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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45화 (45/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45화

[마탑대표: S급이요?? 강원도에 터졌었던 그거??]

[가을하늘: 방금 발견되었는데 돌발성 게이트라 언제 생겼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합니다. 폭주할지도 모릅니다.]

[아스티란짱짱: 협회 가면 유서 쓸 종이랑 펜도 미리 준비해 주나요……? ㅠㅠㅠㅠㅠ]

“S급 게이트라고?”

“……당장 가 봐야겠군요.”

미국에는 길리안이라는, 월드 랭킹 2위에 달하는 헌터가 있지만 강원도 게이트 때도 수십 명의 헌터가 들어가 중상을 입고 죽기까지 했었기에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미국이라, 그쪽이라면 아스티란이 아니라 시오스 대륙과 관련 있는 게이트가 열릴 텐데.

“아스티란이 마계와 연결된 것처럼, 요정계와 이어져 있는 대륙이지?”

“네, 길리안 헌터의 말에 따르면 마족들이 침공해 온 것처럼 요정들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하나의 대륙에 하나의 차원계.

그건 비슷하지만 내가 구해 낸 아스티란과 다르게 그들은 구해 내지 못했다는 차이점은 있었다.

“요정이라…….”

요정이라면 나에게도 하나 있었다.

아직도 유리병에 봉인되어 갇혀 있는 요정이다.

‘혹시 게이트에 간다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방도가 없어 손을 놓고 있긴 했다.

하지만 차원계의 왕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S급 게이트에 가려 마음은 먹었다.

“혹시 게이트 공략에 참여하실 예정입니까? 굳이 이득이 없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셨던 걸로 압니다만.”

강준하가 나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어 온다.

목적이 따로 있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득은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나는 미끼를 슬쩍 던져 보기로 마음먹었다.

* * *

[워싱턴, 미국 각성자 협회.]

한국의 헌터들이 협회로 모여들고 있는 그 시점, 미국의 각성자 협회에서는 이미 각 길드의 간부들과 협회 고위급 임원들이 모여 S급 게이트에 대한 회의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대체 S급 게이트가 언제 발생했는지 시기를 가늠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무래도 인적 드문 사막 지대에서 나타난 돌발성 게이트고, 워낙 각 길드가 관리하는 국토가 넓은지라…….”

“귀환자가 2,000여 명에 각성자는 수만 명이 넘습니다. 이 많은 헌터가 미국 각지에 퍼져 있는데 S급이나 되는 게이트를 파악하지 못했다고요? 한국에서는 하루 만에 게이트 출몰을 알렸는데!”

물론 한국의 S급 게이트도 깊은 산속에서 발생했지만 좁디좁은 한국의 국토에서는 아무리 오지여도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은 없었다.

산에선 무법자와 같은 K-등산객이 그날도 어김없이 몰래 남의 소유의 산에 고사리를 뜯으러 갔다 S급 게이트를 발견하고 신고했는데.

한국 각성자 협회의 신고 포상금과 함께 임산물 불법 채취로 벌금을 물게 된 일은 이미 한국에선 유명한 일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S급 게이트, 그것만 생각하시죠.”

“맞습니다. 이미 협회에서 조사하기로는 적어도 3일 이상 지난 게이트라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게이트 공략에 나설 때입니다.”

“우선 저희 협회 측에서도 헌터를 몇 섭외했지만 고위 랭크 헌터들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지라…….”

미국의 각성자 협회장이 월드 랭킹 전 1위, 현재 2위의 길리안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가 아무리 강한 헌터이지만 게이트 등급이 등급이니만큼 혼자서는 절대적으로 힘이 부족할 터.

하지만 직접 말하기엔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문제이니 조심스럽게 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저와 각 길드의 정예 헌터들 10명은 참여하겠지만 더 많은 등급의 헌터들이 필요한 건 사실이죠.”

“현재 각국의 협회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모두 <검은 탑> 공략에 들어가 있어 확실하게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이 온 건 한국뿐입니다.”

