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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12화 (11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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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김상수 마법사님,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마탑대표:아이고, 이제 다 회복했습니다. 퇴원한지도 오래고요. 보름정도 지났는데요, 뭘.]

‘벌써 보름이나 지났었나.’

돌이켜보니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헌터 협회에 호출당한지도 두어 번.

기자들이니 뭐니 온갖 곳에 시달린 것도 꽤 되었다.

그나마 마탑의 사건이 거의 끝을 보이고 있으니 다행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흐지부지되는 것에 가까웠지만.

[영원:그럼 천상 길드에 방문 좀……^^ 긴히 나눌 말도 있고요. 마탑에도 찾아갔는데 없으셔서, 모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아니, 저 꼰대가 어디서 수작질이야!? 여기 길드장들 다 줄 서 있는 거 몰라?? 스카웃은 며칠 뒤에 결정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아스티란짱짱:스카웃은 나중이여도 미리 점수는 따놓을 수도 있을 듯.]

[초코짱:김상수 님 병실에 계실 때,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던데 ㅋㅋㅋㅋ쾌유를 비는 선물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뇌물이라는 게 헌터계 정설.]

[언제나야근철야:뇌물이라니요, 같은 국내 랭커끼리 더욱 잘 지내보자는 뜻이죠. 기왕이면 한 식구면 더 좋고.]

[혜라:어휴, 저희 길드는 빠질게요. 쟁쟁한 분들 사이에서 무섭네요.]

[홍:원래부터 주몽 길드는 참여할 생각도 없던 거 아냐? 갑자기 선심 쓰는 척하기는……]

[혜라:뭐, 마법사분들도 갑자기 활을 배우고 싶으실 수도 있지 않겠어요?]

여전히 김상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를 데려온다면 거의 모든 마법사가 따라올 테니 당연한 건가.

암묵적으로 지금은 여유를 주자. 라는 분위기여도 바쁘기는 할 터였다.

친목을 핑계삼아 수많은 길드가 접촉 중인걸로 알고 있다.

가끔 마주칠 때마다 한탄을 해대기에, 모를 래야 모를 수도 없었다.

‘오늘도 협회에 온다고 했었나. 또 징징거리겠군.’

그나마 그는 사정이 나았다.

신연주는 협회 문턱 닳도록 다니고 있는 것 같았으니.

심지어 들리는 소문에는, 협회에서 근처에 숙소를 잡아 줬다고 했다.

덕분에 그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달리는 중이었다.

“오셨습니까, 진 헌터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1랭크채널을 훑다 보니 어느새 협회에 도착했다.

자주 보던 협회 직원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계속 같은 얼굴들을 보니 질릴 지경이다.

그래도 듣기로는 오늘이 마지막.

“신연주는?”

“예. 당연히요. 마탑장, 아니…… 김상수 마법사님도 와 계십니다.”

협회 직원은 어색한듯 김상수의 호칭을 재차 정리한다.

이미 그는 마탑을 나왔기에 당연했다,

심지어 마탑장 소리만 들어도 진절머리 나는지라, 다들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어, 용병왕이잖아?”

“안녕하십니까, 진 헌터님. 오랜만이군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가는 길.

맞은편에 홍현민이 나를 보고 반갑다는 듯 다가온다.

항상 피로를 달고사는 부길드장 김세하도 곁에 있었다.

오늘도 길드장이 사고 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이거 마무리되면, 탑 올라가는 거 맞나? 출입제한도 풀렸는데 말이야.”

홍현민은 촐랑거리며 내 뒤를 슬며시 따라온다.

어차피 대답을 듣지 못할 걸 알았는지,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다.

“무려 26층이야. 점점 보상도 좋아질 테고. 정말 기대되는데.”

“아이고, 길드자니임…… 진 헌터님은 바쁘시다고요.”

“아 조금만! 조금만 있다 간다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김세하는 홍현민을 거의 들쳐 업고 사라졌다.

잠자코 있던 협회 직원은 질려버린 듯 고개를 작게 흔든다.

저 모습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럼 계속 안내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탑이라.

탑 공략권을 사용해 출입 금지를 당했지만 시간도 꽤나 흘렀다.

지금쯤 문이 열렸을 터였다.

‘그런데 이 상태로 몇이나 참여할 수 있을지…….’

마탑은 난장판이고, 나비 길드의 서채아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어지간히 자신 있는 길드가 아니고서야 이번 탑 공략에 섣불리 참가한다 하진 못하겠지.

저 큰 걱정 없이 사는 홍현민 빼고는.

협회에서도 굉장히 곤혹스러워하는 듯했다.

덕분에 이번 공략은 꼭 좀 참여해 달라며, 나에게 은근 바라는 눈치였다.

오늘도 같은 부탁을 받을 확률이 컸다.

“그러니까, 우리도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맞아요. 벌써 몇 번을 말해요?”

도착한 회의실은 이미 떠들썩하다.

신연주와 김상수는 간신히 짜증을 눌러 참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봐온 광경이었다.

“후……저희도 영국 헌터 협회에 이미 몇 번씩이나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긴 명백한 피해자라구요. 아, 최근에 기절해 있던 마법사들이 깨어났다 했죠. 뭐라던가요?”

“모조리 기억을 잃었다더군요.”

대충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아 그들을 쳐다보았다.

꼴을 보아하니 오늘도 상황은 비슷할 듯했다.

마법사들은 자세히 아는 것이 없고, 나는 입을 열 생각이 없다.

내가 게이트에 들어갔다는 것을 아는 것은 신연주와 김상수뿐.

그러나 그들은 나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답시고 모른 척을 해 주고 있었다.

