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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23화 (23/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23화

“네?? 9대 미궁 전부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셨다고요!?”

방금까지는 그저 존경과 감탄을 보내더니 내 말이 끝나자 헌터들은 경악을 했다.

이제는 거의 괴물을 보는 눈빛이었다.

나라고 살아 돌아오기도 힘든 미궁을 아홉 개씩이나 클리어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망할 시스템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니 어쩔 수 없던 것뿐.

“그래.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만 따르면 된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우선 다른 헌터들을 구출하러 가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그거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여긴 보스룸을 제외하고 일반 몬스터는 나오지 않으니까. 뭐, 함정 몇몇 개는 있긴 하지만.”

“예? 그런 거라면 길만 찾으면 되겠군요. 다행입니다. 그나마 다른 미궁들보다는 쉬울지도…….”

쉽기는 개뿔.

이곳의 제일 거지 같은 점은 몬스터가 아니라 미궁 그 자체의 지형이었다.

“길을 찾긴 힘들 거다. 여긴 미궁 내부의 벽이 계속 움직이며 바뀌니까.”

이름답게 이곳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미궁이다.

고위급 마법을 구사하는 보스 덕에 무조건 길을 잃게끔 마법이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든 온건한 방법으로 미로를 파훼하려 했지만 며칠을 헤매도 불가능했다.

그때는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모른다.

“그럼 길을 찾는 데 성공한 건 아니란 말입니까? 대체 어떤 방법으로 탈출하신 건지…….”

“길?”

길을 찾는다라.

나는 헌터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고 씨익 웃었다.

그러곤 바로 인벤토리를 열어 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몬스터가 없다고 하셨는데 무기는 왜……?”

콰앙-!!

마력을 담아 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큰 소리와 함께 벽이 부서져 내리고, 돌가루와 먼지로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콜록콜록-!!”

“콜록…… 진 헌터님, 갑자기 대체…….”

이제는 나를 미친놈 보듯 하는 헌터들.

말없이 뚫린 곳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곳엔 미궁의 더욱 안으로 향하는 벽이 보인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지.”

내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지, 뭐가 길이겠는가.

* * *

“와, 씨 미치겠네…….”

홍현민이 계속해서 쌍욕을 읊조렸다.

같은 자유 길드의 간부, 이태균은 평소라면 길드 이미지에 먹칠 좀 하지 말라며 뜯어말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들지 않았다.

‘나도 미치겠다…….’

변화의 미궁이라니.

아스티란에서 제일 유명한 모험가 길드에서 활동했기에 이곳의 악명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고대에 활동하던 한 네크로맨서가 자신의 적들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곳.

보스 몬스터로 버티고 있을 네크로맨서의 강력함도 강력함이지만 그걸 걱정하기엔 지금 바로 눈앞의 상황이 제일 악몽에 가까웠다.

“지금 같은 장소만 뺑뺑 돌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여기 도자기 장식품, 아까 전에 본 것 같아요.”

누군가 긴 한숨을 쉰다.

한숨은 전염되어 잔뜩 지친 헌터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모두 초점 없는 눈으로 그저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11층부터는 필드가 아닌 던전형인가 봐요. 12층도 이럴 가능성이 큰데…… 답답하네요.”

“지금 12층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여기서 다 갇혀 죽게 생겼습니다만.”

이태균은 이제 벽에 기대 주저앉아 버렸다.

아무리 걸어가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절망적이었다.

파훼법은커녕 이러다간 목숨을 걱정할 처지다.

“얼마나 헤맬지 모르겠으니 일단 각자 인벤토리에 식량과 물이 있는지 확인부터…… 응? 잠깐…….”

그가 갑자기 크게 당황하더니 말이 없어졌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기대어 있던 벽을 부여잡고 귀까지 기울인다.

누구보다 감각에 예민한 헌터였기에 몬스터라도 나타났는지 싶어 헌터들이 긴장을 했다.

“이태균 헌터, 무언가 나타나기라도 했습니까?”

