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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24화 (2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24화

콰앙-!!

‘이쯤이면 슬슬 입질 올 때가 됐는데…….’

헌터들은 말없이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오직 강준하만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얼굴이었다.

구태여 긴 설명을 붙이지 않고 그저 검을 기계적으로 휘두르는데, 유난히 불만 많았던 홍현민은 이제 뒷목 잡고 넘어갈 정도로 얼굴이 시뻘게진다.

‘어린놈이 고혈압이라도 있는 건가.’

“그게 말이 돼!? 보스 몬스터가 여기까지 찾아오기라도 한다는 거야!? 젠장, 여기서 이따위 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노발대발 소리치는 그 녀석을 옆에 있던 헌터가 뜯어말린다.

낭비할 시간이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자식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나마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었다.

내 깊은 뜻을 모르는 그는 잔뜩 성난 치와와마냥 계속 짖어 댈 뿐이었다.

주변은 이미 산산조각 난 벽돌이 굴러다닌다.

저 멀리에도 마력을 듬뿍 담은 검기를 날렸기에 주변은 이미 황폐했다.

“이젠 좀 지겨운데…….”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말이 끝나자마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시스템 메시지가 보인다.

누군가가 고함지르는 소리도 함께.

“크아악-!! 도대체 어떤 놈들이냐!!”

[변화의 미궁의 주인이 플레이어님들을 인식합니다.]

“후, 드디어.”

“진 님, 이걸 위하신 겁니까?”

“그래, 집주인이 보통 예민한 게 아니라서 말이지.”

마법으로 재생되는 벽이라는 건, 결국 누군가가 마나를 끊임없이 불어넣는다는 뜻.

동력원이 되어야 할 마석도 굴러다니지 않는데 변하고 재생되는 모습에 의문이 생겼던 것이 시초였다.

과거 이곳에서 깨달았던 사실 중 하나는 미궁 전체가 보스 몬스터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

둘째로는, 결국 미궁 내에서 지나치게 마나가 소모될 정도로 특이한 일이 벌어진다면 절대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특성상 본인의 나와바리에서 전투하는 걸 즐기지.”

[ <멸망한 고대 제국 이시스의 배신자 크레아시론>이 강제 텔레포트마법을 시전합니다.]

발밑에 거대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새겨진다.

강렬한 빛과 함께 어딘가 이동하는 느낌이 난다.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고, 눈앞에는 거대한 로비가 나타났다.

“누가 감히 나의 안식처에서 소란을 피우느냐!!”

목소리라기엔 쇠가 긁히는 것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그곳에는 뼈로 이루어진 왕좌가 있었다.

“리치…….”

앉아 있는 자를 본 누군가가 얼빠진 목소리로 말한다.

헌터들의 시선이 모아진 자리에는 의자에서 일어서 있는 스켈레톤이 보인다.

머리에는 낡은 왕관을 쓰고 있고, 일국의 왕이 쓸 법한 거대한 왕홀을 스태프 대신 사용하는 마법사 크레아시론이 있었다.

“그냥 흑마법사가 아니었다니……. 리치면 대마법사 아닌가요? 마탑장님 정도는 되셔야 마법을 상대할 만할 텐데……!”

척 봐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크레아시론.

특히나 리치의 특성상 수많은 망자를 불러낼 것이기에 전투에 상당한 고전을 겪을 것이 뻔했다.

헌터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일어나라, 나의 종들이여! <레이즈 스켈레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빠르게 주문을 외우는 리치.

검은 마력이 우리가 서 있는 공간 전체를 감싸 안는다.

꾸득, 끼리릭…….

뼈다귀가 부딪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림잡아도 백은 되는 스켈레톤이 공략대를 감싸듯 포위한다.

꿀꺽-

조용히 서로를 마주치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스켈레톤들이여!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난동을 부린 자들을 처치하라!”

크레아시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스켈레톤이 달려든다.

