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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6화 (66/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6화

수상하기 짝이 없는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바로 향할 순 없었다.

스크롤을 찢어 도착한 곳은 협회 로비.

집 외에는 등록해 놓은 좌표가 여기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헉? 텔레포트 마법……?”

“용병왕과 아레스 길드장이야! 잠깐, 가운데 여자는 뭐지?”

가뜩이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놀랄 텐데, 다 죽어 가는 서채아를 부축한 채 텔레포트 하자 협회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거기, 박신우 지부장 좀 불러와 주십시오. 그리고 힐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멍하니 우릴 구경하는 보안 팀을 향해 강준하가 말을 걸었다.

그제야 그들은 황급히 어딘가에 연락을 한다.

서채아를 주변 소파에 눕히고 한숨 돌리고 주변을 살폈다.

혼란 속에서 치유 헌터를 대동한 박신우가 저 멀리서 뛰어왔다.

“진 님, 이게 또 무슨……. 아니, 이분은 서채아 헌터님 아닙니까!?”

“아마도 맞을 거다.”

“대체 실종된 헌터를 어디서! 아니, 아닙니다. 힐러 팀!! 빨리 헌터 병원으로 서채아 헌터를 옮겨!!”

치유 헌터들과 함께 그녀가 텔레포트의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한바탕 난리가 끝났지만 호기심에 가득 찬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든다.

이미 로비는 혼란으로 가득 찬 상태.

박신우는 그 모습을 힐끗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쉰다.

“……일단 위로 올라가시죠.”

그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여느 때처럼 협회장 사무실이 아닌 박신우의 사무실이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표정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질문해 온다.

“대체 서채아 헌터는 어디서 찾았습니까?? 강원도는 물론 전국을 이 잡듯 뒤져도 찾지 못한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녀는 저 먼 태평양 무인도에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걸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블랙마켓을 뒤쫓다 우연히 찾아낸 그녀이기에.

목격자 하나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걸 허사로 만들 순 없었다.

그저 말을 삼킨 채 묵묵히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아…… 또 침묵으로 일관할 셈이십니까.”

이미 익숙한 나와 강준하의 태도에 그는 진절머리가 나는 듯 보인다.

박신우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그저 잘 정돈된 머리를 흩트리며 연신 머리를 쓸어 올린다.

“……몇 시간 전, 랭크 보드가 바뀐 건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 리가 없다.

여전히 침묵을 고수한 채 그를 쳐다보자 박신우는 답답한 듯 눈앞에 놓인 물잔을 비웠다.

“서채아 헌터의 국내 랭킹이 2위로 올라왔습니다. 진 헌터님의 바로 밑 순위로요.”

“랭킹이 변했다고?”

누워만 있던 그녀가 뭘 했다고 강해진단 말인가.

어이가 없어 아까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제야 짐작 가는 일이 있었다.

‘설마 그 마법진이?’

심상치 않은 강대한 마력이 섬 전체를 떠돌아다닌다 싶었는데, 그 마력을 모두 그녀에게 흡수된 모양이다.

하지만 평범한 마법의 힘일 리가 없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모든 헌터가 진작 강해졌을 테니까.

“S랭크 중에서도 순위가 낮았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SS랭크가 되었습니다. 혹시 아시는 것 있으십니까?”

너라면 아는 게 있겠지, 라는 눈으로 그가 나를 쳐다본다.

물론 알고 있는 것은 있지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침묵이 사무실 가득 내려앉았다.

“하…… 당연히 대답해 주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게 생기신다면 반드시 저에게 먼저 와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진 님, 피로해 보이십니다.”

협회 로비를 걷고 있는데, 강준하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어 온다.

그의 말대로이다.

몸보다는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블랙마켓을 찾아 헤매던 게 이렇게 꼬일 줄은.”

블랙마켓의 비밀 장소는 캐내는 데 성공했지만 뒷맛이 찝찝했다.

고위 마법사인 아렐리아라면 어떤 마법인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새삼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그보다 더 엄청난 걸 찾은 기분이긴 하지만…….’

비밀리에 저 정도 일을 벌일 수 있는 자들이다.

블랙마켓과 미다스의 손은 확실히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영원한 잠과 서채아.

둘 다 헌터와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제야 단추가 끼워 맞춰진다.

주인님이라는 자는 어떻게서든 헌터들을 저지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다른 차원계의 존재일까. 그들은 인간의 왕이 나타나는 걸 원치 않으니.’

그러기엔 이종족 경매장의 존재가 너무나 거슬린다.

6차원계의 종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더 있다는 게 더 타당하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세력의 존재에 머리가 아찔하다.

이미 헌터 사회에 뿌리박고 영향을 끼치는 자들.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니다.’

“저는 돌아가서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무언가 알게 된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보자.”

나는 복잡한 심정을 잔뜩 껴안은 채 돌아갔다.

* * *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집.

나는 쉬는 동안 서채아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나비 길드의 길드장, 돌아오다.]

[그동안 잠적했던 나비 길드에 대해 파헤치다.]

미국 S급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을 정도이고, 현재는 그녀에 대한 말들로 가득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귀환자가 아닌 각성자 중에서 최초의 S급 중 하나라…….”

처음 튜토리얼이 열리고 예비 각성자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때.

나비 길드는 그곳에서 만난 헌터들과 서채아가 만들어 낸 길드였다.

5대 길드 중 유일하게 귀환자가 아닌 길드장이 있는 곳이었다.