다급하게 물어 오는 헌터들의 질문에도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답답한지 홍현민이 벌컥 화를 낸다.

“태균이 형, 뭐가 이상한지 빨리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아니, 그게…… 무언가 진동이 느껴지는데, 몬스터 발자국 같은 게 아니라…… 마치 벽이 울리는 듯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에게 멀리서부터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들려오는 소리가 커지고, 그것이 벽이 부서지는 소리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 무언가 함정이 발동됐나 본데…… 당장 피할 곳을 찾아!”

“길드장님, 눈이 있으면 좀 보세요!! 지금 막힌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어디로 몸을 피합니까!?”

쿠아앙-!!

흙먼지가 가득 찬 곳에는 잘 보이진 않지만 상당한 몬스터의 그림자가 얼핏 보인다.

그에 긴장한 헌터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잔뜩 날이 선 채로 벽 쪽을 주시했다.

그때 부서진 벽들의 잔해에서 무언가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지능이 있는 인간형 몬스터?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모두 산개해서 대비해!!”

“찾느라 애먹었네.”

느긋하게 말하는 한 인영.

익숙한 목소리에 누군가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진 헌터님?”

“젠장, 좀 근처에 있을 것이지. 싸돌아다니기라도 한 건가.”

그곳에선 진과 수십 명의 헌터가 갑작스레 등장한다.

대뜸 짜증부터 낸 진은 옷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며 뚱하니 헌터들을 바라본다.

“뭘 그렇게 어리벙벙하게 있나? 인원은…… 여섯. 딱 맞군. 혹시 또 찾으러 가야 할까 싶었는데, 여기가 마지막인 것 같네.”

“네, 총 28명 맞습니다, 진 님. 모두 무사한 듯합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지만 않으면 다칠 껀덕지도 없는 곳인데, 다치면 멍청한 ×끼지. 이제 보스 공략이나 빠르게 진행하고 나가기나 하자. 햇빛도 못 보고 계속 지하에만 있었더니 좀이 다 쑤시는 것 같다.”

“길드장님!! 못 찾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자유 길드원들은 홍현민을 보자마자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몇 시간째 어두침침한 곳에서 끊임없이 걸어 다녀 심적으로 지친 홍현민 무리와는 다르게 벽에서 나타난 헌터들은 안색이 좋아 보인다.

누군 쌩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라는 생각에 홍현민은 울컥했다.

“아니, 진 헌터. 어디서 나타난…… 아니, 그것보다 미궁을 부숴……? 허…….”

“7서클 이상의 마법이나 그에 준하는 마력을 담는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지.”

“여기 벽이 몇백, 몇천 개나 될지 모르는데 그만한 마나를 펑펑 쓰는 게 쉽진 않잖아!!”

간단한 일이라는 듯 여상하게 말하는 진에게 분통이 터진 홍현민이 소리친다.

그의 말마따나 아무리 마나 회복 포션을 먹어 대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탑에서 내로라하는 대마법사들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었다.

‘용병왕 이 자식, 가지고 있는 마나 양이 얼마나 되는 거야!?’

어디서 개가 짖냐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진.

슬라임 귀에 경을 읽지, 그보다도 말이 통하지 않는 그를 데리고 상식을 논하기엔 홍현민은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하. 됐고…… 그럼 우리도 합류했으니 보스 몬스터 처치만 남은 건가?”

“길드장님, 진 헌터님이 변화의 미궁을 공략해 보셨대요! 그리고 나머지 9대 미궁 전부도요! 역시 용병왕님!”

자유 길드원 한 명이 신이 나 조잘거린다.

진을 존경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길드원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놀라운 일이긴 했다.

‘대단한 자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귀환자들이 지구에 돌아온 사이에 대체 무슨 일들을 벌이고 다닌 건지…….’

홍현민은 그동안 용병왕을 편견으로만 대하고 있었음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저 무자비한 성격에 힘만 강한 자인 줄 알았는데, 머리 또한 제법 굴러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는 미궁도 그냥 가진 힘으로 무식하게 밀어붙인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변수가 있는 던전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공략에 성공한다는 건 어려운 일임을 그는 잘 알았다.

