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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39화 (13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39화

[<검은 탑> 5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51층부터 60층까지 연계 퀘스트 <한여름 밤의 꿈>가 진행됩니다.]

[도전자가 요정왕이므로, 퀘스트가 <한여름 밤의 꿈>-쾌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방금 전에도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정령계에 있던 빛의 탑에 입장했을 때와 비슷했다.

메시지창들을 대충 치우자, 거대한 51층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탑 내부로 왔군.’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탑>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평화로운 분위기다.

사방은 두꺼운 나무들로 가득하다.

그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은 기분을 나른하게 만들고 있었다.

[곧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낮잠이 땡기던 참이었다.

갑작스레 한가운데에서 빛줄기와 나와 마나가 요동쳤다.

그리고 요정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안녕? 나는 장난꾸러기 요정이야!”

그는 조그마한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며 나에게 다가온다.

소개했던 그대로, 확실히 얼굴에는 어린아이 특유의 치기가 넘치고 있었다.

“이제부터 너에게 작은 장난을 칠 거야. 그러니 한번 이겨 내 보도록 해. 하지만…… 목숨은 보장하지 못해.”

요정은 은근슬쩍 음흉한 미소를 띄운다.

마치 내가 겁먹기를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장난기가 넘치는 요정들 특유의 모습이다.

콱-

“윽!?”

요정의 작은 몸통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는 바르작거리며 크게 당황했다.

“나를 모르나?”

“뭐? 너 도전자잖아! 이게 무슨 짓……응? 설마 이 냄새는…….”

그는 갑자기 킁킁거리더니 반항을 멈췄다.

그리고 두 눈은 방금보다 더 크게 부릅떠진다.

“……요정왕님……?”

“잘 아는군.”

“헉?? 정말로요??? 저 태어나고 요정왕님 처음 봐요!!!”

“요정의 열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요정이었던가.”

“네!! 인간인 요정왕님은 이렇게 생기셨구나…….”

그는 이제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 황홀한 표정인가.

요정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연신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다른 친구들도 불러올게요! 다들 요정왕님을 얼마나 뵙고 싶어 하는지 아시나요?”

여기로 불러온다고?

퀘스트의 내용이 바뀌려는 건가.

손에서 빠져나간 요정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는 높이 떠오르더니 마나를 넓게 퍼트린다.

“다들 나와! 드디어 요정왕님이 오셨어!”

우우웅-

그의 큰 목소리와 함께, 탑 내부가 크게 진동한다.

동시에 주변을 감싸던 나무들이 자리를 비키듯,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내가 서있던 공간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검은 탑> 51층~60층, 총 10개의 층이 합쳐집니다.]

“……그리고 티타니아님도요.”

요정은 방긋 웃으며 기쁜 듯 날개를 부르르 떤다.

어느새 주변은 운동장 크기 하나만큼 늘어났다.

그와 동시에, 처음 요정이 나타났던 것처럼 사방에서 빛의 줄기가 무더기로 생긴다.

“와! 요정왕님이라고?”

“요정왕님! 저 기억하세요??그때 지구에서 구해 주셨잖아요!”

주변은 금세 시끌벅적해진다.

수다 하나만큼은 그 어떤 종족에 지지 않는 요정들이니만큼, 종알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왜 요정계로 안 오시고 탑으로 오셨어요?”

“바보야! 요정왕님은 인간이시니, 도전자로 오신 거겠지!”

하지만 의외로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요정들이 서로 섞여 떠들수록 화음이 잘 맞는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

수십에 달하는 요정들이 나를 둘러쌀쯤.

갑자기 쉴 새 없이 입을 열던 그들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가운데를 비우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공을 맞이하는 모양새였다.

“오셨군요, 요정왕님.”

오랜만에 보는 티타니아가 여전히 우아한 몸짓으로 다가온다.

군데군데 <타락>으로 검게 물들었던 날개는 화려하게 반짝인다.

파리하게 질려 있던 낯빛도 오래전의 일이라는 양, 두 뺨도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다시 보게 될 거라 했었죠.”

