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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40화 (140/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40화

* * *

꽤나 재미있는 티타임이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요정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이는 티타니아까지.

언제 이런 여유를 느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이 자리가 <검은 탑>공략이었다는 것 정도.

‘뭐, 이것도 나름대로 공략이라면 공략이겠지.’

지나치게 쉽긴 했다.

전의 층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왕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터.

앞으로 <검은 탑> 공략에서도 이만큼의 계속 운이 따라 주기를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지도.

[잠시 후, <검은 탑>에서 퇴장합니다.]

곧 나갈 시간이던가.

주변을 작은 요정들이 에워싼다.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꼭 다음에 또 뵈요~”

“그냥 여기서 사시면 안되요? 요정왕이잖아요.”

요정들은 급기야 내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어지간히도 아쉬운 모양이었다.

“저런, 요정왕님은 나중에 꼭 오실 거란다. 지금은 이별해야 할 때야.”

티타니아는 그런 요정들을 하나하나 떼어놓으며, 부드럽게 만류했다.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였다.

“당신이라면 차원계의 왕쯤은 모두 차지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토록 강한 왕을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예를 차린다.

그와 동시에 내 발 밑에는 낯선 기운이 맴돌았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천천히 흐려지는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럼 안녕히…….”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눈 앞에는 익숙한 지구의 풍경이 나타난다.

“헉!! 진 헌터님이다!”

“기자들 당장 막아!”

이미 <검은 탑>주변은 온갖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카메라가 찰칵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사나울 지경이다.

나를 기다리던 협회 직원들은 그들을 막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진 헌터님, 원래라면 박신우 지부장님이 맞이하셔야되지만…… 지금은 바쁘셔서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몇 번인가 보았던 협회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하다.

“우선 협회에 들릴 필요는 없다 하시더군요. 바로 자택으로 향하셔서 쉬시면 될 겁니다. 조만간 상황이 정리되면, 그때 모시겠습니다.”

으레 하던 공략법 설명을 위함이던가.

평소라면 내가 아닌 다른 헌터들을 데리고 갔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나 홀로 <검은 탑>을 클리어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한 일이라고 해 봤자, 정령신이 터준 길을 걷고 티타임을 한 것뿐이군.’

이걸 말해 봤자, 당연히 믿지 않을 텐데.

하지만 지어낼 수도 없는 노릇.

분명 박신우는 또다시 뒷목 잡고 넘어갈 게 분명했다.

차마 나에게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그저 돌아가라고 한마디만 하겠지.

‘뭐, 내 알바 아니니.’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마왕님!!!!]”

고작 하루이틀 지나고 돌아온 집이다.

하지만 아렐리아는 몇십 년은 보지 못했던 것처럼,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왜 어제 외박하셨…… 응? 킁킁-]”

갑자기 그녀가 내 옷깃에 머리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줄곧 고양이같은 행동을 하더니, 이제는 개가 되기로 결심한 건가.

“[정령냄새?? 잠깐, 더러운 요정냄새도 나는데……]”

진짜로 개코라도 달려 있나.

아렐리아는 정확히 내가 다녀온 장소들을 읊는다.

이제는 약간 놀라울 정도였다.

“[왜 안 들어오시나 했더니……<검은 탑>이라도 클리어하셨나 봐요.]”

나는 그녀에게 그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정도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을 쯤.

갑자기 눈 앞에 텔레포트 마법이 펼쳐진다.

“……주인님.”

모습을 드러낸 자는 오랜만에 보는 크레아시론이었다.

그는 어째서인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오랜만에 변화하는…… 공간에…… 갔더니…….”

아, 설마 정령왕들을 만났나.

보아하니 호되게 후드려 맞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자연 자체에 가까운 그들과, 죽은 자인 크레아시론은 궁합이 좋지 않다.

마주치기만 해도 다짜고짜 공격해 올만큼.

“앞으로 거긴 가지마라. 정령왕들을 봉인시켜 놨으니까.”

“[졸지에 노숙자되었네요. 푸핫!]”

“제 오두막에 있던 연구물들은…….”

“다시 만들어야겠지.”

그는 절망한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텅 빈 동공에서 허망함이 느껴졌다.

“어차피 잠도 자지 않는 몸인데. 시간도 많겠다, 다시 만들면 될 것을.”

그까짓거 몇달만 매달리면 될 정도 아닌가.

다른 할 일도 없는 놈이니 집중한다면 더 빠른 시간내에도 가능할 터.

그러나 그는 나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크레아시론은 억울한 말투로 대꾸해왔다.

“하지만…….”

“나라면 지금 이렇게 중얼거리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들겠군.”

내 말에 공감했는지 그는 바로 입을 다문다.

새로운 시작을 할 생각에 설레는걸까.

크레아시론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뼈만 앙상히 남은 손은 얼굴을 감싸 쥔 채였다.

“그…… 렇죠. 크윽……그럼 저는 블랙 마켓에 임시로 만들어 주신 거처에 있겠습니다…….”

그는 축 늘어진 어깨로 텔레포트를 사용한다.

다시금 노동의 현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뒤.

나는 인벤토리에서 구슬 세 개를 꺼냈다.

“그나저나, 아렐리아. 혹시 이게 뭔지 아나?”

[마신의 정수[???]: 마신의 힘이 담긴 구슬. 아직 사용처를 알 수 없습니다.]

