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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44화 (14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44화

헐렁한 반지가 손가락에 들어가자마자 맞춘 것마냥 줄어든다.

이리저리 아티팩트를 확인하는 사이.

아렐리아가 주변을 감싸고 있던 환영 마법을 해제한다.

곧 내 모습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구석에 대충 구겨져 있던 협회 직원들 역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반지를 착용하시는 걸 보니, 바로 사용하실 생각이신가 보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한번 튕긴다.

그러자 여전히 기절해 있는 직원들이 내 앞으로 이동되었다.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문양인지 한번 볼까.”

우우웅-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황금색 반지는 그 즉시 격렬하게 진동한다.

‘생각보다 효율이 좋군.’

방금전의 적이 사용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팔뚝 부근에만 조금 머물렀던 마나가, 누워 있는 자들의 온몸을 휘감는다.

화악-

순식간에 반짝이는 금빛 가루가 공중에 퍼져 나간다.

허나,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었다.

렌의 마력이 담겨있으리라 예상되는 그것은, 어딘가 탁한 느낌이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드래곤 치고는 기분 나쁜 힘이네요.”

아렐리아가 혀를 차며 한걸음 물러난다.

조금이라도 닿지 않으려 애쓰는 모양새였다.

‘자주 본 건 아니라지만,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나 또한 가까이 하고싶지 않은 기운이다.

끈적하고, 혼란하며, 어둡다.

도저히 순수한 마나에서 태어난 드래곤이라 생각할 수조차 없으리만큼.

확실히 그는 <타락>해 가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본 종족들 중 제일 빠른 속도였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죠.]”

결국 그녀는 드래곤으로 변하더니, 내 어깨에 올라탄다.

그러자 이제서야 좀 살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마왕님. 저기 팔 좀 보세요. 찾으시던 문양인 것 같은데요?]”

다시금 누워 있는 자들을 쳐다보았다.

과연. 그녀의 말처럼 셔츠에 가려져 있는 오른팔 부분이 이상하다.

그곳은 황금색의 빛이 나고 있었다.

“저들이 입고 있는 옷의 팔부분을 찢어라.”

내 명령에 잠자코 있던 용아병 두 명이 즉시 움직인다.

그들은 각각 한 명씩 앞에 섰다.

그리고 곧장 검이 날카롭게 휘둘러진다.

촤악-

이윽고 표식이 드러난다.

아니, 문신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어이없는 얼굴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허. 이 고전적인 새끼들…….”

“[……너무 노골적인데요?]”

그들의 팔 전체에 떡하니 그려진 문양.

다름아닌 용 문신이었다.

심지어 모양자체가 꽤 화려하고 큼직하다.

이제는 헌터들로 인해 사라져 버린 조폭들이나 했을 만한 문신이었다.

“[이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건데…… 등에 새긴 게 아니라 좀 아쉽네요.]”

아렐리아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린다.

두 눈은 오늘 본 것 중 제일 반짝이고 있었다.

TV에 중독된 건 알았지만 어느새 저런 장르까지 넘나들고 있었나.

하기사, 다큐멘터리 따위보다는 더 이해가 간다.

힘을 숭상하는 마족이라면 꽤나 흥미진진할 내용들로 가득할 테니.

“쯧. 그 도마뱀새끼 취향하고는.”

나는 이제 볼일이 없어진 상대들에게서 비켜섰다.

옆에 있던 나무 그루터기에 앉자, 아렐리아가 퍼덕거리며 날아온다.

“[이제 치울까요?]”

“그래. 우선 텔레포트로 대충 던져 놔. 박신우에게 선물할 거니까.”

“[네~. 아, 그럼 저 인간은요?]”

그녀가 옆을 흘깃 쳐다본다.

그곳에는 여전히 화영이 쥐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눈에는 여전히 보기만해도 답답한 안대가 씌워진 채였다.

“저놈도 있었지. 하도 조용해서 잊고 있었군.”

나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분명 인기척을 느꼈을 텐데, 그는 움찔거리는 기색조차 없었다.