그녀는 햇살같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백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손은 나를 붙잡고, 어느새 생겨난 나무 의자로 이끌었다.

“그게 이런 의미였나.”

내 발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요정계인데.

결국 <검은 탑> 내부지만 이곳에 다시 발을 들였다.

그녀가 말한대로였다.

“예. 도전자라면 언젠가 한번은 오게 될 테니까요.”

의자에 마주앉은 그녀가 손가락을 한번 퉁기자, 테이블에는 김이 나는 찻잔과 약간의 다과가 생긴다.

전에 대접받은 그대로의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찻잔을 홀짝이는 티타니아와 달리, 나는 손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왜 드시지 않는 건가요?”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웃고 떠들던 주변의 요정들도 마찬가지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모두 가만히 나를 주시한다.

혹시 내 기분이 상했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였다.

“내가 탑의 도전자라는걸 잘 알지 않나. 이런 여유 부릴 시간은 없어.”

“여전히 성격이 급하시군요.”

오히려 <검은 탑>안에서 이런 일이 이상한 게 아닐까.

이번에도 쾌속이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여유로운 티타임은 내 예상 밖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요정계의 탑 퀘스트는 요정들의 장난을 받아내는 것. 말이 장난이지, 환상 마법에 특화된 요정의 장난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고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요정들이 티타니아의 시선을 받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티타니아 님?”

“너희들, 요정왕님에게 장난칠 수 있니?”

요정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나에게 몰린다.

표정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어. 요정왕님이, 그러니까…… 마왕이시기도 하죠?”

“그 잔인한 마족들의 왕…… 그렇다는 건 요정왕님도…….”

“난 봤어. 잡혀 갔을 때 말이야! 아주 그냥 모조리 때려 부시던데? 그 모습에 인간들도 두려워했다고!”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근거린다.

그리고 잠시 후.

제일 먼저 등장했던 장난꾸러기 요정이 벌떡 일어난다.

“저 이제 갱생했어요! 장난 안치려고요!!”

“……앗! 저도요!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갑자기 장난치기로 유명한 요정들이, 새나라의 착실한 요정이 되기 시작한다.

마치 판사 앞에서 순식간에 착한 양으로 변하는 범죄자와 비슷했다.

“보셨죠? 요정들이 장난을 치지 않겠다고 하네요.”

티타니아는 다시 생긋 웃으며 내 앞에 찻잔을 민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나는 결국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겁에 질린 요정들의 착한 아이 선언!]

[<한여름 밤의 꿈>-쾌속 퀘스트가 <요정들과의 티타임>-쾌속으로 바뀌었습니다.]

퀘스트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니.

물론 요정의 환상 따위가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검은 탑>퀘스트가 고작 티타임으로 대체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럼, 그간에 있었던 일이나 이야기해 볼까요?”

티타니아는 찻잔에 담긴 라벤더향처럼,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아직까지 꿈꾸는 기분입니다. 용병왕님이 마왕인 것도 놀라운데, 정령왕이라니?”

진이 헌터들을 정령계 밖으로 내보냈을 때.

그들은 사막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한 채, 연신 방금 일에 대해 수근거리고 있었다.

“<예언>때문에 인간이 왕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는 솔직히 한 차원계의 왕을 한 명씩 차지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요. 그렇다면 진 헌터님은……모든 종족의 왕이 되려는 걸까요.”

주혜라의 말에 주변은 삽시간에 고요해진다.

설마 했던 예상이 확실시된 순간.

헌터들은 믿기지 않는 사실에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저희도 한자리를 차지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때 누군가 슬그머니 질문해온다.

두 눈은 욕심으로 번들거린다.

그만큼 왕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는 컸다.

“음, 글쎄요…… 누가 진 헌터님과 경쟁할 수는 있을런지.”

한국의 헌터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의 위용을 한번이상 목격한 자들이었다.

“너무 단정하는 것 아닙니까? 혹시 모르는 일이지요.”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 그는 자신의 것을 욕심내는 자를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계속 잠자코 있던 홍현민이 툭하고 내뱉는다.