“크윽, 언제고 도움 준다더니 이럴 때는 나 몰라라 하는군요. 그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한국…… 그 용병왕이 등장한 곳이죠. 그도 온다고 합니까?”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한국 협회 쪽에서도 확답을 주진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설득해 볼 예정이고, 안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랭커들은 최대한 참여할 것이라고 합니다.”

“강원도 게이트 때도 우리가 우방국으로서 최대한 지원을 해 줬으니 그쪽에서도 성의는 보여야 할 겁니다.”

길리안이 생각하기에는 한국에서 아무리 고위급 랭커들이 온다고 하여도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본인이 오지 않는 이상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물론 월드 랭킹의 헌터들이 몇 있다지만 그것도 열 명 내외이고, 그 정도 힘이 있는 자들은 미국에도 충분했다.

헌터 강국인 미국과 그다음 주자로 불리는 중국, 일본이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헌터들이 길드와 협회 개념이 아닌 국가에 소속된 조직으로 꾸려진 지 오래고.

굳이 탑 공략을 진행 중인 지금이 아니어도 국가 차원에서 헌터들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관리하는 중국에 도움을 바라기는 힘들었다.

심지어 일본은 용병왕이 하나비 길드를 쓸어 쓸어버린 뒤로는 헌터 강국은커녕 중위권에서 머물기도 힘들었으니 더욱 요청 선상에서 배제되었다.

“다른 헌터들보다도 용병왕, 그자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S급의 헌터들을 데려가 봤자 본인 역할이나 하면 다행이고, 큰 역할을 바라기 힘듭니다. 웬만한 헌터가 아닌 이상 짐이 될 뿐이죠.”

“용병왕이 오면 좋겠지만 그의 참가로 한국이 어떤 무리한 조건을 바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S급 게이트에서 나온 아티팩트들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것들이었는데, 제일 좋은 아티팩트들은 모두 넘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은 자국민들의 위협보다 그깟 아이템들이 더 중요합니까!?”

길리안은 S급 게이트가 가져다줄 이득에 이미 눈이 돌아 버린 협회 측에 진절머리가 났다.

이미 <검은 탑>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들이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등급을 훨씬 웃돌았다.

게이트에서 나올 아티팩트 몇 개가 대수란 말인가. 게이트가 폭주할 시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이렇게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시간도 없을 텐데.

“크흠…… 누가 그렇다고 합니까. 아무튼 어떠한 조건을 부르더라도 용병왕은 반드시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말한다고 들을 자가 아니라고는 하지만요.”

“그럼 그렇게 한국에 연락을…….”

띠로로롱-

누군가의 핸드폰이 눈치 없이 울려 댔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누가 매너 모드로 해 놓지 않고 회의에 참석하는가 싶어 모두가 벨 소리가 울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눈이 몰린 곳에는 미국의 각성자 협회장이 있었다.

그가 허둥지둥 자신의 핸드폰을 끄려다가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놀라 소리쳤다.

“죄송…… 음?? 한국 협회장의 직속 전화입니다! 지원 요청을 한 게 조금 전인데…… 벌써 결과가 났나 봅니다.”

“뭐라고요?? 당장 같이 들어 봅시다!”

수십 명이 가득 찬 협회 본부의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길리안 역시 방금까지 분노에 찼던 기색을 죽이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핸드폰만을 집중해 쳐다보았다.

[허허…… 존 협회장님, 한국의 협회장 김동식입니다. 저희 쪽 회의가 생각보다 금방 끝나 연락드립니다.]

“오!!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국의 헌터들은 몇이나 참여하죠? 사실상 우리 쪽과 한국 측밖에 공략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합니다!”

[5대 길드의 길드장님들을 비롯해 다른 분들도 참여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혹시 그는……?”

[진 헌터님도 미국의 위험에 유감을 표하시며 당연히 참여한다고 하셨습니다.]

웅성웅성-

“……용병왕도 참여한다니……! 이제 됐습니다!”

“드디어 소문만으로 듣던 그를 볼 수 있는 기회군요!!”

[한데…… 조건이 좀]

조건이라니. 그 어떤 손해도 감수할 수 있었던 미국의 협회지만 김동식이 저 정도까지 말을 흐릴 정도면 어마어마한 조건임이 틀림없었다.

