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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05화 (105/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05화

“……천사??”

“……연주야??”

신연주가 부축하던 팔에 힘이 풀어 버린다.

에밀리는 주춤거리며 당황했다.

“이런, 조심하세요.”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비틀거리는 에밀리를 잡는다.

신연주는 그 모습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누구……?”

“그냥 평범한 인간입니다.”

자연스러운 그의 거짓말에 헛웃음이 났다.

천사도, 인간도 아닌 드래곤일 텐데.

맡겨만 달라더니 확실히 거짓말이 익숙해 보인다.

“이분은…… 시력이 좋지 않으신 건가요.”

“아! 그게…… 독에 당해서…….”

헤르멘은 확실히 인간적인 모습을 꾸미는 데 재주가 있었다.

그녀의 말에 삽시간에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나를 힐끗 바라본다.

아마 치유해도 되냐는 거겠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에밀리에게 시선을 던진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리커버리>.”

9서클도 넘는 그의 마법이 빛을 낸다.

따듯한 마력이 에밀리의 몸을 감싸 안는다.

곧 그녀의 회색빛 눈은 천천히 초록색으로 돌아왔다.

“눈이…… 보여요. 정말 뛰어난 마법사신가 보군요.”

눈 뜬 심 봉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가늘게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감탄했다.

시력이 완전히 돌아왔는지 그녀는 곁에 있던 헤르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감사…… 헉! 천사……?”

곧이어 천사 2탄이 시작되었다.

신연주는 거 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친다.

헤르멘은 그런 인간들을 재밌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얼굴 감상은 그만하고,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앗! 죄송합니다!”

“[하여간 인간들이란…….]”

삐딱하게 기대선 아렐리아가 불만 어린 소리를 냈다.

“제가 마법진을 파훼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연주만으로는 불안했는데, 다행이네요. 제가 확실히 회로를 읽어 드릴 수 있어요.”

“사실 계속 그만한 마법사가 있다는 게 반신반의했는데…… 이분이라면 정말 가능하겠네요.”

신연주는 나에게 속닥인다.

그의 마법을 이미 본 뒤라 눈에는 신뢰가 가득했다.

“그럼 가실까요. 아, 우선 이걸 먹은 뒤예요.”

그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은빛 구슬을 받아 든다.

물건을 확인한 후에도 어리둥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정제된 숨죽임……? 이름만 보일 뿐 등급도, 설명도 가려져 있네요.”

“좀 특별한 아티팩트여서요. 투명화와 기척을 없애 주는 효과만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신연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구슬을 바라본다.

그래 봤자 보이는 것은 없을 텐데.

쓸데없이 애쓰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설마 독약이라도 줬을까. 나부터 먼저 먹지.”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이래서야 구슬을 두고 제사상을 차릴 기세다.

빠른 진행을 위해 제일 먼저 구슬을 삼켰다.

크기에 비해 금세 사르르 녹아내리는 게 특이했다.

심지어 새콤달콤한 레몬 맛이 입안에 맴돈다.

저절로 눈가는 찡그려졌다.

“이거 맛이…….”

“레몬 사탕 맛이야. 일부러 첨가해 봤는데, 어떤가?”

헤르멘은 칭찬해 달라는 듯 우쭐댄다.

그딴 쓰잘데기 없는 곳에 용언을 낭비하다니.

잠시 어이가 없어진다.

‘신 건 딱 질색인데.’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몸 전체가 반투명하게 변한 걸 보니.

“정말 진 헌터님이 사라지셨네요. 투명화라…… 만들기 쉽지 않을 텐데.”

“[겉가죽에 연연하더니 의심도 많아라. 이 인간들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깨 위에서 여전히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돌리니 아렐리아 역시 반투명하게 변해 있었다.

나를 시작으로 모두가 정제된 숨죽임을 입에 털어 넣는다.

곧 모두의 기척이 완벽하게 숨겨진다.

나조차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 정말로 가지.”

“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신연주와 에밀리는 결연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 * *

가까이 다가가니 마탑의 크기는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마탑의 본부씩이나 되니 당연한 일일까.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다니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입구마저 단단히 닫혀 있다.

건물 전체에 묘한 기류가 감돈다.

“지하와 가까운 문은 이쪽이에요.”

에밀리가 익숙하게 우리를 뒤편으로 이끈다.

내부인이 드나드는 곳인 듯 정문에 비해 초라한 문이 보였다.

“안쪽에도 인기척은 전혀 없군.”

밖에도, 안에도 지키는 자 하나 없다.

마법 결계를 믿는 것일까.

그런 것치고도 안일하기 짝이 없다.

“……이상해요. 어제 도망 나온 에밀리를 데리러 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나 본데.”

설마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

내 말에 신연주는 더욱 불안한 듯 몸을 떤다.

끔찍한 상상이라도 했는지 낯빛은 희게 질려 있었다.

“우선 마법 결계부터 잠깐 멈추죠. 마법사님, 이쪽으로 와 주세요. 분석은 제가 하겠습니다.”

에밀리는 헤르멘을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마석과 마법진이 그려진 곳이다.

