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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49화 (4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49화

“그래그래, 이건 마기가 아니지.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재수 없는 기운…… 대체 뭐지? 전에 한번 봤던 기억이……. 천족 놈들과 비슷하지만 아냐. 불쾌함이 다른…….]”

그녀는 어딘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 듯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기어이 동그란 머리를 짧은 두 손으로 쥐어 싼다.

‘그나저나 신성력이라……?’

아무리 봐도 따스한 느낌의 신성력과는 정말로 달랐지만 굳이 한마디 얹어 주기엔 심적으로 매우 피로했다.

뭐, 아렐리아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그녀는 그러다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펄쩍 뛰어올랐다.

계속 앉아 있던 어깨에서 벗어나 높게 떠올라 날갯짓하더니 드라이어드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눈을 빛낸다.

“[이건…… 타락한 마력의 기운]”

“타락한 기운…… 이라니? 처음 들어 보는데.”

남들이 보면 타락과 제일 가깝게 있다는 마족의 말이라 순간 와닿지 않았다.

정령력이면 정령력, 마력이면 마력인 거지 타락한 건 또 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내 표정을 읽은 아렐리아는 다시 이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요정족들은 정령족들과 비슷하게 자연계 그 자체에서 탄생한 종족들. 이곳 시오스 차원의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파괴했다면 저렇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거예요.]”

“인간들을 죽여서 타락했단 말인가…….”

“[원래도 우리와 다르게 파괴와는 거리가 먼 종족이었어요. 해서는 안 되는 세계의 규율을 어긴 죄를 받는 거죠…….]”

고작 인간계의 왕을 따를 수 없어 저지른 일치고는 받아야 하는 대가가 참혹했다.

자업자득이라곤 하나, 인간계와 마찬가지로 멸망을 향해 스러져 가는 건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씁쓸한 기분이 들어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다.

아렐리아를 향해 눈을 돌리니 그녀 역시 무언가 고심에 빠진 듯하다.

일반적으로 마족과 요정족의 사이는 좋지 않다.

아니, 만나면 싸울 정도로 서로를 혐오한다는 게 정확하다.

하지만 한 종족의 말로를 지켜보는 건 다른 차원계의 종족으로서 생각할 거리가 많겠지.

“×발, 마기든 뭐든 간에 뭐가 중요해? 다들 그냥 죽고 싶어!? 공격에 대비나 해!!”

그때 홍현민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들려온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고민에 빠져 있을 시간도 없다.

드라이어드들은 지금도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오며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져 오자 올려 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나무 중 하나가 가지를 휘둘러 이쪽을 공격해 온다.

콰콰쾅!!

[우워어어……!]

혼자라도 몸을 빼고 어딘가 있을 보스 몬스터를 향해 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나빴다.

적들은 지금도 시시각각 헌터들을 둘러싸고 공간을 좁혀 온다.

촤아악-!!

“도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누군가 드라이어드의 가지를 베어 내며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적을 끊임없이 없애도 꾸역꾸역 밀려드는 탓에 바로 전투에 집중한다.

‘상황이 좀 안 좋은데.’

이 정도 느린 공격쯤이야 간단하게 피할 수 있는 헌터들이다.

아무렴 한국과 미국의 랭커를 긁어모았는데 이 정도로 나자빠지면 곤란하다.

하지만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과 많은 수의 적.

모든 게 하나로 합쳐져 대환장의 콜라보를 만들어 낸다.

‘그래도 다행히 행동 패턴이 꽤 단순하다.’

타락한 요정이라 그런지 이성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냥 무작정 눈앞의 상대를 죽이기 위해 가지를 휘둘러 대기만 할 뿐.

헌터들 역시 전투에 점차 익숙해져 하나둘 반격을 시도할 정도가 되었다.

“일단 모두 공격에 집중한다!”

“예!!”

“이 숲 모두가 타락한 드라이어드겠어?? 모두 처치해!”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눈앞에 보이는 적들을 모두 처치하기로 마음먹었다.

계속되는 전투에서 사용했던 폭렬의 페르아렌을 꺼내 쥐어 들자 내 마음을 아는 듯 크게 진동을 하며 불꽃을 만들어 낸다.

산에서의 화기는 엄금이지만 여기는 다르다.

내가 여기서 쥐불놀이를 해도 손뼉을 쳤으면 쳤지 말리진 않을 테니.

마력을 불어넣어 크게 휘두르자 눈앞에 있는 드라이어들의 나뭇가지들이 검풍에 베여 나가고, 커다란 불에 휘감긴다.

[우워억……!! 쿠와악-!]

“모두 화염계 공격을 해!!”

“예! 마법사들, 모두 근접계 헌터들에게 화염 속성 보조 마법을 걸어라!”

“모두 이쪽으로! <파이어 인챈트>!”

피하기만 급급하던 전투의 양상이 달라졌다.

일반적인 공격으론 그저 나무줄기를 끊어 내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보조 마법을 이용하니 하나둘 적이 쓰러지고 있었다.

곧 공터는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차고, 공기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 * *

“[<헬파이어>!! <파이어 월>!! 아아악! 이 지겨운 놈들!!]”

아렐리아가 잔뜩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귀찮아 죽겠다는 마음이 얼굴에 여실히 드러나지만 날개를 파닥거리며 끊임없이 마법을 영창한다.

얼마나 많은 적을 베어 내고 불태워 냈을까.

