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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8화 (68/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8화

“아, 진 님!! 여기입니다!”

이도윤에게 주소를 받아 간 곳은 강남에 있는 높은 빌딩이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즐비한 곳이다.

궁핍함에 시달리는 다른 중소 길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확실히 한호 그룹의 재력은 대단했다.

“너는 길드장씩이나 된 녀석이 입구까지 마중을 나오냐.”

“하하……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요. 처음 방문해 주시는데 이 정도쯤은 해야죠.”

“그나저나 한호 그룹의 손자라더니 건물이 꽤 크군. 그림자 길드는 몇 층을 사용하고 있지?”

“예?”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내 말이 어려웠나.

본인 길드의 층수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30층 모두 저희 길드 소유입니다만.”

……내가 아직 소시민의 면모를 벗지 못했나.

그래도 왕까지도 해 보고 돈은 써 볼 만큼 썼다고 자부하는데 나는 아직 부족했다.

자수성가한 나와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싶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 오는 이도윤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철철 묻어난다.

‘이것이 재벌의 자태인가.’

원래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는 이길 수가 없었다.

“……진 님? 무슨 생각하고 계십니까? 여기서 이러고 계실 게 아니라 어서 올라가시죠.”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나를 이끌었다.

길드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아는 얼굴들이 제법 보인다.

그들은 지나가다 나를 보고 황급히 달려왔다.

“와, 진 헌터님! 이게 얼마 만이죠? 정말 반가워요!”

“저 방패조였는데 기억나시나요? 튜토리얼 끝나고 B랭크가 되었습니다. 이게 다 진 헌터님 덕분입니다!”

여기저기서 나에게 아는 척을 해 온다.

“길드가 좀 번잡스럽죠? 다들 같은 E랭크에서 시작했다 보니 랭크 구분 없이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아, 김지혜 헌터, 오늘은 출근했네요.”

“안녕하세요! 엇! 길드장님만 진 헌터님 독차지하지 마세요! 진 헌터님, 끝나고 저희 연구실에도 놀러 와 주실 거죠?”

이도윤도 마주치는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웃으며 인사한다.

자기들끼리도 어지간히 친한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튜토리얼을 함께한 기수끼리는 친해지기도 한다지만 이들은 그보다 더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져 있었다.

금세 그들에게 동화되었는지 나도 덩달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여기가 길드장실입니다.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도윤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내 취향과 딱 맞는 푹신한 소파에 앉고 그를 마주했다.

“이렇게 찾아와 주시다니…… 혹시 논의하실 게 있으십니까?”

그는 역시나 눈치가 빨랐다.

내가 단순히 구경을 위해 놀러 온 것은 아닐 거라 예상한 것이다.

“요새 그림자 길드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했었지. 한호에서 자금줄을 끊기라도 한 건가?”

“아…… 저희 그룹 말입니까.”

이도윤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진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다.

“사실 한호에서는 협회에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할 뿐 자금은 제 개인 재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버지도 어느 정도 도와주셨고요.”

“그룹에선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말이지?”

“네, 사실 회장이신 할아버지께선 제가 길드를 차린 것 자체를 탐탁지 않아 하셔서요. 아버지를 도와 계열사를 맡지 않은 걸 불만스러워 하시고 계십니다. 한번 두고 보겠다는 말씀은 하셨지만…… 글쎄요.”

이제야 재벌가의 손자씩이나 되는 그가 돈을 걱정하고 있는 게 이해가 간다.

한호의 회장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몇 대째 내려온 한호를 한국 제일의 기업으로 올려놓은 입지적인 인물.

현재는 자식들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기고 뒷짐 지고 있지만 차기 회장은 정해지지 않았기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회장님께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잘해 봐야겠죠. 사실 협회에 그 정도까지 해 주실지도 몰랐습니다. 자금 문제는…… 어떻게든 노력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멋쩍게 웃어 보인다.

큰소리치고 길드를 만들어 내는 건 성공했지만 영 지지부진한 게 부끄러운 듯했다.

“김지연이 만들어 내는 연금술은 아직 상용화되려면 멀었다고 했지?”

“네, 상당한 능력자이긴 합니다만 연구라는 것이 그렇게 빠르게 될 리가 없죠. 현재는 영원한 잠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것에 힘쓰긴 힘든 상황이긴 합니다.”

“연금술에 드는 비용이 상당할 테지. 그럼 자금을 끌어 올 만한 새로운 사업이 필요한 상황일 테고.”

“맞습니다만…… 뭔가 생각하고 계신 게 있습니까?”

그는 뭔가 기대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블랙마켓.”

“……블랙마켓이요? 지금 전 세계 지점이 재정비를 위해 잠시 멈춘 걸로 압니다만.”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강준하가 조사한 바로는 달랐다.

“그 블랙마켓의 사업을 강탈해 오지.”

“예??”

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평소 친절함이 배어 있는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미 표정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저편에 던져 버린 지 오래였다.

‘파리 들어가겠네.’

“아니, 그게…… 이미 있는 사업을 무슨 수로요? 혹시 저희가 비슷한 사업을 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하지만 후발 주자인 저희가 힘을 쓸 수는 없습니다.”

