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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37화 (3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37화

[밑바닥부터 올라온 S급, 모두를 위한 차별 없는 길드 만들다.]

튜토리얼이 끝난 지도 보름이 지났다.

아직도 온갖 뉴스는 이도윤의 이야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최소 한 등급 이상 올라간 E랭크 그룹에 대한 것은 덤이다.

<꼴찌들의 반란>.

이번 17기 튜토리얼은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택배 왔습니다.”

“[또 그 길드에서 만든 장난감이 도착했나 보네요.]”

“이도윤 그 자식, 택배 좀 보내지 좀 말라고 했건만…….”

이도윤은 길드, 그림자의 길드장이 되었다.

내가 맡았던 그룹의 헌터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그림자 길드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치고도 제법 주목을 받고 있었다.

모든 헌터를 차별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길드의 이념도 이념이지만 대기업의 비호를 받고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한호 그룹의 손자일 줄은…….’

선박부터 가전제품까지, 한국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재벌 중 하나인 한호의 입김은 대단했다.

물론 지금은 헌터들의 세상이 되었기에 예전만큼은 못하다.

하지만 자본에서 나오는 그 힘은 쉽게 고꾸라지지 않았고, 한호 그룹에서도 헌터들에게 발을 담가 보려는 시도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은 자신의 손자가 만든 길드에 약간의 힘을 보태 주기로 결심했다.

아직은 그저 약간의 조력만 받는 상태지만 그가 인정받는다면 은근슬쩍 주력 사업으로 키워 낼 건 빤했다.

“길드 만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자리 잡고 이것저것 만들어 대다니, 실행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저야 인간의 재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죠. 여기는 아스티란보다도 더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녀의 말대로이다.

길드가 창설하는 데는 많은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도윤은 그걸 반나절 만에 끝냈다.

콧대 높은 협회가 답지 않게 심혈을 기울여 그들을 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협회의 막대한 자본력도 한호라는 거대한 스폰서에서 나오는지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유: 진 님, 이번에 보낸 물건은 잘 받으셨나요? 생산조와 연금조, 마법조 세 팀의 합작입니다. 괜찮으시면 한 박스 더 보내드리겠습니다!]

[홍: 답도 없는 진빠가 또 늘어나 버렸나…….]

때마침 열어 본 1랭크 채널에서는 이도윤의 채팅이 올라와 있었다.

내가 채널 채팅방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는 꾸준히 나를 향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 역시 본인 할 말만 하는 모습에서 고집이 느껴진다.

택배를 뜯어보니 정성스럽게 포장된 웬 가죽 팔찌 하나가 나왔다.

[은신의 팔찌[C급]: 마력을 불어넣으면 온몸을 뒤덮는 로브가 되는 팔찌. 착용자의 신체에 맞춰 변형된다. 그 외에 별다른 능력은 없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닐까.”

로브라는 점을 제외하곤, 어느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슈트와 다름없었다.

그래도 어딘가 쓸데가 있겠거니 하고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아렐리아는 마법이 걸려 있는 팔찌에 관심이 생겼는지 이리저리 살펴본다.

“[이러다가 변신이라도 하는 아티팩트를 만들겠어요. 조잡하긴 하지만 항상 발상이 독특해서 재밌네요, 인간들이란…….]”

“여러 분야의 헌터들이 모인 길드라 그런가…… 확실히 보지도 못한 아티팩트들이긴 하지.”

“[마왕님을 추종하는 무리치고 약하기 그지없긴 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공물을 바쳐 오는 걸 보니 마음가짐은 괜찮군요.]”

그림자 길드는 그 명칭대로 나를 은밀하게 따르는 추종자들로 가득했다.

음지에서, 그리고 양지에서 물심양면 날 돕겠다 만든 길드였다.

그딴 길드가 제대로 굴러가겠냐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길드 가입을 요청하는 자들은 많았다.

주로 나와 같은 그룹원이었던 헌터들이 대다수긴 했지만.

‘뭐,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손도 안 대고 코 풀어 준다면 나야 아무래도 좋았다.

아스티란에 있었을 때도 저런 자들은 차고 넘쳤으므로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래도 버스니 지하철이니 나를 찬양하는 광고 배너는 올리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한번은 길을 가다 우연히 [한국을 빛내는 용병왕]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어디선가 찍힌 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상태였다.

