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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37화 (13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37화

손에 무언가 물컹한 느낌이 닿는다.

생김새와는 전혀 다른 촉감이 낯설다.

나는 재빨리 그 물체를 휙하고 잡아채었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의 왕관을 획득하셨습니다.]

역시 지금은 획득이 가능했나.

이프리트의 왕관을 쥐어뜯을 때와는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린다.

‘정령왕이 되기 위한 조건에 충족했다는 거겠지.’

아마도 그건 정령신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일 터.

하기사, 강제로 왕관을 빼앗는다고 왕이 될 수 있다면, 개나 소나 차원계의 왕이 되었을지도.

“끼에엑……?”

졸지에 왕관을 강탈당한 엘라임이 멈칫한다.

당장이라도 공격해 오리라 생각한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치긴 했어도 아직 그 정도 정신은 있는 모양이었다.

“크륵…….”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듯 살기가 넘실거린다.

“죽을 뻔한걸 살려 줬더니…….”

나는 입꼬리를 들어올린 채 <변화하는 공간>을 열었다.

바로 근처에 알 수 없는 문이 생기자, 그녀는 바로 물의 창을 만들어 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피슝!

지척에서 창이 매섭게 날아온다.

이정도 기습쯤이야 우습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

쾅!!!

스쳐간 공격이 바닥에 내리꽂는다.

나와 엘라임을 주시하고 있던 헌터들이 허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이런 힘이!? 분명 힘이 거의 빠졌을 텐데…….”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저래 뵈도 정령왕입니다.”

웅성거림을 뒤로한 채, 내가 가진 마나의 대부분을 끌어올렸다.

마력은 온몸을 타고 휘몰아친다.

그에 엘라임이 주춤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륵…….”

[부디 살살 해 주게! 살살!!]

어느새 날아온 정령왕이 훈수를 둔다.

혹시나 이제 와서 내 마음이 바뀔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잘 알고 있다고.”

[무슨 인간의 마력이 이정도…… 허. <예언>의 인간 중 가장 으뜸이군.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성공하는가……]

비둘기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제는 잔뜩 질려 버린 듯 고개마저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이만하면 되었나.’

오직 주먹 한곳에 집중된 힘.

응축된 마나가 흘러넘칠 듯 넘실댄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기운을 애써 억누른 채, 엘라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도망조차 가지 못하고 나를 쳐다본다.

얼굴은 공포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친구들에게 안부 전해 주라고.”

퍼어어어어어억-!!!!!!!

단 한 방.

주먹은 엘라임을 꿰뚫을 듯 꽂힌다.

“끅…….”

정면으로 힘을 받아 낸 그녀가 결국 쓰러진다.

몸이 축 늘어진걸 보니, 단숨에 기절해 버린 듯했다.

[아이고……]

비둘기는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연신 살폈다.

두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적당히 조절했으니 걱정 마라.”

[이게 조절을…… 어휴. 그래. 소멸 직전이지만 소멸하진 않았으니까……]

내가 봐도 아슬아슬한 상태이긴 했다.

그녀의 몸 안에는 희미한 마나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

하지만 어찌되었든 목숨줄만 붙여 놓으면 된 일.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비둘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푹 한숨을 쉬더니 조심스럽게 내 어깨에 걸터앉는다.

빨리 마무리를 하라는 듯이, 시선은 계속 열려 있는 문을 향해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

휙!

엘라임이 변화하는 공간으로 사라진다.

문을 닫자,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정령왕 봉인>: 정령신이 당신에게 간절히 부탁해왔습니다. <타락>으로 미쳐버린 다른 정령왕들을 봉인하세요.

물의 정령왕 봉인:1/1

대지의 정령왕 봉인:1/1

바람의 정령왕 봉인:1/1

*보상:4대 정령왕의 왕관, 대한민국 채널 <검은 탑> 41~50층 클리어, <변화하는 공간> 스킬 각성]

이미 3개의 왕관은 얻었고, 남은 건 불의 왕관인가.

다시 화산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될 때쯤.

바로 옆에서 화염이 솟구친다.

나에게 얻어맞아 온 몸이 멍투성이인 이프리트였다.

“……정말로 우리를 구원했군.”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입가에는 쓰디 쓴 미소가 걸려있었다.

[내가 뭐라 하였느냐? 이자라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힘을 가졌어.]

“하지만 고작 인간이…….”

[어허, 이프리트.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느냐. 내 누누이 말해 왔지. 이 드넓은 차원계에서 정령도, 마족도 아닌 오직 인간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오직 인간만이라.

정령신은 묘한 소리를 지껄인다.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진리라도 되는 양.

‘허튼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흘깃 쳐다보았다.

여전히 열변을 토하던 비둘기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퍼뜩 놀라 황급히 날아오른다.

[큼큼, 여튼 그건 그렇고. 남아 있는 것이 있었지?]

그는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내 앞에 선다.

애써 무언가를 숨기려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데구르르 굴러가는 눈알까지 막지는 못했다.

‘딱히 궁금한 건 아니니.’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그는 만족한듯 한차례 날갯짓을 한다.