“눈이 안 보인다고 귓구멍까지 막힌 건가.”

“……입을 절대 열지 말라 하셔서.”

이쯤 되면 말을 지나치게 잘 들어도 문제인가.

나는 직접 그의 안대에 손을 대었다.

“윽…….”

아무런 준비없이 햇빛을 마주한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얼굴과는 다르게, 몸은 공손히 낮춘다.

정말로 주인을 대하는 노비같았다.

“[약이 좋긴 좋네요.]”

“……저건 크레아시론에게 맡겨야겠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이왕 주워 버렸으니 철저히 써먹을 생각이다.

객식구는 딱 질색이니까.

죽은 놈 주제에 매일이 바쁜 크레아시론이라면 어떻게든 굴려 먹을 터.

몸은 튼튼할 테니, 잔심부름이나 하면 딱이었다.

“[그나저나, 저자의 존재를 들키면 안되지 않나요? 협회에서 분명 찾을 텐데.]”

“협회만이면 다행이지.”

렌의 수하들 또한 분명 화영을 계속 쫓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놓은 바가 있었다.

“우선은 이것부터.”

지금은 그의 정체를 가려야 할 시간이다.

나는 인벤토리를 뒤적여, 원하는 물건을 찾아냈다.

“화영. 이것들을 착용해.”

“알겠습니다.”

그는 순순히 내가 건네 준 물건들을 받아들었다.

치렁치렁한 로브에, 정체를 완벽히 숨겨 주는 흰 가면까지.

화영은 금세 완벽한 블랙 마켓의 직원으로 변했다.

“[평생 어디에 가둬 놓으실 줄 알았는데요.]”

“물론 그래도 되지만, 만일 하나라는 것도 있는 법이지.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니리라 예상하진 못할 테고.”

“[그건 확실하죠. 이런 복장의 블랙 마켓 직원이 한둘도 아니니……]”

우선 이만하면 되었나.

준비는 끝났다.

나는 즉시 크레아시론을 소환했다.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서 초췌한 리치 한 마리가 굴러 떨어졌다.

쿠당탕!!

“[꼴사납기는.]”

“큭! 그냥 부르시면 직접 제 발로 왔을 텐데요…….”

그는 뼈를 덜그럭거리며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하지만 실험을 하다 온 탓에 로브는 여전히 지저분했다.

“곧 돌아가야 합니다. 김지연 연금술사가 오기로 했거든요.”

허튼 말은 아닌지, 그의 모습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

물론 나 역시 질질 끌며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바로 그의 앞에 화영을 들이밀었다.

“블랙 마켓 복장……? 설마…….”

“그래. 앞으로 네가 부려먹을 놈이지. 화영, 이자를 따라가라.”

“예.”

화영이 크레아시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러자 그는 부들부들 떨며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무례한 리치놈!! 감사하다 무릎을 꿇지는 못할 망정……]”

갑작스레 꼰대가 되어버린 아렐리아가 핀잔을 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역정내는 그녀를 무시한 채 그는 척척 나에게 걸어온다.

“제가 요즘 바빠 보여서 주시는 겁니까? 이런 배려를 해 주시다니…….”

아, 감동이라도 했던 건가.

그의 걸걸한 목소리는 환희에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얼굴 부분이 점점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워지기에, 그를 살짝 밀어냈다.

“검사라 마법사인 너에게 큰 쓸모는 없겠지만. 그래도 힘은 꽤나 쓸 테지.”

“멍청한 스켈레톤만 아니라면 다 좋습니다. 말만 제대로 알아듣고 사지만 멀쩡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요구 조건이 바닥에 붙어있다.

농담인가 싶었지만, 그는 정말로 로브에 가려진 화영의 팔다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색하게 서 있던 화영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온다.

“저, 주인님. 저는 그냥 검사가 아니라, 마검사입니다.”

“......네가 마검사라고?”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아스티란 때부터 그가 마법을 사용한다는 건 듣지 못했다.

자연스레 내 표정은 의구심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5서클까지만 가능하니까요.”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고??? 오, 주인님! 이런 큰 선물을 주시다니…….”