척 봐도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들이 벽면 전체에 빼곡하게 얽혀 있었다.

“완벽하게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틈을 비집고 들어갈 거예요. 그러니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겠죠.”

“몇 초면 충분하니 상관없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곧 에밀리는 복잡한 수식에 대해 중얼거린다.

헤르멘은 그에 맞춰 마나를 세심하게 퍼트렸다.

나는 열중하고 있는 그들을 힐끔 보았다.

“에밀리라는 마법사도 제법 괜찮은 실력인가 보군.”

신연주는 본인 칭찬도 아닌데 뿌듯해한다.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나온다.

“에밀리는 차기 부마탑장으로 점찍어진 상태였어요. 공격계 마법사인 저와 달리 이론과 수식에 능하죠.”

“부마탑장? 마탑이 저 꼴인데…….”

“……음. 하긴, 앞으로는 모르겠네요.”

너무 정답을 말했나.

내 직설적인 말에 그녀는 금세 시무룩해진다.

“영국 마탑도 그렇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일까지 있는데 더 이상 마탑이라는 단체에 몸담을 수는 없겠죠.”

“당분간 헌터계가 볼만하겠군.”

“으음…… 구경하는 재미가 있긴 할 거예요. 저희는 전혀 아니겠지만…….”

막상 뒷일을 생각하니 암울한 것일까.

그녀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진다.

본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많은 한국 마법사를 걱정하는 듯하다.

마탑에는 고위 마법사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

아마 마탑이 터진다면 그들은 제일 먼저 백수가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제자를 받으며 운영하는 시스템은 불능하겠지.

“뿔뿔이 흩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네요.”

그녀는 쓰게 웃는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질 사건이다.

지금 고민해 봐야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일.

그녀에게 한마디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도 살아야 가능한 일이지. 우선 지금 상황에 집중해.”

“그…… 렇죠? 진 헌터님과 있다 보니 너무 안심했나 봐요.”

“몇 번을 말하지만 헛짓거리하다 죽어 나자빠져도 구해 주진 않아.”

“……알고 있어요. 명심하죠.”

경고가 제대로 먹혔는지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음울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신연주의 단단한 눈빛만 남았을 뿐이다.

“10초 뒤예요. 다들 준비하세요!”

멀리서 에밀리가 소리친다.

자세히 보니 마법진은 터질 듯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

빛을 내던 순식간에 마법진이 조용해진다.

회로를 잠시 끊었는지 아무런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생각보다 더 조용한데.’

안에는 쥐새끼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위층과 아래층에도 인기척 하나 없다.

문이 닫히고 나머지도 내 뒤를 이어 들어온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뭔가 이상해요.”

“주변에도 사람은 전혀 없는 듯하군.”

“그런가요? 대체 마탑장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에밀리는 점점 울상이 되어 간다.

그와 반대로, 신연주는 점점 차갑게 눈빛을 빛낸다.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 신연주 헌터, 지하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했지?”

“네, 몇 번이나 오간 곳이에요. 지하 감옥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럼 나와 신연주는 지하로 가지. 너희는 위로 올라가서 상황을 살피도록 해.”

그들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만큼 행동은 빨랐다.

“내부에는 별다른 결계는 없을 거예요. 그럼 김상수 마탑장, 무사히 구출해 내길 빌죠.”

“혹시 에드워드를 발견한다면 죽이지는 마. 끄집어내야 할 말이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게, 친우여.”

간단하게 작별 인사 후 우리는 각자 찢어졌다.

계단으로 황급히 올라가는 에밀리의 뒷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신연주는 익숙하게 마탑 내부를 누빈다.

하지만 곳곳에도 마법사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없으니 불쾌하군.”

도핑까지 하고 왔는데 이래서야 보람이 없었다.

툭 뱉은 말에 신연주는 나를 돌아본다.

얼굴은 지금 자기가 뭘 들은 거냐는 듯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예? 마법사들이 앞을 가로막기라도 했다면 어쩌려고 하셨어요?”

“치워야지.”

당연한 말이었다.

기절시키든가, 하다못해 죽이든가.

방법이야 차고 넘쳤다.

하지만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녀는 고개를 작게 흔든다.

“……어련하시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아, 여기예요.”

어느 정도 걷자 단단한 철문이 보인다.

지하로 통하는 문이었다.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재빨리 스태프를 꺼내 든다.

“경계 마법은 없지만 문을 보호하는 마법 정도는 걸려 있어요. 제가…….”

써겅-!

손에 약간의 마나를 두르고 문을 향해 휘둘렀다.

나름 세심하게 조절했기에 큰 소리는 없었다.

문은 두부처럼 뭉개지며 두 명은 거뜬히 지나갈 만한 공간이 생긴다.

가볍게 통과하고 걷는 데 따라오는 기색이 없다.

뒤를 돌아보니 신연주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나름 7서클은 되는…….”

“뭐 하나, 안 따라오고. 거기서 구경할 거면 상관은 없다만.”

그제야 그녀는 황급히 나를 쫓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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