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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79화 (7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79화

마르바스는 무언가 때려 부수고 싶은지 주변을 매섭게 둘러본다.

하지만 마땅한 걸 찾지 못했는지 그저 바닥만 발로 내리찍을 뿐이다.

주변의 마족들은 그를 말리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어지간히 인망도 없는 놈이군.’

마계 공작들이 하나같이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면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 봐야 하지 않을까.

분명 저따위 개차반 같은 자세로 살아왔을 게 틀림없다.

[<명예의 제전>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곧 홀에 내려앉았던 마기가 소용돌이치더니 저울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은 <피의 천칭>으로 몰린다.

[<피의 천칭>에 올려놓을 전리품을 정하세요. 서로 동등한 무게를 지녀야 합니다.]

이제야 천칭이 생긴 이유를 알아차렸다.

전투 자체가 끝이 아닌 것이다.

<명예의 제전>에는 승자를 위한 전리품도 존재했다.

‘어차피 내가 받아야 할 것은 정해져 있는데.’

보아하니 수평이 맞아야 시작되는 구조이다.

약간의 고민을 하는 사이 귓가에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 이렇게까지 해 줄지 몰랐는데.]

[마신이 명예로운 제사의 의식을 진행하려는 마왕을 흡족해합니다.]

[마신의 축복으로 무게추가 마왕에게 기웁니다. 무엇을 걸어도 마신은 흔쾌히 허락할 것입니다.]

‘이게 마신이 원하는 상황이 맞긴 한가 보군.’

자리에서 일어나 저울로 다가갔다.

그에 마르바스 역시 씨근덕거리며 가까이 온다.

“마왕이여, 대체 원하는 게 뭐지? 단순히 나와 겨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상황을 끌어오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말없이 저울만 쳐다보았다.

이미 전리품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은 하나였다.

“네가 걸어야 할 것은 너의 목숨.”

“건방진……!!”

[한쪽 저울에 마르바스의 생명이 올라갔습니다.]

[다른 한쪽에 올릴 전리품을 정하세요.]

“감히 그따위 소리를 해!??”

“어차피 내가 이긴다면 거둬 갈 목숨이다. 자비를 베푼다고 생각하진 않나 보군.”

“하!? 지나치게 오만하군!! 그 자신만만한 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성싶으냐!? 너 역시 목을 걸어야 할 것이다!!”

“글쎄…….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와 네 목숨은 무게가 맞지 않는군.”

나는 기울어진 한쪽 저울과 마르바스를 번갈아 보았다.

어차피 내가 무엇을 정해도 마신은 나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릴리스가 전에 했던 말이 있었지.’

목숨에는 목숨을.

그녀의 말을 나직이 곱씹어 보았다.

가만히 침묵을 지키는 나를 향해 그는 잔뜩 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그럼 그 알량한 마왕 자리라도 걸 셈이냐!?”

“아니.”

나는 팔짱을 끼고 나직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걸 것도 역시 마르바스의 목숨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 그딴 게 저울에 달릴 리가 없다!!”

“날 이기면 살려는 주겠다는 뜻이지.”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어차피 이길 전투, 전리품 따위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겠는가.

이겨도, 져도 마르바스는 어차피 살려 놔야 했다.

사실상 내 힘만 들지 노력 대비 얻는 것이 없을 전투였다.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이미 소멸시키고도 남았을 것을.’

나 역시도 이처럼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퀘스트가 말하는 숨겨진 성공 조건.

마신이 직접 언질할 정도라면 무언가 있어도 단단히 있을 터였다.

“나중에 내 자비에 눈물깨나 흘릴 텐데.”

마르바스는 내 말에 코웃음을 친다.

직접 맞붙어 본 적은 없는지라 여전히 건방진 모습이다.

어차피 곧 쥐어 터질 놈이기에 적당히 무시했다.

여전히 주변의 마족들은 웅성거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분명 동등한 무게를 걸어야 제전이 성립될 텐데, 아직 뭘 모르시나 보군.”

“남부 공작님이 그 정도도 설명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다른 마족들이 이 정도니 아렐리아와 릴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빈 왕좌 옆을 지키던 그들이 황급히 나에게 다가온다.

“마왕님, 지금이라도 다른 걸 거세요. 어차피 이기실 테니 무엇을 걸든지 상관없으시지 않나요?”

“남부 공작의 말이 맞습니다. 오히려 마신께서 노하실지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만히 저울을 지켜보았다.

곧 덜컹 소리와 함께 저울이 올라간다.

양쪽은 완벽한 수평을 맞추었다.

‘역시나.’

사실상 돌멩이를 올려도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신은 이번에도 나의 손을 들어 주었다.

퀘스트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가능한 마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터.

예상이 맞았는지 다시금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신이 크게 웃습니다. 지금 상황을 재미있다 생각합니다.]

[다른 쪽 저울에도 마르바스의 생명이 올라갑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마르바스는 멍한 눈으로 중얼거린다.

지켜보던 이들의 웅성거림도 더욱 커져, 이제는 시끄러운 시장통과 다름없었다.

“허, 저런 걸 마신께서 허락하시다니.”

“이번 마왕은 마신의 신뢰를 잔뜩 받고 있나 보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르바스 공작만 우습게 되었소.”