그곳에서 나올 아티팩트 전부에 국가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희귀한 아티팩트를 요구할 것인가?

“그 어떤 조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공략에 참여하는 것은 진 헌터님과 몇 명뿐이라고 하십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토록 위험한 일에 소수 정예를 꾸린단 말입니까?”

[큼…… 그게……. 번잡한 건 딱 질색이라 하셔서……. 사실 혼자서도 괜찮지만 체면이 있으니 그 정도로 만족하겠다 하셨습니다.]

‘한 명이라도 아쉬운 때에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길리안은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에 강원도에서 열렸던 S급 게이트에도 수십의 고랭커 헌터들이 공략에 참여했고, 한 명의 월드 랭커는 죽기까지 했다.

중상자가 몇 명 나오진 않긴 했지만 모두 우연히 보스 몬스터를 빠르게 발견해 처치할 수 있어 그 정도였고.

운이 좋았을 뿐 정상적인 게이트 공략이었으면 살아 돌아온 자가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아무리 용병왕이 강하다고 소문난 SSS급 헌터라도 혼자 열 명이 넘는 고등급 헌터들의 몫을 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중과부적이라고 했던가.

옛말에 따라 적은 수로 많은 수를 상대할 수는 없는 법.

몇백에서 수천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게이트인지라 혼자서 공략하는 게이트와 여러 명이 공략하는 게이트는 체감 난이도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헌터들도 게이트 등급이 낮다고 함부로 공략하는 경우는 없었다.

‘오만하다, 오만해. 그는 대체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당신들은 용병왕에 대해 전혀 모르는군요. 아스티란에서 돌아온 귀환자 모두 그를 경외하고 있거늘.]

“하…… 미국 헌터들의 생사도 달려 있는 일입니다. 그처럼 간단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란 말입니다. 정말로 홀로 행동하는 게 편해서, 그것뿐입니까?”

[제가 정확한 조건을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S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아티팩트를 포함해 부산물 전부를 요구하셨습니다.]

김동식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아티팩트 몇 개를 넘길 생각은 있었으나 전부라니.

이건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했다.

“말이 되는 소리라고 하십니까? 그게 용병왕을 참여시키는 조건이라면 다른 자들만 보내 주십시오!”

사실 김동식 역시 이 조건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다 못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

미국의 급한 사정을 이용하는 그가 못마땅할 정도였다.

하지만 모두 갖겠다는 것도 아니고, 절반은 협회와 참여한 한국 헌터들을 위해 나누겠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돈에 미친 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다.

[그가 참여하지 않으면 모두 이 게이트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하였습니다. 따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모두 S급 게이트에 대한 두려움은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죽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이니까요. 용병왕이 공략을 진행하신다고 하여 그분을 주축으로 믿고 모인 공략대입니다.]

“이게 대체……!”

대다수의 아시아 아스티란 귀환자들은 용병왕에 이를 갈고 있다더니, 한국의 헌터들은 제외란 말인가.

아무래도 용병왕이 자신을 적대하지 않는 한 한국인이라면 너그럽게 봐줬다는 게 사실인 듯했다.

하나같이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랭커들이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당신들이 걱정하는 바는 잘 알겠지만 믿으십시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협상은 없습니다. 그가 결심한 것은 모두 이뤄졌었거든요.]

“……조건이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일 줄은…….”

“저희끼리 질질 끌어 봤자 그가 이렇게 확고하니 의미는 없겠군요……. 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설마 그게 전부일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저토록 자신 있으니 한번 믿어 보는 것도…….”

“길리안, 공략대 대장으로서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모두 막중한 임무를 지닌 길리안을 숨죽여 쳐다보았다.

수십 명의 시선이 모여 있지만 긴장하지 않고, 그는 전화 내내 생각하고 있던 것에 관해 결정을 내렸다.

“……조건을 수락하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우득-

도저히 이해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기에 길리안이 이를 갈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사상자가 생길 경우…… 용병왕, 그는 이 결정에 반드시 책임을 물게 될 것이다.’

길리안의 쥐어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얼굴만은 평온해 아무도 그가 분노에 떨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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