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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14화 (11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14화

“미끼란 말이죠…….”

그는 턱에 손을 올리고 생각에 잠긴다.

호기로운 청년의 모습은 어디 가고, 어느새 눈빛은 노련한 사업가와 닮아 있었다.

침묵이 내려앉은 것도 잠시.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재차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길드장님, 마법사님들 모시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골똘히 고민하는 그에게 눈짓을 했다.

“그럼, 고민은 끝났나?”

“네.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띈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수 문을 열자, 신연주와 김상수가 들어왔다.

그들은 이도윤이 맞이할지는 몰랐는지 잠시 당황했다.

“어…… 이도윤 길드장님? 저희는 진 헌터님을 뵈러 왔는데…….”

“저쪽에 미리 와 계십니다.”

나는 소파에서 앉은 채로 그들을 맞이했다.

가볍게 손을 흔드니 김상수가 얼떨떨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우선 앉으시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앗, 네…….”

“이도윤도 알건 알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마.”

“그렇습니까? 이도윤 길드장님과 친하다고는 들었는데, 이정도일 줄은…….”

마법사들은 의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본인들도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도윤이 직접 내린 커피와 다과가 놓이자 점점 얼굴이 풀려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이것도 좀 드시죠. 부디 편안히 계셔 주세요.”

“와, 이거 유명 호텔 베이커리 과자네요? 하루에 몇 개 판매하지도 않는 건데!”

신연주는 기뻐하며 쿠키 하나를 덥썩 집어든다.

불편한 기색은 이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도윤은 그저 싱긋 웃으며 가벼운 이야기부터 늘어놓았다.

덕분에 분위기는 점점 누그러진다.

“맞다, 진 헌터님. 정식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온 건데. 우선 이것들 좀…….”

한참을 수다 떨던 그녀가 인벤토리를 열더니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악세서리부터 무기, 스크롤까지.

마탑 창고를 털어온 듯 종류는 다양했다.

테이블에는 수십 개의 아티팩트가 쌓여 간다.

굳이 살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A급 이상.

성의 표시 치고도 과할 정도였다.

“필요 없어하시는 건 알지만, 받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것도 제 목숨 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맞아요! 사실 에밀리도 그렇고, 모두 진 헌터님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예요.”

“지하에 있던 게이트도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제일 걱정하던 부분인데…… 아마 직접 처리해 주신 거겠죠. 덕분에 끔찍한 일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신연주와 김상수는 번갈아 가며 내 공을 추켜세운다.

너무 띄우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눈빛들을 보니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정말 고맙긴 한 모양.

“대체 이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신연주는 눈시울마저 붉어진 게, 툭 치면 눈물을 쏟을 것만 같다.

그때의 절망적인 상황이 다시금 떠오른 듯했다.

“빚을 갚는다라…….”

“물론 진 헌터님께는 저희 도움이 필요 없으시겠지만요.”

김상수가 쓰게 웃는다.

그는 진심으로 나를 돕고 싶어 하고 있었다.

나라면 대충 돈이나 좀 보내고 말았을 텐데.

아니, 사실 그조차도 필요 없다.

본인이 영웅 놀이 하는데 왜 보상까지 바라느냐 되려 역정내면 된다.

물에서 구해 준 김에 보따리까지 찾아 달라면 더 좋고.

‘뭐, 나야 좋지. 생각보다 요리하기 쉽겠는데.’

슬슬 낚시대를 거둘 때가 된 듯하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는 여전히 씁쓸해하는 그들에게 운을 띄웠다.

“원래라면 나도 받을 만한 게 없지만, 마침 딱 하나 있군.”

“네?? 아니, 일단 말만 해 주시면 모두 하겠습니다.”

“마법이 필요하신가요? 아니면 아티팩트?”

신연주가 밝은 얼굴로 나에게 되묻는다.

예상외의 말에 신이 난 듯했다.

“둘 다이기도하고, 아니기도 하지.”

정확히는 마법사 자체니까.

나는 이도윤에게 힐끔 눈짓을 줬다.

넉살 좋게 웃고만 있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도윤의 화려한 언변이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말로 먹고살 만큼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법사들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면 충분했다.

* * *

[가을하늘:자유 길드에서는 오늘 참여 안 하십니까?]

[세하세하:어휴, 죄송합니다. 지금 가는 중입니다. 제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영원:굳이 기다릴 필요 있을까요?^^ 어차피 저희 길드에서 마법사분들 모조리 스카웃 할 텐데.]

