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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95화 (95/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95화

집에 오자마자 아렐리아는 호들갑을 떨어 댔다.

집 안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헉……! 먼지 좀 봐!! 빨리 치워야겠어요! 그동안 마왕님은 밖에 좀 나가 계세요!”

그러고 보니 딱히 청소할 사람을 부르진 않았었는데, 집은 항상 멀끔했다.

이제 보니 항상 아렐리아가 수고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기사 집에 청소 요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깨끗해지진 않겠지.

“이런 건 직접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저 작은 드래곤의 몸으로 청소기라도 돌리는 건가.

잠시 상상해 보았지만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네? 어차피 제가 안 하는데요? 어떻게 이 작고 연약한 손에 물을 묻힐 수 있겠어요. 소악마 몇 명 소환해서 청소할 거예요.”

역시 그러면 그렇지.

내 예상을 조금도 빗나가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휘하의 마족 몇을 불러냈다.

허공에서 마기가 작게 소용돌이치고, 어린애 정도의 크기인 악마 몇이 등장한다.

“올 때 맛있는 거 사 오세요!”

그녀는 작은 앞발로 내 등을 떠밀었다.

내쫓기다시피 밖을 나서고, 찾은 곳은 그림자 길드였다.

길드 건물의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알아본 헌터들이 눈을 크게 뜨고 주춤거린다.

마치 헛것이라도 보는 모습이었다.

“어…… 어어…… 정말 진 헌터님……?”

내가 없던 사이에 가짜 진 헌터라도 생겼던 것일까.

벌려진 턱은 도무지 닫힐 생각을 못한다.

“이도윤은?”

“아…… 길드장님 말씀이십니까! 마침 길드장 사무실에 계십니다!”

그는 그제야 황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분의 시간이 흘러도 답변은 없었다.

계속 시도를 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계신 건 확실한데…….”

“직접 올라가 보지.”

“네! 그런데 길드장님 상태가 좀……. 그래도 진 헌터님을 뵈면 좀 나아지시겠죠. 바로 올라가시면 될 겁니다.”

허둥대는 길드원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기에 찾아가는 길은 익숙했다.

하지만 길드 전체에서 전과는 다른, 묘한 기류가 흐른다.

화기애애했던 길드원들은 초상이라도 난 듯 침울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서 많이 본 분위기인데.’

마치 아스티란의 황궁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의아한 마음으로 이도윤이 있을 사무실 문을 열었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어두침침한 공간이 낯설다.

그 와중에 훅 풍겨지는 지독한 알콜 내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 탑 공략 갈 걸…….”

“원래 형님이 말없이 다니는 걸 좋아하셔. 나도 용병대 시절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야……. 에이씨, 이러지 말고 한 잔 더 받아!”

안의 상황은 가관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사무실 정중앙에는 당근 하나가 유리 장식장에 덮여 보관되어 있다.

밑에는 대충 봐도 고급스러운 벨벳 방석이 깔린 상태였다.

아마 내가 크레아시론을 통해 보낸 물건인 듯했다.

“진짜로 당근을 보내실 줄은 몰랐는데…….”

“그래, 임마. 우릴 그 정도로는 생각하신다니까? 그래도 길거리 개보다는 취급이 낫잖아?”

“고맙다, 민호야. 너라도 있으니까 다행…… 큽…….”

“야, 이 자식아, 토하려면 화장실로 가!!”

중앙에 놓인 테이블 주변에는 양주 몇 병이 굴러다닌다.

그리고 이미 고주망태가 된 두 명이 눈에 띄었다.

나이가 같아 친구라도 먹었는지 이도윤과 박민호는 제법 친밀해 보이기까지 했다.

“꼬라지들이 이게 무슨…….”

차마 뒷말을 하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

“……형님?”

박민호는 문 앞에 기댄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귀신이라도 보는 듯 놀라움이 가득하다.

저만치 취했으니 당연한 일일까.

“우에엑-”

맞은편에 있던 이도윤은 결국 가까이 있는 쓰레기통을 부여잡고 무지개를 쏟아 낸다.

도저히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만큼 개판이다.

돌아갈까 싶어 뒤를 돌자 그제야 박민호가 다급하게 다가왔다.

“형님!!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아예 사라지신 줄 알았습니다!”

그는 하도 놀라 술기운이 달아났는지 제법 멀쩡한 말투로 말했다.

이미 쓰러져 버린 주정뱅이 한 명은 그렇지 못했지만.

소파에 다가가 대충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았다.

나를 보는 박민호는 눈물마저 글썽인다.

“일이 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꼴들은 뭐지.”

“크음, 형님이 실종되시고 나서 몇 번 마주치니 친해져서…….”

그는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그러더니 묻지 않은 소식까지 혼자서 줄줄 나불거린다.

그동안 직접 만나지 않았던 기간이 길기에 나에게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박민호는 깨어난 동생의 이야기와 근황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아, 그리고 저도 그림자 길드에 합류했습니다.”

“어딘가 소속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더니.”

“도윤이와 말하다 보니 통하는 게 많아서요. 여기 오면 형님을 도울 일들이 많다고도 했고요.”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최근에는 전투 팀의 훈련 교관으로 일하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옆에 누워 있던 이도윤이 꿈틀거린다.

그는 곧 머리를 부여잡고 깨어났다.

“으…… 민호야? 옆에는 누구…… 헉! 진 님??”

친구라더니 놀라는 반응도 박민호와 똑같았다.

그는 황급히 옆에 놓인 물잔을 들이켠다.