이도윤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이미 전 세계로 뻗어 나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었다.

A급 이상의 아티팩트 하나하나를 감시하며 세금을 매기는 협회에 질린 헌터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이미 그 유명세는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후발 주자는 되지 않을 거야. 장담하지.”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블랙마켓부터 시작해 모두 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꼬리를 밟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였다.

헌터들이 그걸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블랙마켓은 곧 모두 철수하게 될 거야. 빠르게 준비하고, 그 시점을 노려 그걸 우리가 먹는다.”

“철수라니요?? 그 정도 규모가……. 허, 설마……. 아니, 아닙니다. 진 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니 믿겠습니다.”

그는 곧 진지한 얼굴로 내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블랙마켓처럼 다양하게 지점을 낼 필요는 없어. 여력도 부족할 테니 일단 몇 개 국가에서만 운영하지. 명목은…… 대충 마켓의 질을 향상한다고 하지.”

“미국과 유럽 정도라면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쪽에 주력 사업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런 금전적 여력은 없습니다.”

이도윤은 난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이미 길드 운영비만으로도 벅찬 그림자 길드였다.

나 역시 그 정도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필요한 금액만 말해.”

“예? 못해도 수천억 이상은 필요할 겁니다.”

나는 기겁하는 그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수천억이라…… 상당한 금액이긴 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내 인벤토리에 있는 금괴와 보석들로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

“나라를 사는 것만 아니면 된다.”

“헉…… 말도 안 돼…….”

그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오히려 살짝 축소한 건데.’

사실은 조그만 나라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동안 아스티란에서 긁어모은 재산은 상당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이도윤은 자신감 넘치는 내 태도에 다시 진지하게 대화에 임한다.

“하지만 블랙마켓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무리 철수한다 해도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돌아온다라…….”

오히려 내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다면 그들에게 접근하기가 더 쉬울 테니까.

‘제발 돌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기존 블랙마켓은 눈 뜨고 코가 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 그럴 리는 없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진행해.”

“알겠습니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겠죠. 원래 이런 일은 천천히 진행해야 하지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래, 내가 투자하는 만큼 성과를 보여.”

“당연한 일입니다.”

그는 굳은 의지로 가득했다.

갑자기 생긴 희망에 두 눈은 반짝거리기까지 한다.

“참고로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간 자 중에서는…….”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이도윤은 잠깐 오싹했는지 부르르 떤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그가 크게 소리친다.

아까보다 더 절박한 목소리였다.

* * *

나는 한창 공사 중인 곳을 둘러보았다.

전에 있던 블랙마켓과 흡사한 공간이다.

‘괜히 자신만만하게 맡겨 달라 한 게 아닌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군요. 처음에는 저희 길드가 아니라 그림자 길드를 통해 일을 진행한다 하셔서 걱정했습니다만.”

따라온 강준하가 주변을 꼼꼼히 훑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세심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가 마지못해 인정할 정도였다.

“아레스 길드의 도움도 있으니 가능했겠지. 그래도 이 정도는 나도 놀라울 정도긴 하군.”

이도윤은 생각보다 사업적인 능력이 뛰어났다.

아니면 길드장으로서의 능력이던가.

그동안 그림자 길드에서 모집한 생산 계열들이 이곳에서 빛을 발했다.

터를 잡고 건물을 올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아, 오셨습니까? 공사 진척이 생각보다 빨라 조금만 있으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본사를 세워 놓은 것도 봤다. 전처럼 장거리 텔레포트로 이동시키려는 모양이지.”

“네. 기존 블랙마켓과 가능한 한 흡사하게 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

이도윤은 이리저리 지시를 내리다 나에게 다가왔다.

요새 잠도 못 자고 일한다더니 낯빛이 퀭했다.

하지만 두 눈은 반짝거리는 게,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내 주신 금괴가 상당하더군요. 오히려 남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조심스럽게 나와 강준하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헌터 협회에서 냄새를 맡고 무언가 조사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블랙마켓의 본사가 갑작스레 한국에 생기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합니다. 아레스에서 최대한 막고 있긴 합니다만.”

“헌터들을 탑으로 밀어 넣고 나니 살 만해졌다 이건가.”

내가 스크롤들을 넘겨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좀 더 시일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협회에서는 준비가 끝나자마자 <검은 탑> 공략을 시도했다.

서채아의 나비 길드와 다른 길드들이 12층에 들어간 지도 벌써 사나흘은 흐른 상태였다.

‘몸이 아파 보였는데 정말로 바로 공략에 들어갈 줄은…….’

생각보다 그녀의 의지가 대단했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탑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슬슬 탑 공략을 마칠 때도 되었을 텐데.”

“아무리 SS랭크라지만 그렇게 빨리…… 아.”

허공을 잠시 훑어보던 이도윤이 멈칫한다.

“1시간 정도 전에 12층 공략에 성공했나 보군요. 1랭크 채널에 소식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의 말에 나 역시 닫아 두었던 채팅창을 열어 보았다.

수백 개에 달하는 메시지는 공략 성공에 대한 환호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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