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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97화 (9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97화

[행운의 속삭임[S급]: 마시는 즉시 5분간 사용자의 행운을 극도로 올려 줍니다.]

연금 조가 만든 물약이라기엔 등급이 지나치게 높다.

크레아시론이 김지연과 만들었다던 합작품 중 하나일까.

하지만 S급이나 되는 주제에 어딘가 어정쩡한 설명이다.

운 스탯을 올려 준다고 보기에는, 확실한 효과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행운의 속삭임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이제 보니 물약은 총 두 병이다.

오색 찬란한 행운의 속삭임은 그 자체로도 장식이 될 만큼 영롱했다.

‘별별 물약 다 만들어 내더니…… 이젠 쓸모도 모르겠는 물건을 만드는군.’

우선 먹어 보면 효과를 알 수 있을까.

두 병이나 있으니 하나쯤은 실험해 봐도 될 듯하다.

‘이건 그래도 맛이 괜찮을 테니.’

항상 그들의 물건은 ‘뭘 넣었는지 비린내가 난다.’, ‘역겹다.’라는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맛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으아악…… 읍!!”

“큭……!? 이…… 이거 맛이 왜 이래!!”

옆을 슬쩍 보니 숙취 해소제를 마신 자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예상한 대로였다.

대놓고 맛을 보장할 수 없다, 써 있었으니.

그들은 차마 뱉지도 못하고 오만상을 찡그린다.

“응? 머리가 아프지 않아……?”

하지만 그들의 고통은 잠시였다.

주몽 길드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한다.

“와…… 효과가 정말 좋네요. 진 헌터님, 이건 그림자 길드의 제작품인가요? 앞으로 많이 구매해야겠어요.”

주혜라는 작게 감탄하며 속삭였다.

눈은 기쁨으로 반짝인다.

“이거라면 매일 회식해도 되겠네요.”

그녀는 곧 벌어질 회식에 설레여 했다.

세상 모든 술에 선전 포고라도 하듯 결연한 의지도 얼핏 드러난다.

‘저들은 앞으로 죽어나겠군.’

어차피 내 길드원은 아니기에 신경 쓰이진 않았다.

오히려 숙취 해소제의 매출이 기대될 정도.

실험도 마쳤겠다, 나는 다시금 내 앞의 물약에 집중했다.

행운의 속삭임은 여전히 무지갯빛으로 찰랑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때 갑자기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온다.

화악-

[<행운의 축복: 특급>과 연관된 아이템입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아리엘의 축복이 여기에?’

뜬금없는 시스템 메시지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고민은 잠시였다.

바로 사용하기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다시금 눈 부신 빛이 물약들에 흡수되었다.

[<행운의 축복: 특급>이 적절한 아이템에 사용됩니다.]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장담하더니 그 말대로였다.

무려 시스템 메시지로 직접 알려 주는 친절함이다.

이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행운의 속삭임[??급]: 마시는 즉시 5분간 사용자의 행운을 극도로 올려줍니다. 주신 아리엘의 축복이 깃들어 성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습니다.]

물약 두 병 전부 설명이 바뀌었다.

행운의 축복이 제대로 된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마신의 권능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권능씩이나 되는 단어를 붙일 만한 물건은 딱 하나뿐.

나는 바로 처박아 두었던 검은 물체 두 개를 꺼냈다.

[무작위 상자[??급]: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랜덤으로 등장합니다.]

아스티란에서는 열리지 않고 한 개가 소멸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는 지구이니 정상적으로 열릴 터였다.

‘대체 뭘 주려고 그렇게 애태웠는지 한번 보자.’

그냥 랜덤도 아니고, 이건 100퍼센트 성공률을 자랑하는 상자다.

나도 모르게 약간의 설렘이 생긴다.

행운의 속삭임 한 병을 마셨다.

혀에서 묘한 포도 맛이 느껴졌다.

‘그동안은 쓰레기 같은 맛만 만들어 내더니, 조금은 바뀌려는 건가.’