그제야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바로 돌아왔다.

“맡긴 일은 어쩌고 이러고 있는 거지?”

설마하니 그동안 말아먹진 않았겠지.

마계에서 개고생을 하고 왔는데, 정작 지구에서의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곤란했다.

“크…… 그쪽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그렇고, 아레스의 길드장님이 도맡아서 해 주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밖에 나가지도 않으시고 일에 열중하시더군요.”

“강준하 헌터요? 저 빼고 따로 하시는 일이 있으셨습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박민호가 대뜸 껴들었다.

우리끼리의 대화가 서운한지 시무룩해 보인다.

친해 보이더니 블랙마켓까지는 말하지 않았는지 이도윤은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만 살핀다.

“음, 민호야 그게…….”

“박민호라면 괜찮다. 어디 가서 떠들어 댈 성격은 아니니까.”

그게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만사에 호들갑 떠는 성격이라 믿음직스럽지 못해 보이는 외견과는 달랐다.

그는 의외로 진중한 면모도 지니고 있었다.

나에 대해 떠들어 대고 다녔다면 진작에 내게 칼 맞고 귀환했을 것이기도 했고.

“형님…….”

박민호는 짐짓 감동한 듯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블랙마켓은 계속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조만간 다른 지점도 몇 개 내어도 될 것 같습니다.”

“블랙마켓이요?? 헉…… 그게 길드에서 만든 거였다니…….”

“마침 잘되었군. 박민호, 할 일 없으면 좀 도와야겠어.”

규모가 커진다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더 필요했다.

타이밍 좋게 굴러들어 온 노예 3호를 생각하니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슬쩍 웃으며 그를 쳐다보자 박민호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도 이제부터 힘을 더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한호의 이름으로요. 진 님께서 돌아오신다면 한번 뵙고 싶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은혜라도 갚겠다는 건가.

겸손을 떨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굳이 주겠다는 도움을 거절할 만큼 양심이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세력을 키워야겠다 마음먹은 참이었다.

“좋군. 그동안 고생했겠어.”

“사실 모두 진 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죠.”

내가 없는 사이에도 장사는 제법 잘되고 있었다.

잘하면 전보다도 더 큰 규모의 사업이 될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블랙마켓에 엿이나 먹여 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그 배후까지 알아냈으니 더더욱 잘된 일이었다.

골드 드래곤이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언정, 앞으로는 헌터 사회에서 돈으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 터.

만약 블랙마켓을 그대로 두었다면 짜증 나는 일들이 꽤 많았겠지.

“그러고 보니 협회에서 <검은 탑> 20층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모임을…….”

쾅-!!

갑자기 사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무려 길드장실인데 이렇게까지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강준하가 보인다.

“……진 님…….”

수척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잘난 외모는 여전하다.

“소식 한번 빠르군.”

길드에 보는 눈이 몇 명인데 당연한 일일지도.

슬쩍 웃으며 고개를 까딱이자 그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참을 말을 고르다, 결국 어렵게 한마디를 꺼낸다.

이곳은 어느새 나를 위한 조촐한 환영 모임이 되어 버렸다.

천천히 주변을 훑으니 세 명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그러고 보니 모두 모였군.”

5대 길드 중 하나인 아레스 길드.

그리고 이제는 6대 길드로 불려야 한다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림자 길드.

이 둘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블랙마켓도 이제는 안정된 것 같고, 나를 위해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결연한 의지가 비친다.

모두 내 말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기세였다.

“헌터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단체가 몇몇 있겠지. 그들을 조사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모습이 있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보고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 정도는 저희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맞습니다. 굳이 형님이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저희 정도면 어디서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세 명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생각해 보니 그들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항상 나보다 못한 모습들을 보여 왔기에 깜빡 잊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뻗댈 타이밍이 아니기에 가볍게 핀잔을 주었다.

“블랙마켓의 주인이 다른 곳에도 세력을 심어 왔을 거야. 조심해. 만만치 않은 자다.”

“진 님이 그 정도까지 말씀하실 정도라니…… 저희에겐 쉽지 않겠군요.”

“형님이 만만치 않다고 말하는 거, 처음 듣습니다.”

그제야 그들은 태도를 돌변해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다.

심지어 죽음마저 각오한 기색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하던 말 있지 않나. 협회에서 모임을 가진다고?”

“아! 네. 20층부터는 이제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 또다시 정예를 꾸려 볼 계획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들어가진 못하겠지만요. 아마 길드들의 정비가 끝나면 시작하겠죠.”

“탑 공략이라…….”

마계가 나온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게 몇 층부터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그때까지 공략에 참여해야겠군. 공략의 속도도 중요하니까.’

드래곤이 언제 헌터들에게 이빨을 드러낼지도 모르는 일.

우선은 헌터 전체의 전력을 올리는 것도 중요했다.

마르바스에게는 지배 용언을 썼지만 그건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신중을 기했던 것이다.

고작 인간 헌터에게 드래곤에게도 힘에 부치는 강력한 용언을 사용하진 않을 터.

미다스의 손에 있던 길드장만 해도 지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보이는 상태였다.

“혹시 모임에 참여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그 정도는 괜찮다. 회의는 언제지?”

“음…… 5…….”

“5일?”

그 정도면 꽤 여유가 있었다.

지구로 돌아온 김에 블랙마켓이나 천천히 둘러보다 가려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강준하가 단호하게 말하며 고개를 젓는다.

“5일이 아닙니다만.”

“……이제 4분 남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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