

“죽이다니? 이 많은 헌터들을 모아 놓고 하는 말이 고작 그런 협박입니까?”

장 로티에르.

유럽 어디의 출신이라 했던가.

귀환 직후부터 월드 랭크 5위 안을 유지하고 있는 헌터다.

그리고 자신의 강함만큼이나, 자존심 높기로 소문난 자였다.

‘최근까지도 <검은 탑>에 열중하던 놈이 꾸역꾸역 기어왔군.’

왕이 되는 법.

최근 월드 랭커들 사이에서 제일 큰 화제였다.

하지만 차원계를 넘나들기는 어려운 일이라, 그들이 선택한 방도는 딱 하나였다.

바로 <검은 탑>에 오르는 것이었다.

“맞아. 아무리 랭킹 1위라도 너무하는군.”

“용병왕에서 대륙까지 통일한 대제였다 했잖아. 심지어 지금은 마왕, 정령왕에 요정왕까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만도 하지.”

몇몇 랭커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크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 들려오기에는 충분했다.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들.

그 사이에는 걱정하는 말들도 섞여 있다.

주로 아스티란에서 넘어온 귀환자들이었다.

“……큰일났군.”

“두 눈 뜨고 못 보겠어. 오늘 잘하면 월드 랭커 몇 자리가 비워질지도 모르겠는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제 이 행사에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었다.

끼고 있던 반지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협박이라…… 글쎄. 나는 말로만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출력은…… 최대로.’

우우우우우우웅-

아티팩트에 불어넣은 마나가 크게 공명한다.

이윽고 넓게 퍼지는 금빛 마력들.

수만 명을 충분히 뒤덮을 만한 힘이었다.

“뭐지? 말을 하다 말고…….”

대다수는 의아한 반응이다.

그러다 몸에 내려앉은 타인의 마력에 불쾌감을 느낄 때쯤.

“미, 미친…….”

“이건……그분의 표식을 나타내는 아티팩트!??”

‘드디어 입질이 왔군.’

소란이 터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검은 마기가 진득하게 온 공간을 메운다.

아렐리아와 크레아시론의 합작품인 마법진의 영향이었다.

“제길, 도망을……!!!”

“텔레포트가 써지질 않아!!!”

“뭔데? 갑자기 텔레포트는 왜 시전하려 하고, 용병왕은 그걸 심지어 막았다고??”

당황한 헌터들이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열리지 않는 문에, 사용되지 않는 이동 마법들.

퇴로는 전혀 없었다.

“지금 팔에 금빛 문양이 떠오른 놈들이 다들 보이는가.”

마이크를 타고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에 난리를 피우던 헌터들이 주춤거린다.

“소문에 밝은 놈이라면 알고 있을 거다.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들에 배후가 있었다는걸.”

우선 서론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헌터들도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살아 남아 있다.

눈치하나만은 어디가도 뒤지지 않는 소리였다.

슬슬 설마하는 눈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그 개같은 조직에서 여기저기 첩자들을 꽂아 놨더군. 그리고 지금, 문양이 떠오른 자들의 정체가 내가 말한 배신자들이다.”

“잠깐,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보고 그걸 믿으라고요???”

당연히 쉽게 믿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배신자들이라지만 한때 동료였던 자를 한순간에 버리긴 쉽지 않으니.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런다고 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

이만하면 할 건 다 했다.

나는 지금도 도망갈 궁리를 하는 놈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다들 시작해.”

“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레스 전투 1,2팀. 각자 위치에서 문양이 나타난 자들을 제압해.”

미리 입을 맞춰 둔 덕에 행동은 빨랐다.

우리 쪽의 인원들이 미리 정한 장소로 흩어진다.

동시에 나는 재빨리 변화하는 공간이 열어 놓았다.

‘최근에 쓰레기통처럼 사용하게 되는 것 같은데.’

설명으로 짐작하건데,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라 주어진 스킬이 아닌 건 확실하다.

변화하는 공간이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분통을 터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건 뭐, 끝이 없군.”

“악!!”

마르바스가 툴툴거리며 헌터 대여섯 명을 한 번에 던져 넣는다.

그 와중에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걸 알고 있었나.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어차피 가만히 있다간 다 죽어!! 다들 공격해!!”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들이 무기를 꺼내든다.

전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되었다.

콰앙!

“크윽!!”

“도윤아!!!!!”

우리측도 충분히 강하지만 고전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이도윤이 내상을 입고 피를 왈칵 토한다.

그 앞에는 방금 전 불만을 쏟아내던 월드 랭커가 있었다.

“티타니아. 가서 제압해.”

“알겠어요. 금방 가죠.”

그나마 마계 대공들을 포함해 다른 종족들을 불러내었기에 얼추 전력은 비등해 보인다.

멀리서 난장판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자들이 보인다.

‘역시 월드 랭커에도 다수 섞여 있던 건가.’

렌의 수하 중에 거물이 있으리라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대충 봐도 열 명은 넘는 숫자다.

각자의 나라에서 길드장이나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제기랄, 천상 길드장.”

그때였다.

옆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박신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의 시선이 못박혀 있는 곳에는 천상 길드의 길드장, 이영우가 있었다.

“결국 들켜 버린 건가요.”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가온다.

