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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84화 (8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84화

한스는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진짜로 뭔가 있긴 있는 모양.

개소리로 치부하려 했지만 그의 흔치 않은 태도에 관심이 간다.

“드래곤의 레어가 이웃집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평범한 인간이라면요.”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 해답이라는 건가.”

“네, 대륙의 현자로 유명한 자가 있지요. 기억나십니까? 헤르멘이라는 자였는데.”

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알다마다. 모를 리가 없다.

내가 전쟁을 할 때마다 쫓아와서 꼰대질을 하던 놈이었다.

주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힘쓰라는 헛소리를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잠적했지만.

‘나한테 한 대 얻어맞은 뒤부터였지.’

나야 굳이 귀찮게 방해하는 놈이 없으니 찾으려 들지도 않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성가시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놈이 어디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아무리 현자라지만 드래곤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을까. 말이 현자라지만…….”

사실상 사기꾼과 다름없지 않았나.

꼴에 현자랍시고 자질구레한 지식은 그럭저럭 많았지만 문제는 그 뜬구름 잡는 듯한 말들.

출생이 불분명한 것부터 시작해서 나이, 외모까지.

분명 그는 묘한 구석이 많았다.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은 좀 다릅니다. 폐하께서 귀환하신 이후로 활발하게 활동하더군요. 그리고 자신이 드래곤과 친구가 되었다며 말하고 다녔습니다. 생각보다 드래곤이 착한 종족이라는 말도 하면서요. 아, 친절하다고도 했었나?”

“친구? 헛소리.”

한스가 저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인간이 개미와 친구를 맺을 수 있던가.

드래곤의 눈으로 보자면 필멸자인 인간은 하등한 존재.

그렇다고 인간이라는 종족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간혹 슈퍼 개미가 등장해 드래곤 슬레이어니 뭐니 하는 호칭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여태껏 친구 같은 말랑한 호칭을 얻은 적은 없었다.

“정말이라니까요?”

내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한스는 억울한 얼굴이다.

“드래곤이 만들었다는 아티팩트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국에서도 몇 개 확보해 놨는데…… 잠시만요!!”

그는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간다.

탐탁지 않은 얼굴로 빈자리만 지켜보고 있는데, 잠자코 옆에서 듣고만 있던 카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저 녀석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꽤 유명한 소문이었으니까요.”

“흠, 헛수고는 딱 질색이다만.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카일까지 저렇게 말하는데 믿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

그는 허튼소리를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그래도 현자 놈을 찾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을 즈음이었다.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스가 무언가를 한아름 안고 나타났다.

“헉…… 헉!! 아직 계셨군요! 당연히 가신 줄 알았는데…….”

그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아티팩트들을 테이블에 올린다.

그중 제일 화려해 보이는 팔찌 하나를 주워들었다.

[드래곤의 정수가 담긴 팔찌[S급]: 게으른 드래곤이 인간인 친구에게 주기 위해 심심풀이로 만든 팔찌. 대충 만든 물건이기에 불안정한 힘을 담고 있지만 그럭저럭 쓸 만합니다. 마나 회복 속도 +150%]

외관에 비해 능력치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템의 설명은 눈길을 끌 만했다.

‘진짜였나…….’

무려 시스템이 보증하는 드래곤의 친구이다.

그 이상의 말은 필요치도 않았다.

“그래, 그 현자라는 놈은 어디 있지.”

“공식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뒤를 밟아 봤습니다. 9대 미궁 중 하나인 잿빛 수수께끼의 미궁에 있을 겁니다.”

“현자란 놈이 미궁이라? 뜬금없군.”

9대 미궁을 모두 클리어했다지만 그것도 최소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전의 일이다.

<검은 탑>을 공략한 헌터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다녀왔던 모습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형태는 비슷했다.

비어 있는 보스 몬스터의 자리를 다른 몬스터가 채운 것이다.

그래서 다들 내가 일러 준 공략법대로 차근차근 탑을 공략하고 있던 것이고.

하지만 다른 미궁들이라면 모를까, 수수께끼의 미궁이라면 성질이 조금 달랐다.

‘잿빛 수수께끼의 미궁에는 아무것도 없을 터인데.’

그곳에는 보스 몬스터는커녕 몬스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 그대로, 수수께끼로 가득한 미궁이다.

하다못해 보상으로 주어지는 보물들도 내가 쓸어가 버린 상태다.

볼 거라곤 쥐뿔도 없는 곳이었다.

“감시자 말로는 벌써 몇 달째 나오지 않고 있다더군요. 혹시…… 죽은 게 아닐까요?”

“시작도 전에 재수 없는 소리를 하는군.”

“큼……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 미궁을 공략하려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를 풀다 오답을 말하면 미궁에 있는 골렘들이 등장하게 된다.

고대 골렘들은 개체 하나하나가 상당히 강한지라 죽어 나자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현자라는 그 이름값에 기대 보는 수밖에.”

설마 현자씩이나 되는 자가 그깟 수수께끼도 못 풀진 않겠지.

듣자 하니 이제 지체할 시간은 없다.

우선은 그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찾아가 보는 수밖에.