표정은 평소답지 않게 잔뜩 굳어 있었다.

“그렇다면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면 되겠군요.”

섞여 있던 월드 랭커 몇이 흥분한듯 웃는다.

모두 아스티란이 아닌, 다른 차원 대륙의 귀환자들이다.

“할 일이 많아서 이만.”

그들은 간단한 작별 인사와 함께 바로 자리를 떴다.

눈치 보던 헌터들이 거의 모두 떠나자, 한국의 헌터들은 비웃듯 이야기를 나눈다.

“쯧. 얻어터져 봐야 정신차리지.”

“가만 두세요. 어차피 신경 쓸 작자들도 아니니까요.”

사방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무뚝뚝한 서채아마저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우리도 갈까요? 여긴 너무 덥네요.”

“그럽시다. 다들 걱정하고 있을 테니…….”

몇명이 대규모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을 준비를 했다.

모두 느긋하게 이동을 준비하던 때였다.

[아시아-대한민국 채널이 <검은 탑> 41층~50층을 공략 완료하였습니다.]

[50층 공략에 따라, 대한민국 채널에 특별한 혜택이 부여됩니다. 이제부터 정규 게이트뿐만 아니라, 돌발 게이트를 미리 알려 주는 알림 기능이 추가됩니다.]

동시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믿을 수 없는 내용에 헌터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마 먼저 우리를 내보냈던 게 탑 공략이었나.”

“서두르죠. 저는 협회로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앗! 그럼 저도!”

황급히 헌터들이 스크롤을 찢었다.

대부분의 자들이 곧장 도착한 곳은 헌터 협회 로비.

차원의 틈으로 빨려 나간 헌터들을 걱정하느라 난리가 났을 거라 생각했지만, 협회는 다른 의미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지 부장님!!! 지금 온갖 언론에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그딴 건 무시해. 일단 <검은 탑>으로……잠깐. 헌터님들?”

마침 내려와 있던 박신우가 그들을 발견하고 멈칫한다.

그리고 빠르게 다가와 만신창이가 된 헌터들을 살폈다.

“다들 무사하신 것 같군요. 그런데……<검은 탑>에 들어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그게……진 헌터님 혼자 들어가신 모양이던데요.”

“예???탑을 혼자요???”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마왕을 소환한다 뻘짓하던 화영에, 정령계로 향하는 이상한 구멍.

그리고 뜬금없는 공략된 <검은 탑>까지.

불과 몇 시간만에 일어난 정신나간 일들에 박신우는 아찔할 지경이었다.

“……지금은 전후 사정을 파악해야겠으니 몇 분만 남아 주십시오. 나머지분들은 고생 많으셨으니, 돌아가 쉬셔도 됩니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그는 눈 앞에 들이닥친 일부터 처리하기 위해, 빠르게 헌터 몇명을 추려 회의실로 올려 보냈다.

“일단 세계 곳곳에 생긴 차원의 틈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다른 건 상관없는데, 이거 말하면 지부장 기절할 것 같은데.”

끌려온 홍현민이 뚱한 얼굴로 대답한다.

어지간히 협조가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차라리 서채아 헌터를 부를걸 그랬나.’

하지만 병원에서 자리 털고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그녀를 데려올 수는 없었다.

이미 나비 길드에서 깨질세라 조심히 모셔간 것도 있었고.

길게 한숨을 쉰 박신우가 옆에 있던 주혜라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

“저희가 끌려간 곳은 정령계였어요. 그리고 거기서 진 헌터님이 나타나셨는데-”

[아시아-대한민국 채널이 <검은 탑> 51층~60층을 공략 완료하였습니다.]

[60층 공략에 따라, 대한민국 채널에 특별한 혜택이 부여됩니다. 끝이 없는 무한 게이트가 등장합니다.

해당 게이트는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으며, 일반 게이트보다 많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말을 하던 주혜라가 입을 헤 벌린 채 멈춰 버린다.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듯 세차게 흔들린다.

그리고 같은 메시지를 본 박신우는 결국 육두문자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X발…….”

바야흐로 대 야근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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