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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43화 (43/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43화

마음 같아서는 항상 하던 방식대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작정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궁지에 몰린 쥐새끼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법이지.’

지금은 일반인들의 목숨을, 나중에는 헌터들의 목숨까지 쥐고 있을 미다스의 손.

그걸 가지고 협박이라도 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걸 위해서 치료제는 반드시 필요했다.

“[길드장이란 인간, 완전 미친 거 같은데요. 가면 인간이 돌아가고 나니 혼잣말을 중얼거려요.]”

미다스의 손을 이끄는 길드장이라면 나도 알고 있다.

연금술의 귀재, 하지욱.

뉴스에서 몇 번 봤을 때 느끼기로는 엄청나게 소심해 보이는 자였다.

“[말을 듣는 척하는 것도 이젠 끝이다. 이것만 완성된다면…… 이라는데요?]”

그녀가 굉장히 수상한 말을 전해 왔다.

하지욱과 주인님이라는 자 사이는 그닥 좋진 않아 보인다.

‘지배라. 본인도 원하는 일은 아니었던 건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우정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었다.

“[아렐리아, 혹시 거기에 투명한 물약들이 있나? 치료제로 보이는 것들 말이야.]”

“[물약요? 엄청 많긴 한데…… 치료제라…….]”

김지연이 치료제 견본이 몇 개 있다면 만들 수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아렐리아가 완치 물약을 찾는 사이 혹시나 해서 어제 번호를 받아 두었던 김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르는 번호인데…… 여보세요…….]”

“너, 정말로 치료제가 있다면 분석할 수 있는 거지?”

“[……헉, 진 헌터님? 치료제라…… 일단 세 병 정도만 있다면 가능할 거예요.]”

의아한 듯 되묻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거짓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그건 그렇고, 영원한 잠을 만드는 연구소는 어디인지 아나?”

“[동쪽 건물에 있는 지하…… 잠깐, 지금 그것들은 왜 물으시는 거죠?]”

나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때마침 아렐리아가 치료제를 찾았다며 소식을 전해 온다.

“[여기 잔뜩 있네요. 투명한 물약, 그리고 그걸 만들 재료들이 적혀 있는 문서도 있어요.]”

이만하면 준비는 모두 마쳤다.

정체를 숨길 만한 옷을 꺼내 입고 차에서 내려 연구소를 향해 뛰어갔다.

‘동쪽 건물…… 저긴가 보군.’

마법 결계들 때문에 정확하진 않았지만 희미하게 마력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었다.

확실히 다른 곳보다 경계가 더 삼엄한 곳이었다.

“[아렐리아, 신호를 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연구실을 부숴. 아, 찾으라 했던 물건들은 당연히 챙겨 두고.]”

“[제 본래 모습이요? 정말이세요?? 오랜만에 재밌는 일을 시키시는군요.]”

그녀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지하 연구실이 있을 만한 위치를 대강 가늠하고 무기를 꺼냈다.

‘한 번에 쓸어버려야 해.’

“[아렐리아, 지금!]”

“[네!]”

콰아앙-!!

중앙 건물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강렬한 마기가 넘실거린다.

익숙한 아렐리아의 마기였다.

“젠장, 습격이다!!”

“경계음은 울리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경비들이 다급히 그쪽으로 뛰어가는 사이, 나 역시 몸을 날려 동쪽 건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결계가 나를 감지하고 위협적인 소리가 들린다.

침입자를 막는 것도 섞여 있는지 사방에서 온갖 마법이 날아왔다.

“동쪽 건물에도 침입자가……!!”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부분들을 파괴해 마법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구소 가운데 서 있는 경비들이 갈피를 잃은 채 당황하는 것이 보인다.

그들을 뒤로하고 나는 검에 마력을 담아 건물 바닥을 파괴했다.

쿠콰쾅!!

위치를 정확히 잡았는지 뚫고 내려간 지하에는 연금술사 몇이 보인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통 안에는 백색의 가루가 담겨 있었다.

