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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24화 (12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24화

“안 되면 되게끔 해야지. 생각보다 부정적이군.”

그는 내 조언에 차마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얼굴만 점점 붉힐 뿐.

“크으으으…… 그 건방도 잠시뿐이다!!”

아르모데스가 순식간에 팔을 앞으로 뻗었다.

기운만으로도 몸을 쪼갤 듯한 검붉은 마력이 폭발한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콰쾅!!!

파괴적인 마력이 주변을 스쳤다.

그 힘을 버티지 못한 단단한 지면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나는 디딜 곳을 향해 가볍게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공격이 닿은 공간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운 무저갱으로 변해 있었다.

“무덤은 이미 충분하지 않았나. 더 깊게 파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아르모데스는 공중에 몸을 띄운 채, 나를 노려본다.

검붉은 기운은 이미 온 사방을 잠식한 상태.

보이는 곳, 움직이는 곳마다 죽음이 넘실거린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힘.

하지만.

'이정도는 되야 재미 볼 만하지.'

“건방진 소리!!!!”

쾅!!

재차 마력이 날아온다.

마치 거미줄과 같은 모양이다.

사방을 포위할 듯, 빈틈없는 공격이었다.

촤악!!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성검이 닿은 검붉은 기운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때였다.

반으로 갈라진 마력의 사이.

그곳으로 공기마저 태울 듯한 거대한 화염이 꿰뚫어 온다.

막을까.

아니, 저 정도면 피하기 충분하다.

종잇장 같은 작은 틈이 보인다.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지옥의 화염은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몇 가닥만 태운 채 날아간다.

콰앙!!!

얼굴에서 화끈거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살갗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저 조금 스친 것뿐일 텐데도.

‘확실히 강하긴 하군.’

여유를 가지긴 힘든 상대라는건가.

나 역시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할 때가 온 듯했다.

“......이제는 끝이다!!”

아르모데스 역시 최선을 다하려는지, 재차 공격을 준비한다.

어느새 끌어올린 그의 마력이 묵직하게 대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사아악-

다시금 진득한 기운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중심에는 집채만 한 큰 마력 덩어리가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걸 붕괴시킬 수 있는 힘.

응축된 그의 분노만큼이나 강력하다.

쉽게 막아 내는 건 불가능하리라.

쿠우우-!!!!!!!!

강렬한 빛이 쏘아진다.

하지만 나는 망부석처럼 자리에 서있었다.

내가 피하지 못 할 거라 장담하는걸까.

아르모데스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나 역시 그를 향해 입매를 비틀어 보였다.

“<요정수의 가호>!”

<요정수의 가호[L]: 일주일에 한번, 요정수의 위대한 가호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1시간동안 공격력 +100% 방어력 +100% 상승,

발동 즉시 1회에 한해 최초로 받는 공격을 상대방에게 돌려줍니다.>

콰아아아앙!!!!

“크아악!!!!!!”

거친 진동과 함께 세상이 흔들린다.

뿌연 먼지가 태양을 가릴 듯 넓게 퍼진다.

그 속에서는 절규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지면을 박차고 먼지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하찮은 구더기처럼 바닥을 기고 있었다.

푸욱-!

“아악!!!!”

그의 몸에 검을 박아넣었다.

성검의 신성력이 벌어진 상처에 흘러 들어간다.

순식간에 아르모데스의 하반신이 꺼멓게 물들었다.

“네 말대로 끝낼 때가 온 것 같군. <마신의 가호>.”

<마신의 가호[L]:일주일에 한번, 마신의 가호를 부여받습니다.스킬 발동시 버서커 상태가 되며,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2배로 향상됩니다.>

폭발할 듯한 힘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나는 성검을 부여잡고 크게 휘둘렀다.

단숨에 목을 끊어 낼 작정이었다.

카앙-!!!!

“크윽!?”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검은 크게 튕겨 나간다.

단단히 쥐고 있던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뭐지? 분명 방어하는 기색은 없었는데.’

설사 막아 냈더라도, 이 힘을 간단히 무시하진 못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르모데스는 조그마한 생채기조차 없다.

[윽…… 이게 무슨 짓인가!!]

계속 잠자코 있던 성검마저 타격을 받았는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신경 쓸 겨를은 없다.

나는 계속 아르모데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으…… 으하하하!!그래, 그랬었지!!”

방금까지 모든 걸 포기한 표정이었던 그가 크게 웃어 댄다.

미친 거라 생각하기엔, 무언가 있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아지랑이처럼 사악한 기운이 점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려는 찰나.

시스템 메시지가 눈 앞에 떠올랐다.

[아르모데스가 현재 악신 각성(불안정)의 상태입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아르모데스를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상태 효과: 사망 면역>]

[악신(반신)이 되기까지 34분 남음.]

“그래, 인정하마!! 너는 강해! 분명 내가 처치할 수 없겠지!!!”

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세를 바로잡기 어려운지 몸은 연신 떨린다.

보기만해도 죽을 만큼 괴로운 고통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보랏빛 눈동자는 다르다.

그곳에서는 선연한 광기만 비춰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반신이 된다면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넌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을 테고.”

“씨발…… 사망 면역?”

