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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20화 (120/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20화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 때문에 주변이 마기로 넘실거린다.

그중 제일 짙은 마기가 느껴지는 전장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음? 여긴 내가 맡겠다고 했을 텐데.”

큰 덩치의 마족이 멀리 있는 나를 발견한듯 소리친다.

아쉽게도 아르모데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외관이나 기운으로 볼 때, 상급 마족에 달하는 자다.

아마도 그의 직속 부하쯤 이겠지.

‘저건 뭐지?’

그가 조심스럽게 부여잡고 있는 물체 하나가 눈에 띈다.

보기만 해도 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물건이었다.

‘……영혼을 모으는 아티팩트인가.’

굳이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널브러진 인간들의 영혼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으므로.

말없이 쳐다보고 있자, 마족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 표정이 경악으로 물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왕???”

그는 으르렁거리며 내 앞에 섰다.

목소리에는 적개심이 실려 있다.

보통의 마족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였다.

“아르모데스에게 들은 말이 있긴 한가 보군.”

“……그렇습니다. 설마 그분의 뜻을 방해하는 겁니까? 이건 당신을 돕는 일이라는 것,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날 도우려면 내 명령을 받아들였어야지.”

그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고 눈을 날카롭게 빛낸다.

겉으로나마 차리던 예의도 엿 바꿔 먹은 상태였다.

“나는 오직 공작님의 명령만 따를 뿐. 그걸 방해하는 자는……마왕이어도 다를 바가 없소.”

쾅-!!!

말이 끝나자마자 바스타드 소드가 날라왔다.

상당한 강자인지 기운이 제법 매섭다.

하지만 허튼 짓이었다.

“이걸 막는다고……!?”

이미 공격해 올 거라는 건 예상했던 일.

계속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에, 그의 검은 내 맨손에 잡혀 버렸다.

“큭……!?? 마왕이라면 응당 다른 차원에서 힘을 못 쓸 터인데!??”

그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무기를 빼내려 애쓴다.

온 힘을 다하는지, 통나무만 한 팔뚝 전체가 근육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왼손에 마기를 둘러 그의 무기를 박살냈다.

챙강-!!

“허억!???”

“나는 좀 특별한 마왕이어서.”

피식 웃으며 손에 들린 금속 조각을 털어냈다.

완벽한 힘의 차이에 그는 고장난 기계마냥 그대로 멈춰 버린다.

처음의 기개는 어디 갔는지 눈동자는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아르모데스를 찾으러 온 거지만, 어쩔 수 없지.”

여유로운 걸음으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내내 눌러왔던 마기는 풀어놓은 채였다.

“너라면 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 알겠지. 그리고 저 물건의 용도도.”

나는 수정구를 흘끗 쳐다보았다.

저건 이놈을 위한 물건이 아니다.

보통 마족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는데 도구는 필요치 않으니까.

분명 아르모데스를 위한 물건일 터.

‘하지만 왜지. 아르모데스라면 이정도 영혼이야 간에 기별도 안 갈 텐데.’

마족들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해 강해지는 것은 알고 있다.

하나하나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수만에 달했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도 했고.

하지만 수고로움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아 마족들이 그닥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계약할 때 만만한 게 그것뿐이니 어쩔 수 없는 제물 취급정도로 받는 게 영혼이다.

“이……이건…….”

그는 벌벌 떨며 결국 주저앉아 버린다.

굳이 입밖으로 내뱉는 협박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이놈도 알고 있겠지.

말하지 않으면 죽으리라는 것을.

“전투 중에 죽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죽으면 개죽음 아니던가.”

“그걸 잘 아시는 분이…….”

잘 아니까 이러는 거지.

마족은 수치스러운 죽음을 그 무엇보다도 혐오하니까.

‘죽으면 그냥 끝이지, 하여간 마족들은…….’

나로서는 평생가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써먹기 좋은 카드라는 건 분명했다.

마족이 점점 고민하는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으니.

“아직 맹세까진 하지 않았지? 나를 따라라. 더 강한 자에게 붙는 건 마족의 본능 아니던가.”

내가 방출하고 있는 마기가 점점 그의 몸을 뒤덮는다.

당연히 마족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지금쯤이라면 숨도 못 쉴 지경일 것이다.

마신이 강 건너에서 손짓하려는 그때.

그가 천천히 몸을 넙죽 엎드린다.

“커억…… 알…… 겠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마기를 거두었다.

그제서야 마족의 얼굴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이런 힘이라니…… 전에 보았을 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그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내가 한 질문은 잊지 않았겠지.”

