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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9화 (1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9화

“왜 이렇게 조용하지?”

집에만 있으면 동선도 확실하겠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이라 예상하고 기다릴 겸 쉰 지도 벌써 며칠짼지.

나를 향해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던 다른 차원의 존재들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내가 힘을 잃고 요양 중이라는 소문을 들으면 바로 습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마계 대공인 아렐리아가 다쳐서 돌아갔다는 것 때문에 사리고 있는 건가?

그 정도 담력으로 무슨 인간들을 없애니, 뭐니 하는 건지.

“[몇몇 종족은 신중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요, 그래도 적어도 두셋쯤은 벌써 찾아왔어야 할 시간인데…….]”

“얼마나 눈치를 보는 거야, 그 녀석들.”

“[아무래도 전대 마왕을 처치까지 하셨으니까요. 아무리 약화되었다고 해도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냥 이 잡듯이 뒤져 봐야 하나. 몇쯤은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쯧.”

“[꼭꼭 숨어서 쉽지 않…… 응?]”

갑자기 아렐리아가 어느 한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말이 없어진다.

날벌레라도 있나 싶어서 쳐다보고 있는 쪽을 살펴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왕님, 그때 마법을 걸라고 하셨던 흐리멍덩한 인간이 공격받고 있어요.]”

“……민호가?”

“[네, 누구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강한 적 같아요. 꽤 위험한 상황에 빠진 듯하네요.]”

강준하와 박민호는 나와 함께 다니는 모습이 워낙 자주 노출됐었다.

그렇기에 혹시 몰라 아렐리아를 통해 위치 추적 마법과 위험한 상태를 전달해 주는 마법을 걸어 놨었다.

지구 곳곳에 숨어들어 동향을 살피고 있는 다른 종족들이 타깃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인을 노리진 않을 것 같았는데…….”

정말로 박민호를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개개인 종족별로 자존심이 뛰어나다고 했기에 설마 인질로 나를 불러내진 않겠지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바로 텔레포트 해.”

“[네에네에. 약해 빠져서 마왕님이나 귀찮게 하다니, 정말 빌어먹을 인간이군요.]”

투덜거리며 텔레포트를 사용한 아렐리아가 데려다준 곳은 어느 한적한 산속이었다.

앞에는 게이트가 열려 헌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을 공략해야 할 헌터들과 협회 직원들은 무언가에 공격당한 듯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창 싸우고 있는 박민호와 그 옆에 있는 마족이 보였다.

‘……잠깐, 마족?’

“[음…… 발록이네요.]”

“아니, ×발. 정말로 발록?”

마족이 왜 여기에 있어?

이미 마계는 나에게 복속당한 거 아니었나?

마계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법칙인, 힘.

이미 전대 마왕을 처치한 나에게 덤벼들 마족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혹시나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게…… 사실 대부분은 마왕님을 따르지만 간혹 몇몇 바보들은 길길이 날뛰긴 해요. 인간인 마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히나 발록족은 심각한 편이죠.]”

아렐리아가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어 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 봐도 저건 전에 마계에서 싸워 봤던 발록 종족이 맞았다.

짜증이 확 솟구친다.

개 같은 마족은 그 와중에도 착실하게 박민호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발!! 오라는 놈은 안 오고 웬 마족이 또 튀어나와!!”

“컥!!”

스킬이고 나발이고 나도 모르게 발부터 나가 시원하게 날아 차기를 먹였다.

몇 바퀴를 크게 구른 발록이 저 멀리 굴러간다.

일어나 보려 버둥거리는 그 자식을 자세히 보니 진짜 마족이다.

제발 내 눈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뿔 두 개를 자랑스레 떡하니 달고 있는 모습은 내 복장을 터트리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일단 좀 맞자, 이 ×끼야!!”

얼마나 때렸을까, 중간에 회복시켜 놨더니 슬금슬금 도망갈 눈치를 보는 놈을 다시 붙잡고 지성인답게 대화를 시도했다.

도무지 말을 쳐 듣질 않아 또다시 부지런히 주먹을 놀렸다.

여기 와서 스킬보다는 그냥 주먹만 휘두를 일이 많은 거 같은데.

굳이 스킬 봉인이 아니어도 말이지.

“말!! 안 할 거야!? 어!?”

“컥……! 다…… 말씀드리겠!”

“말 안 하겠다고!? 너 이 ×끼, 아주 그냥 오늘 날 잡은 줄 알아라!!”

“저…… 형님……. 말씀드리겠다는데요.”

그랬어?

잔뜩 흥분한 상태여서 들리지 않았나 보다.

박민호가 조심스럽게 내 옆에 껴들어 발록에 대해 말했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울 땐 언제고 동지를 보듯 불쌍하다는 눈빛을 잔뜩 보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 설마 이게 그건가. 어린애들은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이성을 차리고 보니 어찌나 흠씬 때렸던지 마계로의 강제 송환은커녕 소멸당하기 직전의 발록이 보였다.

“컥……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마왕님!”

“진작 말 좀 듣지 그랬냐. 정말 손 많이 간다, 많이 가. 우선 아까 요정족 어쩌고 했던 것부터.”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마왕님이……. 아…… 아닙니다. 그게…… 지구로 내려온 뒤 이곳저곳 떠돌다가 요정족과 마주쳤을 때 일입니다…….”