곧 이프리트의 머리 위에 뿔이 빛에 감싸이고, 눈앞에는 불꽃으로 둘러싸인 왕관이 떠올랐다.

[자, 약속했던 보상일세.]

그의 말이 끝나자 세개의 왕관이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온다.

‘드디어 4대 정령의 왕관이 모두 모인 건가.’

잠자코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비둘기는 둥둥 떠 있는 왕관들을 한군데 그러모으더니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잠시 후.

네 개의 왕관은 각기 다른 4개의 색의 보석이 달린 하나의 왕관으로 합쳐졌다.

[정령왕의 왕관[???]: 정령의 왕이 된 자가 가질 수 있는 왕관. 4개의 왕관으로 쪼개져 있었으나, 정령신의 힘으로 하나로 합쳐져 태초의 모습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6개의 종족이 가진 모든 왕관을 모은다면 신에 필적할 만한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보유한 왕관:3/6 요정계의 왕관, 마왕의 왕관, 정령왕의 왕관> ]

[위대한 업적! 인간의 몸으로 정령왕이 되는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칭호 <정령왕>을 얻습니다.]

[<정령왕>: 모든 정령의 왕이자 정령계의 수호자.

정령 친화력+100% 마나+200% 마나 회복력+200% ]

[<퀘스트:왕의 길>이 갱신됩니다.]

[<왕의 길>-(3)

-요정계의 왕:달성

-마계의 왕:달성

-천족의 왕:미달성

-수인계의 왕:미달성

-거인계의 왕:미달성

-정령계의 왕:달성]

[스킬 <정령신의 가호[L]>를 얻습니다.]

[정령왕의 권한으로 정령계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스킬 <정령계의 문>[L]을 얻습니다.]

<정령신의 가호[L]:일주일에 한 번, 자연의 분노를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 불어넣은 마나의 양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집니다. (지진/홍수/폭풍/용암 중 효과를 고를 수 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미 두차례 보았던 정보기에, 파악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스킬뿐이니.

‘이번에도 꽤 괜찮군.’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떠나질 않는다.

특히나 왕의 길 퀘스트 부분.

처음에는 언제 저걸 다 클리어하나 싶었는데.

벌써 절반에 달하는 진행도를 보이고 있었다.

“응? 갑자기 정령들이…….”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들은 물의 정령들 앞에서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갑자기 왜 멈춰선 거지?”

“잠든 거 아니에요?”

고장이라도 난 건가.

매섭게 공격해오던 물의 정령들은 확실히 기세가 누그러졌다.

그뿐만 아니라, 자리에 서서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정령계가 <타락>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순간, 내 몸에서 오색의 빛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빛들은 정령계 전체에 뒤덮이기 시작한다.

모든걸 정화할 듯 푸근한 힘이었다.

[요정수의 말대로군. 그대 덕분에 정령계가 <타락>에서 회복하고 있어.]

“거기까지 알고 있었나?”

[당연히. 아무렴 내가 무턱대고 그대에게 부탁을 했겠나. 이정도라면 메말라버린 니시크라메 대륙도 곧 원상복귀되겠지. 물론 힘을 되찾은 정령왕들도 노력해야겠지만.]

구구구-

정령신은 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리를 벌리며 익숙한 소리를 낸다.

완벽한 비둘기의 울음이었다.

“……정령계가…….”

이프리트가 눈시울을 붉힌다.

나야 한 번 겪었던 일이라지만, 그로서는 처음인가.

‘확실히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신비로운 광경이지.’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이프리트는 한껏 공손해진 말투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아름답게 변해 가는 정령계에 고정되어 있다.

나는 우선 멍하게 있는 그를 두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강준하가 제일 먼저 다가온다.

“진 님, 혹시 정령왕이 되신 겁니까.”

역시 강준하는 눈치가 빠르다.

다른 헌터들은 계속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도 못하는 것 같은데.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말투에는 감탄이 서린다.

“역시. 6차원계의 모든 왕이 되실 생각이시니, 이로써 절반 남았군요.”

강준하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눈빛에는 굳은 의지가 실려 있었다.

“부디 왕이 되기 위해 제가 할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든지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뭘 그런데에 목숨까지야.”

쓸데없이 진지하기는.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물론 진 님께서는 제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강하시긴 하지만요.”

강준하가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때, 주변에서 헌터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슬슬 궁금증이 생기는지 발걸음은 다급했다.

“저, 진 헌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 중, 주혜라가 대표로 슬그머니 묻는다.

애써 한마디로 축약했지만,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른 자를 불렀다.

“이프리트.”

공중에 소리치자, 곧바로 이프리트가 내려온다.

나를 향한 태도는 여전히 고분고분하다.

“예. 정령왕님.”

“정…… 정령왕?????”

“지금, 진 헌터님께 정령왕이라 부른 건가요??”

수많은 헌터가 나를 쳐다본다.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들이었다.

“그래. 내가 정령왕이다.”

나는 손에 들려 있던 왕관을 장난치듯 한바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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