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08화 (108/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08화

문 안쪽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정 중앙에는 조그마한 게이트가 제일 먼저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푸른빛의 마나를 뿜어내는 게이트와 달랐다.

검붉은색으로 일렁이는 그것은, 척 봐도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게이트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크륵…… 께에엑-”

“……키메라?”

신연주 역시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작은 철장들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인상적인 외모의 몬스터들이 갇혀 있었다.

“[으음, 키메라는 많이 봐 왔는데, 이건 미적 감각이 좀.]”

마족인 아렐리아마저 그들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일명, 키메라.

마법사들이 몬스터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서로 다른 부위를 연결해 만드는 인공 몬스터.

나도 가끔 봐 왔던 생명체다.

하나, 극도로 효율을 추구한 탓일까.

그들의 외양은 보던 중에 제일 독특했다.

‘트윈 오우거의 머리에 바실리스크 몸통이라니, 기발한데?’

그 와중에 장인 감성으로 빚었는지, 똑같이 생긴 키메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다들 개성이 철철 넘치다 못해 흐른다.

데구르르-

“[으엑-!! 눈알 떨어진다!!]”

심지어 얼굴도 흘러내린다.

재봉질을 하다 말았나.

마감 상태는 영 좋지 못하다.

“……게이트는 나중에 살펴도 될 것 같아요.”

신연주가 작게 헛구역질을 하며 말했다.

시선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있다.

애써 키메라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일단 김상수부터 구출하지.”

주변에 기척이라곤 어디론가 향하는 마법사 하나 뿐.

우선 갇혀 있는 김상수가 더 중요해 보였다.

곧 마나를 빼앗겨 위층의 마법사처럼 될 지도 모르니.

우리는 그의 뒤를 쫓아 향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실험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성공은 둘째치더라도, 지금 희생된 마법사가 몇인지 알기나 해???”

“젠장, 시끄럽군. 수면 마법을 해제하지 말걸 그랬나.”

고함의 주인공은 김상수였다.

익숙한 목소리에 내내 굳어 있던 신연주의 얼굴이 살며시 풀린다.

지하 감옥이 생각보다 지내기 좋았던가.

그의 목소리는 제법 팔팔했다.

“그들도 모두 동의한 일이야.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군.”

“동의는 개뿔……!!!”

상황은 거칠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바로 신연주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하라는 무언의 신호에, 눈치 빠른 그녀는 스태프를 고쳐든다.

“<파이어 애로우>!!”

“아악!!!”

그녀는 바로 원거리 마법을 날렸다.

멀리 있던 마법사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잿더미가 되어 버린다.

“뭐…… 뭐야!?왜 갑자기……!?”

가까이 다가가니, 감옥 안의 김상수가 온 몸이 묶인 채 버둥거리고 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되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닥 고생은 안 했나 본데.”

“[좀 더 천천히 와도 될 뻔했어요.]”

나는 앞을 가로막는 철창을 맨손으로 우그러트렸다.

뒤이어 따라온 신연주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상수는 끊임없이 부질없는 몸부림을 해 댄다.

불안한지, 안색도 지나치게 창백하며 식은땀도 흘리는 채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긴장할 만도 했다.

우리에겐 아직 정제된 숨죽임의 효과가 끝나지 않은 상태.

투명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런 기척조차 느낄 수 없을 터였다.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신연주가 결국 한소리를 하고 만다.

그의 몸에 있는 쇠사슬을 만지다 짜증이 난 듯하다.

그 와중에 등짝 한 대를 후려치는 건 덤이었다.

철썩!!

“악!!”

강렬한 타격음이 들린다.

손이 제법 매웠는지 그가 크게 움찔한다.

그와 반대로, 얼굴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설마 이 목소리와 등짝 스매싱 솜씨…… 연주 님? 여기까진 어떻게……!?”

그녀는 입을 다물고 사슬을 풀어내는 일에 열중한다.

하지만 김상수는 불안한지 연신 그녀를 찾아대었다.

“저기, 신연주 마법사? 아니, 연주야??”

철컹 소리와 함께 드디어 구속구가 완전히 벗겨진다.

하지만 그는 오래 갇혀 있던 탓인지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걸 보는 신연주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진다.

“연주야? 어디 있…….”

“……김상수, 이 망할 놈아!! 여기엔 왜 쳐들어와서 이 사단을 만들어!!”

이제야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신연주가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에 반가워하던 김상수의 얼굴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뀐다.

“잠깐, 반말……?”

“그래!! 이 나잇값도 못하는 놈아!!”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연신 씨근덕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눈물을 왈칵 흘리며 통곡한다.

그동안 내내 참아 왔던 만큼, 눈물은 폭포수와 같았다.

눈물방울이 툭툭 소리를 내며 김상수의 손등에 하나 둘 떨어진다.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이 개새X…….”

“……그래도 욕은 하지 말지.”

그는 더듬거리며 신연주의 어깨를 어색하게 토닥였다.

“[아주 놀고들 있네요. 도와준 건 마왕님인데, 퉷-]”

잠자코 보고 있던 아렐리아가 표정을 구긴다.

뱉어 버린 침은 김상수의 얼굴에 척하고 붙어 버렸다.

그제야 그들은 이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아! 맞다. 용병왕님도 같이 와 주셨어요. 저 혼자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 설마 진 헌터님일 줄은 몰랐지만. 인사가 늦었군요. 구하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내가 있을 거라 예상되는 방향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지만 그곳은 아렐리아만 덜렁 있을 뿐이다.

