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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47화 (4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47화

“어서 오십시오, 한국 헌터 여러분. 저는 미국 헌터 협회 협회장 존 웨스트입니다.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김동식만큼이나 거구를 자랑하는 협회장이 바로 달려와 인사를 건넨다.

그러곤 잠시 멈춰 있을 시간도 없다는 듯이 우리를 재촉해 텔레포트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바로 공략에 참여하게 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벌써 게이트 쪽의 공략 준비가 완료돼서요……. 특히 아스티란의 용병왕에 대한 소문은 아시아권 헌터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소문이 아니고 욕이겠지.

한국도 아니고 아시아권이라고 콕 짚어 말한 걸 보니 얼마나 나를 씹어 대는 말을 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영 불편해 보이는 게, 내가 한 요구 조건과 나의 도움을 받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

“소문이라…… 거, 어떤 소문인지 나도 궁금하네.”

“[당연히 마왕님의 악독하고 잔인한 업적들 아니겠어요??]”

자랑스레 으쓱이는 아렐리아에 존이 시선을 던진다.

살짝 놀란 듯했지만 곧바로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간다.

“……아직 해츨링이지만 드래곤까지 테이밍 하시다니, 과연……. 아, 이곳입니다.”

안내해 준 곳은 공항 내부에 급하게 꾸려진 듯한 공간에 거대한 마법진이 있는 곳이었다.

이미 영창만 시전하면 되게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도착하시면 저희 미국의 길리안 헌터가 공략대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준비는 미국 헌터 협회 쪽에서 모두 완료하였고, 텔레포트 후 바로 공략을 진행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략에 대한 설명은 길리안 헌터님이 해 주실 겁니다.”

“공략 설명이라……. 그 설명이라는 걸 듣고 그가 짜 놓은 계획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건가?”

“네, 길리안 헌터님은 다수의 게이트 공략을 진행하였고, 특히 강원도에서 있었던 S급 게이트에서도 공략대를 이끄셨던 베테랑이십니다. 이번에도 공격대장으로서 계획을…….”

“아니, 이번 공략대는 내가 맡는다.”

“예?? 아무리 진 헌터님이시지만 저희 쪽에서 모든 계획을 짜 놨는데……!”

협회장 존이 내 말에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했다.

두 번 말하기는 싫어 아무 말 없이 표정을 굳히고 가만히 있자 내 뒤에서 따라오던 한국의 공략대들을 향해 도움이라도 청하듯 쳐다봤다.

“아레스 길드장, 자유 길드장, 천상 길드장! 뭐라고 말 좀 해 보십시오! 사전에 설명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길리안 헌터를 중심으로 게이트 공략을 할 계획이었다고요!”

“그건 진 님이 결정하신 계획이 아닙니다. 저는 진 님이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저희는 진 헌터님을 따라온 거라……. 저도 아레스 길드장님 의견과 같습니다.”

“뭐야, 협회 쪽에서 말 제대로 안 하고 보낸 거야? 사전에 말해 봤자 들어 처먹질 않을 것 같으니 그냥 일단 보낸 건가……. 박신우 지부장 스타일은 아닌데……. 그 음흉한 영감탱이겠네.”

길드장들이 모두 내 편을 들자 당연히 다른 정예 길드원들과 헌터들도 가만히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렇게 반대할 줄 알아서 무작정 미국으로 보낸 거 같다는 홍현민의 의견에는 나도 동감이다.

알아서 처리하라 이건가…….

보기보다는 무책임한 양반이다.

* * *

“……길드장님들 모두 의견이 같으십니까.”

존이 모든 걸 포기했다.

얼굴 역시 누가 봐도 그들을 설득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움받는 입장만 아니었어도…….’

미국이 헌터 강국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동안 한국이라는 나라는 몇몇 랭커만 쓸 만할 뿐 주목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SSS랭크라는 존재는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고도 남을 만한 존재.

지금은 굽혀야 할 때였다.

“길리안 헌터님에게는 제가 설명해 드려 보겠습니다. 텔레포트 시전할 시간 동안만이라도 말입니다…….”

존은 한국의 헌터들이 당장이라도 미련 없이 돌아갈 것 같자 이 이상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뒷일은 어떻게 됐건, 막무가내인 이들을 게이트에 밀어 넣는 게 가장 중요했다.

설명을 했을 때 길리안 헌터가 기분이 좀, 아니 많이 나빠 하겠지만 절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펄펄 뛸 정도는 아닐 것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게이트 클리어가 우선이다.’

“그럼 된 건가? 이딴 거에 낭비할 시간은 없으니.”

“네……. 그럼 우선 마법진 위로 올라가시죠.”

모든 준비가 끝난 대규모 이동 마법진이 마력으로 반짝이며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마법진 위에 올라가는 그들을 보며 존은 길리안에게 바쁘게 전화를 걸었다.

“……길리안 헌터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갑자기 걸려 온 존의 전화, 그걸 듣고 있는 길리안의 표정이 점점 굳어 갔다.