‘저게 영원한 잠 가루인가.’

“뭐…… 뭐야. 경비원!! 경비들은 어디 간 거지?”

연구실은 금세 혼란으로 가득 찬다.

두려운 얼굴로 우왕좌왕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자자, 여기 보시고.”

“누…… 누구…….”

“뭐 하는 짓이야!?”

찰칵-!!

셔터음과 함께 플래시가 터지자 그들은 눈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연구실 곳곳을 마저 찍었다.

일을 마치고 확인해 보니 현장이 깔끔하게 찍혀 있는 것이 보인다.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사 뺨치는군.’

결과물이 꽤 괜찮아 보여 흐뭇하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어벙하게 굳어 있었다.

나야 편하게 일을 진행한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도…… 도망을!”

“감히 어딜.”

뛰쳐나가려는 연금술사 한 명을 붙잡아 연구실 중앙으로 던져 넣었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 얼굴 부분을 마력으로 감쌌다.

‘혹시 모르니까…….’

준비가 마무리되고, 나는 들고 있던 검을 냅다 휘둘렀다.

“으…… 으악! 우릴 죽일 셈이구나!”

죽이다니, 그런 서운한 소리를.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해도 그건 안 될 말이었다.

검은 그의 뒤쪽에 박혀 있었다.

연구원은 당연히 자신을 공격할 줄 알았던지 비명을 마구 지르다 멈칫한다.

“하, 공격도 제대로 못하는 헌터였…….”

사르륵-

어디선가 모래시계가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안심하던 연구원은 그제야 경악한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새어 나온 가루를 흡입한 그는 눈을 감고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제대로 뚫었군.’

검의 목표는 처음부터 그가 아니라 중앙에 있던 영원한 잠이었다.

병에 생긴 실금은 이윽고 커다란 균열로 변했다.

유리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좁은 연구실은 뿌연 가루로 가득 찬다.

“콜록콜록!! 젠…… 장…….”

“제발 부탁이건대 멋대로 죽지 마라. 너네가 불어야 할 말들이 많으니까.”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연금술사들이 잠들어 버린다.

B랭크 이상은 되는 자들이기에 혹시나 했는데 효과는 끝내줬다.

연구 끝에 헌터조차 재울 수 있다더니 정말이었다.

이딴 기술로 다른 연금술이나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여간 재능 낭비가 따로 없었다.

“증거는 이만하면 됐고.”

증거 사진과 용의자들은 완벽하게 준비됐다.

나는 핸드폰을 열어 찍은 사진들을 박신우에게 전송했다.

이곳의 위치가 담긴 주소도 마저 보내자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미친 듯이 울리는 핸드폰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다.

‘여기까지 해 줬으면 마무리는 협회가 처리해야지.’

이 사건의 표면에 내가 떠오르는 건 질색이다.

귀찮은 일들의 처리는 나보다는 역시 협회가 잘 어울린다.

“[저…… 마왕님…….]”

한참 날뛰고 있어야 할 아렐리아가 말을 걸어왔다.

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게 사고라도 친 모양이다.

“[그…… 길드장이라는 인간……. 실수로 죽여 버렸는데…….]”

“[뭐??]”

“[아니, 아직 죽진 않았는데, 그게 그러니까요…… 죽기 일보 직전인 거 같은데요…….]”

불안한 예감은 왜 비켜 나가질 않는 건지.

이래서야 애써 길드원들을 잠재운 보람이 없었다.

잔챙이만 잡고 가장 큰 대어를 놓쳐 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녀의 위치가 느껴지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가자 과연 삼도천을 건너기 직전인 하지욱이 있었다.

“끄윽…… 마…… 족과 헌터라니…….”

그의 온몸이 마기로 시꺼멓게 물들어 있다.

이래서야 회복 포션을 트럭째 갖다 부어도 살아나긴 힘들어 보였다.

