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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42화 (14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42화

주변에는 정적이 감돈다.

모두 숨죽이고 용아병을 지켜보고 있다.

그건 나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그들과 구경하는 나의 심정은 다르겠지만.

“이거 놔!!!”

“허튼 짓을 하는군. 굳이 힘 뺄 필요는 없을 텐데.”

용아병들이 로브를 쓴 자들을 금세 결박했다.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발버둥치며 반항한다.

표정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용병왕.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나야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글쎄. 말한다고 알아들을 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크윽……!!”

입꼬리를 뒤틀며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당황하던 표정들이 순식간에 공포에 질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중, 제일 익숙한 얼굴을 손으로 들어올렸다.

“역시. 협회 직원이군.”

왜 안타까운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아무리 살펴봐도 박신우 옆에서 주야장천 야근하던 그놈이었다.

“큭…… 역시 알아보는군. 그래. 내가 바로-”

“내 세금 받아먹으며 일하는 새끼가, 감히 배신을 해??”

그동안 낸 헌터 세금이 한두 푼도 아니다.

특히나 그림자 길드가 빠르게 자리잡기 위해 낸 돈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이놈 월급은 내가 낸 거나 마찬가지였다.

퍼억!!

“억!!!!!!”

휘두른 주먹에 그의 턱주가리가 훽하고 돌아간다.

순간 정신을 잃었는지 고개는 푹하고 떨어졌다.

당연히 몸 전체도 저 멀리 날아갔어야 했지만, 용아병들이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덕에 무사했다.

“헉!? 김대리!!!!”

덜덜 떨며 지켜보던 다른 놈이 경악에 찬 비명소리를 낸다.

그래, 직함이 대리였었지.

옆에 놈 역시 내가 보진 못했지만, 협회 직원인 모양이었다.

“허?”

그러나 절박한 그 목소리와 달리, 나는 잠시 어이가 없어졌다.

나름 비밀 조직이면, 서로 코드 네임 따위로 불려지는 게 상식 아니던가.

그런데 김 대리라니.

이 상황에서도 그들의 정신은 여전히 직장에 머물러 있었다.

“둘 다 협회 직원인가 보군?”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애써 삼켰다.

나는 다시 짐짓 심각한 얼굴로, 옆에 놈에게 말을 걸었다.

“맞, 맞다…… 아니, 맞습니다.”

반말을 지껄이려던 직원이 말을 서둘러 고친다.

내리깐 시선은 삿대질하다 부러진 손가락에 고정되어 있었다.

“용아병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감옥을 그리 빨리 돌파한 게 이상했지. 너희가 도운 건가.”

“네!!! 맞습니다!”

중얼거리는 내 말에, 그는 맞다는 듯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 내부에 첩자가 있었다니.’

분명 이들 두 명이 전부는 아닐 터.

골치 아파질 일이 생겨버렸다.

이건 웬만한 조직에 적이 있는 것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관리하는 헌터의 정보들은 한두개가 아니니까.

자칫하다가는 한국 헌터계가 흔들릴 것이다.

‘설마 협회장과 지부장도 한통속 아니야?’

그 성격들을 알고 있으니 그럴 리 없다 생각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한번 생긴 의심은 걷잡을 수 없었다.

가라앉은 눈빛으로 여전히 덜덜 떨고 있는 협회 직원을 쳐다보았다.

“물론 내부의 적들이 누구냐 물어봐도 알려 주지 않겠지?”

“저…… 저희는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재깍 대답하면 오히려 서운할 뻔했다.

나는 손을 풀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으득-

“손을 왜 푸시는 거죠……?”

아무리 잔챙이여도 쓸모는 있겠지.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놈은 없었다.

점조직이라 파악하기 어렵다면, 꼬리 자르기 전에 모조리 잡아들이면 되는 것 아니던가.

“긴장 풀어. 힘주면 뼈 나간다.”

“네? 그게 무슨……악!!!!!”

내질러진 주먹.

그리고 비명 소리.

한동안 고요한 숲 속에서는 두들겨 패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렇게 십여 분 집중했을까.

죽지 않게 손에 힘을 빼느라 짜증이 날 쯤이었다.

“어억…… 진짜…… 아닙니다…… 살려, 아니 차라리 죽여 주세요…….”

그는 잘 다져진 고기마냥 너덜거리는 상태다.

정신도 슬슬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때릴 부위도 없기에, 나는 우선 구타를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정말……그 악마 새끼……확실히 박신우는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완전 일에 미친놈…….”

침을 질질 흘리는 와중에도, 그는 착실하게 상사의 욕을 중얼거린다.

대충 짧게 들어도 원망이 어마어마한 느낌이었다.

‘혹시 렌을 따르게 된 이유가, 박신우에 대한 복수인가.’

미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이상으로 그럴싸한 추측은 할 수 없었다.

“그 개…… 쉐끼…….”

마지막 욕설을 끝으로, 그는 고개를 푹 떨군다.

완전히 기절해 버린 것이다.

아까전에 후려 맞은 옆에 놈도,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

딱히 상관은 없었다.

이만하면 얻을 것도 모두 얻었으니.

“저쪽에 대충 접어 놔.”

용아병들을 향해 말하자, 그들을 들쳐매고 어디론가 척척 걸어간다.

나는 나무 그루터기 하나에 자리잡았다.

“인벤토리.”

[???의 물약[L급]: 정신 지배의 용언이 미약하게 섞여 있는 물약. 마신 자는 점점 자아를 잃게 된다.

1시간 간격으로 총 3회 복용해야 함.

