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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33화 (33/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33화

“그러니까 용병왕이 있었다니까요!!”

간신히 탈락만은 면한 채 돌아온 공성조의 주둔지.

주변 정찰을 위해 흩어졌다 돌아온 예비 각성자들은 어이가 없다 못해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거의 다 탈락한 게 말이 돼? 용병왕은 이번 경쟁 임무에 관심도 없어 보였다며??”

“지 멋대로 행동하는 놈이라더니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

공성을 진행하러 다녀왔던 인원이 고작 10분의 1밖에 남지 않은 채 돌아왔던 것이다.

모두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이었다.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음 공성을 진행할 성을 알아보고 왔는데, 이래서야 공격은커녕 이대로 탈락할 게 분명했다.

“이제 50명도 남지 않았는데 어쩌지? 이 인원수로 뭘 하겠냔 말이야!”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

“랭크 좀 올리려나 했는데, 이대로 탈락하면 랭크는커녕 길드 스카웃도 물 건너가게 생겼군, 젠장…….”

다음 계획을 위해 모인 막사 안은 긴 침묵으로 가득하다.

김진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거친 걸음으로 막사를 빠져나왔다.

‘이도윤, 이 개새끼…….’

분명 이도윤이 용병왕을 꼬드긴 게 분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일에는 도가 튼 놈이었으니 막가는 용병왕을 구워삶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었다.

‘분명 여기서 나가면 막대한 돈을 준다고 타협한 게 분명해.’

돈이라곤 썩어 넘쳐 퇴비로 뿌리기 직전의 진이었지만 그는 분노에 눈이 멀어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

“고작 E급 주제에…… 퉤!”

주변에 있던 물건을 괜히 발로 차며 짜증을 내는 그의 행태에 다른 예비 각성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E급에게 지고 왔으면서…….”

“기껏 정찰하고 왔더니 이게 뭐람? 제대로만 진행했으면…… 어?”

한 예비 각성자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멀리서부터 울리는 소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잠깐, 다들 저길 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그냥 다른 성 공격하러 가는 공성조 아냐?”

“파란 옷을 입고 있는데……?”

“뭐?? 수성조라고?? 성이나 지키고 있어야 할 수성조 말하는 거야!?”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모두 벙쪄 버렸다.

그때 갑자기 화살 하나가 큰 소리를 내며 주둔지에 놓여 있던 탁자에 박힌다.

“……기습!?”

“아니, 미친, 그러니까 수성조가 왜 쳐들어오냐고!!”

거의 울부짖는 예비 각성자의 말이 시작점이 되어 몇백 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잠재 등급이 어느 정도 높은 덕에 화살들은 위력적이지 않았지만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화살은 겁에 질리기 충분했다.

“방패조, 앞으로!! 궁수들과 마법사는 지원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맨 앞에는 얼굴만 봐도 공포스러운 용병왕이 있었다.

* * *

1,000명과 50명의 싸움.

당연히 숫자의 우세함은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E급 예비 각성자일 뿐이었다.

스물이 넘게 붙어도 B급 하나 잡기 벅찬 것이 현실.

하지만 주둔지에 모여 있던 공성조는 공격을 막아내기도 급급했다.

“치명상을 입은 자들은 후방으로 빠지고 교체해요! 방어형 각성자들은 진열을 무너트리지 말고!!”

“다친 사람들은 힐러조에 오세요!”

튜토리얼에 참가하는 예비 각성자들은 제각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모두 전투는 초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슨 전쟁터에서 평생을 구른 노병마냥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물론 진이 본다면 가르친 것의 절반도 못한다고 혀를 차겠지만 적어도 공성조를 질려 버리게 할 정도는 되었다.

“야!! 이게 무슨 진짜 전쟁이야!? 왜 이렇게 목숨 거는데!?”

공성조의 예비 각성자 한 명이 죽을 듯이 덤비는 수성조에 고함을 질렀다.

그에 후들거리는 팔로 방패를 들고 있던 수성조가 대답하듯 소리친다.

“시발, 우린 진짜로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이게 무슨 개소리야!? 어차피 이거 다 튜토리얼인 거 몰라??”

상대방의 속 편한 말에 수성조 모두 울컥했다.

그동안 용병왕이 진행했던 훈련은 공포 그 자체였다.

튜토리얼에서는 고통이 현실보다는 덜하다지만 오히려 그게 함정이 될 줄은 모두 꿈에도 몰랐다.

[바깥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로는 고통스럽지도 않지? 훈련 강도를 더 올리겠다.]

‘진짜로 죽을 거 같았다고!!’

경쟁 임무 기간에는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아도 되는 탓에 정말로 24시간을 훈련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격한 훈련을 이기지 못해 하나둘 먼지가 되어 탈락하는 동료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번 전투에서 지고 온다면 비교도 안 되는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들은 상태.

이건 죽으면 죽었지 져서는 안 되는 전투였다.

“다시는 그 지옥에 갈 순 없다!!”

“뭐? 아아악!!”

누군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그동안 누적된 대미지 탓에 결국 한 명의 공성조가 쓰러진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김진호는 탈락해 버린 동료를 보며 안타까워할 시간도 없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들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쉽게 이겨야 할 전투였다.

하지만 입에 거품 문 채 달려드는 그들을 보자니 솔직히 그 기세에 눌려 무섭기까지 했다.

한참을 교전하는데, 갑자기 주변 예비 각성자들을 중심으로 소란이 일어났다.

“용병왕이다!!”

“지…… 진짜였어??”

누군가의 외침에 고개를 들자 정말로 용병왕이 검을 든 채 오고 있었다.