나름대로 비장의 한 수를 숨기고 있었나.

예상외의 정보에 크레아시론은 이제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다.

벌써부터 밝은 미래를 꿈꾸는듯, 몸은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보유 마나량은 적어서, 2서클 마법 몇 번 사용하면 끝나겠지만요.”

스탯은 사라졌지만, 스킬은 남았다 이건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잃은 스탯을 보충하는 방법은 많을 테니.

과거와 같은 강자로 거듭나긴 힘들어도, 그럭저럭 A랭크 헌터 정도는 될 수 있겠지.

“밥값은 하겠군.”

“밥값뿐이겠습니까?? 어서 빨리 제 실험실에 데려가고 싶군요.”

“그럼 그렇게 해. 나는 여기서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말이야.”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고…….”

“아. 그리고 이도윤에게 길드원들을 모조리 소집해 놓으라고 해. 단 한 놈도 빼 놓지 말고.”

“소집이요? 일단 알겠습니다.”

크레아시론이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순식간에 두 명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아렐리아는 한숨 돌린 얼굴로 가까이 다가온다.

“[이제 마무리하고 가실 생각이신가요?]”

“그래.”

그녀의 말대로, 이제는 청소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아렐리아의 손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정리는 내가 하지.”

“[예?]”

이따위 일은 질색이라 평소라면 아렐리아에게 당연히 맡겼을 터.

그러나 지금은 시험해 볼 것이 있었다.

“우선 위로 날아가지. 용아병은……그대로 두는 게 좋겠군.”

“[네에~]”

말이 끝나는 즉시 몸이 떠오른다.

지금의 산이 어느정도 작게 보일때쯤.

나는 최근 얻은 스킬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정령신의 가호[L]:일주일에 한 번, 자연의 분노를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불어넣은 마나의 양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집니다. (지진/홍수/폭풍/용암 중 효과를 고를 수 있습니다.)>

‘불어넣은 마나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라. 너무 애매한 설명이군.’

하기사, 항상 대충인 시스템에 뭘 바라는 게 더 이상할지도.

지금은 그저 파괴력만 시험해 볼 때다.

나는 바로 온 몸에 있는 마나를 끄집어냈다.

‘주변에 생명체는…… 딱히 없고. 이만하면 되겠지. <정령신의 가호>’

[<정령신의 가호>를 발동합니다. 효과를 골라 주세요.(지진/홍수/폭풍/용암)]

모두 이름부터 대단한 자연 재해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씩 사용해보고 싶을 정도.

치밀어 오르는 호기심을 간신히 집어넣고, 우선은 제일 만만해 보이는 효과를 선택했다.

[<정령신의 가호>-지진이 발동됩니다.]

쿠우우우우웅-

시스템 메시지가 사라지자마자 대지가 서서히 흔들린다.

예상보다 더 큰 굉음은 고막을 터트릴 듯 울려댄다.

세상에 종말이 오는 듯한 소리였다.

“[……마왕님. 이거 괜찮은 거 맞나요?]”

아렐리아가 내 팔을 꽉 부여잡는다.

목소리며 몸까지 덜덜 떨리는 게 겁을 먹은 듯했다.

“……아마도?”

나조차도 지금은 효과를 예상할 수 없다.

그저 적당한선에서 멈춰 주길 바랄 수 밖에.

콰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스킬은 적당히를 몰랐다.

산이 있던 부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푹 꺼진다.

마치 누가 삽으로 퍼낸 듯, 흔적조차 없어졌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렸다.

“하……?”

쿠쿠쿠쿵!!!!!!!!!!!!!!

콰아앙!!!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대지가 뒤틀리고, 쪼개진다.

우리는 말없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십여 분 후.

“[마왕님…… 사고 치신 것 같은데요?]”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공간.

그곳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 있었다.

그 깊이는 알 수 없을 정도라, 무슨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덩이로 보일 정도다.

“……미친.”

누가 그랬던가.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은 존재일 뿐이라고.

지금만큼은 그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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