“……예. 우선 아르모데스 공작의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이상하게도 철저하게 숨기더군요. 그래도 대륙 동부에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뭔가 대륙을 파괴하는 것 말고도 꿍꿍이가 있긴 한 모양인데.”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이 수정구슬에 영혼을 담으라고 명령했으니까요.”

“이것 말인가. 이유는?”

나는 여전히 몸을 낮추고 있는 그의 눈 앞에 수정 구슬을 들이밀었다.

[고대 주술의 매개체[???급]: 인간의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구슬입니다. 알 수 없는 고대 주술이 걸려 있습니다. 현재 상태 42,455/99,999]

“힘을 얻기 위한 건 아닌 게 확실합니다. 고대의 주술을 준비하는 것 같더군요. 인간의 영혼으로 할 수 있는 주술은 여러 개지만…… 요구하는 영혼의 양도 그렇고……분명한 건,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주술이겠죠.”

이 마족도 그저 그런 수준의 마족은 아닐 텐데.

이정도면 군단장급은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런 마족이 상상조차 못할 정도라.

그렇다면 어떤 마족에게서도 관련된 정보를 얻기는 힘들듯 보인다.

마계를 통틀어서도 제일 오래 살아왔다는 아르모데스 말고는.

‘잠깐, 아르모데스만큼이나 오래 살아왔고, 고대 주술을 알 정도의 마족이라면…….’

마족은 아니지만 비슷한 자가 떠오른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었다.

빠르게 물건들을 훑자, 존재감이 어지간히도 강한 아이템이 바로 눈에 띄인다.

[마신과의 신성한 특별 면담[L급]: 1회에 한하여 마신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별하게 취급하는 마왕을 위해서라면, 그는 언제든 면담에 응할 것입니다. *간절히 말한다면, 소원 하나쯤은 선심 써서 들어줄 수도……?]

설마하니 내가 이걸 스스로 사용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처음 얻었을 때만 해도 영원히 봉인할 줄만 알았다.

“너는 마계에 돌아가진 말고, 몸을 숨기고 있어. 내가 이걸 얻었다는 걸 아르모데스가 알 수 없도록.”

“예.알겠습니다.”

나는 빠르게 수정 구슬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한적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바로 마신의 모습을 닮은 물건을 손에 움켜쥐었다.

[마신과의 신성한 특별 면담[L급]을 사용하겠습니까?]

“사용하겠다.”

대답을 하자마자 숲이 펼쳐져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든다.

묵직한 마기와 묘한 분위기에 익숙해질 때쯤.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 감겨왔다.

[이런, 이게 누군가. 우리 인간 마왕아니신가? 뭐, 지금은 마족인 마왕이라고 해야 하나. 그 모습도 잘 어울리는군.]

그는 지금의 내 상태를 확실히 파악하고 웃어 보인다.

여태껏 영 신뢰 없는 모습이었지만, 나름대로 신이 맞긴 한가.

농담하는 꼴을 보아하니 여전히 못미덥지만.

“시간 없으니 본론부터 말하지. 인간의 영혼을 사용하는 고대의 주술을 알고 있나? 긴 세월동안 잊혀졌을 만한 주술말이야.”

[고대의 주술이라…… 오랜만에 듣는군. 분명 아르모데스의 일을 알아차린거겠지? 나 역시 그는 주시하고 있었어.]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빠르겠군.”

[아주 위험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자야. 그를 처치하는 건 아스티란만이 아니라, 나를 돕는 일일세. 그대의 임무가 아주 막중하다 할 수 있지.]

“잠깐, 그 정도라고?”

[그렇다네. 나중에 따로 부탁하려 했는데, 그대가 그자를 처치하려 하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네.]

마신은 씁쓸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이미 간단한 퀘스트의 수준을 넘어 버린건가.

급상승해 버린 난이도에 기가 찬다.

“이거 맨입으로는 못하겠는데.”

[……내 귀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설마 보상을 요구하는 건가, 마왕이여.]

“언젠가 퀘스트 진행시키려 했다며. 잘됐군. 그때 주려고 했던 물건, 지금 받아 주지.”

나는 마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미래에 받을 아이템, 이왕이면 지금 말 나온 김에 챙기는 게 좋겠지.

하지만 마신은 멀뚱히 내 손만 바라보고 있다.

그 느릿한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물론 준비한 게 있긴 하다만…… 허, 참…… 이렇게 당당하게 보상을 요구하는 필멸자도 처음이군.]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지.”

[건방진 태도지만, 이상하게 이번 마왕에게는 너그러워진단 말이지.]

그는 가볍게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동시에 내 앞에는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 <마계를 흔드는 자>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뜬금없이 퀘스트?”

