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29화 (2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29화

“보자. 푸른 요정의 풀 320개, 야광 버섯 247개라…… 버섯이 좀 적다?”

“아니, 그게…… 아무래도 버섯은 동굴에서 채집해 오는 것이다 보니 들어가고 나가는 시간도 좀…….”

“그래, 이번에는 처음 하는 일이니 어려울 수도 있지. 다음부턴 잘하자?”

“네? 다음이라니요? 주인님? 주인님??”

나머지도 모아 놓으라는 말과 함께 스킬을 사용해 공간을 빠져나갔다.

당황한 크레아시론의 말이 점점 멀어지고, 눈을 감았다 뜨니 아까 들어왔던 텔레폰 룸이었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까지 하면 합해서 600개 정도인가. 부족하지 않겠군.’

이 정도면 김상수와 몇몇 마탑의 마법사가 사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상수는 어느새 돌아간 듯 보였지만 박신우와 김현도 팀장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인벤토리에 재료가 없어 창고라도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나를 발견한 박신우가 얼굴을 돌려 반갑게 맞이한다.

‘창고는 맞지. 무한히 재료가 나오는 창고.’

물건을 건네주기 위해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워낙 많은 재료를 가져왔는지라 둘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쏟아 낼 수도 있겠지만 그걸 치우는 사람은 이 두 명이 아닐 것이다.

나는 처참한 몰골의 직원들을 흘깃 쳐다보았다.

“이걸 보관할 수 있는 창고 같은 곳이 있나?”

“재료 보관 전용 창고가 있긴 합니다만…… 제가 인벤토리에 담아 갈 테니 그냥 주셔도 될 텐데요.”

“600개 정도를 모두 줍진 못할 텐데.”

“600개라…… 많긴 많……. 잠깐, 혹시 S급 재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박신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팀장에게 손짓한다.

이런 것 가지고 거짓말은 입에 담지 않으리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지하 창고로 가시죠!”

김현도는 허둥대며 우리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A급 이상의 재료들을 보관하는 넓은 창고였다.

보관 마법이 새겨져 있는 마석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걸 보니 상태가 변하지 않게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는 곳이었다.

“인벤토리.”

와르르-

가져온 푸른 요정의 풀과 야광 버섯을 바닥에 쏟아 내었다.

김현도는 재빨리 커다란 상자를 가져와 빠르게 분류를 한다.

“허, 4, 50개만 가져오셔도 당분간은 한시름 놓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이 정도면 필요한 물량의 반 정도는 충분히 소화하겠군요.”

“남은 건 이제 고위 마법사 한둘 정도군요……. 김현도 팀장, 6서클 이상의 스크롤을 제작할 수 있는 마법사 수배해 놓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마탑이 그쪽에까지 이미 손을 써 두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 고위 마법사는 소수인지라…….”

“전 세계를 뒤져 보면 한둘쯤은 나올 겁니다. 곧 신규 각성자 튜토리얼이 시작될 때이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예상대로 재료를 확보하고 나니 이제는 마법사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둘.

곧 있을 튜토리얼에 대한 일까지 들먹거리자 김현도 팀장은 울상이 되어 버린다.

“지금 필요한 마법 물품이 어느 정도지?”

“시중에 있는 아티팩트를 최대한 구매한다 치더라도 스크롤이 문제입니다. 마탑에서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6서클 이상의 스크롤이 100개 정도…… 대충 다섯 명의 마법사가 제작한다고 하면 3개월 정도 걸리겠군요.”

“3개월이라…… 길군.”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혹시 스크롤 제작 스킬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쯤 되면 김현도 팀장은 내가 요술 주머니쯤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내가 마법사 계열이 아님은 익히 알고 있을 텐데…… 그냥 한번 찔러보기식인가.

“아는 마법사가 있다. 8서클 마법사고, 제작 속도 면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다른 마법사들의 세 배 이상은 빠를 테니. 만들어야 하는 목록도 적어 주면 내가 해결하지.”

“네에?? 그 정도 고위 마법사가 마탑 소속도 아니라고요? 대체 어떤…….”

“궁금한가? 대신 어느 정도 각오를 치를 생각은 했겠지?”

“아니, 아닙니다. 저희야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혀 궁금해하지 않겠습니다!”

김현도는 손사래를 치며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한다.

사실 나도 알려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반응이 제법 격렬했다.

“돌아가기 전까지 서류를 작성해 두면 가져가서 전달해 주겠다.”

그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슬쩍 보더니 원망 어린 얼굴로 바라본다.