[정령신의 정수[???]: 정령신의 힘이 담긴 구슬. 아직 사용처를 알 수 없습니다.]

[요정수의 정수[???]: 요정수의 힘이 담긴 구슬. 아직 사용처를 알 수 없습니다.]

테이블에 내려놓은 구슬들은 각각 검은색, 무지개색,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탑을 클리어했을 때 얻은 물건들이었다.

‘단숨에 10층씩 공략했는데, 얻은 아티팩트들이 고작 이런 거라니.’

분명 대단한 물건이긴 할 터.

신의 힘이라는 건 무시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태껏, 이런 성의 없는 설명 문구는 본 적이 없었다.

데구르르-

나는 그중 하나를 손에 잡고 굴렸다.

보통의 아티팩트들은 그 모양이 어떻건, 손에 드는 즉시 자연스레 사용법을 알게 된다.

먹거나, 휘두르거나.

아니면 하다못해 깨트리거나.

허나 이 구슬들은 달랐다.

‘아직 사용처를 알 수 없다는 건, 언젠가는 알게 된다는 소리인데……’

하지만 그때가 도대체 언제인지.

이러다 늙어 죽을 때쯤 사이좋게 묻힐지도 모른다.

“[글쎄요……분명 강력한 힘들은 느껴지는데, 마법적인 건 아니에요.]”

아렐리아가 인상을 찡그린다.

적어도 마신의 정수는 알 수도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그녀에게도 생소한 물건인 듯했다.

‘설마 다 모여야 힘을 발하는 물건인가.’

아마도 남은 건 3개.

그쯤이면 탑도 90층쯤인가.

그 뒤는 정말로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다.

앞으로 천계와 거인계, 수인계가 등장할 거라 예상되는 것과는 달랐다.

“[마왕님,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생각에 곰곰이 잠길 쯤.

아렐리아가 옆자리에 기대듯 앉는다.

보기만해도 편안해 보이는 자세였다.

‘그래. 고민해 봤자 달라질 건 전혀 없다.’

언제부터 미래를 예상하며 일을 처리했는지.

여태껏 내가 해 온 방식은 하나였다.

앞길을 막는 것은 모조리 부셔 버리는 것.

지금은 그저 기다릴 때였다.

“[고민할 거면 오늘 저녁 식사 메뉴나 고민하시는 게 어때요? 슬슬 배가 고프거든요. 지나간 끼니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랍니다.]”

아렐리아가 헛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지한 말투로 말하니, 명언처럼 들리기도 했다.

“오늘은 귀찮으니 외식을……응?”

그때였다.

어딘가 내팽개쳐져 있던 휴대폰이 크게 진동한다.

발신자는 바쁘다던 박신우였다.

[죄송합니다. 진 헌터님. 당장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다짜고짜 사과를 한다.

항상 침착하던 목소리는 다급했다.

[화영 헌터가……도주를 했습니다.]

“……뭐??”

[엄중히 관리하고 있었습니다만, 방금 전에 소란스러운 틈을 타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분명 그는 스탯이 하락한 상태였는데.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을 리도 없다.

마신의 분노는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니까.

“그놈은 지금 고작 D랭크나 C랭크 수준이 아니던가. 협회에서 그 정도도 막지 못했다고?”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누군가 그를 도왔습니다. 검은 갑옷을 두른 기사들이 감옥이 있는 장소를 습격했더군요.]

“상당히 강한 기사들인가 보군.”

그렇지 않고서야 나를 부를 이유가 없겠지.

한국의 대부분의 헌터들이 정령계로 끌려가, 현재 다들 몸을 추스리고 있는 상태일 터.

아마 협회에서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네. 맞습니다. 현재 추격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국 영토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상하게도 텔레포트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다행인 일입니다.]

중국으로 도망간다면 답이 없다.

분명 그들은 화영을 감쌀 테니.

국제 사회의 여론도 신경 쓰지 않을 게 분명했다.

[우선 불러드린 좌표로 와 주십시오. 다른 헌터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문자로 긴 좌표를 보낸다.

통화는 바로 끊겨 버렸다.

쓰잘데기 없이 예의 차리던 박신우답지 않았다.

그만큼 급한 상황이라는 거겠지.

“아렐리아. 이쪽으로 텔레포트 사용해.”

“[여기 말인가요? 바로 갈게요~]”

아렐리아가 바로 박신우가 일러준 좌표로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순식간에 우리의 몸이 빛에 감싸이고, 안락했던 거실 풍경은 숲 속으로 바뀌었다.

“진 헌터님이시죠? 미리 연락 받았습니다. 화영이 이 산에 있는 건 분명합니다. 지금 포위 상태이니, 뿔뿔이 흩어져서 찾으면 될 겁니다. 그럼, 찾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아레스 길드의 간부였던가.

익숙한 얼굴의 헌터가 나를 맞이한다.

하지만 긴 인사치레는 없었다.

그는 말이 끝나는 즉시 자리를 떴다.

“[추격인가요? 재밌는 상황이 벌어졌네요!]”

아렐리아가 신난 표정으로 주위를 이리저리 살핀다.

최근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는 기색이었다.

“[그런데, 느껴지는 마나는 따로 떨어진 헌터들밖에 없네요. 분명 검은 기사들이 여럿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마나에 예민한 아렐리아가 못 느낄 정도인가.

나 역시 가만히 기감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내게는 대여섯 명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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