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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28화 (128/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28화

박민호의 차를 타고 삼십 분 정도.

도착한 곳은 이미 자리잡은 기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국내뿐 아니라, 외신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찰칵찰칵-!

차에서 내려, 셔터음이 가득한 곳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들에게 잡혀버린 마음 약한 헌터 몇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를 지나려던 차.

당연히 우리를 알아본 겁 없는 기자들이 앞길을 막아선다.

“헉!!용병왕이다!!”

“안녕하세요! SAS의 기자입니다! 혹시 오늘 행사에 대해 생각하시는-”

달려드는 날파리들이 귀찮다.

강준하처럼 카메라를 터뜨려 버릴까.

잠시 고민하는데, 협회 직원 몇이 뛰어온다.

“거기! 당장 비키세요!!”

“진 헌터님, 박민호 헌터님. 어서 오십시오. 이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제서야 기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비켜선다.

직원들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으며, 우리는 호텔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강준하가 긴 다리를 뻗은 채 벽에 기대어 있다,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온다.

모임이 파티 형식인지라 몸에 꼭 맞는 명품 정장을 걸친 채였다.

비슷하게 정장을 걸치긴 했지만, 답답한 것이 싫어 단추 몇개를 푼 나와는 다른 모습이다.

“세 명이서 같이 움직이는 건 오랜만이네요. 왠지 하나비 때가 생각나네요. 오늘도 하필 비슷한 일이 터질 테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경거망동하지 마라. 중국의 헌터들을 도발하는 건 안된다.”

“설마, 내가 그러려고?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박민호는 싱글거리며 걸음을 재차 옮겼다.

얼굴은 앞으로의 일을 잔뜩 설레여 하는 표정이었다.

나 역시 비슷했다.

그들의 계획은 퍽 재밌었으니.

지금쯤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그리고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할 때쯤, 그 자신만만한 얼굴들이 어떻게 무너질까.

지루하게 이어질 행사의 꽃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부디 빠르게 일을 치러 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연회장에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그 와중에도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한걸음마다 인사해 오는 통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딱 맞춰 오셨군요? 곧 행사가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같은 길드끼리 좌석을 배치했는지, 터질 듯한 근육의 김상수가 나를 맞이한다.

옆에는 신연주와 이도윤가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너무 긴장한 거 아니야?”

박민호는 싱글거리며 이도윤 옆에 앉는다.

잔뜩 날이 서 있는 그의 태도가 재밌는 모양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아.”

그는 작게 한숨 쉬며 약한 도수의 샴페인을 들이켠다.

목이 타는지, 잔은 단숨에 비워졌다.

“아이고, 우리 길드장님.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너무 겁먹으신 거 아닙니까?”

“크흡. 그런 건 아닙니다만…….”

“또 못된 버릇 나왔네. 놀리는 건 그만두세요.”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래?”

투닥거리는 헌터들을 보며 나 역시 샴페인잔을 잡아들었을 그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니, 오랜만에 보는 서채아가 나비 길드원들과 함께 연회장을 들어오고 있었다.

“여태껏 누워 있었다더니. 괜찮아졌나보군.”

“이틀 전인가? 정신차렸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중요한 자리라지만 일어나자마자 바로 행사 참여라니.”

신연주가 걱정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녀의 얼굴빛은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흰 얼굴이 백지장마냥 창백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였으니.

‘음? 나를 보는 건가.’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세차게 흔들리는 눈동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심지어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작게 벙긋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누군가 말을 걸어오자, 그녀는 곧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대체 뭐지.’

몇 번 마주친 적도 없는데, 전부터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로 느꼈던지 그녀와 나 사이에서는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평소 감정 하나 비치지 않는 그녀가, 내 앞에서는 아주 다르다면서.

“서채아 길드장, 전에 협회에서 진 헌터님 뵙게 해 달라며 난동 부렸다면서요?”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거 아닙니까? 왜, 그런 이야기는 흔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구해 준 사람에게 빠지는 일 같은 건.”