*주의: 정신을 차린 후 처음 눈이 마주친 자를 따르게 됩니다.]

황금빛 액체가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인다.

방금 전 협회 직원에게 빼앗은 물건이다.

지금도 저쪽 구석에 있는 화영을 순한양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서채아에게 사용되었으리라 추측되는 물약이기도 했고.

‘눈을 마주친 자를 따른다라…….’

이제서야 서채아가 갓 태어난 오리새끼마냥 나를 쫓아다니는 게 이해가 된다.

그녀가 깨어나서 처음 마주한 사람은 나였으니까.

“저놈 데려와.”

용아병 중 하나가 화영을 질질 끌고 온다.

그 와중에도 그는 괴로운 신음소리 하나 없었다.

‘대단하지만, 확실히 위험한 물건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만큼 무작정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

지금 내 수중에 들어온 물약도 몇개 남지 않은 것이라 했다.

그리고 사용하기 위한 조건들 역시 더럽게 까다로웠다.

‘첫째, S랭크 이상일 것. 둘째, 무력화된 상태일 것……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말이 S랭크지, 그 정도면 웬만한 국가의 랭커는 가뿐히 차지할 정도다.

그 정도의 헌터가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그런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도 힘들다.

‘셋째,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운 상태일 것.’

특히나 헛웃음이 나오는 건 마지막 조건.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여야 쓸 수 있는 물건이라.

여러모로 미친 물약이었다.

원래라면 몇 년이 지나도 사용할 기회가 나오기 힘들 터.

하지만 우습게도 과거에 한 번, 그리고 지금.

나는 물약의 사용자를 두 번이나 마주했다.

“이쯤 되면 인연이 있는 건가…….”

그닥 필요한 인연은 아니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바닥에 있는 화영을 쳐다보았다.

남은 물약은 단 한 병.

이것만 마시면 그나마 있던 자아도 잃은 채, 처음 본 자를 따르게 된다.

그렇다고 안 마시게 된다고 멀쩡해지는 것도 아닌 상황.

이래저래 화영은 폐인이 될 운명인 것이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론을 지었다.

‘렌 그 자식에게 한방 먹일 기회인데, 이걸 놓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지.’

쓸모도 없는 군식구가 늘어나는 건 하등 상관없다.

그놈이 당황하는 모습을 상상만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까.

뭐, 대충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처박아 두면 되겠지.

가끔 크레아시론에게 죽지 않을 정도만 관리하라 하면, 알아서 살 것이고.

고민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나는 바로 화영의 입을 벌려 물약을 처박았다.

“웁-!”

“어. 그래. 좀 쓰지? 그래도 쓴 만큼 몸에 좋은 거니 남기지 말고 모조리 마셔라.”

괴로운지 그가 몸부림친다.

물론 허튼 짓이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손에 묵직하게 힘을 주자, 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황금빛 액체가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

미동도 없이 꿈쩍도 않는 그의 안대를 벗겨냈다.

‘왜 정신차리지 않는 거지.’

하지만 화영은 도통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깍 일어났던 서채아와는 달랐다.

벌써 지나간 시간이 오 분 여 가까이.

성질 급한 놈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지.’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다면, 돕는 수밖에 없다.

나는 손바닥으로 냅다 그의 뺨을 후려쳤다.

5짜악!!!!!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매섭게 들린다.

그와 동시에 화영이 움찔거린다.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아직 부족해 보였지만.

짜악!!짜아아아악!!!!

“으……윽…….”

몇 대 더 갈기니 이제서야 그의 눈이 서서히 뜨인다.

눈동자에는 황금빛 기운이 어렴풋이 스친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황홀할 정도로 빛나던 서채아의 눈빛과는 다르다.

어딘가 혼탁한 기운이었다.

“여긴 어디…… 크윽!!”

그래도 실패하진 않은 건가.

화영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 내가 있는 방향을 쳐다본다.

순간 시선이 얽히고.

흔들리던 눈동자가 나에게 고정된다.

“……누구십니까?”

“누구긴 누구야. 네 주인이지.”

씨익 웃는 나를 향해, 그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주……인이란 말입니까. 그렇군요. 어쩐지 당신을 오래전부터 봐왔던 기분입니다.”

오래 보기는, 개뿔.

퍽 감동이라도 한 듯한 말투에, 절로 비웃음이 새어 나온다.

최근 들어본 말 중 제일 미친 소리였다.

하기사.

몇백 년 전 아스티란부터 봐왔으니 틀린 말은 아닌가.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 이름조차도요.”

그의 한 폭의 동양화같은 얼굴이 수심에 잠긴다.

일부러 강하게 보이기 위해, 날카롭게 눈을 치켜 뜨던 평소 모습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의 얼굴이 화영에게 어울려 보인다.

“너의 이름은 화영. 오직 나를 위해 움직이는 종이지.”

“……화……영. 크윽-!!!”

이름을 듣자, 그는 바로 머리를 부여잡는다.

그리고 깨질 듯한 두통에 몸부림을 친다.

‘이것도 비슷하군. 그리고 곧 기절할 테고.’

역시나 잠시 후.

그는 찡그린 얼굴로 눈을 감는다.

이제 이곳에 제대로 정신차리고 있는 사람은 나 뿐.

슬슬 일도 마무리했으니, 나갈 때가 되었다.

“한 명씩 집어들어.”

흑기사들이 협회 직원 둘과 화영을 들어올린다.

나는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에 드래곤의 힘을 불었다.

곧 황금빛 조각들이 위에서부터 깨져 나온다.

밖으로 나오니, 아렐리아가 놀란 눈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왕님? 그 짐덩어리들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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