통화를 마친 후 짧게 설명을 하자 게이트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미국의 헌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고작 공략대의 대장일 뿐입니다. 누가 하든, 적합한 사람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길리안 헌터님, 여기 당신보다 공략대장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습니까!? 용병왕 그자가 아무리 아스티란에 있을 때는 날고 기었다지만 여기는 지구입니다. 그는 게이트 공략은 몇 번 해 보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물론 탑 공략 경험은 있지만 게이트는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가 필요합니다. 공략대를 맡기지 않는다면 당장 돌아가겠다고 하더군요.”

“협박까지!! 과연 그 소문대로군요! 도저히 남의 말은 듣지도 않는 안하무인이라더니!”

의견을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길리안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공략대장이라는 자리는 게이트 공략 기여도에 엄청난 관여를 하는 자리이다.

어떠한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대미지 계산이 아닌 게이트 공략에서 큰 역할을 한 헌터 위주로 기여도와 함께 차등화된 보상이 주어진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마 용병왕이라는 자는 S급 게이트의 큰 보상을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모든 보상을 받기로 약속받은 후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거래 불가능한 아티팩트라 할지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심보로 보였다.

좋은 아티팩트일수록 소유자가 제한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

‘욕심이 과한 자군…….’

가져야 하는 것은 모두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자라고 했던가.

결국 용병대뿐 아니라 왕국, 더 나아가서는 대륙 전체를 가지고 나서야 귀환했다.

지구에 돌아와서도 제 버릇을 못 버리고 모든 것에 욕심을 내는 것이겠지. 물욕에 앞서 그 자리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자는 다른 헌터들의 목숨 따위는 파리 목숨으로 여긴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저희 따위는 희생양 삼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길리안 자신은 게이트 보상에 단 한 번도 욕심을 내 본 적이 없다고 하면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자국의 헌터들의 무사 생환을 위해 항상 최전선에서 싸워 왔다고 자부했다.

그것이 단순히 세계 랭킹 1위가 아닌, 전 미국의 영웅으로 더 많이 불리게끔 만들어 준 이유였다.

‘이렇게 된 이상 보스 공략은 그자에게 맡겨 두고 헌터들의 안전에 더 신경 쓰는 것이 맞겠지…….’

비록 지금은 S급 게이트라는 재난 상황이 닥쳐왔기 때문에 이렇게 물러나겠지만 다른 상황이 올 때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작정이었다.

소요가 일어난 헌터들을 다독이고 조금 기다리고 있자 게이트 주변으로 다가오는 한국 헌터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분노하고 있는 내면을 철저하게 숨긴 채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미국 헌터들의 대표인 길리안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안전을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이다.”

과연 듣던 대로 거만하기가 짝이 없는 자였다.

한국식의 인사를 배워 고개를 깊게 숙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짧은 대답뿐이었다.

사람이 인사를 했으면 고개를 까닥이는 성의 정도는 보여 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

대체 매너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작태였다. 한국은 예의범절로 유명한 유교의 국가라고 하였지만 그는 한국의 출신이 아닌 듯했다.

“존 협회장에게 미리 말 들었습니다. 공략대장을 맡으시려 한다고……. 부디 한국뿐 아니라 저희의 목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목숨 같은 거야 각자 챙기자고. 혼자 살아남기도 바쁠 텐데.”

모두가 경악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고, 그는 길리안을 지나쳐 게이트 앞으로 향한다.

자신이 들은 말이 정말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멍하니 있는데, 뒤에 따라오던 한국 헌터들이 위로를 한마디씩 던진다.

“하하, 길리안 헌터님, 오랜만이네요. 전에 한 번 뵀었죠? 천상 길드장, 이영우입니다. 진 헌터님은 원래 저러신 분이시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이번 게이트 공략도 잘 부탁합니다.”

“각자 목숨 챙긴다라…… 맘에 드는 말이긴 하네. 하긴, 누가 누굴 지켜?”

“한국 마탑 지부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해요! 그나저나 용병왕님이 말이 좀 심하셨죠? 저희는 항상 듣는 말이긴 한데……. 뭐, 점점 익숙해지실 거예요!”

도대체 이 광경은 뭘까.

S급 게이트를 공략하러 가는 모습이 맞는지.

길리안은 담담한 걸 넘어 마치 소풍이라도 떠나는 듯 여유만만인 한국 헌터들의 모습이 의아했다.

‘한국의 헌터들이 내 생각보다 더 강자들이라는 건가? 하지만 월드 랭킹 보드에서는……. 그래 봤자 최상위권은 아니지 않은가.’

게이트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떠들어 대는 모습은 억지로 긴장감을 이겨 내려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에 반해 미국의 헌터들은 다가오는 압박감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한국의 헌터들과 정반대의 분위기.

“<검은 탑>에서처럼 가볍게 흘러갔으면 좋겠네.”

“하하, 길드장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그때는 솔직히 너무할 정도였죠.”

탑 11층 공략을 쉽게 끝냈다는 말은 이미 들었다.

하지만 고작 그걸 믿고 이렇게 여유만만한 모습이라 생각하기엔 길리안은 S급 게이트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도 컸다.

‘한국 헌터들의 게이트 공략은 모두 이런 식인가…….’

어디서 단체로 약이라도 주워 먹은 듯 한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리안 헌터님, 준비되었으면 출발하실까요?”

“아…… 네!”

게이트 앞으로 다가가는 길리안은 이들의 여유를 설명할 방도가 없어 찝찝하기가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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