“나는 바로 출발해야겠군. 궁정 마법사를 불러 텔레포트를 준비하게 해.”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카일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머지 아티팩트들을 주섬주섬 챙기는 한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함께 전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너희를 수수께끼 던전에? 아서라.”

기사들을 그곳에 데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수하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나빴다.

몸이 나쁘니 머리가 고생한다는 생각으로 팽배한 자들이었다.

수수께끼를 받자마자 바로 개소리를 지껄일 테지.

다른 던전이라면 모를까, 잿빛 수수께끼의 미궁은 기사들과 상성이 최악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는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로 나를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궁정 마법사들의 연구실이 모여 있는 탑이었다.

이미 카일과 다른 마법사들이 모여 모든 준비를 마쳐 놓았는지 주변은 어수선하다.

“카일 경, 정말 황제 폐하가 돌아오셨다는 말입니까?”

“이미 확인까지 마친 사항입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허……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그야말로 기적입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는 눈이 많은 궁이기에 소문은 다 났으리라 생각했는데.

탑을 떠나지 않는 마법사들에게는 이제야 전해진 소식이었나.

“저…… 이곳은 함부로 다가오시면 안 됩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마법사들이 나를 막아섰다.

불쾌감을 표시하려는 그때, 바로 뒤에 따라오던 한스가 험상궂은 얼굴을 구기며 나선다.

“감히 누구의 앞을 막는 것인가. 당장 무릎을 꿇게.”

“대체 누구시기에 그럽니까? 무릎까지 꿇으라니요? 한스 경, 아무리 당신이 하는 말이어도…….”

“오오, 정말 황제 폐하시군요!!”

카일과 이야기하던 마법사가 나를 발견하고 황급하게 뛰어온다.

흰 수염을 가슴께까지 기른 모습이지만 어렵지 않게 그의 과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수십 년을 함께한 마법사로, 내 곁을 끊임없이 지키던 자였다.

“오랜만이군.”

“제 살아생전 다시 뵐 줄은……. 아니, 그나저나 이놈들이 누구 앞에서 큰소리를 내?”

“헉, 정말 황제 폐하시라고요?? ……악!!”

그는 들고 있던 거대한 스태프로 마법사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불같은 성격이다.

“제가 따로 단도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미궁으로 향하신다고요? 준비는 마쳐진 상태입니다.”

그는 나를 거대한 마석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서자마자 마법사들에게 텔레포트를 구동시킬 지시를 내린다.

내 급한 성격을 알기에 행동은 빨랐다.

“다녀오지.”

“일을 마치시면 꼭 저를 찾아 주시죠.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선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나를 지켜보는 카일과 한스의 얼굴도 비슷하다.

심지어는 내가 이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지 불안한 기색이다.

“지금이라도 따라가면 안 되겠습니까?”

한스는 다시금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 단호한 얼굴에 곧바로 꼬리 내리긴 했지만.

“잠깐 돌아오신 거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폐하의 귀환 파티 정도는…….”

카일 역시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이대로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마저 내비친다.

돌이켜 보니 짧은 만남이긴 했다.

헤어졌던 시간에 비해 많은 말은 나누지도 못했고.

‘번잡한 건 싫지만…….’

축 늘어진 그들을 보자 약간의 변덕이 생긴다.

잠깐 정도는 어울려도 괜찮겠지.

“……돌아오면 그 파티라는 것을 개최해 봐. 하루 정도는 참석해 주지.”

“정말이십니까??”

그제야 그는 미련 넘치는 얼굴을 그만두었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귀환할 때 너무 급작스럽게 떠난 탓에 작별 인사조차 못했었다.

이제는 정말로 준비된 이별을 해야 할 때였다.

그런 내 생각을 모르는지 그들은 신난 얼굴로 나를 배웅한다.

나는 작게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눈앞에는 회색빛의 칙칙한 탑이 보인다.

잿빛 수수께끼의 미궁은 과거의 모습과 같았다.

‘바로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운 좋게 1층에 있진 않겠지.

공략법이야 안다지만 귀찮은 생고생은 피하지 못할 듯하다.

절로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우선 입구에 다가가 낡은 철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익숙한 로비의 풍경이 펼쳐져야 할 터였다.

하지만 무언가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오류! <검은 탑> 공략을 진행하고 있는 곳에 접근하였습니다.]

“잠깐, 뭐? 공략이라고?”

슬슬 19층의 공략을 할 시간이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미친 우연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설마하니 마지막 남은 9대 미궁이 이곳일 줄은…….

그것도 하필 지금이라니.

‘이미 클리어한 곳인 줄 알았는데.’

1랭크 채널을 대충 보았던지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시스템 메시지는 여전히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다.

헌터들이 공략을 마칠 때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건가.

열리지 않는 문만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검은 탑>이 강제로 접근한 외부인을 확인합니다.]

[지구의 플레이어임을 확인, 예외를 적용합니다.]

[현재 2층을 공략 중입니다. 공략대에 합류합니다…….]

눈앞은 까만 어둠으로 물든다.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고, 시야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뭐야?? 용병왕??”

“용병왕이 왜 여기에 나타나!?”

그들은 한창 탑을 공략하고 있는 공략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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