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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21화 (21/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21화

아렐리아와 함께 텔레포트로 공간을 이동했다.

알려 준 곳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한적한 숲속.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다가가겠지만 예민하기로 손꼽히는 요정족인지라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마력을 움직여 반경 5킬로 정도까지의 기척을 살폈다.

몇 마리의 산짐승, 그리고 유난히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대규모 마법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발록이 돌아가고 나서 나름 대비책으로 공간 분리 마법을 사용했나 보군.”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알려 주는 셈인데요…….]”

“꽤 고위 클래스 마법이야. 쉽게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겠지.”

얼마나 발록과 다른 헌터들을 무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여 마법을 들키더라도 너희 따위는 절대 풀 수 없다는 오만함까지 느껴진다.

“이 정도면 대마법사까진 아니더라도 그 근처의 실력인가.”

마법의 경계 부근까지 다가가니 어느 정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마법사를 껄끄러워 하는 나에게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준이었다.

“[제가 파훼할까요? 마법은 또 제 전문이니까요!]”

아렐리아는 간만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신나 보인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마법 공식을 역계산하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

말없이 검을 꺼내 몸 안의 마력을 끌어내었다.

콰직-!!

나는 결계 쪽에 검을 쑤셔 넣고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었다.

시공간과 관련된 섬세한 마법들은 이게 문제이다.

시전자보다 강력한 마력을 무식하리만큼 불어넣고 힘을 가하면 쉽게 부서져 내린다.

“헉? 결계가……?”

이윽고 산산조각 나는 공간 분리 마법.

그곳에는 들었던 바와 같이 요정 두 마리가 있었다.

예상처럼 거주하는 곳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머무르는 모양.

“너냐? 그 요정이.”

“히익!!”

나는 순식간에 다가가 조그마한 요정의 몸통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극도로 당황했는지 주특기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만 있었다.

“레일라!!”

그 모습을 본 다른 요정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온다.

마법을 시전하려는지 마력을 끌어모으며 무언가를 웅얼댄다.

“[<다크 스피어>!]”

그에 눈치껏 아렐리아가 마법을 사용하여 다른 요정을 날려 버렸다.

검은 창이 꽂힌 채로 나무에 그대로 처박힌다.

“커억……!”

지나치게 강한 공격에 몸뚱이가 비틀거린다.

소멸할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지만 치명상을 입었는지 몸이 흐려진다.

“잠깐……!”

그 요정은 곧 요정계로 강제 소환되었다.

모두 사로잡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렇게 한 마리를 놓치고 말았다.

“하. 아렐리아…….”

“[앗…… 죄송해요! 뭔가를 물어본다 하셨던 것 같은데…….]”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랴.

나는 더 책망하지 않고 남은 한 마리에게 눈을 돌렸다.

손에 힘을 꽉 쥐고 버둥거리는 요정을 살펴보니 흔히 동화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모습이었다.

한 뼘 정도 크기의 길이에 자그마한 날개를 달고 있었는데, 제법 귀여운 모양새.

하지만 귀엽든 말든 이 날파리 같은 녀석을 봐줄 생각은 없었다.

“이익……! 마, 마왕!? 발록 놈을 죽이고 온 건가? 그래도 전투를 하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이 정도 힘이라니…… <텔레포……>.”

“어딜!”

딱-!

“악!!”

검지와 엄지에 힘을 줘 이동 마법을 쓰려는 요정의 동그란 머리통에 딱밤을 날렸다.

제법 아팠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헤롱거린다.

다행히 돌머리인지 이 정도는 강제 소환당하지 않고 버텨 주었다.

텔레포트라는 건 마법 중에서도 고위급 마법이고, 멀리 도주할 수 있어 성가셨다.

그렇지만 마법을 쓸 때는 꽤 큰 집중력을 요하는 일.

이 정도로 정신을 사납게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마법사가 괜히 상대방과 거리를 벌려 싸우는 게 아니란 말이지.

“이, 이익! <라이트닝 스……>!”

따악-!!

“꺄아악!!”

“눈치 없는 건 멍청한 발록이면 충분한데.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그 후로도 몇 차례 이를 악물고 마법을 쓰려는 요정 녀석을 간단하게 방해했다.

이제는 지쳤는지 쓸데없는 마법 영창을 중지하고 버둥거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차라리 날 죽여!! 나를 농락할 셈이야!?”

“나도 굳이 괴롭히는 것보다는 보통은 죽이는 편을 선호하는데, 아쉽게도 얻을 정보가 한두 개가 아니라 말이지. 우선 요정계 정보부터 불어 볼까?”

“내가 순순히 말해 줄 것 같아!? 비록 내가 이렇게 잡혀 있지만 돌아간 요정이 말하면 요정 여왕님이 오실 테니 목 닦고 기다리고 있는 게 좋을걸!”

“조그만 게 허세는……. 그 정도 위치가 되는 자들은 함부로 지구에 오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내가 한 말에 정곡이 찔렸는지 요정이 잠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곧 붉으락푸르락 하는 얼굴을 숨기지 못하며 다시 오리마냥 시끄럽게 꽥꽥거린다.

“이…… 이…… 너 그 마왕이 되었다는 인간 맞지!? 잔인무도하고 사악한 마왕 같으니!! 인간이지만 과연 인성만큼은 마왕이 될 만하구나!”