역시나 두 마법사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과거의 사건을 꺼낸다.

이미 나도 몇 번씩이나 들었던 소문이다.

물론 상대할 가치도 없어서 계속 무시해 왔지만.

“그럴 리가.”

“에이, 혹시 모르죠. 눈빛이 다른걸요?”

하여간 헌터들은 매일같이 전투만 해 와서 그런지, 이런 쓸데없는 말들에는 엄청난 흥미를 느낀다.

이번에도 나는 철저히 무시한 채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더니 이제는 다른 주제로 떠들어 대었다.

‘눈빛이라…….’

나는 그들의 말을 곱씹었다.

확실히 나에게는 감정을 내비치긴 한다.

하지만 그건, 할 일 없는 헌터들이 떠들어대는 짝사랑과는 달랐다.

‘무슨 어미닭을 쫓는 병아리같던데.’

새들은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보는 상대를 어미로 알고 따른다던가.

엄밀히 말하자면, 서채아는 딱 그 꼴이었다.

아마 블랙 마켓에서 진행하던 실험의 부작용 중 하나겠지.

종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처럼.

“이제 모든 분이 도착하셨으니, 대한 각성자 협회 주관의 기념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국의 헌터 분들은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곧 박신우가 행사의 시작을 알려온다.

소란은 잦아지고, 어느새 헌터들은 조용히 정면을 응시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으레 하는 인사치레부터, 26층 공략의 내용까지.

특히나 아스티란의 과거 퀘스트를 설명하자 행사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각 국의 헌터들은 경악에 찬 얼굴이었다.

“아스티란에 마족이 침략해 온 게, <예언>때문이었다고요?”

“아스티란 뿐만 아니지. 요정계며 천계, 다른 차원들까지. 이게 사실이라면, 지금의 지구도 위험하다는 건가…….”

“맞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박신우의 말을 한귀로 흘리며 잠자코 있기를 한시간정도.

중국 쪽의 테이블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미 한두 명은 계획하던 일을 준비하려는지, 자리에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드디어 재밌어지는군.’

“한 말씀드려도 됩니까?”

화영이 갑자기 우아하게 손을 들어올린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신우가 있는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입니까?”

하던 일을 방해받은 박신우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마이크마저 빼앗아 좌중을 내려다봤다.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태도였다.

“힘을 합치는 것 말입니다.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의 폭탄 발언에 연회장은 금세 시끄러워진다.

삿대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헌터들도 몇 있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오!?”

“그 발언, 책임져야 할 겁니다! 화영 헌터!!”

“다들 생각이 다른가 보군요? 하지만 헌터는 각자의 이득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 세계 평화니 뭐니,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지금은 <검은 탑> 퀘스트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사실상 그 보상때문에 공략하던 것 아닙니까? 지금 와서 단합이라? 하하하!”

시원스러운 웃음이 마이크를 타고 크게 울려 퍼진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험악해진다.

당장이라도 칼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때였다.

“어차피 그런 생각은 오늘 이후로는 못하실 겁니다.”

“뭐????”

우우웅-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출입문에 마법진이 새겨진다.

연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벽들도 마찬가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마법사들을 주축으로, 갑자기 나타난 수십의 흑마법사가 이곳을 에워싸고 있었다.

“당신들은 모두 여기서 죽을 테니까요.”

화영의 기세가 순식간에 매서워진다.

강력한 마나가 소용돌이치듯 뿜어져 나왔다.

“……그 잘난 용병왕을 포함해서.”

그의 시선이 나를 또렷하게 응시한다.

눈동자는 명백히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어쩐지, 잠잠하다 했었지.’

그 역시 아스티란에서 나에게 죽임을 당한 자다.

보복하겠다 날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만히 있기에, 일본 하나비의 일로 겁을 먹은 거라 생각했지만.

‘그저 더 신중을 기울이고 있었을 뿐이었나.’

“미친, 당장 공격해!!!”

순식간에 수백의 헌터가 한명에게 달려들었다.