날고 기는 귀환자들을 당당하게 제치고 내로라하는 길드가 되었다지만 그건 그녀 혼자만의 능력은 아니라고 했다.

그 어떤 길드보다도 결속력이 강한 덕택에 완벽한 팀워크로 유명한 집단이며 마치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

‘하기사 귀환자들은 개개인이 강하기는 하지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 많지.’

그 때문에 그녀가 실종됐을 때부터 쭉 지금까지 아무런 활동조차 하지 않은 길드가 이해가 갔다.

[영원: 나비 길드분들, 축하드립니다. 길드장님 깨어나셨다면서요?]

[하얀나무: 감사합니다. 길드장님이 전보다는 좀…… 아닙니다. 그래도 돌아온 게 어딘가요.]

[홍: 전엔 엄청 소심하고 낯가렸는데, 많이 변했다면서?]

[하얀나무: 네. 좀, 아니 많이 차가워지시긴 했는데…… 엄청난 일을 겪으셨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스티란짱짱: 아무것도 기억하지도 못하고 기억 상실증이랬나? ……한동안 고생할 듯.]

[홍: 그래도 갑자기 돌아온 길드장이 랭킹 2위나 됐는데 몸도 멀쩡하겠다, 나비 길드 이제 활동할 일만 남았네.]

[영원: 앞으로 탑 공략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동안 열어 보지 않았던 1랭크 채널을 확인했다.

짐작대로 며칠 전에 깨어난 서채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채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닉네임, 하얀나무.

그는 나비 길드의 부길드장으로 여태껏 길드장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였다.

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감격에 젖어 울먹이던 장면이 기억에 강렬히 남아 있다.

소문에 의하면 서채아와 친 오누이처럼 친한 사이라고 한다.

‘기억을 잃었다…… 라.’

발견되었던 공간과 마법사에 대해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게이트 내부에서 있었던 일은커녕 그녀 자신까지도.

알고 있는 것은 본인의 이름 세 글자뿐.

심지어 성격도 과거와는 정반대이다.

외모 빼곤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도 없다는 점이 수상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협회에서 이미 시스템을 통한 검증을 마쳤다고 들었다.

시스템은 거짓을 말하진 않는다.

정말로 서채아 본인인 것이다.

“이걸 믿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블랙마켓과 무언가가 있다고 보기에는 과거를 모두 살펴보았을 때 조금의 관련성이 없었다.

과거 행적 역시 깔끔하기 그지없다.

‘서채아는 단순한 희생양이었나.’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벨 소리가 들려온다.

[강준하]

옆에 놓인 휴대폰을 받아 보니 강준하가 다짜고짜 목적부터 말한다.

[진 님, 블랙마켓이 잠적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뭐? 며칠 전에는 그냥 마켓을 단장한다고 문 닫은 게 아니었나?”

우리가 경매장을 난리 쳐 놓은 후.

미국의 블랙마켓은 재단장을 핑계로 문을 걸어 잠갔다.

물론 목격자가 한둘은 아니었으므로 얌전히 넘어가진 못했지만 돈을 노린 테러 단체의 소행으로 둘러대었다.

이종족 경매에 참여했던 헌터들도 당당하진 못했기에 그 일은 유야무야 넘어가 버렸다.

괜히 아는 척을 하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게 뻔했다.

[무언가 이상해서 블랙마켓이 있던 자리로 가 보았더니 공사 중이더군요. 잠입해 보았더니 재단장은커녕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돌멩이 하나도요.]

“꼬리 자르기인가…….”

[다른 나라의 지점들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지만 앞으로 열릴 경매에는 분명 손님을 더더욱 가려 받을 겁니다. 실제로 지금 VIP 카드를 지니고 있는 헌터들을 상대로 비밀리에 신원을 조사하고 있는 상태더군요.]

“……잠깐, 설마. 나중에 연락하마.”

다급히 전화를 끊고 얼마 전 다녀온 무인도를 떠올렸다.

언젠가 한 번 더 조사를 갈 생각으로 빠져나올 때 텔레포트용 좌표를 만들어 두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전에 사용했던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마력이 온몸을 감싸는 게 느껴지고,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망망대해였다.

“바다……?”

허공을 좌표로 잡았기에 느껴지는 낙하는 당연했지만 밟아져야 할 땅은 존재하지 않았다.

짜디짠 바닷물을 느끼며 수면 위에 떠올랐다.

‘섬 자체가 사라진 건가? ……이게 말이 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좌표를 착각했을 리가 없다.

정말로 존재하던 무인도가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결국 잔뜩 젖은 생쥐 꼴로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을 닦지도 못한 채 거실 한가운데 서서 인상을 구겼다.

“……하.”

그들에게 중요한 장소인지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바로 찾아가 봐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명백한 내 실수였다.

대충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에 손을 닦고 다시 강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랙마켓뿐 아니라 섬도 사라진 모양이다.”

[그곳에 다시 다녀오셨습니까? 적이라도 있었다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무모하셨습니다.]

“차라리 적이라도 있었다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무인도 자체가 통째로 없어져 버렸어. 마치 가라앉기라도 한 듯 말이야.”

[증거를 인멸하려 들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군요. 그것도 그런 방식으로요.]

“보통 놈은 아닌 줄 알았지만…….”

단순히 건물을 파괴시켜 놓는 정도가 아니라 섬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리다니.

나 같은 발상을 하는 자가 또 있는 것에 대해 평소대로라면 감탄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가까워지는 듯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이제는 그런 실마리마저 잡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젠장.”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바닷물은 어느새 말라 소금기가 버석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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