“진 헌터님도 정말 보신 게 아무것도 없습니까?”

박신우가 때마침 도착한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키메라를 봤지.”

“말고는…….”

“뭐, 몇 번이나 말한대로야. 나는 아는 게 없다.”

그는 머리를 짜증스레 훑어 넘긴다.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본인도 답답한 듯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의 돈 받아먹고 하는 일이 다 그런 것을.

“부마탑장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나요?”

신연주가 재빨리 주제를 돌린다.

만만한 상대에게 떠넘기려는 모양이었다.

“그는…… 죽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지?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간혹 헛소리는 해대지만 건강상 문제는 없다고 들었다.

유일한 연관자인데, 영국 협회의 관리가 소홀하지도 않았을 테고.

“어제 새벽에 연락이 왔습니다. 자는 듯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침입자는 없었다고 하는데…… 아마 살해 당한 듯합니다.”

설마 렌인가.

아니, 확실했다.

본인이 직접 힘을 쓰지 않았어도 분명 그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부마탑장만 없다면 완전 범죄를 꿈꿀 수도 있을 테니까.

“너무 안심하고 있던 게 아닌가요?”

“영국의 SS랭크 헌터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경계가 허술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에는 침묵이 감돈다.

얼굴에는 약간의 공포감이 서려 있다.

월드 랭커가 감시했음에도 그걸 뚫고 들어가는 적의 존재.

심지어 그 정체는 협회로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이상 마탑에 대해 파헤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저희는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모이는 것도 마지막일 듯합니다.”

결국 박신우는 고개를 가볍게 흔든다.

머리가 아픈지 한쪽 손으로는 이마를 짚은 채였다.

“다행이네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이제 좀 안 불렀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사실 국내에서 터진 사건도 아닌데, 이정도면 최선을 다했다 생각합니다. 헌터 협회 간의 국제 협약만 아니었어도 무시했을 겁니다.”

“오히려 피해보상을 요구해도 모자랄 참입니다.”

김상수가 작게 몸을 떨며 말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인 듯했다.

그를 쳐다보던 신연주도 자연스레 얼굴이 와락 구긴다.

“맞아요! 헌터가 납치당할 때 동안 영국 협회는 뭘한 거죠? 길드관리는 그들의 소관일 텐데.”

박신우는 같이 맞장구치진 않았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국 협회 쪽만 꼴이 우습게 됐군.’

“저희도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그쪽에서도 좋은 대답을 내놓을 겁니다. 자존심 상하겠지만.”

“이참에 탈탈 털어먹어요. 그래야 탑 공략할 때 물약 하나라도 더 사 가죠.”

“아, 그러고 보니 <검은 탑>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만…….”

박신우가 진지한 얼굴로 운을 띄운다.

역시나 오늘도 탑 공략에 대해 말하는 듯했다.

“협회에서는 최대한 빨리 탑 공략을 했으면 합니다. 최근, 탑과 게이트 사이의 상관성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그런 연구도 있었던가.

금시초문이었다.

하지만 김상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공략한 탑 층수에 따라 게이트 보상이 달라진다는 연구 말씀이군요.”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아직도 10층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노력은 하고 있는 듯해도, 아무래도 랭커들이 많이 사라졌던터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행동은 몹시 정중하다.

내 심기가 불편할까 걱정하는 듯했다.

하나비길드를 하루아침에 망하게 한 것은 나였기에.

“……어쨌든, 일본의 게이트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저희보다 개수도, 등급도 낮습니다.”

“한국과 거의 2배에서 3배 차이라고 하던데요. 확실히 유의미한 통계입니다.”

“예. 가뜩이나 공략 보상이 전 세계 탑과 공유되는데 게이트까지 영향이 있다고 하니, 다들 탑 등반에 열중하고 있을 겁니다.”

“어쩐지. 미국도 벌써 17층을 공략한다던데요. 거의 연속으로 진행했다던데.”

“저희도 이미 공략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최근 국내 헌터계 상황이 복잡한지라 ……특히 진 헌터님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드디어 그가 목적을 꺼냈다.

연신 내 눈치를 보던 눈동자가 살포시 떨린다.

웬만해선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나를 잘 알기에, 말투는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참여하지.”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 예? 정말이십니까?”

어차피 나 역시 공략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마계에 있는 탑이 무엇인지 알아낼 때까지는.

“그렇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날이 잡히면 그림자 길드를 통해 말해 봐.”

박신우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로 급한지, 어디론가 바로 전화까지 걸고 있었다.

바빠 보이니 나는 이만 자리를 뜨는 게 좋을 듯했다.

“할 말은 끝인가?”

“예. 이만 가 보셔도 됩니다. 공략은…… 아마도 삼 일 내로도 가능할 겁니다. 다른 길드에는 이미 말해 놓은 상태입니다.”

조만간이라는건가.

그동안 자리를 비울 대비를 해야 할 듯하다.

의자에서 일어서려는데, 신연주가 다급히 나를 붙잡는다.

“앗, 진 헌터님. 내일쯤 그림자 길드로 찾아뵈도 될까요?”

“어차피 가려던 참이라 상관은 없다만. 왜지?”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린 것 같아서요. 그럼 내일 점심쯤 뵐게요!”

“저도 가겠습니다. 선물 두둑이 들고 갈 테니, 인벤토리 정리해 놓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들은 환한 얼굴로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울상일 때가 엊그저께 같았는데.

지금의 표정들은 고생을 하긴 했냐는 듯 한없이 밝았다.

“꼭이에요! 약속 잊지 마세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문 밖으로 나섰다.

한참 복도를 걷는데, 정면에 아는 얼굴이 보인다.

하지만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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