연회장은 온갖 마나가 뒤섞여 휘몰아친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미 방어에 특화된 스킬과 아티팩트를 휘감았는지, 겹쳐 있는 보호 마법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굳이 힘 빼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가만히 때를 기다리시는 게 좋을 텐데요.”

그는 빙긋 웃으며 주변의 흑마법사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그들은 각자 검붉은 구슬을 꺼내든다.

파삭-!

동시에 파괴되는 영혼의 구슬들과 함께, 곧 익숙한 배리어가 펼쳐진다.

마족의 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헉!! 마족 소환이다!!”

그걸 알아본 헌터 몇이 황급히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콰앙!!쾅!!!

“진 님!! 당장 공격해야 합니다!”

내내 긴장하고 있던 이도윤이 우리를 쳐다보고 말했다.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가득해, 박민호는 결국 폭소하고 말았다.

“푸훕, 푸…… 푸핫!!!!으학!!!!”

“……민호야?”

“아니…… 그게…… 마족이면…….”

김상수가 허탈한 얼굴로 나를 연신 흘긋 쳐다본다.

마치 이걸 이미 알았냐는 듯한 표정이다.

나는 화영이 마이크를 빼앗을 때부터, 샴페인을 기울이며 그들을 구경만 하고 있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젠장, 미치기라도 한 겁니까??? 왜 함께 공격하지 않습니까!?”

“다들 뭐 하고 있나요!!! 저 정도면 최소 군단장 이상의 마족 소환이라고요!!”

다른 나라의 헌터 몇 명이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지른다.

다수의 한국 랭커들이 손 놓고 구경만 하는 작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보였다.

‘어차피 소용없을 텐데.’

마족의 소환을 진행할 때 생겨나는 방어막은 일반적인 공격으로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나도 얼마전에 알게 되었지만, 저건 마신의 힘이 담긴 것이다.

신성한 마족의 계약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던가.

물론 마왕의 힘을 완벽히 이어받은 나라면 파괴할 수 있겠지만.

‘이 재밌는 일을 방해할 수는 없지.’

나는 다시금 표정을 굳히고 심각한척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하하하! 군단장급이라니! 용병왕을 처치해야 되는데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저번에 공작이 소환되었을 때 크게 다치긴 했어도, 살아남았다죠? 그렇다면…… 마왕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자코 있는 내가 포기라도 한 것으로 보였던걸까.

그는 다시금 나와 눈을 맞추며 입매를 비틀어 웃는다.

“마계에서 이미 처치해 봤다지만, 지금은 스킬도 봉인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스킬이 봉인된 것도 이미 알고 있었군.

누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기라도 하는 건가.

‘지금은 그깟 스킬, 없어도 될 정도지만.’

왕이 되면서 얻은 두개의 레전드급 스킬.

그것만 해도 기존에 얻었던 스킬들 모두를 상회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헌터들의 얼굴은 삽시간에 굳어진다.

“용병왕님만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좌절하는 헌터들 가운데.

한국의 랭커들은 점점 오묘한 표정이 되어간다.

“마왕…… 그렇죠. 마왕은 되야 진 헌터님에게 격이 맞죠. 맞는데…….”

주혜라는 안타까운 얼굴로 그를 쳐다본다.

그녀뿐만 아니라, 나와 탑 공략을 함께했던 자들도 모두 비슷한 표정들이었다.

“……저걸 어떻게 하냐. 진짜 말리고 싶다.”

홍현민조차 혀를 내두른다.

슬슬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한 화영이 의아한 기색이 보인다.

하지만 계약은 이미 마무리가 되어가는 상태.

진득한 마기는 눈에 보일만큼 강하게 뭉쳐지고 있었다.

“……그 여유도 이제 끝입니다. 마왕이여!! 이 자리에 나타나소서!”

[마왕과의 계약을 원하는 자가 있습니다. 소환에 응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이 어딘가로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날 불렀나?”

눈 앞에는 경악한 화영의 얼굴이 가까이 있다.

나는 그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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