잠시 남은 시간을 계산하는 듯하더니 허겁지겁 사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 헌터님. 가격은 시중 가격의 1.5배로 매겨드리겠습니다. 혹시 앞으로 협회 측에서 도울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남아 있던 박신우가 깍듯이 인사를 한다.

돈이야 이제 필요가 없다지만 협회의 도움은 솔깃했다.

5대 길드뿐 아니라 나라에서도 눈치 보는 대한 각성자 협회라…….

빚을 지워 두면 언젠간 쓸모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기억해 두지.”

“아, 도와주시기로 한 건 오늘까지였나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만 돌아가 보셔도 됩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문서는…… 기한이 좀 걸릴 것 같군요. 완료되면 자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방금 거야 사실 김현도 팀장을 놀리려는 농담이었으므로 상관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신우와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협회 로비로 나오니 어느새 밖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 하고 앞을 보는데 왠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뜨인다.

‘……박민호?’

“어?? 형님!!”

박민호가 나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뛰어왔다.

“오랜만에 뵙네요! 형님, 탑 다녀오시고 나서 그동안 협회에 공략법 정리 때문에 바쁘셨다면서요? 그 소식 때문에 온갖 뉴스들이 난리입니다!”

“뉴스만 난리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난리였지. 온갖 곳에서 방해를 진행하던데.”

“1랭크 채널에서 아까 떠들어 대던 내용이 그거였군요!”

‘랭크 채널 채팅이라…… 확실히 요새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지.’

중요한 정보를 얻기에는 랭커들이 모여 있는 채팅만 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 친한 만큼 개소리도 워낙 많은 건 사실이다.

‘특히나 자유 길드 길드장, 홍현민…….’

내가 떨떠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표정으로 드러내자 박민호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안 보셨나요? 그래도 랭커들은 보통 자주 챙겨 보는 편이니 한 번씩 훑어보시면 도움이 될 텐데요. 심지어 아레스 길드장도 종종 살펴본다고 하더라고요.”

“홍현민, 그 자식 헛소리 때문에 닫아 놓고 산 지 좀 됐다.”

“아, 홍현민 헌터…….”

박민호는 말꼬리를 흐리며 해탈한 눈으로 먼 허공을 응시한다.

당장이라도 득도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그를 내버려 두고 오랜만에 랭크 채널 채팅을 열었다.

금요일 저녁 시간이지만 다들 약속 잡을 친구도 없는지 실시간으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마탑대표: 영국 가서 엎어 버리고 싶다……. 다 같이 망하자는 건가. 진짜 마탑 본부에 헬파이어 하나만 딱 갈겨 봤으면…….]

[가을하늘: 말리지 않겠습니다.]

[아스티란짱짱: 헐ㅋㅋ 지부장 반응 좀 봐 ㅋㅋㅋㅋㅋㅋㅋ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홍: 저 아저씨 또 왜 저래?]

[마법최고: 마탑 본부에서 또 한 소리 했대요. 특히 이번엔 지원도 줄여 버린다고……. 저희가 <검은 탑>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불만인가 봐요. 저번에 참여했던 한국 마법사들 랭크도 올라갔기도 했고, 더는 본부를 위협할 정도로 힘을 키우지 말라는 거겠죠.]

[홍: 억울하면 지들도 용병왕 갖고 있던가…….]

[마법최고: 그래도 다음 공략에 필요한 재료나 제작 관련은 진 헌터님이 도와주시기로 했으니 한시름 놨네요. 7서클 이상 마법사가 한국에는 저와 지부장님밖에 없는지라 둘로는 부족하다 싶었는데요.]

[홍: 하여간 인맥도 좋아. 귀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양반이.]

협상의 중요한 무기였던 재료 공급과 마법사 인력 수급 방해도 실패하였으니 이제는 마탑 본부가 꼬리를 말고 재협상을 원할 줄 알았다.

당연히 중요한 밥줄 하나가 끊기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 텐데 그놈의 자존심 때문인지 정신을 못 차리고 아직도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래에 제일 중요한 건 신의일 텐데 중요한 걸 놓치고 있군.’

협회는 이번 일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지.

지금까지 마탑에 기대고 있던 일들의 비중을 천천히 줄여 갈 것이다.

이번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최소한의 피해를 보게끔.

“소문에는 한국 협회가 마탑과 대립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요. 각 길드도 은근히 반기는 눈치라 요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태껏 누군가가 총대 매 주길 기다렸던 거겠지.”

