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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01화 (101/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01화

이후는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이미 분위기는 이도하가 진행할 마켓 사업만큼이나 처참했다.

헌터계의 상황은 모르는 자들이 대다수이다.

아무리 조사를 해 봤자 직접 몸담고 있는 헌터들만큼 잘 알지는 못했다.

거기에 ‘응, 그거 안 돼.’만 계속 말하는 나까지.

가지고 있는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기 싫은 자들은 역정을 낸다.

차마 이 정도까지 승산 없는 싸움이라 생각하진 않았던 것이다.

“아니, 그게…….”

이도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애써 변명을 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이미 신뢰성을 잃은 상태.

몇 명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이따위 사업을 할 거라면 구멍가게부터 시작하시오!”

“그동안 말아먹은 규모보다 더 큰 사업에 심지어 얼토당토않은 경쟁사까지, 말도 안 되는군.”

슬쩍 웃으며 난장판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모든 자가 빠져나가고, 자리에는 우리와 이도하밖에 남지 않았다.

눈치 볼 사람들이 없어지니 그는 테이블에 있던 잔을 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와장창-!!

크리스털 컵 몇 개가 깨져 나간다.

부들거리던 그는 마지막 잔을 이도윤에게 던졌다.

“이 개자……!!”

일반인이 던진 컵은 당연하게도 이도윤을 해치지 못했다.

그는 가볍게 날아오는 잔을 잡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유 넘치는 그 모습에 이도하는 더욱 열 받아 한다.

“야!!”

“헌터 관련 사업을 시작할 테니 그림자 길드는 이제 끝이라고 하셨죠. 성공한다면 그깟 중소 길드쯤은 힘도 못 쓰게 할 거라고도요.”

그런 말까지 했던가.

하기사 이도하의 사업은 마탑까지 등에 업은 상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그들이라면 한국의 작은 길드쯤이야 없애 주겠다 꼬드겼을 것이다.

그럼 눈엣가시인 사촌 동생을 치워 버릴 수 있는 기회였겠고.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니가 그딴 길드를 운영해서 할아버님 눈에 들어 보려는 속셈인 거 모를 줄 알았나??”

“……그런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평소처럼 죽은 듯이 살아!! 대체 왜 그런 일들을 벌이고 다니는 거냐!?”

“그건…….”

이도윤은 말을 흐리며 나를 흘깃 쳐다본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곧 그는 주먹을 꾹 쥔 채 이야기한다.

“진 님은 저에게 약자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저 진 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일 뿐입니다.”

이게 무슨 사이비 교주 연설 2탄인지.

어디선가 들어 본 듯 묘하게 익숙하다 했더니만, 그의 말은 그림자 길드를 만들겠다 공표했을 때와 비슷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내가 준 기억도 없는 꿈과 희망이 추가되었다.

나중에 이러다 세계 평화까지 나올 지경.

여전히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저자가 너에게 그렇게까지 해 줬다고?”

역시나 개도 안 믿을 소리였을까.

개만도 못한 놈이라면 좀 통할 줄 알았는데.

그는 이도윤과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본다.

얼굴은 끔찍한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이다.

“어쨌든 한호의 일에 더 이상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번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그 이상은…….”

누가 누굴 봐준다는 건지.

하룻강아지와 같은 그의 태도에 피식 웃었다.

이도하는 눈을 번뜩이며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대들 용기는 없는지 입술을 깨물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비서가 허둥대며 쫓아간다.

“어차피 이 이상은 나도 귀찮아서 손 떼고 싶은데 말이지.”

나도 블랙마켓에 손을 뻗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히 내 구역을 넘보려 하기에 경고차 직접 나섰을 뿐.

이도윤은 마지막까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고개는 나를 향해 숙여진 상태다.

“진 님, 고맙습니다. 이 정도까지 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계속 폐만 끼치는군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한 탓일까.

얼굴을 든 그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안함, 허탈함…… 그리고 분노까지.

그 와중에 내가 싫어하는 패배자의 모습은 없었다.