“<파이어 월>!!”

“<스피릿 대시>!!”

여기저기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서로 뒤엉켜 난전이 펼쳐진다.

나 역시 들고 있던 검을 기계적으로 휘두르며 눈앞의 스켈레톤을 끊임없이 해치웠다.

다행히 스켈레톤 병사들은 강한 개체들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 숫자.

“<레이지 스켈레톤>! <레이즈 듀라한>!! <다크니스 포그>!”

그리고 뒤에서 끊임없이 무너진 스켈레톤을 부활시키며 흑마법을 난사하는 리치 탓에 상황에는 진전이 없었다.

심지어 여유가 생겼는지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까지 소환한다.

그대로 가만두면 듀라한뿐 아니라 그 이상의 군단을 불러내리라.

물론 그 꼴을 그저 관망하며 지켜볼 내가 아니었다.

“강준하, 홍현민. 최대한 다른 헌터들을 보호하며 수비적으로 싸워!”

“네, 알겠습니다.”

“그냥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기만 하라고? 저 멀리 뒤에 버티고 있는 보스 몬스터 안 보여!? 이러다 우리가 먼저 지친다고!”

홍현민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콰앙-!!

그에 대꾸하지 않고 검기를 폭발적으로 만들어 주변 스켈레톤 십수 마리를 순식간에 처치한 나는 이때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좁지 않은 공간인 탓에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 상당히 멀어진다.

“크윽-!! <앱솔루트 배리어>.”

빠르게 다가가 기습적으로 공격을 했지만, 그는 아슬아슬하게 보호막을 펼쳐 막아냈다.

‘고위 마법사답군. 스킬 없이는 단번에 처리할 수 없는 건가.’

당연히 유효한 공격이 먹힐 줄 알았는데.

고스톱으로 대마법사 칭호를 딴 건 아니었나 보다.

어차피 이곳 로비가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한정된 공간.

도망칠 곳도 없는 데다가 조금 까다로울 뿐 절대 지지 않겠다 싶어 천천히 그를 지켜보았다.

“8서클의 보호 마법이 한 번에 깨지다니……!!”

한 번의 공격만 막아 줄 뿐 허무하게 마법이 사라지자 리치는 잔뜩 경계하며 뒤로 물러선다.

공격을 잠시 멈추고, 리치와 나의 사이에서는 잠시간 서로 탐색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주변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 마법사에게 유리한 만큼의 거리를 벌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순순히 지켜봐 줄 것 같지 않자 뭐 마려운 개마냥 안절부절못한다.

나는 그런 리치를 여유롭게 관찰하다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이상하군. 아무리 봐도 똑같은데…….”

아무리 나라도 비슷비슷한 해골을 구분하는, 기가 막힌 눈썰미는 가지고 있지 않기에 뼈다귀 하나하나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크레아시론에겐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고대에 있던 제국을 배신하고 도망칠 때 추격대의 공격을 받아 잘려 버린 왼쪽 팔.

흑마법으로도 재생할 수 없었는지 그가 입고 있는 로브의 왼쪽 팔 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다크 플레어>!!”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고민하고 있자 크레아시론은 벌컥 화를 내며 마법을 날린다.

나는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검은 불꽃을 검으로 쉽게 막아내고 생각을 이어 갔다.

‘다시 살아난 건가? 아니다. 일반적인 리치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러기엔 분명 되살아날 때 쓰일, 영혼이 담긴 라이프베슬까지 부쉈어.’

처음 <검은 탑> 11층에 입성하고부터 꾸준히 가졌던 의문.

익숙한 미로의 모습에 우선은 전에 미궁 공략을 완료했던 방식 그대로 진행했지만 통상적으로 주인을 잃은 미궁은 사라지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라이프베슬을 파괴했을 때는 미궁 전체가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리치 주변에 있는 왕좌를 옆으로 밀어 버리니 가려져 있던 작은 문이 나왔고.