입맛을 다시며 물약이 흡수되기를 기다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5분간 사용자의 행운이 증가합니다.]

지속 시간은 단 5분뿐.

바로 무작위 상자 하나를 열었다.

상자는 순식간에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진다.

떼구르르-

책상에는 꺼림칙해 보이는 붉은 석상 하나가 굴러다닌다.

자세히 살펴보니 긴 머리를 늘어뜨린, 나른한 모습의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 분위기가 얼굴도 보지 못한 마신을 떠올리게 한다.

[마신과의 신성한 특별 면담[L급]: 1회에 한하여 마신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별하게 취급하는 마왕을 위해서라면 그는 언제든 면담에 응할 것입니다. * 간절히 말한다면 소원 하나쯤은 선심 써서 들어줄 수도……?]

‘……뭐 이런 쓰레기를.’

등급은 말도 안 되게 높다.

하지만 도통 사용처를 찾을 수 없는 물건이다.

분명 마신 본인을 위해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마신을 따르는 마족들이라면 눈물 흘리며 감동하겠지만 나는 떨떠름할 뿐.

‘소원을 들어주는 개념인가.’

그나마 설명을 보아하니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의 권능을 빌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아무리 신을 동네 똥개 취급하는 나여도, 그게 어떤 힘을 내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남은 건 하나뿐.

다시금 정육면체의 상자를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묘한 촉이 온다.

면담권 따위보다 더 엄청난 물건이 나올 것 같은 촉이었다.

“진 헌터님,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옆자리의 주혜라가 나를 호기심 어린 얼굴로 쳐다본다.

주변의 주몽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어느새 숙취에서 살아난 그들의 눈동자가 나에게 모여 있었다.

“……웬 상자?”

시선들이 따갑다.

회의는 여전히 진행되는 중인지라 박신우의 표정은 탐탁지 않았다.

“……다들 회의에 집중해 주십시오. 다시 돌아와서, 20층 공략에 참여할 길드를 조사하겠습니다.”

“중소 길드들이야 전처럼 몇 명씩 온다 쳐도…… 이번만큼은 5대 길드 모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보상이 줄어들겠지만 웬만한 랭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위험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다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물약의 마개를 열었다.

지금의 행운으로도 비록 쓸모없지만 L급이라는 아티팩트가 나왔다.

만약 이게 중복으로 효과가 미친다면 어떨까.

[5분간 사용자의 행운이 대폭 증가합니다!]

이제는 대폭이라는 단어까지 추가되었다.

재빨리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

달칵-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무지갯빛의 연기가 흘러나온다.

연기가 사라진 허공에는 눈부신 황금빛 카드가 나타났다.

카드에는 프리 패스라는 단어만 써 있을 뿐.

겉으로 보기엔 사용 방법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은은한 빛을 내는 카드는 척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마신. 이것마저 쓰레기라면 마계의 마족들을 개종시켜 버리겠어.’

“……진 헌터님? 지금은 회의 시간입니다만…….”

이쯤 되면 박신우도 더 이상 무시를 못하겠는지 나를 부른다.

그 말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다.

회의는 당연히 중단된 상태.

수십의 랭커는 각자의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연신 하품하며 졸고 있던 홍현민은 자리까지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무슨 랜덤 뽑기라도 가져와서 하나 본데?”

“최근에 홍현민 헌터님도 하나 얻으셨었죠? 뭐가 나오셨었나요?”

“랜덤 뽑기 확률이야, 무슨 종류의 상자이던 극악인 거 다 알잖아.”

“전 무슨 철광석 하나 덜렁 나왔었어요.”

“하긴…… 잘 나와 봤자 A급 목걸이였죠.”

회의가 지루하긴 했는지 헌터들은 여기저기서 떠들어 댄다.

급기야 하나둘 내 자리로 다가왔다.

어느새 내 주변은 호기심에 찬 헌터들로 바글바글하다.

“용병왕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그래도 혹시…….”

모두가 나의 다음 행동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기에는 나는 이미 눈앞의 카드에 집중해 있는 상태였다.

재빨리 황금색 카드를 잡아 들었다.