몸짓에는 여유가 흘러 넘친다.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다.

“길드장님……?”

“……아니죠? 제발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말도 안 돼…….”

주변 길드원들의 울음기 섞인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영우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아스티란 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함께한 길드원들에게 정조차 없는 건가.’

항상 웃는 낯짝일때부터 수상하다 싶었다.

그런 놈들 치고 뒤가 구리지 않은 자는 없었으니까.

“……이영우.”

으득-

암울한 분위기 가운데.

천상 길드의 간부인 차은진만이 순수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길드 설립 전부터 따르던 그녀이기에, 그 누구보다

배신감이 생길 만도 했다.

“그러게 진작 나를, 그리고 이 길드를 떠나라 권유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말도 오갔던가.

이영우는 그녀를 향해 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나마 차은진에게만은 특별한 감정이 있는 듯했다.

“첩자 주제에 말이 많군.”

“첩자라니요. 원래부터 저는 그분의 종이였던 것을.”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우뚝 선다.

그제서야 이영우의 잘게 떨리는 눈동자가 보인다.

모든걸 포기한 눈빛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여유 있던 건 이런 연유였나.’

다른 자들처럼 반항조차 하지 않는다.

본인이 아무리 날뛰어 봤자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걸 잘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살아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죽이십시오. 그분의 새로운 세상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제 희생이 발받침이 되야 한다면 어쩔 수 없죠.”

“새로운 세상이라…….”

순간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이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미친놈일까.

렌이 열어 줄 세상이라 해 봤자, 지구 멸망밖에 없다.

“지구가 멸망하는 게 예정된 미래라 생각하시는가 보군요. 그건 간악한 시스템의 짓일 뿐. 그분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헛소리도 다양하다.

모든걸 내려놓은 이영우는 점점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죽기전의 유언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게 렌의 목적과 관련이 되어있다니.

우선 잠자코 그가 지껄이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것에 불만도 없습니까? 멀쩡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헌터로 만들고, 제멋대로 날뛰는 존재입니다. 사실 우리의 적은 그분이 아니라 시스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걸 없애려는 게 렌의 목적인가.”

“시스템은 천천히 힘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정령계와 연결된 차원의 문을 막아 내지 못할 정도로요. <검은 탑>에 오르지 않고 타 차원계의 종족들만 막아 내면,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옵니다.”

말 하나는 청산유수다.

귀 얇은 놈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시스템과 차원계의 비밀들에 가까이 닿아 있다.

미친 소리.

이영우의 말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 했나?”

더이상은 듣기도 힘들다.

삐딱한 자세로 귀를 후볐다.

이제서야 헛소리로 막힌 귓구멍이 뚫리는 기분이다.

“……이걸 듣고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생각이 하나 있긴 하지. 개잡소리도 참 길다는 것.”

“후회하게 될 겁니다.”

이영우가 허탈하게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곧 눈을 질끈 감는다.

앞으로 닥칠 일들을 순순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아는 놈이니까 특별히 내 손으로 처리해 주지.”

들고 있던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단숨에 목덜미를 꿰뚫을 작정이었다.

그때, 이영우의 뒤에서 인기척 하나가 느껴진다.

익히 아는 자의 기운이었다.

‘대체 뭘 할 작정이지.’

이영우를 감쌀 것인가?

아니면 재밌는 일을 벌려 주려나.

어느 것이든 흥미롭다.

우선 나는 그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푸욱-

“쿨럭……!!”

“…….”

별안간 이영우가 피를 토하며 푹 쓰러진다.

복부에는 긴 검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

“……개자식.”

검의 주인은 차은진이었다.

그녀의 매끄러운 흰 피부에는 붉은 핏방울이 수도 없이 달라붙어 있었다.

“차은진님??”

이영우를 지켜보던 천상의 길드원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일렁이던 분노도 감쪽같이 감춘 채, 그저 차가운 표정으로 뒤돌아선다.

어디서 개가 짖느냐는 태도였다.

“피곤하네요.”

한마디를 중얼거린 차은진이 사람들에게서 멀어진다.

길드원들은 차마 그녀를 붙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황스럽군요.”

계속 지켜보던 박신우가 드디어 입을 연다.

그리고 그 역시 남은 마무리를 위해 자리를 떴다.

“마왕님~ 거의 정리는 다 된 것 같아요. 딱 한 놈 빼고요.”

어느새 그렇게 되었던가.

확실히 방금 전보다는 주변이 조용했다.

“누구지?”

“마왕님도 아시는 인간이에요. 직접 처리하고 싶으신 것 같아서 일부러 살려 두었어요. 따라오시겠어요?”

마족 본래의 모습의 아렐리아가 슬쩍 웃으며 뒤를 돈다.

살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쫓아가자, 폐허가 된 공간이 보인다.

주변에는 수많은 구경꾼들이 있었다.

“와, 역시 월드 랭커. 이걸 버티고 있네.”

“그러기엔 좀 봐주고 있는 느낌 아니야?”

흥미의 중심점.

그곳에는 마르바스와 릴리스가 이리저리 공격을 피하고 있다.

얼굴에는 언짢은 기색이 완연하다.

“크아악!!! 이자식들이 쌍으로……!!”

“마왕님 모시러 간 아렐리아는 대체 언제…… 아,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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