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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23화 (123/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23화

“컥-”

“흐으…….”

내게 제압당한 채 숨만 붙어 있던 마족이 천천히 쓰러진다.

바로 뒤까지 기어온 것은 이미 기척으로 알고 있었다.

그저 위협이 되지 않으니 버려 둔 것뿐.

하지만 아렐리아의 생각에는 영 아니었던 것일까.

“저, 그게…… 은인을 해치면 안되니까…….”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꽂혀 있던 단검을 뽑아낸다.

그와 동시에 쓰러진 마족에게서 마기가 흘러나오더니, 아렐리아에게 흡수되었다.

“어…… 몸 안에 있던 마기가 좀 이상한데요……?”

마족이 자신보다 강한 마족을 처치하면 그 힘을 일부분이나마 이어받는다.

알고 있긴 했어도, 직접 보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려 줄 자가 없었던 아렐리아의 얼굴이 점점 굳는다.

새로운 힘에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당연한 현상이니 놀라지 마라.”

나는 그녀의 머리통을 버릇처럼 쓰다듬었다.

그제서야 아렐리아의 떨림이 천천히 잦아든다.

‘여기는 위험할 테니 마계로 빨리 보내야겠군. 강한 힘을 가진 마족이 많…… 음? 마족이라……?’

어차피 마계에 가서 힘을 키우나, 여기에서 힘을 키우나 매한가지 아닌가.

주변에는 경험치가 잔뜩 널려 있는 상태고.

‘기왕 할 거, 확실하게 해서 보낼까.’

* * *

“커억!!!!”

“아렐리아, 마무리해.”

“앗, 네!!”

푹-

살을 베어 가르는 섬짓한 소리가 들린다.

벌써 수십번이나 들려왔던 소리였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그녀도 이제 익숙해진 듯, 손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처음 가진 마기보다 벌써 몇 배나 많아진 것 같아요…….”

아렐리아를 키우는 와중에도, 나는 아르모데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가까이 갈수록 주변 풍경은 점점 지옥과 비슷하다.

심지어 마족조차도 꺼리는지, 근처에는 생명체라고는 보이질 않는다.

오직 죽음의 향기가 가득할 뿐.

‘이 이상은 못 데려가겠군.’

슬슬 아렐리아와 작별 인사를 할 타이밍이었다.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자, 바로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야하나요?”

아렐리아가 눈치 빠르게 상황을 짐작한다.

어느새 내게 정이 들었던 건가.

뽀얀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 이제 마계로 가야할 시간이야.”

“제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고서야 미래에 나와 마주할 수 없었겠지.

중급 마족의 기운까지 얻게 된 지금보다 더 나약한 시절에도,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내 확신에도 아렐리아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이다.

“반마족인 제가요? 인간은 너무나도 약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때로는 이 피를 이어받았다는 게 너무나도 힘겨워요.”

아렐리아는 말을 토해 내듯 뱉었다.

애써 참으려는 눈치였지만,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다.

마치 고통에 절규라도 하는 듯이.

“이 보답을 갚기 위해, 은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하찮은 반마족인 제가 마왕인 당신에게 그럴 수 있는 날은 절대 오지 않겠죠…….”

그녀는 기어코 눈물을 쏟고 만다.

작은 몸뚱이에 있는 수분을 모두 없애고 말겠다는 듯이.

“인간의 피가 그리도 혐오스러운가.”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나약한 인간은-”

“나도 인간이지만, 나약하진 않지.”

툭 뱉듯이 말한 말에 그녀는 잠시 벙찐다.

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울먹이는 눈망울이 커다래졌다.

“……예?”

“사정이 있긴 하지만, 나도 인간이다. 동시에 마왕이기도 하고.”

“인간인 마왕……?”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계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그러니, 반마족인 너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겠지.”

“나도 당신처럼……”

그녀는 홀린 듯 마계의 모습이 일렁이는 차원문을 바라본다.

눈물은 어느새 그친 상태였다.

“이제 그만 가야할 시간이다, 꼬맹이 아렐리아.”

나는 슬쩍 웃으며 손짓을 했다.

순식간에 우울함이 씻겨 나간 그녀는 환하게 웃음으로 답했다.