그래도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감사 인사보다는, 나중에 더 큰 걸 요구할 생각이었으므로.

“그쯤하고. 혹시 저 게이트에 아는 것이 있나?”

잡힐 정도라면 뭔가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았을 터.

내 예상이 맞는지, 그의 얼굴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간다.

“내내 수면 마법으로 잠들어 있었기에 크게 말씀드릴 건 없습니다만, 혹시 오시면서 게이트 하나 보셨습니까? 키메라도 주변에 많았을 텐데.”

“검붉은색 게이트 말이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 같던데.”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그건 정말 게이트와 흡사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게이트에 응당 있어야 할 몬스터는 키메라로 대체할 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입술을 강하게 깨문다.

잠시 긴 한숨을 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 게이트가 출입이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몬스터도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도 키메라 몇 마리가 뛰쳐나온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한 마리는 마탑 밖에서 간신히 잡은 것 같더군요.”

“허. 밖에 놓여 있는 키메라만 해도 벌써 수백은 되어 보이던데, 그걸 제어할 수도 없다는 건가.”

“지금 게이트 안에는 못해도 천은 넘을 겁니다. 만약 지금처럼 몇 마리가 아니라, 더 많은 수가 뛰쳐나온다면…….”

김상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흔든다.

그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게이트가 폭주해 봤자,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끽해야 수백여 마리.

그러나 저 정도 숫자라면 사고의 스케일이 다르다.

인근은 초토화되는 것은 기본이요, 영국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건 분명한 일이었다.

“민간인 사상자가 수도 없이 나올 겁니다. 아직 방법은 모르지만, 반드시 저 게이트를 없애야 합니다.”

“흐음…….”

하여간 정의감이 넘치는 놈들은 피곤하다.

결연한 얼굴의 김상수와 달리, 나는 시큰둥했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골드 드래곤의 흔적을 찾는 것.

어쩌다보니 마탑과 깊숙하게 연관되어 버렸지만, 아직 내 할 일은 잊지 않은 상태다.

게이트가 터지든, 영국이 터지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다.

‘영국 헌터들은 죄다 노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일은 한국 헌터가, 영국의 일은 영국 헌터가.

보통 웬만큼 큰 사건이 아니고서는 서로 손대지 않는다.

오히려 도와줘도 고맙다는 인사 하나 받지 못할 수도 있겠고.

헌터 생활은 짧았지만 그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이트는 그저 궁금증만 해결하고 돌아갈 거다. 너도 구했으니, 이제 할 일은 끝났고.”

“예?? 제 설명이 부족했던 겁니까?”

“아니. 충분해. 하나 마탑 소속인 너희라면 모를까, 내가 처리할 이유는 없어. 잘 알고 있을 텐데?”

그제야 그는 무언가 깨달은 얼굴이다.

헌터는 영웅 따위가 아니다.

그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일 뿐.

마법사긴 하지만 김상수 역시 헌터.

헌터계의 생리를 알고 있기에, 차마 더 이상 설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알겠습니다. 영국 헌터 협회와 각 마탑에 알리는 게 최선이겠군요.”

그는 마지못해 인정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대로. 나는 바로 게이트에 들어갈 텐데, 꼴을 보아하니 움직이기 힘들겠군.”

김상수는 이제야 막 잠에서 깨어났다던 말대로, 아직까지도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 보인다.

저 상태로는 설쳐대지도 못할 터였다.

여차하면 신연주도 있고.

“마탑장님이 몸 추스를 때까진 제가 곁에 있을게요.”

그녀가 내 생각을 눈치채고 재빠르게 대답한다.

게이트에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 생각인 듯했다.

하기사, 여지까지 살아 있는 것도 용했다.

더 이상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하지 않고 싶겠지.

‘그러고 보니 헤르멘은 아직도 연락이 없군.’

위층으로 올라간 지도 한참이 지났다.

길드장인 에드워드야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흔적조차 없던 건가.

딱히 걱정되는 건 아니라지만 의아하긴 했다.

“아렐리아, 바로 게이트로 출발하지.”

“[네~ 기다리던 바예요.]”

나는 바로 뒤를 돌아 아까 보았던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도착은 금방이었다.

“안에서 무슨 짓들을 하는 건지…….”

들어가긴 해야 한다만, 보기만 해도 찝찝한 기운이 일렁인다.

당연히 두려운 건 아니다.

길바닥에 개똥이 놓여 있다면 누구라도 피해 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밟지 않고서 지나갈 방도는 없었다.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잠시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게이트 밖으로 마법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흐…… 흐아악!!”

하얗게 질린 얼굴은 누가 봐도 공포에 질려 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차마 걸음조차 옮기지 못한다.

가만히 비켜서서 지켜보는데, 다시금 게이트가 일렁인다.

등장한 자는 에드워드였다.

“쯧. 귀찮게 왜 도망을 치는가.”

그는 난처한 얼굴로 마법사를 노려본다.

들고 있던 스태프로는 그의 로브 자락을 짓누른 채였다.

그러자 마법사는 기어가려는 것도 포기했는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개자식!!! 인류를 위한 실험이라더니!!!”

“그건 맞지. 그 인류에는 오직 나만 포함될 뿐.”

에드워드는 비열하게 웃어 보인다.

투명화로 몸을 숨기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갈 정도로 재수 없는 표정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