‘뭐, 이 정도면 이도윤도 충분히 느꼈겠지.’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자가 얼마나 무력한지에 대해.

오늘의 일로 그는 바뀌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그의 심성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대충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는 귀 끝을 붉히며 입을 다문다.

면목이 없어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나에게까지 느껴진다.

“이만하면 됐다. 다음번에는 내가 신경 쓸 일 없게 해.”

“반드시요.”

그는 결연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서로의 시선이 오가고,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다.

그때 이도윤의 핸드폰이 긴 진동을 울렸다.

“음……? 지금 연락 올 사람은 없을 텐데.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흘깃 핸드폰 액정을 보니 발신자는 박민호였다.

그도 확인했는지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틀었다.

연결이 되자마자 박민호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윤아, 큰일 났어!! 블랙마켓 일이야! 아니, 마탑 일인가? 혹시 옆에 형님도 계셔?]

“같이 듣고 있어.”

호들갑 떠는 소리에 그는 덩달아 긴장한다.

박민호는 혹시나 누군가 들을까 속삭이듯 말하기까지 했다.

무언가 사건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 듯했다.

[오늘 블랙마켓에 마탑의 헌터들이 방문했기에 혹시나 싶어서 뒤를 밟아 봤는데…… 김상수 헌터의 근황 이야기를 들었어.]

“김상수라면 며칠 전에 영국으로 날아가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형님. 그리고 그 뒤로 소식이 끊겼던 것, 아십니까?]

최근에 1랭크 채널은 열어 보지도 않았기에 몰랐던 사실이다.

이도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는 시스템창을 열고 재빠르게 채널의 이야기를 확인했다.

[마법최고: 마탑장님…… 대체 왜 연락이 안 되시는 거예요……. 핸드폰도 안 들고 가셨으면 1랭크 채널이라도 확인하셔야죠…….]

[마법최고: 큰 사고 아직 안 치셨죠? 지금이라도 돌아오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홍: 신연주 오늘도 저러네. 그 아저씨 아직도 아무 말도 없나 봐.]

[가을하늘: 영국의 헌터 협회에도 연락을 취해 봤습니다만…… 마탑에 방문했다는 마지막 목격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하군요. 우선 저희 협회 직원들도 파견해 놨습니다.]

[혜라: 나비 길드장님은 아직도 못 깨어 나시고, 이번엔 김상수 헌터님까지…… 요새 국내 랭커분들 상황이 너무 걱정되네요. 부디 다들 괜찮으셔야 할 텐데.]

[마법최고: 저도 며칠 전부터 영국을 이 잡듯이 뒤지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무슨 하늘로 솟은 것처럼……. 그리고 영국 마탑 쪽이 진짜 이상해요. 무슨 일이 있다면서 제 방문도 거절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홍: 힘법사 가둬 놓기라도 한 거 아니야?]

[혜라: 설마요…….]

[영원: 역시 어리셔서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

[홍: 저 아저씨가 지금 여기서 나이 자랑하는 거야?? 늙으셔서 참 좋겠어!?]

[세하세하: 길드장님, 제에에에발……. 흑흑……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천상 길드장님…….]

다 읽고 난 뒤에도 통화는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남의 근황은 굳이 듣고 싶지 않은데.’

먼저 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내 발걸음을 멈추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탑 지하에 김상수 헌터님을 가둬 놨다고 하더라고!! 젠장, 마탑 본부가 무슨 정신인지……!]

“뭐??”

“김상수 헌터가 납…… 치라고?”

그 우락부락한 놈을 어떻게 가뒀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마탑 본부 한가운데서 납치 사건이라니.

홍현민이 농담처럼 한 말이 사실이 되어 돌아와 버렸다.

상상력이 풍부한 게 아니라 이쯤 되면 예지력이 있는 수준이었다.

“박민호, 내가 들은 게 맞나? 이건 추측만 가지고 말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야.”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형님! 오늘 온 자는 영국 마탑의 부탑주였으니 확실합니다. 몸소 마석을 쓸어 가려 왔더군요. 돈이 좀 부족한지 전처럼 모든 물량을 가져가진 않았지만요.]