“하, 아렐리아…….”

“그…… 그래도 발견한 물건들은 아공간에 넣어서 무사해요!”

없던 두통이 생기는 기분이다.

이마를 부여잡고 긴 한숨을 쉬었다.

아렐리아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며시 드래곤의 몸으로 돌아갔다.

“[잘못했어요……. 오랜만에 힘을 쓰다 보니 조절이 잘 안 돼서…….]”

보나 마나 신나서 힘을 마음껏 쓴 거겠지.

이해가 안 되진 않는지라 타박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쿨럭…… 큭……. 간신히 그자의 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더니…… 설…… 마. 당신은 그자가 이미 눈치채고 보낸 것인가.”

그자라면 아까 말했던 주인님이라는 존재인가.

묵묵히 가만히 있자 그는 긍정의 뜻이라 생각했는지 절망한다.

“결국……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데는 실패, 큭…… 하…… 다니…….”

그 뒤로는 긴 침묵만 이어진다.

완전히 숨통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나는 폐허가 되어 버린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이미 중요한 물건들은 아렐리아가 챙긴 뒤인지 눈길을 끄는 것은 없었다.

“이만하면 된 것 같군.”

“[돌아갈까요?]”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튿날, 헌터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미 내가 난장판으로 만든 연구소에는 헌터 협회에서 들이닥쳤고, 모든 길드원은 철창신세를 지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죽기 직전까지 감옥에서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형님, 보내 주신 치료제는 잘 받았습니다. 덕분에 제 동생이 깨어났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지금은 정신이 없지만 상황이 마무리되면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핸드폰에는 박민호의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아렐리아 입에 치료제를 물려 보냈더니 바로 사용한 모양이었다.

글은 간결했지만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슬슬 협회로 갈 시간인가…….”

시계를 보니 2시가 다 되어 간다.

박신우는 뒷일을 처리해 달라는 내 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미 잠들어 버린 자들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협조 요청을 해 왔다.

내가 치료제를 싹 쓸어 간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여간 박신우, 눈치는 빨라 가지고…….’

어차피 가지고 있어도 써먹을 곳은 없지만.

연구소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나갈 채비를 마칠쯤이었다.

“[지금 나가시는 거예요……? 다녀오세요…… 하암…….]”

어제 힘을 마음껏 발산한 탓인지 도통 잠에서 깨지 못하는 아렐리아가 쪼르르 달려온다.

하도 누워 있어서 한쪽 얼굴은 눌린 상태인 데다 퉁퉁 부어 있다.

나는 드래곤도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붓는다는 사실을 3백여 년 만에 처음 깨달았다.

‘헤츨링은 좀 다른가.’

그런 그녀가 우스워 슬쩍 웃고 협회가 있는 여의도로 향했다.

익숙하게 들어간 박신우의 사무실에는 김지연도 있었다.

고민을 떨쳐 버려 숙면을 취했는지 그녀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난다.

“오셨습니까, 진 헌터님. 만남을 요청한 이유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용병왕님! 제 부탁을 들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이런 분인지도 모르고 나는……!”

나를 보고 김지연이 벌떡 일어난다.

눈물마저 글썽이는 게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이미 준비된 커피를 마셨다.

“치료제를 가지고 오셨죠? 전화로 물어보신 것도 그 이유고요! 설마 카페에서는 제가 걱정하지 않도록 일부러 차갑게 대하신 건가요……? 정말 감동이에요…….”

그녀는 앞날도 모르고 혼자 한편의 대서사시를 써 내리고 있다.

주인공은 아마도 정의감에 불타는 나일 테지.

“얻는 것 하나도 없이 이렇게 몸소 나서 주시다니…….”

얻는 것이 없다라…….

물론 지금은 그녀의 말대로 빈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질 것은 바로 여기에 다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보지.”

긴장한 박신우와 어리둥절한 김지연.

나는 그 둘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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