따아아악-!!

“아악!!”

내 인성에 대한 욕은 하도 들어서 이제 별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정에게 들으니까 약간 신선한 기분이 난다.

이 목청 좋은 놈은 몇 대 얻어맞고도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지 꽥꽥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도저히 순순히 내 질문에 대답해 줄 상태가 아닌 듯했다.

아, 정말 성가시네.

“아렐리아, 이 파리 같은 거 가만히 있게 할 방법 없겠어?”

“[봉인 스크롤을 사용하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상당히 강한 요정인지라, 고대의 봉인 아티팩트 정도는 되는 물건이 필요하겠지만요.]”

“고대 아티팩트?”

생각보다 간단한 해결 방법에 웃음이 나왔다.

물론 고대의 유물들은 아스티란에서도 흔치 않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몇백 년 동안 아스티란의 온 대륙을 내 집처럼 돌아다니며 모은 귀중한 아이템들이 내 인벤토리에는 조약돌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인벤토리. 음…… 이 정도면 되겠지.”

[고대의 봉인서[SSS급]: 강력한 존재를 봉인하기 위해 고대의 존재들이 만들어 낸 봉인서입니다. 상대가 기절이나 무력화된 상태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스크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봉인 공간이나 제약할 물건이 필요합니다.]

어딘가 고대 던전에서 얻은 아티팩트였다.

죽였으면 죽였지 딱히 누군가를 봉인할 일은 없기에 사용할 기회는커녕 그대로 인벤토리에 처박혀 있던 물건이었다.

딱-! 딱-! 따아아악-!!

요정에게 딱밤을 몇 차례 더 날려 아이템 설명대로 기절시켰다.

라면을 한 봉지를 끓일 때도 설명서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아티팩트에는 없을까.

귀한 스크롤을 헛되이 날릴 순 없기에 우선 쓰여 있는 대로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 정도 상태면 되려나.”

요정이 힘이 빠진 채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인벤토리를 뒤적였다.

‘봉인할 물건이라…… 담을 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봉인구라면 일반적으론 사슬이나 족쇄, 감옥이 사용된다.

물론 그런 아티팩트들도 내 인벤토리에 많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만큼 작은 요정을 가둘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떤 한 조그마한 물건이 내 시선을 끈다.

[소금통[C급]: 소금이 잔뜩 담겨 있는 평범한 유리병입니다.]

아스티란에서 종종 요리를 했었기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이었다.

냉큼 꺼내 뚜껑을 열고 있는데, 아렐리아가 의아한 듯 물어 온다.

“[마왕님, 소금통은 왜……? 아, 요정을 구워 드시기라도 하려고요? 으음, 몇몇 특이한 식성의 마족들이 간혹 요리하는 것은 보았지만 맛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뭐, 그래도 취향이니 존중해 드릴 거지만요.]”

“……뭐?”

“[마왕님, 요리하실 거면 일단 불 지필까요? <파이어……>.]”

“젠장, 좀 진정해 봐.”

당장이라도 요리를 시작할 기세인 그녀를 말렸다.

바로 빈 통으로 만든 소금통에 아직도 헤롱거리는 요정을 담고 뚜껑을 닫았다.

아렐리아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얼굴이다.

적절한 크기의 빈 병을 사용했는지 요정이 들어 있는 모습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고대 봉인 아티팩트가 있으셨나 보군요. 진작 말씀하시지…….]”

“설사 없다 하더라도 갑자기 소금통을 꺼내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네가 이상한 거다.”

요정이 담겨 있는 유리병에 대고 봉인 스크롤을 찢었다.

눈부신 무지개색의 빛이 병에 스며든다.

빛이 천천히 줄어들고, 제대로 봉인이 된 듯 요정은 딱 봐도 상당히 기운이 약해졌다.

[봉인된 요정<레일라>: 고대의 마법으로 인해 유리병에 봉인된 요정입니다. 평범한 소금통이었지만 봉인의 기운이 유리병에 스며들어 그 자체로 봉인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 봉인구를 유리병으로 사용하여 내구도가 50% 감소합니다. 강력한 마력에 노출되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 봉인된 요정의 체력과 마력이 95% 감소합니다. * 인벤토리에 보관 가능]

소금통을 쓴 것이 좋지 않은 선택이었는지 경고 문구가 뜬다.

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인벤토리에 넣게 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았다.

꺼내지만 않으면 파괴될 일도 없을 테니까.

“[마무리되셨으면 집으로 돌아갈까요?]”

목표한 바도 달성했다 생각되었는지 아렐리아가 눈치 빠르게 물어 온다.

이제는 살아 있는 텔레포트 스크롤이 되어 버린 그녀와 함께 집으로 귀환하였다.

돌아오니 한밤중이었다.

이만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누우려다 아까 잡은 요정이 생각났다.

“인벤토리.”

이쯤이면 요정도 깨어났을까.

호기심이 들어 소금통을 소환했다.

그곳엔 기운은 없어 보이지만 멀쩡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요정이 앉아 있었다.

“윽…… 여긴 어디? 이! 사악한 마왕!! 날 당장 꺼내지 못해?!!”

“……주둥이 봉인은 안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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