* * *

마왕의 자리를 인간에게 빼앗기고 울분에 차 있던 마계 제3 군단장.

일단 홧김에 지구로 오긴 했는데, 예상외의 일들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고 있지 못했다.

“젠장, 원래 힘의 반밖에 쓰지 못하다니…….”

막상 도착하고 보니 능력은 깎여 있고, 자신 말고도 내려온 타 차원계의 종족들도 많았다.

지금은 <예언> 속 인간이라는 공통적인 적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타 종족과 마족은 상성이 좋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면 일단 전투부터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고위급 마족이 더 왔었더라면…….’

이미 대부분의 마족은 현 마왕을 순순히 인정했기에 지구로 내려온 마족은 극소수였다.

따라서 서로 간의 협력이 있는 다른 종족들과는 다르게 그런 것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고작 인간의 마왕 따위에게 복속당하다니!!”

다른 겁쟁이들과 자신은 다른 몸이었다.

인간인 마왕을 꺾고 그 자리를 쟁취해 반드시 당당하게 마계로 귀환할 것이라 믿었다.

“……어디서 더러운 마기가 느껴지는데.”

‘제기랄, 천계의 버러지…….’

하지만 지금은 몸을 숨길 때.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찾아온 천족들을 피해 마기를 갈무리한 채 우선 자리를 벗어났다.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을 찾기 위해 깊은 산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잖아, 정말일까?”

그들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다.

재잘대는 목소리가 들리기에 호기심을 갖고 몰래 접근했더니 그곳에 있던 것은 웬 요정족 무리.

‘그닥 강해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피하는 게 좋겠군.’

쥐새끼마냥 도망 다니는 것은 마족의 자존심에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대의를 위해 이깟 자존심이야 몇 번이든 접어줄 수 있다.

울분을 삼키며 지금은 들키지 않게 도망가려고 했다.

“그래도 인간의 몸으로 아스티란을 구하고 마왕씩이나 차지했으면서 마계 공작에게 당하는 게 말이 돼? 뭐, 죽지는 않았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큰 부상이라니.”

“지구에 와서는 뭔가 일이 있어서 약해졌나 봐. 그리고 아스티란에 있을 때는 혼자가 아니었잖아. 지금도 둘 정도 동료는 있는 것 같지만…… 수천, 수만의 병사들을 이끌 때와 같겠어?”

‘마왕이 부상을 당했다고?’

인간 속에 섞이지 않고 따로 행동하는 발록이었는지라 그들이 나누고 있는 정보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좀 더 듣다 보면 제법 괜찮은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기척을 숨기고 좀 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인간 따위가 혼자 이뤄 내기 힘든 업적이긴 해. 인간들은 확실히 결속력이 강하긴 하니까…….”

“그 인간만 처리하면 지구의 인간들을 멸망시키는 건 쉬울 거야. 바퀴벌레처럼 다시 나타나겠지만 천 년은 평화롭겠지. 인간이 모든 왕이 되리라는 <예언>이 있긴 했지만 그게 지금일지, 5천 년 뒤일지 알게 뭐람?”

“그럼 다른 요정들에게 빨리 알리자! 우리가 그 인간을 처치하면 마족 녀석들 그 꼴 구경하는 것도 정말 재밌을 거야~!”

요정들은 그렇게 말하며 꺄르르 웃는다.

듣다 보니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특히나 발록은 요정들의 마지막 문장에 분노했다.

“듣자 하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아무리 인간일지언정 마왕인데, 요정족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둘쏘냐?!”

“뭐…… 뭐야!! 마족!?”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감히 누가 누굴 처치한단 말인가?

울컥한 발록은 대뜸 요정족 앞으로 나섰다.

“<아쿠아 볼>……!! 꺄아악!”

“고작 그까짓 잔재주라니!”

제일 약해 보이는 요정족 하나가 마법을 날리기에 간단하게 반격을 했다.

일격에 나가떨어지는 자그마한 요정.

그 옆에는 그보다는 강해 보이지만 역시 적수가 되지 않는지 차마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요정이 있었다.

“싸움밖에 모르는 야만적인 마족 같으니! 지금은 우리가 손잡아야 할 때라는 걸 모르는 거야? 고작 인간인 마왕을 섬기는 것에 만족하는 거야!?”

“닥쳐라! 나는 인간 따위인 마왕을 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를 왜 적대하지!? 당장 힘도 잃어버린 약해 빠진 너네 인간 마왕이나 찾아가지!!”

“아무리 그래도, 전대 마왕을 처치한 자다. 무작정 찾아가기엔……!”

“하, 그럼 이건 어때? 그자가 끌고 다니는 나약한 인간 동료들이 있어. 그를 붙잡고 인질 삼아! 그리고 함정을 잔뜩 파 두는 거야! 그럼 네가 다음 마왕이 되는 거야!!”

“내가, 마왕이 된다고……? 하지만 인질이라니, 그런 비겁한 일은 숭고한 마족에게는…….”

“어차피 결과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그리고 나도 널 도울게!”

각종 마법과 잔재주에 능한 요정족이 돕는다라?

발록은 마음엔 들지 않지만 내심 솔깃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런 기색이 보였는지 요정은 간악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계획을 읊어 준다.

“자, 들어 봐…….”

그때까지만 해도 발록은 떡이 될 만큼 쥐어 터지리라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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