하도 유명한지라 그 얼굴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공포에 질린 자들은 벌벌 떨며 전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도주를 시도했다.

“도망…… 으아악!!”

그저 천천히 걷기만 하는데도 효과는 훌륭했다.

가뜩이나 사기가 바닥이었는데,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의 참전까지.

전쟁터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옥 밑바닥에서 간신히 기어 올라온 수성조는 더욱 거세게 공격한다.

“……진짜 용병왕?”

이미 용병왕이 두려운 동료들은 모두 도망가거나 탈락해 버렸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김진호는 점점 옥죄어 오는 적들을 정신없이 쳐 내면서도 시선은 줄곧 용병왕을 향하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지레 겁부터 먹었지만…… 뭔가 이상해.’

멀리서 보긴 했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도 용병왕의 기세는 대단했다.

절대자의 자리에 앉아 본 자만이 풍길 수 있는 오만함, 자신감…….

딱 한 단어로 정의할 순 없지만 뭐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함이 그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자에겐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조금만 힘내! 한 명만 남았……! 아악!!”

“비켜!!”

김하준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앞을 가로막는 적들 틈을 파고들었다.

이미 연이은 공세에 잔뜩 지쳤지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용병왕과 거리를 좁혀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

놀란 듯 당황한 용병왕의 모습이 보인다.

그에 김진호는 확신했다.

‘이자, 용병왕이 아니야!!’

빠르게 검을 휘둘러 그에게 공격을 가했다.

간신히 막아 낸 듯했지만 얼굴 부분에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아니,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피가…… 나지 않아?”

너덜너덜해야 할 피부 대신 얇은 가죽 같은 것이 찢어졌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것은 베어진 탓에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도윤.”

가면이 벗겨진 얼굴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인연으로 맺어졌던, 평생의 경쟁자 이도윤.

그리고 B랭크를 부여받은 그에겐 앞으론 걸림돌조차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상대.

“모두 일제히 공격해!!”

멍하니 서 있는 김진호에게 일제히 공격이 쏟아진다.

앞에 있던 이도윤 역시 들고 있던 검을 크게 휘둘렀다.

“커억…….”

흐려지는 눈앞에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묘한 표정의 이도윤이 있었다.

* * *

“……뭐지? 수성조가 성을 떠나고 있는데요?”

드루이드 계열로 잠재 능력을 부여받은 황현주는 오늘도 소환수를 이용해 정찰하는 중이었다.

날렵한 매를 이용해 공중에서 상대편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공성을 하는 전술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이미 한 성을 공격하는 데 성공하고 깃발을 얻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은 더 높은 순위를 위해 공격할 만한 성을 찾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수성조가 성을 떠난다고? 단체로 약이라도 먹었나??”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에요. 천 명 정도…… 성은 텅 비었어요.”

“진짜 다 같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직접 매와 시야를 공유하고 있는 그녀도 못 믿을 상황이었다.

밑져야 본전이기에 몸놀림이 날랜 몇몇 그룹원으로 성에 정찰을 보냈다.

“진짜로 없던데요?? 성벽에도, 성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없어요.”

돌아온 자들도 황현주와 같은 의견을 내밀었다.

“함정 같은 게 아니야?”

“이미 함정 간파 스킬을 써 봤어요. 기초적인 함정도 없더라고요.”

“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 같이 진격하죠.”

서둘러 도착한 성에는 정말로 쥐 죽은 듯 고요함만 가득했다.

기척을 죽이고 성벽을 기어올랐을 때도, 안에서 성문을 열어 공성조가 진입했을 때도 여전했다.

“이게 말이 되나? E랭크들이 애초에 이기지도 못할 거 같으니 포기해 버린 건가.”

“그러게.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나 보지.”

어떤 예측을 해도 도무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순 없었다.

혹시 함정이라도 파 놓은 건가 싶었지만 성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혹시…… 빈집털이가 가능할까.”

시간을 들여 계획을 짜고 들어가자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텅 비어 버린 성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다른 공격조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

‘그동안 운도 쥐뿔도 없었는데, 이런 행운이…….’

그들은 넝쿨째 굴러온 호박에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공성조는 순식간에 성 내부에 진입하고, 깃발이 있는 로비까지 도달했다.

끼이익-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간 문 안쪽에는 역시나 아무런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중앙에 꽂혀 있는 푸른색의 깃발이 그들을 유혹하듯 잔잔히 흔들렸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여기까지 와 버리네.”

“저기 깃발이야! 지키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곧 얻을 승리에 도취된 공성조 전원이 로비로 들어섰다.

커다란 홀은 금세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리더님, 어서 깃발을 잡으세요!”

“감사합니다, 황현주 님. 이게 다 정찰을 열심히 해 주신 덕분이에요.”

그룹 중 유일하게 잠재 능력을 S랭크로 부여받아 리더로 추대된 예비 각성자가 점점 깃발로 다가갔다.

‘이것만 있으면…….’

침을 꿀꺽 삼키며 깃발에 가까워지려는 그때였다.

콰앙-!!

갑작스레 들리는 굉음에 모두가 뒤돌아보았다.

들어왔던 커다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젠장, 진짜로 함정이었나??”

“일단 깃발부터 잡…… 어!?”

그 잠깐 사이에 깃발은 사라지고 없었다.

당황한 그룹원들이 사방을 훑어보며 곧 등장할 적을 대비했다.

“저…… 저기 위에!!”

누군가가 손가락질을 하며 높은 곳에 위치한 창가를 향해 소리 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한군데에 꽂혔다.

“재밌는 짓거리들을 하는군.”

그곳에는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깃발을 든 채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용병왕이 걸터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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