소란 속에서도 천칭은 자신의 할 일을 시작했다.

크게 진동하던 저울은 곧 어두운 마기를 뿜어낸다.

칠흑과도 같은 묵직한 마기는 서서히 메인홀 전체를 감싸 안는다.

“참 오래도 걸렸군.”

“마왕님, 부디 승리하시길.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다리 한 짝 정도는 똑 부러트려 주세요!!”

릴리스와 아렐리아가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주위에는 나와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있는 마르바스만 남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이니 넓은 홀의 풍경이 바뀌어 있다.

‘콜로세움이라…….’

로마 시대에서나 볼 법한, 검투사들을 위한 공간이다.

전투를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긴 했다.

원형의 경기장은 수많은 마족으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다.

[특수한 규칙이 발동되었습니다. 전리품으로 마르바스의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죽일 수 없습니다.]

[1분 뒤 전투를 진행합니다. 참가자들은 준비해 주세요.]

“규칙 때문에 죽이진 못해도, 멀쩡하게 돌아갈 생각은 마라!”

마르바스는 두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잔뜩 부푼 근육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듯 꿈틀거린다.

“누가 할 소리를.”

곧 닥쳐올 미래를 자각하지 못하고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다.

그놈의 규칙 때문에 본인이 살아는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

그래도 마음 편히 날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은 맘에 든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목숨줄은 붙어 있단 거지.’

애써 힘 조절을 할 필요는 없어졌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폭렬의 페르아렌을 꺼내 들었다.

가볍게 몸을 움직여 스트레칭을 하고 마르바스를 향해 삐딱하게 섰다.

[<명예의 제전>을 시작합니다!]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마르바스는 덩치에 맞는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었다.

흉폭한 마기가 일렁이며 그가 들고 있는 무기를 감싼다.

“한 수는 양보해 주지.”

“감히 건방지게……! 오냐, 한번 받아 보거라!!”

그는 내 도발에 발끈하며 거칠게 뛰어올랐다.

파괴적인 공격이 이어지려는 찰나, 나는 스킬을 발동시켰다.

“<요정수의 가호>!”

<요정수의 가호[L]: 일주일에 1번, 요정수의 위대한 가호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1시간 동안 공격력 +100% 방어력 +100% 상승.

발동 즉시 1회에 한해 최초로 받는 공격을 상대방에게 돌려줍니다.>

곧 내 몸에 묵직한 공격이 닿는다.

온 힘을 다했는지 상당한 마기였다.

그와 동시에 큰 굉음과 함께 마르바스는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쿠웅-!!

“커억!!”

흙먼지가 걷힌 곳에는 마르바스가 부들부들 떨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거대한 몸은 여기저기 치명적인 상처로 가득하다.

‘스킬 효과는 확실하군.’

긴가민가했는데 이로써 확실해졌다.

공격을 상대방에게 돌려줄 뿐 아니라 1회의 무적 효과도 있는 듯했다.

처음 얻은 스킬의 희생양이 된 마르바스는 피를 왈칵 토하며 소리친다.

“쿨럭……!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않다니……!”

“눈이 붙어 있긴 한 건가? 가만히 있었지 않았나.”

나는 정말로 한 수 양보해 주었다.

그저 방어 스킬을 발동했을 뿐.

지금 받은 공격은 본인이 한 공격이었다.

‘이걸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

작게 웃으며 비꼬자 그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비틀대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지간히 강한 공격이었는지 바닥에 붙은 몸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한다.

“쯧. 오랜만의 전투라 제법 기대했는데.”

아무리 봐도 치열한 공방을 펼치긴 힘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는 주변에 경악한 얼굴로 싸움을 구경하는 마족들을 훑어보았다.

‘기강 한번 세워야겠군.’

지금은 마르바스지만 이후에는 모를 일이다.

혹시나 감히 기어오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밟아 놓을 필요성도 있었다.

‘특히나 저놈.’

여전히 화사한 서부 공작, 아르모데스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애써 웃음 짓고 있지만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이유로 제전을 찬성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분명히 손도 안 대고 내 힘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을 게 분명했다.

“<마신의 가호>.”

<마신의 가호[L]: 일주일에 1번, 마신의 가호를 부여받습니다. 스킬 발동 시 버서커 상태가 되며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2배로 향상됩니다.>

마왕이 되면서 얻은 스킬을 발동시켰다.

온몸에 마나가 휘몰아치며 자제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곧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다.

‘큭…… 생각보다 더 힘들군.’

깡스탯의 힘은 대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스탯이 두 배가 되자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힘에 도취된다.

이를 악물고 버텨 보려 했지만 당장 이 힘을 분출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크윽…… 이 힘은……?”

마르바스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그의 얼굴이 허옇게 질린다.

도망치고 싶어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버둥거리기만 한다.

“안…… 안 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그의 두 눈은 점점 공포로 가득 찬다.

패도적인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는 단순히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일 뿐.

“죽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검을 높게 치켜들고 단숨에 꽂아 내렸다.

묵직한 마력은 마르바스에게 집중되어 있다.

콰아아앙-!!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바닥이 움푹 파인다.

더 이상 마족들의 모습은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

전투의 장소는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눈앞의 마르바스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기절해 있었다.

[<명예의 제전>이 끝났습니다.]

[승자는 마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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