저 자신만만한 눈을 당장이라도 파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따위 일이 아니다.

남은 시간은 고작 삼십 분 남짓.

그때, 아르모데스가 갑자기 몸을 이리저리 비튼다.

“크윽, 크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거대한 불꽃으로 감싸였다.

하지만 평범한 불꽃이라기엔, 온기는커녕 스산한 기운만이 감돈다.

갑자기 자연 발화라도 된 건 아닐 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악신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걸 보는 내 기분은 자연스레 착잡해져 간다.

‘면역?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세상에 저따위 상태 면역이 있을 줄이야.

하다못해 불멸자라 일컬어지는 드래곤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그런데 신이 되다만 마족 따위를 죽이지도 못한다고?

‘아냐.’

계속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르모데스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는 간단한 공격조차 막아 내지 못할 만큼 이미 만신창이다.

‘저놈도 약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 그게 있었지.

시스템 메시지는 ‘현재 상태’의 아르모데스를 처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상태를 바꿀 방법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는 재빨리 스킬 하나를 발동했다.

[스킬:강렬한 직감-약점을 사용합니다]

[사용자보다 약한 상대지만 현재 악신 각성(불안정) 중입니다.]

[스킬 사용 실패! 해당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젠장, 이걸로도 안된다고?

어이없는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때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띠링-

[특별한 상대를 관찰했습니다!]

[강렬한 직감-각성(S)(패시브) 스킬의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강렬한 직감-각성(S)(패시브) 가 LV. 6 -> LV. 7로 레벨업 하였습니다.]

[약점: 차원계 왕의 고귀한 희생.(영혼)]

스킬 레벨이 올라 약점이 보이게 된 것은 좋았다.

다만……

“씨이발, 희생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기껏 알려 준 약점의 상태가, 뭐, 희생?

그 와중에 희생이 고귀해?

개죽음을 좋게 포장해도 정도가 있지, 그딴 게 고귀할 리가 없다.

지금 나보고 이따위 일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치라는 소린가.

심지어 왕이라니.

이건 애먼 영혼을 바치지도 말라는 소리…… 잠깐.

머리가 급격하게 차가워진다.

시선은 자연스레 성검으로 향한다.

‘여기 왕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것도 딱 좋게 영혼만 남은 상태인 왕이.

나는 들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

희게 빛나는 성검은 기분 나쁜 신성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뭐지? 왜 뚫어져라 쳐다보는가?]

분명 천왕의 영혼이라고 했지.

거짓은 아닐 것이다.

천족들은 기본적으로 자존심 하나만큼은 높았으니.

“......검 안에 갇힌 것. 불편하지 않나?”

[음? 갑자기 날 생각해준다고……?]

나름대로 친절하게 말했지만, 성검이 성질 내듯 요동친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당연한 말 아닌가!? 심지어 내가 마왕의 손에 들어갈 줄이야!! 만약 내 원래의 몸이었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거야!!]

역시나 천족은 자존심이 강했다.

특히나 그 우두머리인 천왕은 더욱.

죽는 게 나을 정도라니, 나라면 절대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만.

“뭐,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

듣던 중 제일 만족스러운 말이었다.

한번 죽어 영혼만 남은 놈이라 그런가.

무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패기 하나만은 인정할 만했다.

‘말이 영혼이지, 사실상 귀신 아닌가. 구천을 떠돌기 전에 보내 주는 것도 도리겠지.’

[뭐?? 그게 무슨……!!]

천천히 검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아르모데스는 미동도 없이 불꽃 속에서 잠자듯 눈을 감고 있었으니.

화악-!!

나는 미련없이 성검을 불꽃 속에 던져 넣었다.

[이…… 이자식이!!!]

그제서야 천왕은 내 목적을 눈치 챈 듯, 당황에 찬 소리를 지른다.

“성불해라. 다음 생에는 마족으로 태어나길 비마.”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는 천족말고.

나는 뒷말을 삼켰다.

[야이 미친 마왕놈아아!!!......]

울분에 찬 욕설이 점점 작게 들린다.

이후에는 오직 불꽃 타 들어가는 소리뿐.

[천왕의 고귀한 희생이 <상태 효과: 사망 면역>을 해제합니다.]

칠흑에 가까운 불꽃이 잦아든다.

서서히 그 안에 있는 형체가 드러났다.

‘성검은 멀쩡하군. 당연히 영혼은 사라졌겠지만.’

아르모데스의 옆에는 성검이 여전히 신성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과연 신이 직접 만든 무기라는 건가.

백색의 날렵한 검신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언젠간 또 쓸모가 있겠지.’

나는 검을 바로 뽑아들었다.

옆에는 아르모데스가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큭…… 잠깐, 이게 어떻게 된-!!”

그가 정신이 들자마자 소리를 지른다.

보랏빛 눈동자는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껏 본 표정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정말 끝이군.”

나는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검기가 쏘아져 나간다.

푸욱-!!

천천히 아르모데스의 몸뚱이가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보여질 메시지였다.

[아스티란을 성공적으로 위협에서 구해 냈습니다!]

[<퀘스트:뒤틀린 아스티란의 과거>가 종료됩니다.]

[아시아-대한민국 <검은 탑> 26~30층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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