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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39화 (3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39화

“[이거, 좀 이상한데요?]”

“박민호, 저건 뭐지?”

“저건 미다스의 손에서 만든 물약입니다. 석화를 막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석화? 저는 연금술 쪽은 잘은 모르지만 이 유리병에 마법이 걸려 있는 건 보여요. 이쪽으로 와 보세요.]”

나는 물약통으로 다가가 자세히 보았다.

매끈한 유리병은 그저 평범할 뿐 이상한 점은 없어 보인다.

“[겉이 아닌 내부에 새겨져 있는 마력을 읽으려고 해 보세요.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마왕님이라면 충분히 볼 수 있으실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정신을 집중하며 마력을 읽으려 애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마력 알갱이까지 보일 정도가 되자 그제야 무언가 보였다.

손톱만큼 작지만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이 물약통의 제일 구석에 그려져 있었다.

“[보이시죠? 안의 내용물이 어떤 건지 알 순 없지만 마법은 제 전문이죠. 저건…… 수면 마법이에요.]”

‘……수면 마법이라고?’

석화를 막아 주는 물약 안에 새겨져 있는 수면 마법이라.

흑마법이라고 예상했건만 그보다 더 어이없는 것이 튀어나와 버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짐작 가는 것조차 없었다.

‘아니, 이렇게 접근해서 안 된다.’

처음부터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일지부터 떠올려 보았다.

“만약 이 유지 장치를 쓰지 않는다면 석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지?”

“예? 제가 알기론 영원한 잠에 빠지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일주일이면 바로 폐까지 굳어 버려 죽게 됩니다.”

영원히 잠드는 것보다 석화되어 죽는 게 더 빠르다는 소리였다.

이제야 서서히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저건 돌덩이처럼 되는 것은 막을지언정 잠에서는 깨워 주지는 않는 장치이다.

그야말로 영원한 잠.

“혹시 저 물약이 이상한 건가요? 그럴 리가…… 이미 협회에서 철저히 검증을 마친 약입니다. 절대 이상한 약일 리가 없어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니까 물약 자체가 아니라 물약통에 손을 쓸 수밖에 없던 거고.

“진짜로 이상한 물약이 아니라니까요……!”

아렐리아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는 박민호가 답답한 듯이 소리친다.

하지만 저 유리병에 대해 알려 주기엔 아직 시기상조이다.

그가 못 미더운 게 아니다.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 결국 영원히 그녀를 깨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만한 충격을 감당하기엔 박민호는 너무 여렸다.

‘가족을 목숨보다 소중히 하는 만큼 자괴감도 상당하겠지.’

하지만 저 유지 장치에 대해 알게 되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가 깨어난다 해도 물약 수천 통을 구해 평생 달고 살 순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저 물약은 미다스의 손에서만 만들 수 있는 물건이다.

‘결국 미다스의 손을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건가…….’

일단 미다스의 손과 이야기를 해 보아야 할 듯하다.

영원한 잠을 철저히 이용해서 돈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결국 그걸 치료할 수 있는 것도 그들뿐이다.

물론 윤리적인 관점으론 말도 되지 않는 짓거리다.

하지만 나야말로 도덕과 윤리의 선상에서 따지자면 그들보다 더한, 이기적인 놈이었다.

‘하지만 미다스의 손…… 뭔가 찜찜하다.’

수면 마법의 존재가 찝찝하긴 했다.

막상 깨어난다 쳐도, 환자들을 관리하기가 힘드니 일부러 재우는 것일까 싶을 정도다.

지금의 정보로는 그들의 생각을 짐작하긴 힘들다.

“박민호, 일단 물약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가자. 어떻게 하면 그들을 만날 수 있지?”

“아, 네. 아마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말하면 될 겁니다.”

“일단 연락부터 넣어.”

어디론가 뛰어가는 박민호를 뒤로 한 채 나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 * *

내가 면담을 요청한 뒤로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미다스의 손 길드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헌터님들, 최상층에 있는 사무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길드원 한 명이 안내를 위해 병실로 찾아왔다.

잔뜩 쥐어 터진 박민호와 함께한 곳은 병원 내에 있는 한 사무실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를 보고 싶다 하셨다고요. 영광입니다. 저는 미다스의 손 길드의 간부입니다. 본명은 따로 있지만 에이릴이라고 불러 주세요.”