마탑 본부가 미쳐 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다른 자도 아니고, 한국 마탑의 마탑장이다.

계속 탐탁지 않아 했던 것은 잘 알지만 그렇다고 납치라니.

같은 소속의 마법사를 대하는 방법치고는 너무 과격했다.

“우선 협회에 말해야 할까요?”

이도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사실 이쯤에서 우리는 손을 떼고 협회나 한국 마탑에 맡기는 것이 맞았다.

나와 내 사람과 관련된 일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그들이라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다.

명확한 증거도 없이 무려 마탑을, 그것도 마탑 본부를 뒤집어 놓을 수는 없을 테니.

“우선 잠깐. 생각 좀 해 보고.”

[예?? 형님, 혹시 숨기려고 하십니까?]

“진 님, 이게 사실이라면 한시라도 급한 상황입니다.”

이도윤은 다급하게 말한다.

초조한지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재촉에도 이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을 하는 마탑, 그리고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계획까지.

‘설마 누군가 뒤에 있나.’

이 난장판인 상황에서 나는 마계를 떠올렸다.

그냥 넘기기엔 정황이 너무나도 비슷하다.

혹시 골드 드래곤이 개입했을까.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 조사해 볼 만하다 생각되었다.

이 정도의 미친 짓에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테니.

“일단 너희는 함구해.”

“……진 님.”

이도윤은 이를 악물고 나를 쳐다본다.

워낙 정의감이 넘치는 놈이라 지금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다.

저러다 본인이라도 직접 가겠다고 말할 것만 같았다.

[형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여기서 계속 조사해 보겠습니다. 아레스 길드장에게도 말해 놓겠습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테니까요.]

“최대한 샅샅이 살펴봐. 그들이 구매해 간 물건 전부도.”

[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박민호는 바로 수긍하고 전화를 끊는다.

대화가 중단되고, 나와 이도윤의 사이에서는 긴 침묵만이 흐른다.

“저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저라도 가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나.

이제 이도윤은 내 손바닥 안을 보듯 훤했다.

몇 번 마주치지도 않은 김상수와 무슨 인연이 있다고 이렇게 나서는지.

혹시 모르는 사이에 그가 최면 마법이라도 걸어 놨나 싶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혼자 가 봤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텐데.”

아무리 이도윤이 국내 랭커라지만 마탑 전부를 상대하긴 힘들다.

차갑게 지적해 주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말을 삼킨다.

본인도 그걸 잘 알지만 못 참겠다는 반응이다.

‘저 정도 성격이면 길드장 말고 경찰이라도 하면 참 좋았을 텐데.’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았다.

슬쩍 웃고 여전히 부들대는 치와와의 이마를 툭 쳤다.

그제야 그는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영국은 나 혼자 갈 거다.”

“……예??”

“골드 드래곤이 개입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개 같은 상황을 만드는 건 그놈의 특기거든.”

“그렇다면 더더욱 저희를 모두 데리고 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이도윤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벌어진 어깨와 키는 그럭저럭 헌터로 봐줄 만한 수준이다.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니 몸도 다부지겠지.

하지만 이제야 청년티가 나려 하는 모습.

S랭크에 한 길드의 길드장이지만 내 눈에는 애송이와 다름없다.

“짐을 들고 갈 여유는 없어서.”

그는 내 농담에 충격받은 얼굴이다.

캐리어 하나 크기라면 모를까.

25킬로는 당연히 넘을 테니 위탁 수하물로 데려갈 수도 없을 것이다.

항공사에서 지정한 무게를 넘기면 초과금이 든단 말이지.

“짐이라니요…….”

“너는 그저 박민호와 기다리고 있어. 저번처럼 과음하지 말고.”

“예…….”

잔뜩 의기소침해진 이도윤.

그는 그 와중에도 할 일을 잊지 않고 여기저기 전화를 한다.

통화 내용을 대충 들어 보니 내가 영국으로 갈 준비를 대신 해 주는 모양.

나는 피식 웃으며 그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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