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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2화 (6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2화

“이종족들이 풀려났다! 모두 막아!!”

“방어팀 1조와 2조는 뭐 하고 있는 거야!”

“1조와 2조 모두 아까부터 연락 두절입니다!!”

느긋하게 지하를 나서니 VVIP 경매장은 이미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기특한 놈들. 이종족들이 제 몫을 톡톡히 했나 본데.’

남아 있는 검은 가면의 직원들도 몇 되지 않아 상황은 잠시 후 종료될 듯했다.

“굳이 스크롤을 던질 필요도 없겠군.”

비밀 경매에 참여한 것이 들키기라도 할까 봐 경매에 참여하고 있던 손님들은 황급히 빠져나간 듯했다.

고등급 헌터들이 도와주기라도 했으면 이 정도까지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본인들도 이런 거래를 했다는 것이 부끄럽긴 한 모양이지.

“건방진 인간들!! 감히 날 가두다니! 모조리 씹어 먹어 주마!!”

대부분의 이종족은 다음 공간으로 향한 듯 방금까지 경매가 벌어졌던 홀에는 사자 수인족 소년이 홀로 전투를 하고 있었다.

굳이 전투 불능이 된 자들까지 처치하는 게, 남은 한 명까지도 살려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저거 봐, 릴리. 내 옆방에 있던 수인족이야! 처음 감옥에 잡혀 올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애먹이더니 강하긴 한가 봐.”

“잘한다! 다 부숴 버려!!”

주머니에 있던 요정 둘이 흥미진진한 구경에 머리를 빼꼼 내밀고 구경한다.

손에 요정들 몸뚱이만 한 팝콘 한 알씩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쯧…… 도망은 안 가고……. 여기 남아서 뭘 하는 거야? 어서 수인계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누구…… 날 구해 줬던 인간?”

“더 있다간 다른 놈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도와줄 생각 조금도 없어.”

“그깟 인간 놈들, 더 온다고 해도 나한테는 역부족이야! 그러니까…… 잠깐, 혼자 가는 거야?”

VVIP 경매장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기에 성큼 걸음을 옮겨 복도 쪽으로 빠져나왔다.

“매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같이 가!”

뒤를 돌아보니 사자 수인족 소년이 나를 따라 헐레벌떡 뒤를 쫓아온다.

마치 병아리가 어미 닭을 찾는 모양새다.

얼마나 봤다고 벌써 나한테 의지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져 제자리에 우뚝 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굳이 따라오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만…… 적당히 하고 돌아가라. 아마 이 건물을 빠져나가면 더 이상 막는 자들도 많진 않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스크롤을 찢었다.

좌표를 무대 중앙으로 설정한 후 마력을 불어넣어 어스 퀘이크를 발동시켰다.

콰쾅-!!

큰 굉음과 함께 VVIP 경매장이 모조리 파괴된다.

천장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경매장은 원래의 모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되었다.

“성능 하나는 확실하군.”

“와!! 정말 멋져요!!”

“속이 다 시원하네!”

요정들이 재잘거리며 내가 만족할 만큼의 리액션을 해 준다.

예전에는 수다가 많아 시끄럽긴 하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인 줄 알았는데.

티타니아를 닮았는지, 요정왕이 된 나를 닮아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끈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부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길이 복잡했기에 출구를 찾기는 힘들 듯합니다.”

기억력 하나는 전부터 좋았던 강준하가 안내를 자청한다.

물론 길을 찾아가며 빠져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기왕 사고 친 김에 더 큰 사고를 쳐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예 시작도 안 했으면 모를까, 어중간하게 일을 처리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찌익-!

8서클의 헬파이어 스크롤이었던가? 손에 들고 있는 것 중 아무거나 찢어 정면에 있는 벽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콰아앙-!!

“출구가 안 보이면 만들면 되잖아?”

“……그렇습니까.”

이른바 미궁 부수기 전법이다.

이미 전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강준하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잠시 주춤한 뒤 다음 벽을 향해 본인도 스크롤을 발동시킨다.

쾅!!

“편하긴 하군요.”

강준하가 몸소 느끼는 스크롤의 위력에 감탄한 듯 말한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지.

이 경우에는 아이템이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건가?

나는 계속해서 나타나는 벽을 향해 스크롤을 터트리며 직진했다.

“크악!! 저놈들은 또 누구야!”

무너진 벽에 깔려 있는 직원들과 도망치는 헌터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계속해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내가 물 쓰듯 사용하는 스크롤의 위력을 깨닫자 앞길조차 막지 못했다.

“저 인간은……? 아까 감옥의?”

움직이면서 이종족들도 몇 마주쳤다.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더니 어리둥절해 하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내 뒤의 일행에 합류한다.

결국 처음의 사자 수인족을 포함해 거의 모든 이종족을 이끄는 대형 파티가 되어 버렸다.

“감옥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다양하게도 긁어모았네.”

요정족에 수인족, 심지어 초췌하지만 여전히 자존심 강해 보이는 천족까지 있었다.

“이 정도까지 각 차원계와 척을 지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놈들, 분명 돌아가면 쪼르르 일러바칠 텐데. 왕들이 함부로 내려올 수 없다고 자만하는 건가.”

‘……아니면 이 정도 일을 벌여 놓고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자신하는 존재일까.’

소동이 벌어진 지도 오래였지만 눈앞에는 잔챙이들만 보인다.