그때는 아무리 낯짝 두꺼운 나라도 차마 그러려니 넘길 순 없었다.

[젠장, 이도윤. 이게 다 뭐야?? 모조리 치우지 못해?]

[사진도 잘 나왔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사진이 들어가지 않은 현수막은 될까요?]

[……되겠냐고.]

시무룩한 이도윤은 못내 아쉬워하면서 광고를 모두 치워 버렸다.

저딴 개짓거리를 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런 길드를 만들게 허락하지 않는 거였는데.

그들의 잘못된 충성심이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후회는 잘하지 않는 성격인데, 요즘은 그들의 미쳐 버린 행보에 후회가 된다.

“[저…… 마왕님? 벨 소리가 울리는데요.]”

이도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아렐리아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입에 물고 왔다.

그녀의 말대로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아, 오늘이 벌써 그날인가.”

액정에는 박신우 지부장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오늘은 크레아시론이 만든 스크롤 절반을 넘기기로 한 날이었다.

간단하게 통화를 마치고 나는 변화하는 공간을 사용했다.

[변화하는 공간의 문[L급]: 변화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생깁니다. 퇴장 시 문을 이용하면 마지막에 있었던 곳으로 이동합니다. 단, 소유자와 권속만 사용 가능합니다. 24시간 동안 3번만 이용 가능합니다.]

곧 익숙한 공간이 펼쳐지고,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스켈레톤 무리가 보였다.

묵묵히 바구니를 맨 채 호미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골에서 쑥을 캐는 노인들이 겹쳐 보인다.

‘전에 왔을 때보다 스켈레톤이 늘어난 건가?’

한동안 방문하지 않아 몰랐는데, 확실히 스켈레톤은 전에 왔을 때보다 두 배가량 많아졌다.

의아한 마음으로 크레아시론의 연구실이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동산에 지어져 있는 통나무 오두막이었다.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지만 그 안에 있는 자는 그렇지 못했다.

“오셨습니까…….”

못 본 새 부쩍 수척해진 크레아시론이 나를 맞이한다.

‘해골이 피곤해 보일 수도 있는 건가…….’

일이 많다고 시위라도 하는 모양새다.

바닥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스크롤을 하나둘 주워 인벤토리에 넣고 있는데, 쓸쓸히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크레아시론에게서 전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잠깐, 너 마력이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아…… 그거 말입니까. 아마 제가 아크 리치가 된 것 때문일 겁니다…….”

그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면서도 착실하게 대답했다.

“네가 뭘 했다고 아크 리치가 돼?”

여기서 가만히 처박혀 공장이나 돌리고 있는 크레아시론이 마나가 늘어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어 펫 상태창을 열자 정말로 그에 대한 설명이 바뀌어 있었다.

[크레아시론[아크 리치]: 고대 이시스 제국의 네크로맨서. 8서클의 대마법사로 각종 흑마법에 능하다. 주특기는 죽은 자를 일으켜 세우는 소환 마법. 빼앗긴 라이프배슬의 소유자에게 절대 복종을 맹세하였다.

이후 깨달음을 얻고 리치에서 아크 리치로 변화한 상태이다.]

‘깨달음? 뭔 놈의 리치가 무협지 고수마냥…….’

대마법사가 갖은 수련과 마나의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면 한 단계 더 높은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게 리치에게 통용될지도 몰랐다.

그때 문득 아렐리아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곧 아크 리치가 될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금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때 말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예상 아니었나?’

갸우뚱하며 크레아시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하던 작업을 내팽개친 채 부들부들 떨며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허? 아크 리치 좀 됐다고 여유를 부려?’

손이 놀고 있다고 잔소리하려던 그때, 크레아시론이 냅다 소리를 지른다.

“뭘 했다니요?? 매일같이 있는 마력통을 끝까지 비워 내고, 차오르면 다시 스크롤 만들고!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잠도 못 자는 몸으로 하루 종일이요!!”

그는 울고 싶지만 울지도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가만두면 통곡까지 할 기세이다.

억울함이 물씬 묻어나는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크흠, 큼. 진정 좀 하고…… 깨달음은 뭔데?”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마력을 짜내도 이미 죽어서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요.”

크레아시론은 허망한 얼굴로 아무것도 없는 벽을 쳐다본다.

그에 눈알이 들어 있어야 할 텅 빈 공간에 눈물이 차오르는 듯한 착각조차 든다.

