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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5화 (65/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5화

큰소리치고 가더니 정말로 강준하는 능력 좋게 전용기를 하나 구해 왔다.

떠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그때였다.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 나온 존 협회장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정말 이렇게 가십니까?? 아직 제대로 된 보답도 못해 드렸는데요……!”

간절하게 쳐다보는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짜게 식는다.

은근슬쩍 보답이라는 핑계로 나를 미국에 붙잡아 놓으려는 생각이 읽혔기 때문이다.

한번 귀화를 거절당하긴 했지만 몇 번이고 요청해 볼 심산인 듯하다.

“계속해서 여기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원하시면 평생 있으셔도…… 아닙니다.”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자 곧 꼬리를 말고 주춤거린다.

미련이 뚝뚝 흐르는 눈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그를 보아하니 조만간 한국에 방문할 것 같았다.

혀를 차고 비행기로 들어가 강준하가 앉아 있는 조종석 옆에 앉았다.

“지도에 그려 주신 위치를 보아하니 작은 섬인 것 같더군요.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을 공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가능하다 생각되면 버리겠습니다.”

그가 마석까지 장착된 값비싼 비행기를 버린다는 소리를 다 마신 음료 캔을 버리겠다는 듯 이야기한다.

강준하의 화법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는지라 그러려니 하고 벨트를 매었다.

곧 비행기가 공항을 떠나고, 눈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조종대를 잡은 그를 잠자코 지켜보며 혹시 요정의 위치가 바뀔까 계속해서 마력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요정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전에 오싹한 기운과 함께 스킬이 울린다.

[스킬: 강렬한 직감이 발동합니다. -알 수 없는 강대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굳이 <강렬한 직감> 스킬이 아니어도 눈앞에는 회색의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정도로 가시화될 정도의 마력이라면 상당한 기운임이 틀림없지만 그 거대한 마력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마력이 지나치게 혼탁한데. 마치 온갖 종류의 마력을 뒤섞어 놓은 것처럼…….”

“말씀하신 대로 마력 양도 양이지만 느낌이 심상치 않습니다.”

작은 섬을 흘낏 보는 강준하가 서서히 비행기의 고도를 낮춘다.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한 텔레포트 스크롤, 있으십니까?”

뒷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강준하는 아까 말한 대로 진짜로 비행기를 버릴 생각인 것이다.

하기사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비행기를 섬에 착륙시키기는커녕 주변에 다가가기만 해도 갈가리 찢겨질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자 강준하는 자동 조종 모드로 조종대를 유지시키고 버튼 하나를 누른다.

곧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일반인이라면 서 있지도 못할 만큼 세찬 바람이 분다.

“낙하산은 필요 없으십니까?”

밑을 내려다보니 벌써 고도가 상당히 낮아져 있다.

물론 아직도 웬만한 건물 50층 정도 되는 높이긴 하지만 그와 나의 신체적 능력으로는 가뿐해 보인다.

“이 정도쯤이야.”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어차피 낙하산을 구비해 놓지 않긴 했습니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그러면 왜 물어본 건데.’

하여간 강준하는 가끔 엉뚱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뒤이어 맨몸으로 허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세찬 바람이 몸을 찢을 듯 거칠게 휘감고, 지면이 빠르게 눈앞으로 다가온다.

퍼억-!!

높은 고도에서 떨어진 터라 착지한 곳의 바닥이 움푹 파이고, 해변가의 모래가 휘날린다.

숨을 참은 채 몸과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 댔다.

“진 님, 마력 폭풍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먼저 도착해 주변을 살피고 있던 강준하가 섬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그의 말대로 광포하게 휘몰아치던 마력 덩어리들은 천천히 잦아들고 있었다.

마력으로 몸을 감싸고 접근하려 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긴 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마력의 결집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한데, 만들어 놓은 자가 바보도 아니고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은 채 사라지게 할 리가 없었다.

‘아니면 이미 할 일을 마치고 사라지는 중이거나.’