마치 적당히 하고 가 주길 바라는 것처럼.

혹은 이런 사건쯤은 별것이 아니니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지도.

“어찌 되었든 우리에겐 잘된 일이지.”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게 했으니 다시는 이종족을 잡아 오려 하진 않을 것이다.

필요로 하는 자가 있어도 전보다는 더욱 조심스럽게 굴거나.

“그래도 너무 조용…….”

쿠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 떨어지는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

순식간에 들이닥친 검격이었지만 말로만 여유로울 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에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자는, 2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 덩치에 위협적인 검은 갑주를 빈틈없이 두르고 있는 자였다.

“하여간 이놈의 말이 씨가 된다니까.”

항상 쎄하다 싶어 말을 내뱉으면 현실이 되었다.

이 정도면 나에게 예언의 능력이 있는 것일까.

잡생각을 하며 페르아렌을 꺼내려다 내 무기는 너무 잘 알려져 있었기에 다른 무기를 꺼냈다.

바스타드 소드엔 바스타드 소드이지.

챙-!! 쾅쾅!!

초등학생 키 정도 되는 거대한 바스타드였지만 어렵지 않게 휘둘러 몇 번 검을 나눴다.

그저 휘두를 뿐인데 여기저기 땅이 파이며 주변이 엉망진창이 된다.

이미 주변에 있던 이종족들은 휩쓸릴까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인사 정돈 나누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만큼이나 예의범절을 변기에 넣고 내린 듯이 어지간히 예의가 없는 놈이었다.

내 말에도 그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무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진 님, 제가 처리할까요?”

몇 분 정도 지났을 때 강준하가 슬그머니 물어 온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제 그만 정리하라는 뜻이었다.

내가 재미를 위해 봐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다 슬슬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 더 올까 싶어 초조해 보인다.

“조금만 기다려.”

나 역시도 조금만 가지고 놀 생각이었으나 전투를 끊을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에게서 이상한 점이 느꼈기 때문이다.

나처럼 스탯에 의존하는 검술을 펼칠 뿐, 그는 스킬을 쓰고 있진 않았다.

스킬에 의존하며 전투를 하는 헌터들답지 않았다.

“…….”

분명히 나에게 밀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겠는데도 당황해하지 않는 기색도 수상했다.

극도로 이성적인 자도 분명 전투가 불리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조그마한 감정이라도 비칠 텐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특히나 제일 의문인 것은 검술 그 자체다.

검술 교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듯한 정직한 검로.

똑같은 횡 베기를 해도 방금 전 공격과 1센티도 어긋나지 않는, 마치 기계와 같은 움직임.

‘……이거, 인간이 아니다.’

마침내 결론을 냈다.

다가오는 무기를 숙여 피한 후 빠르게 접근해 손목을 베어 날려 버렸다.

갑옷째 날려 버릴 요량으로 마력을 가득 담아 힘껏 휘둘렀다.

챙강-!!

인간이라면 응당 팔목을 부여잡거나 주춤거려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 간다.

“저건……!! 스켈레톤!?”

잘린 팔목에는 있어야 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피조차 없는 그곳은 흰 뼈가 덩그러니 존재할 뿐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강준하가 눈을 크게 뜨고 극도로 경계한다.

“……이건, 여기 있어선 안 되는 건데.”

손목을 베며 느껴졌던 것은 일반적인 뼈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단단한 미스릴, 아니…… 분명 더 강할 것이다. ‘그것’이라면.

“……용아병.”

전에 퀘스트를 하며 상대했던, 뼈만 남은 드래곤인 본 드래곤을 벨 때와 감각이 같았다.

지구에선 구할 수도 없는 드래곤의 부산물들.

그것들은 엄청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귀한 재료였다.

드래곤의 뼈라면 차라리 가공해서 아티팩트로 만들지 모조리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버릴 네크로맨서는 없을 것이다.

돈을 휩쓸어 담는 블랙마켓 정도는 되니까 가능한 것일까?

“단순한 스켈레톤이 아닌 용아병이란 말입니까!?”

내 말을 들은 강준하가 아까보다 더 놀란다.

눈앞에 있는 용아병을 처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선 처치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사방이 적인 곳에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건물에서는 나와 있는 상태라 아까처럼 마법을 방어하는 결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상황만 정리하면 텔레포트를 이용해 귀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손에 쥔 바스타드 소드에 힘을 주고 휘두르려는 그때였다.

퍼억-!!

“……응?”

용아병이 순식간에 날아가 구석에 처박힌다.

상당한 힘의 공격인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조각조각 났다.

“감히 인간들 따위가!!”

눈앞에는 사자 수인족으로 보이는 자가 서 있었다.

방금 전 용아병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그는 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너!! 니가 수인족들을 납치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았나!?”

그가 저벅저벅 걸어오며 삿대질까지 하며 역정을 낸다.

순식간에 다가와 멱살을 쥐려 하기에 뒤로 피한 후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내가 여태껏 보았던 수인족은 몇 없었을 텐데? 그것도 사자 수인족이 눈에 익을 리가……?

“아버지!!”

“오, 거기 있었느냐?? 귀한 내 아들!! 어디 다친 곳은 없고!?”

뛰쳐나온 사자 수인족 소년은 왕이라 불리는 그자와 놀랄 만큼 똑 닮아 있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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