“……네. 나는 아렐리아죠. 당신이 준 이름의 주인, 아렐리아.”

그녀는 계속 자기 이름을 되새기듯 중얼거린다.

올곧은 시선은 차원문으로 향한 채였다.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을 알겠어요. 언젠가 은인께 도움될 만큼 강해져서 반드시 돌아올게요.”

지금의 그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토할 만큼 맛없는 물약을 먹기까지 하며 나를 따르게 되리라는 것은.

“그럼 부디 안녕히. 당신께 마신의 축복이 가득하길.”

작별 인사는 길지 않았다.

붉은 벨벳 구두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움직인다.

걸음에서 미련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뒤도 보지 않고 차원문으로 사라졌다.

‘마신의 축복은 그만 빌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런 건 받아 봤자 조금도 기쁘지 않다.

마신이 내게 도움될 만한 건 쓸 만한 아이템을 주는 것 정도니.

나는 그 중 하나인 성검을 꺼내들었다.

역시나 들자마자 나를 거부하는 것처럼, 작게 진동하며 미약한 고통을 준다.

“조금만 참아라. 나도 내 애검 버려 두고 널 쓰는 게 마음에 들진 않으니까.”

성검은 내 말이 불만스러운지 크게 웅웅거린다.

마치 피차일반이라는 것 마냥.

[빌어먹을, 아무렴 마족에게 사용당하는 나만 하겠나?]

심지어 욕까지 하는게 여간 불만스러워 보이는게 아니다.

잠깐, 말을 해?

고작 성검 주제에?

[그냥 마족도 아니고, 마왕의 소유라니……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

검은 급기야 신세 한탄까지 지껄인다.

마치 자아라도 가진 듯이.

“그냥 검이 아니라, 에고 소드였나…….”

[날 그저 그런 에고 소드와 비교하는건가!? 무엄하다!! 나는 천족의 왕이었거늘!!]

한번 말문이 트여 버린 성검은 계속해서 소리치며 발악한다.

마신은 대체 어쩌자고 이런 걸 훔쳐온 거지.

[다음의 천왕에게 선배로서 조언이나 해 주며 지내게 될 줄 알았는데, 내 영혼이 담긴 성검의 소유자가 마왕?? 하!!젠장!!!]

천족치고 말버릇도 여간 독한 게 아니다.

어디서 마족 하나 잡아다 넣었다 해도 믿을 정도.

나는 검을 근처에 있는 바위에 냅다 후려쳤다.

충격이 가하면 입 좀 다물까 싶어 한 행동이었다.

카앙-!!

[큭!! 뭐 하는 짓이냐!! 머리가 울린단 말이다!!]

“그래? 그런 효과까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좋은 정보였다.

이번에는 있는 힘껏 성검을 휘둘렀다.

콰앙-!!!!!!

[악!!!]

황소만 한 바위가 순식간에 박살이 난다.

검에는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지만, 내내 궁시렁거리던 목소리는 잠잠해졌다.

“한 번 더 중얼거린다면 이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다. 마계에 있는 영원의 용암에 처넣어 주지.”

[미…… 미친……]

성검이 경악해 소리쳤다.

그래도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용암까지 가는 수고는 덜었나.

고작 영혼의 상태지만 말귀가 어둡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잠잠해진 검을 재차 고쳐 들었다.

‘그럼, 가 볼까.’

나는 목적지를 향해 다시금 걸음을 떼었다.

한 발자국씩 움직일수록 발 밑의 잔디가 바스락거리며 밟혀온다.

이미 검게 변해 죽어 있는 상태였다.

주변의 생명체란 생명체도 모두 비슷하다.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거나.

‘반신이라더니, 확실히 무시할 만한 힘은 아닌데.’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정도면 골드 드래곤인 렌과 필적했다.

다른 점은 딱 하나였다.

방어에만 급급했던 그와는 다르게, 아르모데스는 온 힘을 다해 덤벼 오리라는 것.

또다시 호승심이 치밀어 오른다.

‘얼마나 강한 힘일까.’

오랜만에 만난 적수이니, 조금은 봐주면서 상대해도 되겠지.

마족의 몸이라 정신마저 마족이 되어 버린 건가.