[홍:이영우 길드장 진짜 미친 거 아니야???어디서 나온 자신감인 거지??]

“자유 길드에서는 조금 늦나 보군요. 우선 10분만 기다리고,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박신우는 시계를 힐끗 들여다보며 말한다.

딱딱한 얼굴을 보아하니, 1초 단위까지 셀 기세였다.

그 태도가 고집스럽기는 해도 어쩔 수가 없다.

거대한 강당에는 이미 내로라하는 국내 랭커들이 즐비하다.

모두 마법사 스카웃을 위해 모인 자들이었다.

물론 순수하게 구경만 하려는 헌터들도 있었다.

각 길드들의 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니, 놓치기 힘들다 생각한 거겠지.

“어마어마한 이벤트네요. 참가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예요.”

“조금 뒤면 차라리 구경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실걸요. 저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군요.”

“하긴, 마탑의 마법사들은 높은 랭크에 있는 분들도 많았죠. 국내 랭커만 다섯 아니었나요?”

“거기에 전마탑장과 부마탑장도 있으니까요. 다른건 몰라도, 그 두 분은 다들 꼭 모셔오려고 할 겁니다.”

“오늘 이후에 혹시 5대 길드의 힘의 균형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대부분 흥미진진한 얼굴들이다.

하지만 랭커 마법사들을 데려가야 하는 5대 길드는 그렇지 못했다.

긴장한듯, 심호흡을 하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 나비 길드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번은 꼭 이겨야 합니다.”

“맞습니다. 계속 깨어나지 않는 길드장님께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데 설마 스카웃 몸값을 공개 입찰로 진행할 줄은…….”

“어떤 놈이 생각한 기획이야? 난 처음에 듣고 농담하는 줄 알았어.”

어떤 길드의 헌터가 불만 어린 말을 뱉으며 지나간다.

미리 듣긴 했지만, 나 역시 황당했던 건 마찬가지다.

이른바 ‘마법사 경매’.

규칙은 간단했다.

마법사들은 이미 원하는 길드의 목록을 적어냈다.

그리고 그 마법사에게 선택받은 길드들은, 각자 그를 얻기 위한 몸값 경쟁을 하게 된다.

‘그래도 그렇지, 새벽 수산 경매장에 고등어도 아니고…….’

물론 대우는 고등어보다는 처지가 나았다.

마법사들이 기분이 나쁠 걸 생각했는지 여기에는 길드들뿐이니.

아무렴 물건도 아닌데 본인 면전에 대고 가격을 불러 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랭커분들이 제발 우리 길드도 적어 주셨으면 좋을 텐데.”

“에이, 5대 길드만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명단에 있어도, 경매에서 분명 질 거야.”

마법사들을 스카우트해야 하는 길드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입구 쪽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아직 시작 안 했지???”

“1분 남았습니다. 정확히 맞춰 오셨군요.”

역시나 자유 길드였다.

그들은 헐레벌떡 뛰어와 자신들의 자리에 앉는다.

박신우는 흘깃 그 모습을 보더니, 이제 시작하려는 듯 자리를 옮긴다.

헌터들의 웅성거림은 천천히 잦아들었다.

“앞서 규칙부터 다시금 설명드리겠습니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요.”

“진 님, 이제 시작하려나 봅니다.”

“너무 긴장되네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만반의 준비를 해 왔잖아요?”

이도윤이 내 옆에서 눈을 반짝인다.

주변에 앉아 있던 그림자 길드의 간부들도 마찬가지.

모두 앞으로 펼쳐질 경매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달라질 길드의 미래도.

“오늘 마법사들은 총 300명, B랭크 이상들입니다. 이제 각 마법사들의 사진과 간단한 신상명세가 올라오게 되고, 선택한 길드들의 명단도 함께 공개됩니다. 그리고 그 길드들끼리 스카웃을 위한 금액을 경매 형식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박신우는 그렇게 말하며 강당의 불을 끈다.

순식간에 주변은 어두워지고, 오직 앞에 놓인 거대한 화면만 남아 있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는 B랭크의 하민경 마법사님입니다. 원하시는 길드는…… 아레스와 나비, 천상을 비롯한 총 11개입니다. 호명된 길드들은 바로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최소 계약 금액은 3억이군요.”

“3억 2천!”