그곳에 있던 낡은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허겁지겁 미궁을 탈출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히 그때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크레아시론이 사실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듯이.

‘어차피 비밀 공간에 있는 텔레포트를 이용하면 11층은 공략 완료겠지만. 리치를 단순히 무력화시키고 나가기엔 뭔가 찝찝한데…….’

“잠깐, 너…… 전에 검은 갑옷 입고 있던 모험가??”

“……뭐?”

<검은 탑> 내부 공간들은 아스티란과 연결되어 있다 예상했지만 그냥 평행세계 같은 것이었나, 라고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분명 얼굴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놀란 표정일 크레아시론이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턱뼈는 저러다 바닥에 닿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입을 벌린 상태였다.

“젠장, 설마설마했는데……. 그때보다 분위기가 덜 날카로워서 몰랐는데 날 죽일 뻔한 자가 아닌가!! 아무리 강할지언정 고작 인간의 몸일 텐데 어떻게 몇백 년 동안 살아 있는 거지!?”

“죽일 뻔이라니? 헛소리하는군. 라이프베슬을 산산조각 냈는데. 미궁도 분명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네가 찾아낸 건 가짜고, 그냥 미궁 전체를 흔들어서 무너지는 척…… 헉!”

별다른 압박을 주지 않았음에도 당황한 나머지 나불나불 불어 대는 크레아시론.

간만에 후려 맞은 뒤통수가 얼얼하다.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어쩐지 마법 시전자를 처치했는데도 텔레포트 스크롤 사용이 안 되더니만…….’

아무리 나라도 거대한 미궁에 깔리면 최소 중상.

탈출하느라 바빠 놓쳤던,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땐 찝찝하긴 해도 보물도 챙겼겠다, 보스 몬스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에 그러려니 넘겼는데.

“감히 날 속여……?”

“뭐? 도둑놈 주제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왕좌 뒤 비밀창고까지 찾아내서 보물까지 싹싹 긁어 갔으면 된 거 아닌가!! 심지어 이시스 왕의 옥새까지 가지고 갔으면서?!”

고대 제국 이시스의 옥새?

상당히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듯 그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친다.

“어차피 그건 네 소유물이 아니지 않나? 반역자 주제에.”

“그게 아니라……! ……젠장!!”

그는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듯 턱뼈를 달싹인다.

“인벤토리.”

[고대 이시스 제국의 옥새[SSS급]: 황금으로 만들어진 옥새. 알 수 없는 마법이 깃들어 있습니다. 옥새를 가진 자는 이시스 제국의 정당한 왕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소유자: 진]

꺼내 본 지 한참 된 지라 인벤토리를 열어 손에 쥐었다.

설명을 봐도 알 수 없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고는 하나 그냥 평범한 물건인데.

‘마법사로 유명했던 초대 왕의 물건인지라 마법이 걸려 있는 게 이상하진 않은데.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나.’

“[저…… 마왕님, 인간들 놀라니까 나오지 말라고 하시긴 했는데요오…….]”

탑에 들어올 때부터 주머니에 있던 아렐리아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뒤에 있던 헌터들을 힐끗 살피니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바쁜 와중에 조그마한 아렐리아를 보진 못하리라.

“지금은 나와도 돼. 무슨 일이지?”

“[강력한 고대 흑마법이 느껴져서…….]”

그거라면 당연히 앞에 있는 리치 때문이 아닌가.

눈에 띄지 말게 하라는 내 말을 어기고 나올 정도라 뭔가 대단한 게 있나 했는데…….

실망하는 나의 기색이 느껴졌는지 아렐리아가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이어 말한다.

“[그거 아무리 봐도 라이프베슬 같은데요.]”

“……뭐? 옥새가 라이프베슬이라고?”

쿠당탕-!! 터엉……-!

황당하게 중얼거리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크레아시론은 들고 있던 왕홀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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