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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0화 (60/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0화

경매는 밤이 깊은지 모르고 지속되었다.

슬슬 빠져나가는 인원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까보다 더 많은 헌터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초반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헌터들은 내가 부르는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고 그냥 구경하는 듯했는데, 방금 들어온 자들은 욕지거리를 하며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드래곤의 눈물 목걸이>입니다. 드래곤이 평생 세 번 흘린다는 눈물이, 드래곤이 직접 새긴 마법으로 형체화되어 있는 물건으로…….”

“10억!”

“……다음 분 없으십니까? 3…… 2…… 1. 그럼 참가 번호 30번께 낙찰됩니다. 낙찰!”

“대체 아까부터 뭐 하는 새끼야!?”

“방금 오셨나 보네요. 벌써 20개째 혼자 낙찰받고 있습니다. 몇 개는 아예 참여하지 않지만 웬만한 물건은 다 쓸어 가는 중입니다. 그냥 저희처럼 포기하시죠…….”

“이럴 거면 경매를 왜 하는 건데??”

여기저기서 불만이 속출하는 소리가 들렸다.

욕먹는 거야 한두 번도 아니라 내 귀에는 그냥 오케스트라의 감미로운 음악 소리 정도로 들릴 뿐이었다.

오늘치 욕먹은 것으로 5년쯤은 더 살 수 있겠군.

“……진 님……. 하, 아닙니다. 즐거우신 것 같으니 됐습니다.”

몇 번을 말리려 하던 강준하도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돈지랄을 하는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사실 이젠 나도 내가 무슨 물건을 낙찰받는지 모르겠다.

그저 경매에 몸을 맡길 뿐.

“실례합니다, 30번 손님.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때 뒤에 두껍게 처져 있는 커튼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경매장 직원인 듯한데, 내가 봐도 경매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지라 흔쾌히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손님, 도중에 정말 죄송합니다. 다름 아니라…… 현재 낙찰받으신 물건의 금액이 100억이 넘어가는지라. 중간 정산이라도…….”

“이 정도면 되나?”

와르륵-!!

테이블에 놓여 있던 금괴로는 모자란 것 같아 아예 인벤토리에 있던 보석들도 쏟아부었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부터 온갖 형형색색의 보석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강준하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그 모습에 질린 듯했다.

“……충분합니다. 우선 절반 정도만 가져가 정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이 제일 큰 보석들만 몇 개 주워들어 품에 들고 재빨리 사라졌다.

너무 많이 사긴 했지.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닌지라 그들이 걱정할 만도 했다.

“진 님, 혹시 요새 스트레스 받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강준하가 미친 듯이 물건을 사 대는 내가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스트레스라……. 그냥 지구에 와서 벌어진 모든 일이 스트레스다.

하지만 굳이 대답해 주지 않고 옆에 놓여져 있던 고급져 보이는 샴페인을 꺼내 들었다.

곧 경쾌한 소리와 함께 코르크가 열리고, 바로 옆에 있는 잔에 가득 부었다.

“너도 한잔 들지?”

“……네, 마시겠습니다.”

경매에서 쉴 새 없이 외쳐 댔더니 목이 타 벌컥벌컥 샴페인을 들이켰다.

옆을 슬쩍 보니 입만 축일 줄 알았던 강준하가 나처럼 원샷을 때린다.

“손님, 실례합니다. 저희 경매장의 지배인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을 한번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시간 되시는지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돌아온 직원이 말을 건넨다.

지배인이라…… 경매에 나온 아티팩트를 쓸어 간 내가 궁금했나?

어차피 얼굴도 가리고 있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을 텐데 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꺼지라 했을 텐데 오랜만의 나들이에 기분이 좋아져 딱히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들어오라고 해.”

“네, 감사합니다.”

커튼이 걷힌 뒤 누가 봐도 다른 직원들과 차별화된 복장을 걸치고 있는 지배인이 나타났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일반 직원과는 달리 먼지 하나 없는 흰 정장을 입은 걸 보니 결벽증 환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손님. VIP 경매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용건은?”

“하하…… 긴 대화를 즐기지 않으시나 보군요. 그럼 저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 경매장엔 특별한 VIP 손님들로 이루어져 그 품격에 걸맞은 아티팩트만 내놓고 있습니다. 손님께서도 계속 낙찰받으시는 것을 보니 만족하고 계시는 것 같고요.”

“그럭저럭 쓸 만해 보이더군.”

“네, 만족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희 경매장엔 VIP 손님 중에서도 특별한 물건에 관심이 있으신 VVIP 손님들만 모시고 진행하는 경매도 있습니다. 지금 경매의 아티팩트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죠. 원하신다면 그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VVIP라고……?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의문이 들어 강준하에게 눈짓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지금의 경매보다 더 좋은 아티팩트들이라…… 확실히 구미가 당겼다.

“이것들보다 괜찮은 물건이라…….”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안내해.”

“감사합니다, 손님. 오늘은 특히나 자주 열리지 않는 특별 경매가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손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아, 이곳에 있는 남은 금괴와 보석은 저희 직원이 운반해 드릴 겁니다. 여태 낙찰받으신 물건도 바로 드리겠습니다.”

지배인이 가면 밑으로 씨익 웃어 보인다.

특별 경매라는 단어를 특히나 강조하며 말하는 그가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흥미로운 물건들이라 하니 구미가 당겼다.

나와 강준하는 조심스럽게 안내하는 그를 따라갔다.