전투에 대한 갈망을 평소보다 참기 힘들 정도다.

계속 신경질을 부리는 성검을 부여잡은 채, 검붉은 기운이 얽혀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왔는가, 마왕이여.”

도착한 곳은 수렁과도 같은 깊은 구덩이었다.

마치 호수 하나를 통째로 들어낸 듯, 구덩이라기엔 크기가 좀 컸지만.

“묘 자리를 미리 파 놓았군. 그런데 좀 과한 규모 아닌가. 왕의 무덤이라면 모를까.”

딱히 묻어 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정도라면 노력이 가상하다.

오랜만에 친절을 베풀어 줄 용의는 차고 넘쳤다.

‘뼛조각 하나 정도는 남겨 줘야 하나.’

그를 향해 한껏 비웃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르모데스는 순간 욱하다가,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참아냈다.

“……정도를 모르는 것이 인간의 영혼을 가진 자 답군. 하지만, 그 마왕의 자리도 오늘로 끝이다.”

마신의 미리 일러준 말대로였다.

확실히 아르모데스는 내 본 모습을 알고 있어 보였다.

“마왕이 탐이 났던가? 그리도 부러웠으면 한번 해 보지 그랬나. 언젠간 나에게 빼앗길 자리였겠지만.”

“타 차원에서 힘도 쓰지 못하는 왕 말인가? 그 따위 걸 탐내는 건 멍청한 짓이지. 나는 그 어리석은 자들과는 다르다. 내 목표는 오직 하찮은 인간이 마욍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뿐.”

‘일부러 공작으로만 남은 거군.’

마왕보다 강하다면서 자리에 욕심내지 않는 이유는 저것이였나.

생각보다도 더 머리가 잘 굴러가는 자였다.

확실히 마왕의 자리는 메리트가 없다.

타 차원계에서 힘을 못쓰는 것은 기본이요, 끊임없이 그 자리를 탐내는 마족들의 위협까지.

심지어 할 일이라곤 성검 훔치는 일 따위밖에 없는 백수 마신의 관심은 덤이다.

그나마 쓸 만한 건 마왕성에 쌓인 재산정도.

굳이 따지자면 허울뿐인 명예직에 가깝다.

그리고 이득 없이 명예를 따지는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거리 중 하나다.

‘나 같아도 안 한다.’

목표는 다르다지만, 갑자기 아르모데스와 묘한 동질감이 생기는 기분이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네가 여기 있다는 건 내가 실패했다는 거겠지. 어느 시점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그의 앞에 기운이 뭉친다.

“……그러니 지금이 너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터.”

마신의 경고대로 악신의 힘은 굉장했다.

아스티란과 마계정도는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악신이라면.

서겅!!!

“크아아악!!!!”

모양을 갖추고 있던 기운과 손목을 한꺼번에 베어냈다.

“마족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지. 반쪽 주제에. 너 역시 지금은 반쪽이군.”

혼탁한 기운이 아르모데스를 보호하듯 감싸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굳이 큰 힘쓰지 않아도 성검 자체가 힘을 발하고 있었으니.

심지어 베어진 손목의 단면은 신성력으로 타 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이래서 속성 무기가 좋다는 건가.”

그동안 딱히 그런 걸 신경 쓰며 전투하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편리하다.

과연 마신이 떵떵거릴 만했다.

“크윽…… 대체 무슨 무기가 이렇게……!!!”

아르모데스가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내 손에 쥐어진 검을 노려본다.

고생해서 반신씩이나 되었는데 쉽게 제압당하자 기가 죽은 듯 보였다.

나는 성검을 들어 휘휘 돌려 보였다.

“이거 말인가? 천족의 성검이지.”

“……뭐라고???마왕이 성, 성검이라니!? 이 무슨 미친 소리를……!?”

그는 아까보다 더 황당해한다.

무게 잡던 방금과는 달리, 눈동자는 오갈 곳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왜, 마왕이 성검을 들면 안되는 세계의 율법 같은 게 있나?”

“안 되는 게 아니라, 아니……잠깐!!! 그건 사실상 안 되는 게 맞지 않나!!!!”

반신이 되도 올라가는 혈압은 막을 수 없나.

아르모데스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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