그렇게 마법사 경매는 시작되었다.

* * *

“보자…… 여태까지 B랭크 30명, A랭크 12명이군요.”

이도윤이 여태껏 망태기에 담은 마법사를 센다.

얼굴에는 뿌듯함이 묻어 있었다.

“나쁘지 않군.”

5대 길드보단 못하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림자 길드는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아무리 조건을 맞춰 줘도 가입을 원하지 않는 마법사도 있을 터였다.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자도 더러 있으니까.

“보통 헌터들은 귀환자가 많은 길드를 선호하는데, 그래도 이정도면 선방한 편입니다. 진 님이 저희와 함께하는 건 유명하니, 그것 덕분이겠죠.”

“그리고 사실, 돈이 제일 중요했죠. 원래 저희 자금이었다면 열명도 무리였어요.”

“설마 한호에서 투자하겠다고 나선 지 하루도 안 되어서 거액을 입금해 올 줄은…….”

“길드장님, 대체 어떤 방법을 쓰신 거예요.”

“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죠. 저희는 이제부터 할 일만 정하면 됩니다.”

그림자 길드의 간부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떠들어대었다.

목소리를 보아하니 잔뜩 흥분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길드들은 상황이 정 반대였다.

예상치 못한 그림자 길드의 활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그림자 길드를 선택한 마법사들을 모조리 최고가로 데려갔어!”

“중소길드들은 기껏해야 두어 명, 그것도 B랭크 마법사만 스카웃했는데. 어디서 저런 돈이 나왔을까요?”

“그러게요. 자금력으로 따지자면 5대 길드, 아니 그보다 더 할지도…….”

대부분 분통을 터트리며, 남은 마법사라도 지키기 위해 조급해한다.

중소는 물론 5대 길드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 어두운 얼굴로 우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아레스 길드는 달랐다.

고요하다 못해 편안함이 맴돈다.

심지어 이후 경매는 참여하지 않으려는지,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었다.

사실 그들과는 미리 입을 맞춰 놓았다.

서로 꼭 필요로하는 마법사 명단을 받았고, 그들이 나온다면 경매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진 님, 저희는 이제 가 보겠습니다.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강준하가 조심스레 다가와 나직하게 속삭인다.

경매는 이제 둘만 남긴 상황.

사실상 지금부터 하이라이트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계획을 잘 아는지라, 미련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제 계약하러 가나? 아레스도 꽤 많이 확보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신규 마법사들 관리하려면 정신없겠군.”

“네. 다른 길드 모두 며칠은 걸릴 겁니다. 곧 <검은 탑>도 공략해야 하니까요. 그럼 그때 뵙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자리를 뜬다.

평소라면 말한마디 더 붙이려 애쓸 텐데, 확실히 바빠 보이기는 했다.

“설마 아레스는 가는 건가?”

“말도 안돼. 이제 신연주와 김상수 마법사가 남아있는데?”

헌터들은 한참을 수근거린다.

도저히 아레스의 생각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 와중에 지레 겁먹고 포기한다 예상하는 자들도 있었다.

“좋군요. 분명 두 마법사는 5대 길드만 적었을 테니, 경쟁자를 한 명 없앤 셈이죠.”

“주몽도 참여하지 않으니 이제 남은 건 셋인가…….”

천상과 자유, 그리고 나비길드는 서로 입조차 다문 채 긴장한다.

그에 다른 자들도 덩달아 조용해졌다.

모두 마지막을 장식할 마법사를 기대하며.

“다음은 신연주 마법사입니다. 모두 아시는 대로 S랭크며, 선택하신 길드는……잠깐.”

쉽게 당황하지 않는 박신우가 격한 반응을 보인다.

모두가 의문의 시선을 던지는 그때.

그가 입술을 깨물며 뒤의 서류까지 한번에 훑는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눈까지 부릅뜨던 그는 다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신연주 마법사와 김상수 마법사, 둘 다 경매는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박신우 지부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농담하는 겁니까? 지금 모두 그 둘만 기다리고 있는데!!”

순식간에 강당은 아수라장이 된다.

난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박신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표정을 구긴다.

그 와중에 그 시선은 우리에게 향해 있었다.

“하…… 신연주 마법사와 김상수 마법사. 두 분 모두 그림자 길드를 선택하셨습니다. 그것도 오직 한 길드만요.”

“뭐?????”

박신우의 말을 끝나자마자.

헌터들은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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