[대가에는 그에 따른 고난도 있어야 하는 법. 그게 세계의 율법 아니겠는가. 그래도 크게 걱정하진 말게. 그냥 절차상의 관례 같은 것이니.]

믿어도 되는 걸까.

설마 이걸로 또다른 개고생을 하진 않겠지.

수틀리면 뒤집어 엎어 버리리라 생각하며 퀘스트 수락을 눌었다.

[서브 퀘스트 <마계를 흔드는 자>: 공작 아르모데스가 감히 신의 법칙에 정면으로 대항하려 합니다.

크게 분노한 마신은 당신에게 그를 저지하라 명합니다.

*해당 퀘스트는 <뒤틀린 아스티란의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시간축에 크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

‘미친. 신의 법칙이라고?’

퀘스트의 내용이 심상치가 않다.

아르모데스가 하려는 일이 그 정도였단 말인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마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가 다시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내 앞에는 인벤토리에 넣어 놨던 수정 구슬이 빠져나와 허공에 떠올랐다.

[다행히 하나는 회수했군. 남은 건 5개인가……]

그는 씁쓸한 목소리로 구슬을 쓰다듬었다.

동시에 수정 구슬은 작게 진동하고,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이건 고대의 어떤 자가 만들었던 물건이야. 계속 찾고 있었는데, 아르모데스의 손에 들어갔을지는 나도 몰랐군. 감히 이걸 사용하려고 들 줄이야.]

“대체 이게 뭐기에. 그저 인간의 영혼을 모으는 도구 아닌가?”

[겉으로는. 하지만 완성된 상태로 모인다면, 신이 될 수도 있는 물건이지.]

“……신?”

생각보다 더 엄청난 게 튀어나왔다.

퀘스트 내용에 마신이 분노했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자존심 강하기로 겨룰 자가 없다는 신들의 영역에 침범한다면, 분노정도야 애교 수준이니.

[물론 정상적인 신은 아닐세. 혼돈과 사악함을 상징하는 악신이니. 하지만 그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 아스티란 뿐만아니라 모든 차원을 파괴할 수도 있는 위협이 될지도 모르지.]

차라리 골드 드래곤이 나을 지경이다.

이유는 몰라도, 그자는 그저 헌터를 방해할 뿐이니.

[하지만 이미 하나가 사라졌으니, 각성해 봤자 반신정도겠지. 그래도 위험한 건 사실이야. 특히 그대에게는.]

“나를 따르지 않는 건 알고 있지만, 적으로 여기는 것 같지도 않던데.”

[그는 속내를 숨기는데 능하지.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마왕이 인간의 영혼을 지녔음을 알아차렸어도, 모른 체 하는 거 아닌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오래 산 자의 연륜을 무시하지 말게나. 그대도 인간 치고는 장수한편 아니던가. 이런저런 일도 많이 겪었고. 음, 이 경우에는 시간이 멈춘 거니 상관없나. <그녀>의 배려로 세월에 비례해 정신이 늙어가지는 않았으니.]

계속해서 마신은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대화의 내용이 혼란스러워 입을 다물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혼잣말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흠,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군. 마지막으로, 소원 있나?]

뜬금없이 웬 소원?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았지만, 마신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다.

내가 당연히 알 거라는 듯이.

잠시 생각하다 [마신과의 신성한 특별 면담] 아티팩트에 붙어 있던 문구가 기억이 났다.

‘간절히 말한다면, 소원 하나쯤은 선심 써서 들어줄 수도…… 그런 내용이었던가.’

딱히 선심 쓰는 것 같진 않은데.

오히려 마신은 흥미진진하다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제발 좀 소원을 말해 달라는 느낌이었다.

“당장 퀘스트를 끝내고 여기서 내보내 주던가.”

[저런, 내 마왕은 여전히 양심이 없군. 당연히 안된다는 것 알고 있지 않나. 무리한 요구일세.]

“무능하군.”

[……그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이건 어떤가?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지금 받는 것은. 편법이긴 하지만, 이정도는 가능하겠지. 그렇다면 준비했던 물건 말고…… 이게 좋겠군. 분명 요긴하게 쓸 수 있을걸세.]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동작을 한다.

그리고 나타난 건 웬 화려한 검.

마기로 가득찬 이 공간에 절대 어울리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되는 물건이다.

‘……마신이 직업을 갑자기 바꾼 건 아닐 테고.’

[천신의 성검[???급]: 천신이 직접 만들고 힘을 불어넣었다는 검. 천족들의 보물로, 악을 멸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족 공격력+999%]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디서 구했냐고 묻고 싶지도 않은 기분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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