자리에서 나와 여전히 화려한 긴 복도를 걷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문이 보인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소박한 철문이었는데,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쉽게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주, 아주 특별한 곳이어서요. 엄중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내가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자 정곡이 찔린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문 안에는 또다시 복도가 있었고, 그 앞에도 문이 있었다.

“이상한 곳으로 안내하는 것 같은데.”

“블랙마켓의 자존심을 걸고, 절대 아닙니다. 저희도 장사 한두 번 할 것은 아니니까요. 내로라하는 헌터님을 모시고 하는 일인데 감히 그러겠습니까?”

“……좀 수상하긴 하군요. 걱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차하면 모조리 박살 내고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생각을 눈치챈 듯 강준하가 나를 쳐다보고 말한다.

월드 랭킹 1위인 나를 위험에 빠트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묘하게 당당한 우리의 기세가 느껴졌는지 지배인은 더욱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까지 오시느냐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문을 열자 어두운 복도에 아까와 같은 박스석들이 붙어 있는지 커튼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뒤를 따라온 직원 한 명이 말없이 그중 하나를 열어 우리를 들여보냈다.

지급한 대금이 충분했는지 방금 전 경매에서 낙찰받은 아티팩트들은 이미 자리에 운반되어 있었다.

받은 아티팩트를 인벤토리에 쓸어 넣으며 그중 하나인 인어의 진주를 쥐고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여기가 아까보다 더 좋아 보이네.”

과연 VVIP만 참여하는 경매다웠다.

방금 있던 곳도 호텔 스위트룸 뺨 서너 대는 칠 수 있을 만큼 화려한 모습이었는데, 이곳은 그런 것들과 거리가 먼 내가 봐도 우아한 가구들이 놓여져 있었다.

아까보단 번쩍거리는 맛이 덜하긴 해도 오히려 그것이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저조차도 들어 보지 못한 곳입니다. 교류하고 있는 헌터가 많지는 않아 제가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혀 몰랐던 것이 이상하군요.”

“뭐, 특이한 물건들만 취급한다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본인들만 알고 싶은 귀한 물건들이 즐비할 테니.”

그래도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는 건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본인만 특별하다 여기고 싶은 자들은 넘쳐 나니까.

하지만 강준하는 여전히 찜찜한 얼굴이었다.

“뭐,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때마침 타이밍 좋게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2부의 첫 번째 경매를 장식하는 물건이 올라왔다.

“×발, 저건……?

과연 경매장을 총 관리하는 지배인이 특별하다고 강조할 만큼 특별하긴 했다.

역겨울 정도로.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특별 경매! 이종족 경매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상품은 여우 수인족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물건이 아티팩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당탕-!!

나는 그걸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까이 놓여져 있던 테이블이 걸려 큰 소리를 내며 쓰러져 올려져 있던 물체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따위 것을 신경 쓰기엔 눈앞의 광경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수인족 많기로 소문난 니시크라메 차원에서 귀환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죠? 수인족들은 다루기가 어렵기로 소문나 있지만 한번 복종하게 되면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여우 수인족은 아직 복종의 맹세를 하지 않은 수인족입니다.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가격은 20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미친, 이 개×끼들!”

내가 그토록 아스티란에서 왕 노릇하면서 없애려고 했던 노예 매매가 여기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수인족, 요정족, 엘프 등 다양한 이종족들이 봉인 마법이 새겨진 채로 여러 용도로 거래되었다.

나는 한 번이라도 노예를 팔았거나 구매해 본 자들은 모두 문답무용, 모조리 사형에 처할 정도로 강경하게 대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쓸어버려도 꼭 한두 명씩은 매년 그딴 짓을 벌였는데…….

“진 님…… 이건…….”

“그래, 이종족 노예. 하…….”

차마 죽지도 못하고 목숨줄만 붙은 채 마법의 재료로 이용되거나 노예로 부려지던 이종족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35억!”

“40억!!”

“네, 40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3, 2…… 1…… 3번 손님께 낙찰되었습니다!”

경매는 순식간에 끝이 났고, 정신계 마법이라도 걸린 듯 흐리멍덩한 눈을 한 여우 수인족은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지켜보고 있자 또 다른 [상품]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요정족 중 하나였다.

이쯤 되면 어떻게 그렇게 골고루 잡아 오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티타니아는 이걸 알고는 있던 건가?’

아니, 몰랐을 것이다.

또한 알았어도 타락이 진행되는 와중 지구에 내려와 있는 요정이 한두 명도 아니고, 돌아오지 못한 요정이 있다 해도 신경 쓸 여력도 없었겠지.

“수인족에 이어서 요정족까지…… 종족들의 차원계에서는 이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었단 말입니까.”

“왕들도 알면서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토록 없애려던 인간들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지구로는 침략해 오지 않는 것도 이상하군요. 무언가 그들의 차원 이동을 방해하는 듯합니다.”

“그래. 일반적인 종족들이라면 모를까, 왕들에게는 힘이 제한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뿌득-

나도 모르게 강하게 쥐고 있던 의자의 팔걸이 부분이 부서지다 못해 먼지가 흩날린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분노가 나를 휘감았다.

날아가기 직전인 이성을 붙잡는 것이 힘겨워지고 있었다.

“……진 님, 괜찮으십니까?”

노예 제도를 없애려고 노력했던 나를 잘 아는 그이기에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

“이 개×끼들을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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