금속의 차가운 재질이 손끝에 꺼끌거린다.

[경고! 해당 아이템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밸런스를 조절하는 중…….]

[마신과 주신 아리엘의 권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시스템의 메시지가 눈앞을 어지럽힌다.

연속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는 다급하기까지 하다.

마치 이건 가져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라는 듯이.

[밸런스 조절 실패!]

[아이템 정보가 정상적으로 출력됩니다…….]

나는 작게 욕설을 읊조렸다.

“×발…… 이게 말이 돼?”

사방에서 놀란 음성들이 들려온다.

허나 지금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본다면 그들도 욕을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을 개무시한 채 나는 바로 아이템의 사용 버튼을 눌렀다.

[진 플레이어가 [<검은 탑> 클리어권- 저층] 아이템을 사용하였습니다.]

[사용자의 국가 확인…… 아시아-대한민국.]

[현재 대한민국은 <검은 탑> 19층까지 클리어, 20층 진행 중입니다.]

[아이템 사용으로 20~25층까지 자동 클리어됩니다.]

[아시아-대한민국의 <검은 탑>이 과부하로 열흘간 도전자의 방문을 거부합니다.]

“미친!?”

“뭐…… 뭐죠!?”

“아니…… 이게……. 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랜덤으로 등장한다더니.

그래도 이건 도를 지나친 물건이었다.

지금 심정으로는 마신의 신전을 한국에 세우고 싶을 정도였다.

‘잊지 않겠다, 마신.’

[<검은 탑> 20~25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공략 최단 시간을 갱신합니다. 공략 시간 00:00:01.]

[기적과도 같은 업적! 유일한 공략자인 진 플레이어에게 공략 보상이 주어집니다.]

[검색 중…….]

[1. 스킬 레벨 상승권(선택 가능)

2. 스킬 각성권(랜덤) * 현재 봉인 중인 스킬은 제외됩니다.]

‘……이게 무슨.’

아티팩트 쪼가리나 던져 주지 않을 거란 건 이미 예상했다.

<검은 탑>의 보상은 보통 사용자에게 적절한 물건이 나온다.

마법사에게 아무리 좋은 검을 쥐여 줘 봤자 들기는커녕 검의 무게에 손목이 나갈 테니.

그래서 스킬 봉인 해제권 정도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킬 레벨 상승권은 봉인 해제권 몇 장보다 훨씬 나았다.

스킬 각성권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은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진다.

‘스킬 레벨 하나 올리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몇백 년 동안 사용한 극의의 일격도 아직 8레벨에 머물러 있다.

만약 스킬 레벨 상승권을 사용한다면 그 강함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일 터.

당연히 1번을 선택하는 버튼에 손을 가져가려는 그때였다.

[행운의 속삭임(중복) 30초 남음.]

구석쯤에 물약의 지속 시간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은지라 무시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스킬 각성권이라…….’

선택 가능한 1번 보상에 비해 2번 보상은 랜덤.

각성이라는 효과마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야.’

평소라면 운에 기대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은 무려 여신이 보증하는 행운이 걸린 상태.

이건, 승산이 있는 도박이었다.

“스킬 각성권을 택하겠다.”

[2번 보상인 스킬 각성권을 선택하셨습니다.]

[강렬한 직감(S)(패시브) 스킬이 숨겨진 힘을 각성합니다!]

‘하필 강렬한 직감이냐…….’

나는 얼굴을 와락 구기고 말았다.

직감이 좋아져 봤자 신 내림 받는 수준밖에 더 되겠는가.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스킬창을 열었다.

[강렬한 직감-각성(S)(패시브) LV. 6: 위협적인 상황이나 적의 약점을 알려줍니다. * 각성 효과: 생명체인 적뿐만 아니라 무생물과 신성을 가진 자의 약점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보다 강한 힘을 가진 자의 경우에 단편적인 정보만 알 수 있습니다.]

무생물, 그리고 신성.

특히나 뒤의 단어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신의 약점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이라니.

‘……말이 안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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