[크르륵…… <디, 스펠>…….]

“젠장, 누가 저거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놀고 있는 헌터 없나!?”

“지금 여기서 바쁘지 않은 헌터가 어디 있답니까!”

전투 중간쯤 나타난,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드라이어드.

완전히 검은색으로 보이는 다른 드라이어드와 다르게 군데군데 얼룩이 진 모습이다.

‘아마 타락이 덜 진행된 거겠지.’

화 속성 부여 마법은 2서클 정도의 마법사라면 모두 할 줄 아는, 간단한 마법이다.

낮은 서클의 마법을 해제시키는 디스펠 마법에 어렵지 않게 풀린다.

그러니까 저 정신이 오락가락해 보이는 드라이어드에게도 쉬운 일이란 소리다.

‘헌터랍시고 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영…….’

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전투 양상이 불리하게 흘러간다지만 이 정도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앞에 있는 드라이어드를 길게 베어 내 쓰러트리고 순식간에 드라이어드 무리로 파고들었다.

사방이 적인지라 여기저기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나에게 위협적이진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는 드라이어드만 집중적으로 골라 처치하는 사이, 헌터들이 있는 곳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크윽……!!”

“다친 헌터들은 뒤로 물러나세요!”

여기저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드라이어드의 몸뚱이는 일격에 베어 내기에는 꽤 단단하고 둘레도 두꺼워 만만치 않았다.

주춤거리게 만들 수는 있으나 아예 쓰러트리기는 근접계 헌터들에게 힘든 일.

물론 나에게는 쉬운 일이었지만 모두가 나처럼 싸울 순 없으니까 마음 넓은 내가 이해하기로 했다.

결국 물량 공세로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는 적들에게는 일대일 전투보다는 다수의 전투에 능한 마법사들의 대규모 범위의 화염 마법이 제일일 수밖에 없었다.

“마법 준비됐습니다!! 피하세요!! <볼케이노>!!”

“으아아악!! 젠장, 어디다 대고 쏘는 거야!! 어두컴컴한 데서 연구만 하다 보니까 시력도 안 좋아진 거냐고!!”

“근접 전투계 헌터면 알아서 잘 비켜 보세욧!!”

홍현민이 순식간에 쏟아지는 마법을 피하고자 단숨에 뒤로 도약해 몇십 미터의 거리를 벌렸다.

아슬아슬하게 7서클의 대규모 화염 마법이 그의 눈앞을 스치듯 날아간다.

슬쩍 보니 그 녀석의 화려한 염색 머리가 살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악!! 신연주 마법사!! 조준 똑바로 못해!?”

“아니, 보자 보자 하니까 어린놈이 진짜……!! 아오! 입 다물고 집중하라고!!”

그새를 못 참고 말싸움을 하려는 홍현민과 신연주.

하지만 다시 빈자리를 채우는 드라이어드들 때문에 다시 전투에 뛰어든다.

전투 양상은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 근접 전투 계열 헌터들이 마법사들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공격의 대부분은 마법사에게 맡기는 형식으로 흘러갔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드래곤 하트를 지닌 아렐리아는 그래도 괜찮아 보였지만.

마탑의 마법사들은 부족한 마력을 채우기 위해 마력 회복약을 물처럼 들이켜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물약 중독 디버프가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꿀꺽꿀꺽…… 켁…….”

웩-! 우우욱-!!

볼케이노를 펼치고 곧이어 바로 다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포션을 들이켜던 신연주.

결국 허옇게 질린 안색으로 입을 부여 막고 주저앉는다.

한국 마법 지부에서 파견해 준, 마법으로 국내에선 이인자로도 유명한 그녀도 이런 장기간 싸움은 더는 버틸 수가 없나 보다.

그녀는 스태프를 지팡이 삼아 부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그게 얼마짜린데 뱉으려고 해!? 모조리 삼켜!!”

홍현민은 그런 그녀가 답답해 소리를 질렀다.

신연주도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 얼굴이지만 괴로움이 상당한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도 다 죽어 가는 고등어 눈깔로 힐끗 그녀를 쳐다볼 뿐.

위로조차 해 주지 못한 채 기계처럼 화염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욱……! 으아아아…… 이젠 배불러서라도 포션을 못 먹겠어……!! 으읍! 토할 거 같아!!”

“토하려면 저 멀리다 하세요!”

“큭…… 진 님, 계속 이렇게 전투를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준하의 말이 맞다.

무한정 밀어닥치는 적들을 이렇게 상대하지는 못한다.

결국 이러다간 모두 지쳐 나자빠질 수밖에 없다.

“지치는 놈들은 일단 가운데로 빠져 있어!”

내가 전투의 5할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지만 벽을 등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드라이어드들을 모두 처치하기엔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킬 봉인 해체권으로 대단위 공격 스킬이나 풀어 올 걸…….’

후회는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상대방을 끊임없이 베어 넘기는 건 이골이 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남을 지키는 일은 익숙하지 않았다.

‘젠장. 여기나 저기나 발목 붙잡는 놈들투성이군. 아예 혼자 올 걸 그랬어.’

적의 동향을 살피기엔 최적일 줄 알았던 공터가 이렇게 최악의 전투지가 될 줄이야.

물론 일반적인 몬스터라면 내가 고른 이곳은 적절한 장소임이 틀림없었지만…….

“미친, 숲 전체가 드라이어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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