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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51화 (51/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51화

“아렐리아, 아까 했던 말 다시 설명 좀 해야겠는데. 요정족들이 타락해 버렸다는 것부터.”

“[인간들을 학살한 요정족들이 타락한 것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세계의 <법칙>을 어겨 생긴 타락일 거예요. 하지만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이곳, 시오스 말고도 다른 곳들을 침략한 모든 종족이 다 저렇게 정신줄을 놔 버렸다는 건가?”

그동안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 빌어먹을 <예언>을 따라 차원계의 왕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던 참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각 종족의 왕이지 미친놈들의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른 차원계끼리의 교류는 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전부는 아닐 거예요. 저희 마족처럼 환수족이나 용족 같은 경우에는 학살과 파괴는 허용된 힘이기에……. 하지만 요정족이 저렇게 되었으니 정령족 같은 경우는 확실하게 타락했을 테고요. 아스티란을 제외한 모든 차원계의 인간들은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다고 하니까요. 그 정도까지 날뛰었으면 무리는 아니겠죠.]”

“그건 다행이군. 모두가 저 꼴이라면 골치 아파질 뻔했어.”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요. 아무리 <법칙>에 따라 그렇게 됐다 치더라도, 몇천 년을 살아가는 종족들이 단시간에 저렇게까지 된다는 게.]”

“마족들도 하나둘 지구로 넘어오는 와중에 저런 놈들이 지구에 더 없다고 확신하긴 힘들 것 같군.”

“진 님, 이 드래곤 도대체 뭐라고 하는 겁니까?”

아, 맞다. 아렐리아의 말은 나에게만 들리지.

그녀는 나에게 종속된 펫이 된 형태라 사실은 의지의 형태로 나에게 말을 하는 상태였다.

나는 아렐리아가 말해 준 정보 몇 개를 추려 강준하에게 설명했다.

“확실히, 다른 차원계에서 귀환한 헌터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계 침공 당시 종족들이 저렇게 이성을 잃은 상태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멀쩡하던 놈들이 그 몇백 년 사이에 갑자기 타락했다는 게 좀 이상해.”

“[뭐, 어쨌든 차원을 수호해야 하는 자들이었으니 인과율에 따르면 크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을까요?]”

아렐리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그동안 본능과 촉으로 아스티란에서 날뛰었던 나에겐 수상한 냄새가 났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 냄새가.

“인벤토리.”

[봉인된 요정: 고대의 마법으로 인해 유리병에 봉인된 요정입니다. 평범한 소금통이었지만 봉인의 기운이 유리병에 스며들어 그 자체로 봉인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더러운 마왕! 끔찍한 마왕!! 죽어 버…… 어……!? 여긴……?”

눈에는 눈, 요정에는 요정이지.

다행히 나에게는 아직 아가리만 타락한, 말본새 더러운 요정이 있었다.

“여긴…… 시오스잖아?”

인벤토리에 담겨 있던 요정을 꺼내니 쫑알거리다 말고 게이트 안이 눈에 익은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뚤레뚤레 쳐다본다.

“그래, 네놈들이 멸망시킨 시오스지.”

“인간계의 대륙 따위 멸망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아~ 마왕이지만 인간이랍시고 편드는 거야? 사악한 마왕에게 그런 정 따위가 있다고? 어울리지도 않게 꼴값을 떠는구나!”

심심할 때마다 흔들어서 요정의 가루를 얻어 댔었는데, 요새는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해 오랜만에 내놓았던 탓인지 건방을 떨어 댔다.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먹고 들어간다더니, 요정족과 연결된 시오스에 왔답시고 주제 파악 못하는 듯했다.

덜거덕, 덜거덕-

“꺄아아악!! 그만해!!”

[요정의 가루[S]: 귀한 마법 재료 중 하나인 요정의 가루입니다. 주로 요정들이 노는 숲에서 새벽에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정의 가루를 얻는 방법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들고 있던 소금통이었던 유리병을 익숙한 스냅으로 탈탈 털어 대자 여전히 요정의 각질…… 아니, 가루가 나왔다.

[요정의 가루[S] ×14]

벌써 14개나 모였군.

가끔 흔들어 댄 보람이 있다.

“……진 님, 그때 잡으셨다던 요정입니까? 이건 갑자기 왜…….”

“혹시 뭔가 알까 싶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요정이 아니라 뇌가 없는 슬라임이었던 건지…… 학습 능력이 없네.”

“그래도 더 흔들면 기절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가…….”

나도 모르게 병을 흔드는 데 집중했나 보다.

해롱거리는 요정이 담긴 유리병을 부여잡고 눈앞에 들이대니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한 인형 같은 작은 요정이 울먹거리며 나를 째려본다.

그 와중에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중얼거리며 햄스터처럼 볼을 빵빵하게 만들고 한껏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래도 또다시 욕하면 벌어질 상황을 이제는 알겠는지 아까보단 확실하게 대화가 통할 만한 상태로 보였다.

“너, 요정족이 타락한 거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나?”