“……서두르자.”

땅을 박차고 강준하와 함께 무인도의 정중앙으로 향했다.

넓지 않은 섬이었는지라 얼마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엔 거대하고 낡은 폐허가 하나 있었다.

“대체 여길 어떻게!? 젠장, 침입자다!!”

맞는 곳을 찾았는지 우리를 보자마자 주변을 지키고 있던 자들이 뛰쳐나온다.

적들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드디어 찾았군.’

다른 이들에게 들킬 일 없는 무인도지만 여전히 검은 가면을 장착한 블랙마켓의 직원들.

그들은 각자 무기를 쥔 채 뛰어오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에 차 소리를 지른다.

“용병왕!?”

“그래, 나다.”

정체를 들켰지만 어차피 살려 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패닉에 빠져 도망치려 하는 적들을 향해 검을 꺼내 휘둘렀다.

옆을 보니 강준하 역시 묵묵히 그들을 향해 스킬을 사용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적을 공격하고 있었다.

콰아앙-!!

“으아악!!”

안에 있는 자들까지 소란을 듣고 나왔지만 적들이 모두 쓰러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번처럼 용아병이 나올까 기감을 잔뜩 세우고 주위를 살폈지만 사위가 고요하다.

“잔챙이들뿐인가.”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휘둘러 털어 냈다.

강준하는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건물의 입구를 주시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작정하고 찾지 않는 이상 스치기도 힘든 곳이니 이 정도 수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생각한 걸 겁니다.”

“더 그럴싸한 놈이 나오길 바랐는데 말이지.”

아쉽긴 했지만 대충 정리가 된 듯해 아직까지 마력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건물 안으로 향했다.

마치 폐공장과 같이 음산한 기운이 가득하다.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꼼꼼히 막아 놓은 공간이었지만 주변 사물을 구분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내부로 점점 진입했다.

‘잠깐, 피비린내?’

마력이 제일 많이 느껴지는 폐허 한복판으로 다가갈수록 어디선가 피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굳게 닫혀 있는 철문 뒤로 숨길 수 없는, 짙은 죽음의 향기가 맡아진다.

콰앙-!!

재빨리 발에 마력을 한가득 담아 문을 찼다.

두꺼운 철문이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넓은 공동이 보인다.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광경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 자부하는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게 다 뭐야?”

“……진 님, 조심하십시오.”

혼탁한 마력으로 가득한 공간에는 이미 죽은 듯 움직임 없는 자들이 거대한 마석 안에 갇힌 채 널브러져 있었다.

얼핏 봤을 땐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들은 모두 이종족이었다.

수인족, 마족, 천족…… 6차원계의 이종족들이 종류별로 모여 있었다.

천천히 훑어보는 마석의 마지막에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요정이 있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이미 늦었나.’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고 마석들이 둘러싼 중앙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검은 가면의 마법사 한 명이 우리가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쉴 새 없이 주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회색과 금빛이 오묘하게 도는 불투명한 마석에 손을 얹고 있는 마법사.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지만 그는 여전히 무언가 마법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큭, 누구? 적인가?”

그제야 마법사는 우릴 발견하고 경계한다.

그는 주춤거리며 거리를 벌린다.

“<볼케이노>!!”

순식간에 마법을 영창한 그는 나를 향해 다짜고짜 공격을 날린다.

꽤 고위 클래스의 마법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커억-!!”

가볍게 검을 날려 날아오는 마법과 함께 그를 베어 냈다.

“쿨럭…… 하필 왜 지금…….”

마법사가 가면 너머로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옆으로 쓰러지는 그와 함께 마력이 흩어진다.

완전히 숨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마법이 행해지고 있던 마석을 향해 눈을 돌렸다.

“……잠깐.”

“무언가 이상한 게 있습니까?”

거대한 마석에 가려져 있던 뒤편에는 마법진이 새겨진 거대한 제단이 놓여져 있었다.