“왜 자꾸 소름 끼치는 눈으로 쳐다봐? 사지는 멀쩡해 보이는데……. 유령 계열 몬스터에게 빙의라도 당한 거면 성직자 계열도 없어 풀지도 못하겠다, 그냥 이 자리에서 죽여 주마.”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는 홍현민이 거슬렸는지, 진이 미쳤냐는 소리를 그의 방식대로 돌려 말한다.

‘저런 말투만 안 썼으면 따르는 자가 더 많았을 텐데…….’

진이 들었으면 이미 차고 넘치니 필요 없다 할 소리였다.

홍현민은 길드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진과 관계를 잇는 데 성공해 길드에 이득을 가져올지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는 걸 싫어하는 진은 점점 기분이 저조해졌다.

“이 자식이…….”

진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낮아진 온도에 헌터들이 안절부절못한다.

멱살이라도 잡을 셈인지, 진이 손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그때 이태균이 그와 홍현민 사이를 허겁지겁 파고들었다.

“아이고, 진 헌터님, 용서해 주세요. 저희 길드장님은 아주 멀쩡하십니다. 길드장님? 그렇죠?”

‘빨리 대답해라, 망할 길드장 놈아.’

그는 최대한 무해한 얼굴로 진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인상 더럽기로 어디서 꿀리지 않는 이태균이 어울리지 않게 입가를 파들거리며 굽실거렸다.

그에 진은 심기 불편한 얼굴로 본인 머리를 헤집더니 뒤돌아갔다.

“길드장님아,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분위기 좀 읽읍시다. 용병왕 성격 안 좋기로 소문난 거 몰라서 그래요?”

그제야 정신 차린 홍현민이 팔짱을 끼고 진과 헌터들 무리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선 여전히 헌터들이 용병왕을 찬양하며 한마디라도 더 붙여 보려 애를 쓰고 있었다.

“진 님, 여기서 나가시면 식사라도 어떻게 한번…….”

“다들 아주 신났구만. 아직 미궁 안이라는 걸 잊지 마. 어이, 공략대장님. 공략대를 다 찾은 건 좋은데 이제 어쩔 셈이지? 계속 이렇게 벽을 부수면서 보스방까지 찾아갈 건 아닌 것 같고.”

다가온 홍현민이 툭 질문을 내뱉었다.

말투가 거슬렸는지, 진이 잠깐 눈썹을 꿈틀거린다.

정신 못 차린 길드장 때문에 2차전이 시작되는가 싶어 이태균도 헐레벌떡 뛰어왔다.

“잠깐, 자유 길드장.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한마디 하려는 강준하를 저지한 그는 삐딱하게 대답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벽이라 어차피 끊임없이 부셔도 재생된다. 의미 없는 일이지. 아마 처음 파괴한 곳은 이미 재생이 완료된 상태일 테고.”

“뭐……? 그런데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는데? 이 방향도 알 수 없는 미로에서 보스방 위치라도 아는 거야?”

“위치? 당연히 모른다.”

“하, 그럼 저번에는 어떻게 미궁을 탈출한 거야? 우연히 보스방을 찾아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지.”

진이 여전히 들고 있던 검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그러곤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또다시 벽을 부숴 댄다.

콰앙-!! 콰아앙-!!

일반적인 헌터들의 공격과는 다르게 스킬 하나 쓰지 않는 순수한 힘.

그 모습에 홍현민은 약간 질렸다.

‘무식하긴……. 그런데 갑자기 왜 또 미궁은 파괴하는 거지?’

이미 찾을 사람은 다 찾았을 텐데.

다른 헌터들의 말에 따르면 미로에 일반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차피 재생될 벽인데 괜한 마력 낭비가 아닌가.

그의 의문이 보이는지, 진은 답지 않은 친절함으로 설명해 준다.

“자기 집을 부수는데 가만히 있을 집주인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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