“무슨 소리야? 타락이라니? 우리는 자연계에 가까운 순수한 종족,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

“[마왕님, 지구와 다른 차원계들은 시간의 축이 다르다는 것 잊으셨나요? 지구에 온 지 오래됐다면 타락에 대해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생각해 보니 아까 처음 드라이어드들이 나타났을 때 길리안이 여태껏 시오스에서 보던 요정과 기운이 다르다고 했다.

그가 시오스에 있을 때는 멀쩡하던 요정이 지금은 타락했다?

지구에 귀환했을 때 이후 시오스 기준으로 250년은 족히 흘렀을 텐데 그동안 요정족의 타락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그럼 시오스에 있던 모든 헌터가 귀환한 후 인간이 멸망하고 요정족들이 타락했다는 건가…….”

“잠깐, 정말로 우리가 타락했다는 거야? 설마…… 세계의 <법칙>? 하지만 <그녀>가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그녀>?”

설마 시스템을 말하는 건가.

단순히 <예언>만을 믿고 덤벼대기엔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했다.

“형님 말로는 인간계를 멸망시켜서 너희가 모두 타락했다던데. 아까는 드라이어드들이 검게 변해 이상을 잃고 날뛰기까지 했다고.”

“뭐…… 뭐!? 내가 요정계에 돌아가지 못한 지 300년밖에 안 됐어……!! 말도, 안…… 돼는……!”

요정은 <그녀>가 허락한 일이었다면서 중얼거린다.

눈에 점점 초점이 없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흐느껴 울다가 이제는 미친것처럼 웃어 댄다.

“하…… 아무 생각 없이 아스티란에서 퀘스트나 진행했을 때가 마음 편했던 것 같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지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곳에서 얼마나 괴로워하셨는지 잘 아니까요.”

강준하가 진지하게 말을 한다.

나는 그를 보며 슬쩍 웃었다.

하여간 좀체 농담도 농담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그래, 역시 날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네.”

“[마왕님, 저는요?? 제가 얼마나 마왕님을 위해 노력하는데요? 매일같이 맑은 물을 떠 놓고 새벽마다 마신께 기도한다고요!]”

아렐리아가 분한 듯 빽 소리친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마신에게 기도하는 건 좀…….’

이름부터가 찝찝하기 그지없는 명칭이다.

하물며 고대부터 전설로 내려오는 그 설화는 더 대단했다.

마신은 남을 농락하면 농락했지 절대 자신의 권속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신이다.

‘혹시 내가 여태껏 고생한 건 아렐리아 때문……?’

신을 믿진 않지만 지금만큼은 의심스럽다.

인간인 내가 마왕이 되었다고 복수라도 하는 셈인가.

뭐, 그래도 지금은 있지도 않을 마신에 대해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나 빨리 공략하러…… 잠깐, 이거 좀 이상한데.”

요정이 들어 있는 유리병을 인벤토리에 다시 넣으려던 때였다.

“속았어, 우린 모두 속았던 거야…… <그녀>에게……. 아…… 여왕님……!! 우리 여왕님은 대체 어떻게, 된……. 거…… 흑…… 꺄아아악!”

계속 시끄럽다 싶었는데 이제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봉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정이 자신의 힘을 모조리 꺼내 놓을 듯이 강력한 마력을 발산해 유리병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원래는 느껴지기만 할 뿐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을 마력이지만 어찌나 많은 마력을 뿜어내는지 형태화된 초록빛의 기운이 넘실거린다.

파직-!

“……유리병이 깨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강준하가 말한 대로 요정이 담겨 있던 소금병에 조그마한 균열이 생겼다.

“이거, 마왕도 봉인할 수 있을 정도의 봉인서라더니……. 이런 개 같은…….”

“……네? 그런 물건입니까? 그런데 고작 요정족의 힘에?”

“[이익!! 저 인간은 고블린 눈깔을 가지고 있나요!? 그냥 봐도 확실하게 힘의 원천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고대의 봉인인데!! 감히 마왕님께 무례하게!!]”

이게 아렐리아가 인정할 정도로 강력한 봉인이든, 시스템조차 속을 정도로 정교한 중국산 짭 봉인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요정 여왕의 최측근 요정이라지만 이렇게 강력한 힘이 말이 되나 싶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요정이 아무리 날뛰어도 약간의 금만 간 것이 전부일 뿐 유리병 안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봉인을 해제할 정도는 아닌가 보네.”

“휴…….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복잡한 지금 상황에 미친 요정이라도 풀려났다간 곤란할 뻔했는데…….”

“아흐흑…… 흐흐흐흑…… 끄흐흑…….”

슬슬 요정의 거센 마력이 줄어들고, 힘이 완전히 빠져 버린 듯한 요정은 완전히 정신을 놓아 버린 모습이었다.

곱게 묶여 있던 머리도 풀어헤쳐 요정이 아니라 귀신족, 그따위 것으로 보일 정도로 살기등등해 보인다.

“상태가…… 좀 이상한데.”

이거, 인벤토리에 그대로 넣어도 되는 건가?

왠지 모를 찝찝함에 고민하던 찰나였다.

[요정 ‘레일라’의 마력이 시오스 대륙에서 감지됩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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