새삼 짠한 기분에 안타까워져 혀를 찼다.

“쯧…… 조금만 더 참아라.”

“네…… 지금까지 반절 정도 만든 거니 힘내 보겠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이 공간에 가득 찬 마력도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르더군요.”

“변화하는 공간 말인가?”

단순히 아공간인 줄 알았는데.

그제야 마력에 집중하자 짙은 마나의 농도가 느껴진다.

지구와도, 아스티란과도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이다.

“여기 있는 마법 재료들은 모두 마력을 담고 있는 약초들 아니겠습니까? 일반적인 잡초마저도요. 자연적으로 내뿜고 있는 마나가 상당한 공간입니다. 모든 마법사가 꿈에 그리던 환경이죠. 덕분에 이렇게 빨리 아크 리치가 된 걸 겁니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긴 했다.

섭취하기만 해도 마나가 늘어나는 약초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래 봤자 상당한 마력을 지닌 나에게는 미미한 효과이긴 했다.

“그럼 스크롤도…… 더 빨리 만들 수 있겠네?”

리치던, 아크 리치이든 간에 별로 달라질 건 없다.

내 귀에는 그저 공장의 기계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예?”

크레아시론이 입을 벌린 채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나는 손을 뻗어 턱뼈를 닫아 주고 그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보름 준다.”

“아니…… 뭐…… 네?”

곧 절규하기 시작하는 그를 내버려 둔 채 나는 공간을 닫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크레아시론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게 보인다.

서둘러 집을 나서고, 곧 도착한 협회에서 익숙하게 박신우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나를 말없이 쳐다본다.

“오셨습니까…… 진 헌터님.”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는 아니기에 인벤토리에서 스크롤 몇백 장을 꺼내 바닥에 뿌려 놓았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그의 사무실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그는 가만히 그 꼴을 지켜보다 내선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네, 바로 제 사무실로 오십시오. 스크롤이 한두 개가 아니니 인원수는…… 네 명 정도가 좋겠군요.”

“그럼 볼일도 마쳤으니 난 가 보지.”

“차라도 한잔…… 후…… 아닙니다. 그러십시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벌떡 일어나 나를 배웅이라도 하려는 듯 다가왔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어 주던 그가 순간 멈춘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진 헌터님. 혹시 그림자 길드에 한마디만 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 거라면 협회가 직접 말해도 되지 않나?”

“몇 번을 말렸습니다만…… 제발 협회 로비에 진 헌터님의 동상은 세우지 말아 달라고 해 주십시오. 무시하려고 했지만 스폰서인 한호 그룹의 이름까지 들먹이는 터에…….”

“……잘 설명하지.”

이도윤, 이 미친놈이 기어이 일을 치는구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아파 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협회 로비를 빠져나와 정문을 향하는 길.

나는 핸드폰을 부여잡고 거칠게 문자를 보냈다.

수신자는 이도윤이었다.

“이걸 어떻게 조져야…….”

콰앙-!!

“돌발 게이트다!!”

“다들 여기 정리하고 협회에 있는 헌터들 불러와!!”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다급히 협회 건물 밖으로 나가자 돌발 게이트가 생성되어 있었다.

다행히 장소가 장소인지라 대처는 빨랐다.

채 5분이 되지 않아 주변은 협회 직원들로 인해 정리가 되고 있었다.

‘다행히 C급 게이트인가. 내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군.’

휘말려 들어간 일반인도 없었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생긴 마력의 폭발 때문인지 여기저기 쓰러져 있긴 했지만 찰과상 정도에 불과할 테니 곧 정신을 차리겠거니 했다.

주변을 슥 둘러보고 장소를 떠나려 하는데, 무언가 이상함이 보인다.

누워 있는 사람들의 상태가 지나치게 인위적이었다.

‘수십 명 모두가 자는 듯이 기절할 수 있나? 몇 명은 깨어나 있을 법도 한데…….’

의아해하며 그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채 마치 잠이라도 자는 듯 고요하다.

몇몇 협회 직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사람들을 흔들어 봤지만 요지부동이다.

“젠장, 비상이야!! 영원한 잠이다! 한동안 발생하지 않는다 싶었는데, 하필 여기서……!”

영원한 잠이라는 단어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곧 주변은 이상할 정도의 당혹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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