마탑은 전 세계에 지부를 두며 항상 마법사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물질적, 심리적인 안정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법사들이 마탑에 들어가 지원을 받으며 힘을 키워 가는 게 정석이라지만 언제까지나 권력의 균형이 그런 식으로 유지될지 모르는 상태.

처음 목적과 다르게 마법사들을 통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탑 내에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들었다.

최근 각 나라의 헌터 협회들과 몸집을 키워 가는 길드들이 마법사를 포섭하려고 온갖 힘을 쓰고 있기도 하니,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 유명한 고위 클래스 마법사들이 나간다면 내리막길을 향할 거라는 건 자명하다.

[마탑대표: 내가 진짜 이놈의 마탑 더러워서 때려치우고 만다!!]

[마법최고: 이왕 나가실 거면 에드워드 마탑장, 그 너구리에게 파이어 볼 한 방 먹여 주고 가세요.]

“우선 김상수가 제일 먼저 나가게 생겼는데.”

아스티란에서 마탑장까지 했던 그가 떠난다면 그 밑의 마법사들도 가슴속에 품고 다니던 사표를 죄다 던질 것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법사 중 하나이기도 하니 만만치 않은 여파가 오게 되겠지.

“앞으로 볼만하겠네요.”

박민호는 그렇게 말하다 손목에 있던 시계를 슬쩍 보았다.

“아, 형님. 이렇게 길거리에서 서서 이야기를 나눌 게 아니라 저녁 시간인데 식사라도 같이하실까요?”

나 역시 시계를 보니 어느덧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마침 출출하던 차였던지라 흔쾌히 승낙하고 그와 함께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정말로 다음 <검은 탑> 공략은 가지 않을 생각이세요? 형님이라면 그 정도야 쉽게 공략할 수 있으시잖아요. 탑에서 주는 아티팩트들도 만만치 않고…….”

“아티팩트라…… 확실히 괜찮은 보상이 있긴 했지만.”

여태껏 탑에서 얻었던 아티팩트들이 꽤 독특하긴 했었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이 받았다는 보상을 알아보니 나와는 달리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 정도도 훌륭하게 느껴지는 모양이긴 했지만.

‘아마 내가 특이하게 공략을 진행해서 얻게 된, 특전 같은 것이겠지.’

지난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이 있긴 했다.

일반적인 공략을 사용하지 않고 공략을 마무리하면 그만큼 특수한 보상이 떨어진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우연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운이 지독하게 없는 편에 속하므로.

그럴 바에야 공략은 다른 자들에게 맡기고 나는 상황이나 지켜보는 게 편하다.

어차피 언젠가는 국내 헌터들의 힘만으로는 벅찰 때가 올 게 뻔하다.

영원히 탑에 들어가지 않을 순 없으니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는 게 내 목표였다.

“고생은 아스티란에서 했던 것만 해도 족하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하죠.”

곧 식사가 나오고, 박민호와 나는 눈앞에 있는 음식에 열중했다.

“여기가 헌터들에게 유명한 식당이라더니 괜찮…… 응?”

갑자기 어둑했던 창문이 푸른빛으로 휩싸였다.

마른하늘에 번개라도 쳤나 싶어 밖을 내다보는데, 밤공기는 여전히 고요하다.

뭔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다 박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저 앉은 자세를 바꿀 뿐이다.

“<검은 탑>에서 각성자 튜토리얼이 시작됨을 알리는 빛입니다. 한동안 진행하지 않더니만 오랜만이네요. 하긴, 슬슬 다른 각성자들이 나올 때도 되긴 했죠.”

“……고작 저렇게 한 번 빛나는 게 끝이라고?”

자는 사람은 확인하지도 말라는 건가.

이토록 중요한 걸 대충 때우려는 시스템에 이제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역시 × 같은 시스템. 일 처리 꼬라지 하고는…….”

어이없음을 뒤로하고 다시 먹던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나처럼 다시 숟가락을 들려던 박민호가 갑자기 주춤거린다.

“어…… 어……. 이거 설마…….”

그는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다.

“……평소라면 예비 각성자들만 튜토리얼에 참여하는 게 맞는데…… 제 예상대로라면 형님이 귀환하고 나서는 처음 열리는 튜토리얼…….”

“귀환하고 처음 보는 현상이긴 하다만, 내가 귀환한 거와 튜토리얼이 무슨 상관…….”

띠링-

[지구에 돌아온 귀환자, 김진 플레이어님. 당신은 제 17기 각성자 튜토리얼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뒤에 열릴 튜토리얼 기간에서 펼쳐질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