자연스럽게 본인의 소개를 하며 우리를 맞이하는 한 여자.

풍성한 머리와 빈틈없이 손질한 손톱이 연금술사치고는 묘했다.

독한 약초와 거기서 발생하는 온갖 유해 물질들과 함께하는 직업 특성상 깔끔한 외형을 유지하긴 힘들었으니까.

‘직접 연구를 하진 않는 건가.’

보통 내가 만난 연금술사들은 연금술 자체에 미쳐 있는 자들이었다.

‘뭐, 모두가 같진 않을 테니까.’

의아하긴 헀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안내받은 소파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무실이라기보단 응접실에 가까운, 화려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었다.

돈이 많은 길드처럼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주력 사업인 영원한 잠을 이용한 수입이 짭짤한 것 같았다.

“본론부터 말하지. 물약을 구매하고 싶은데.”

나는 대뜸 목적부터 말했다.

그녀는 놀란 기색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류 하나를 꺼낸다.

마치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일단 이건 서약서입니다. 물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과, 혹시나 있을 환자분의 부작용까지도 모두 적혀 있습니다.”

박민호가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 들고 꼼꼼히 훑어본다.

서류가 수십 장이기에 읽는 데는 한참이 걸릴 듯하다.

‘그나저나 부작용이라…….’

한두 푼을 받아 처먹는 것도 아니고, 대충 듣기로는 물약 하나가 수십억을 호가한다는데.

그 정도면 없는 병도 고쳐 내야 하는 가격 아닌가.

위험성을 말하며 쓸데없이 당당한 그들의 태도가 거슬렸다.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어느 정도지? 이 정도 규모의 길드에서 만들어 내는 물약이 그 안정성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가.”

“영원한 잠은 아직까지 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병입니다. 그나마 저희나 되니까 특별한 비밀 방법으로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믿어 보셔도 됩니다.”

“형님…… 그러다 거래가 취소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시나요.”

박민호가 기겁을 한 채 조용히 내 옆에서 속삭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여전히 표정을 굳힌 채로 날카롭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싱긋 웃고는 인벤토리에서 물약 하나를 꺼낸다.

“박민호 헌터님, 이걸 한번 써 보시겠어요? 마력을 전혀 포함시키지 않고 특별한 방법으로 조합해 만든, 저희 미다스의 손만의 기술이랍니다. 지금의 타박상에 큰 효과가 있죠.”

그녀는 아직도 잔뜩 불어 터진 찐빵과도 같은 모습의 박민호에게 물약을 들어 보인다.

박민호는 서류를 내려놓고 물약을 건네받는다.

나는 뚜껑을 열려고 하는 그때 그의 손에서 물약을 뺏어 들었다.

“형님……?”

“넌 어떻게 된 헌터가 아무나 주는 물건을 턱턱 마시려고 하냐.”

이미 수상쩍기가 짝이 없는 단체인데, 함부로 믿을 순 없었다.

나는 물약을 테이블에 놓고 인벤토리에서 치유 포션을 꺼내 박민호에게 줬다.

그는 불만 어린 표정으로 순순히 내가 준 포션을 받아마신다.

“병 주고 약 주시네요…….”

중얼거리는 그를 무시한 채 차갑게 눈을 빛내고 있는 에이릴과 눈을 마주쳤다.

어지간히 기분이 상했는지 아까의 예의 바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의심이 많으신 분이시네요.”

“워낙 여태껏 받아먹었던 것들이 이상한 것밖에 없었는지라. 그쪽이 이해하지.”

‘너도 음식에 족족 독이 타져 있어 봐라. 이렇게 되지 않고 배기나.’

요리 스킬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였다.

아스티란에선 남이 만든 음식을 생각 없이 받아먹긴 힘들었다.

뭐,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요리 자체가 취미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저는 귀환자가 아니라 모르지만, 아스티란에서 오래 있다 귀환하셨다고 하셨죠……. 알겠습니다. 용병왕쯤 되시는 분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저희는 당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니까요.”

“날 그렇게 좋게 봐 주니 영광인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려 대답했다.

순간 울컥해 무언갈 말하려 하던 그녀가 애써 이성을 다잡는다.