그곳엔 여자 하나가 흰 원피스를 입은 채 누워 있다.

창백한 인상의 그녀는 긴 검은 머리카락을 흩트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굳게 닫힌 눈은 열리지 않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께를 보아하니 호흡은 하는 중이었다.

“웬 여자가…….”

“여자 말입니까?”

강준하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어 오며 가까이 다가왔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던 그가 흠칫 놀란다.

“설마 아는 얼굴이기라도 하나?”

웬만한 일에도 고요하기만 한 그가 놀랄 정도라니.

침을 삼키며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나비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뭐? 나비 길드라면 국내 5대 길드 중 하나인?”

“네, 강원도 게이트 이후로 실종된 상태였는데…… 여기에 있을 줄은.”

강원도 S급 게이트 사건이라면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많은 헌터가 중상자가 되고, 한 명은 죽기까지 한 악명 높은 게이트.

하지만 그곳에서 실종되었다는 헌터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실종이라니? 그것도 한 길드의 수장급이나 되는 자가?”

“게이트가 닫히고도 나오지 않은 자가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나비 길드의 길드장인 서채아입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랭킹 보드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기에…… 실종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5대 길드라지만 이상하게 한 길드는 전혀 활동을 안 하더니, 그 때문이었군.”

어차피 길드들에 큰 관심은 없었기에 이상하게 여기긴 했지만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저 나서는 걸 싫어하는 길드겠거니 넘겨 버리긴 했지만 이런 이유가 있을 줄은 몰랐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 사건이니 모르실 만도 합니다. 그나저나 강원도에서 실종된 헌터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니…….”

“보아하니 누군가 발견하고 옮긴 모양이지. 원하는 목적을 위해.”

‘그게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긴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무얼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주변을 훑어보았다.

마법에는 조예가 없는지라 마법진을 집중해서 쳐다보아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이내 포기하고 여전히 누워 있는 서채아를 쳐다보았다.

분명 숨은 쉬고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심장이 없는 사람처럼.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언데드라도 된 것일까.

그러기엔 특유의 생기로 보아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이긴 했다.

의아한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려 했다.

움찔-

“잠깐, 움직인 것 같지 않아?”

“정말입니까? 저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지라…….”

내가 착각할 리가 없다.

다시 주의 깊게 그녀를 살피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인다.

“으…….”

곧이어 괴로운 듯한 신음 소리가 들리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는 그녀.

이윽고 영원히 떠질 것 같지 않은 눈이 뜨이고 주위를 살펴보는 금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금색?’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눈동자 색에 놀라 다시 한번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지만 곧 다시 눈을 감았다 뜬 그녀의 눈동자는 평범한 검은색이었다.

‘착각인가.’

“여긴…….”

애써 몸을 반쯤 일으키고 나를 쳐다보는 서채아.

단정한 이목구비 안에 담긴 눈에는 당연히 담겨야 할 당혹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무심하기 그지없는, 무생물에 가까운 눈.

나는 그녀에게 검을 휘두르려다 잠깐 멈칫했다.

‘저 눈빛은…….’

나는 저런 눈빛을 잘 알았다.

저건 모든 것에 지쳐 버린, 삶을 포기한 자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과거에 가지고 있던 눈이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버린 그때 옆에 있던 강준하가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서채아 헌터, 정신이 듭니까? 강원도 게이트에서 실종된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는데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건지 기억은 납니까?”

“서…… 채아.”

자신의 이름을 읊조리며 멍하니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갑자기 두통이 오는지 머리를 쥐어 잡는다.

“으흑……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갑자기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마냥 다시 쓰러진다.

다급히 코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니 숨은 쉬고 있었다.

“젠장, 대체 블랙마켓은 서채아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일단 저희끼리만 알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이다. 우선…….”

아까 마주쳤던 그 눈빛이 도저히 잊히지 않는다.

나는 착잡한 심정을 숨기고 장거리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냈다.

“……우선, 이동하지. 집, 아니 협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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