‘이 정도로 냉정함을 잃다니, 나를 상대하기엔 317년은 이르다.’

한참 기 싸움을 하는 우리를 박민호가 불안한 듯 연신 쳐다본다.

하지만 그들이 내 태도에 기분이 나쁠지언정 거래를 파투 낼 리는 절대 없다.

영원한 잠은 이미 국가적인 사업으로 변한 지 오래다.

고작 기분이 상했다고 개인에게 물약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그거만큼 길드에 먹칠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간 끝이 없겠군요. 저희 길드의 연구실에 초대 드려도 될까요? 원래 연구 장소는 기밀 중의 기밀이지만 한번 보여드린다면 신뢰가 쌓이겠죠.”

물론 단순히 신뢰를 위해 나를 초청한다 생각하진 않았다.

보통 수상한 게 아니긴 했지만 나를 위협할 만한 일은 없을 테니 상관없었다.

“물론 극비 기밀 공간은 보여드리지 못하지만요. 저희가 얼마나 전문적으로 연금술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보신다면 용병왕님께서도 믿으실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좋다. 기다리고 있지.”

“빠를 수록 좋겠죠. 내일 중으로 박민호 헌터를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물약에 대한 거래도 내일 자세히 말씀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에이릴과 마무리를 짓고 사무실을 빠져나와 병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죽은 듯 잠들어 있는 박민주이지만 그걸 보는 박민호의 표정은 아까와 달리 밝았다.

“드디어 내일…… 내일이면 제 동생도 깨어나는 거겠죠?”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잠을 못 잘 것 같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한다.

여태껏 봤던 미소 중에 제일 밝은 미소였다.

“민주가 깨어나면 적응하기 힘들 테니 먼저 재활 치료로 유명한 병원부터…….”

이미 박민호는 내일 이후에 있을 일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보인다.

방해하고 싶진 않았기에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

“[수면 마법…… 밝히지 않을 생각이시죠?]”

내내 주머니에 숨어 있던 아렐리아가 나와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완치 물약을 받은 뒤라면 모를까, 지금은 때가 아니야.”

“[하긴…… 뭐, 알아서 하겠죠.]”

내가 엮인 일이 아니라면 주변 상황에 무심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서 먹을 저녁 식사를 고민하며 병원 정문을 나서려 했다.

“뭐야,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사람 좀 지나가게 비키지.”

문 앞에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누가 목청껏 질러 대는 소리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진다.

“너희가 그러고도 연금술사야? 이 연금술사의 명예도 모르는 자들 같으니라고!!”

“김지연 헌터, 여기서 이러지 마세요!”

조용해야 할 병원에서 여자 한 명이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부시시한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녀는, 연금술사 특유의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연구를 하다 뛰쳐나오기라도 했는지 가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아까 본 에이릴이란 연금술사보다는 좀 더 연금술사답군.’

나도 길거리에 서서 다른 사람들마냥 흥미롭게 그녀를 지켜보았다.

보기보다 힘이 센지 혼자 그녀를 말리던 길드원이 다급히 휴대폰을 들고 도움을 청한다.

그제야 몇 명의 길드원들이 병원에서 뛰쳐나오고 상황은 더 고조되어 갔다.

“어? 미다스의 손에 있다가 퇴출당한 헌터 아냐?”

“길드에서 퇴출을 당했다고? 거기 들어갈 정도면 실력은 상당할 텐데?”

“내 지인이 거기 연금술사라 들었던 게 있는데, 영원한 잠 연구 파트에 있었던 거 같더라고. 수석 연구원이었다던데…….”

“뭐? 그런 사람이 대체 왜?”

“갑자기 정신줄 놨다던데. 헛소리도 막 한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꽤 유명한 연금술사였는지 얼굴을 알아보는 헌터들이 제법 되었다.

흔치 않은 소란에 점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모인다.

그녀를 말리는 헌터들은 진땀을 빼며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길드에서 탈퇴당한 원한인가. 별일 아니군.’

잘나가는 길드에서 퇴출당한 길드원이 난동을 피우는 일은 흔했다.

흥미를 잃은 나는 고개를 돌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려 했다.

“너희가 만들어 낸 영원한 잠…… 웁!!”

‘잠깐, 만들어 냈다고?’

그때 내 발길을 멈출 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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