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8화
‘형님은 뭐 하고 계실까…….’
박민호는 오늘도 자신의 위대한 형님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진이 귀환한 뒤에는 대부분의 일정을 거의 계속 같이 다녔다.
그렇기에 그의 빈자리가 더 큰 듯했다.
비록 형님은 자신을 개똥 취급하며 귀찮아하셨지만 그나마 사람 취급이라도 해 주시는 게 어디랴.
그나마도 그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문자 메시지]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하나비 길드 일 보셨슴까? 협회 쪽에서 일을 잘 처리한 듯합니다!]
[형님, 오늘도 기체후 일향만강하십니까!]
[형님!! 잘 지내고 계시죠?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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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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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하고 계신지 연락 두절이 된 지 꽤 된 진에게 버릇처럼 답장이 오지 않을 문자를 남겼다.
“박민호 헌터, 게이트 입장 준비 완료되셨습니까?”
핸드폰을 쥐고 혹시나 오늘은 답변을 해 주시려나 했지만 오늘도 오지 않는다.
협회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 미련 넘치는 얼굴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었다.
게이트에서 나오면 전화라도 한번 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아! 네! 준비되었습니다.”
박민호는 주로 무소속으로 길드들의 게이트 공략을 돕는 용병 일을 하고 있었다.
나름 국내에서는 랭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에 길드들의 스카웃 요청도 더러 있긴 했었다.
‘하지만 역시 혼자가 마음이 편해.’
아스티란에서는 용병대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이간질당했던 것이 내심 상처였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것이 두려웠다.
오늘 역시 자신을 필요로 하는 다른 길드와 함께 A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예정이었다.
게이트에서 돌아온 뒤에는 형님께 전화라도 드려 봐야겠다, 하고 준비를 끝마쳤을 때였다.
‘이 기운은……!?’
어딘가 오싹하고 음습한 힘.
상당히 강력한 마력을 풍기고 있는 적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이 힘은 여기서 느껴져서는 안 되는 종류의 것이었다.
일본에서 느껴 봤던 익숙한 마기에 박민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젠장, 이건 마족!? 다들 피하세요!!”
콰앙-!!
“흠, 이 맹맹한 얼굴은 요정족들이 보여 준 그 인간 놈이 맞군.”
갑작스럽게 날아온 공격에 모여 있던 헌터와 협회 직원 전부가 순식간에 쓰러져 나뒹군다.
죽지는 않았지만 모두 기절한 듯 보였다.
곧 먼지가 걷히고 그곳에는 붉은 피부의 마족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예상했던 자신만은 간신히 뒹굴어 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첫 공격일 뿐, 헌터들보다 훨씬 큰 키와 덩치를 자랑하는 근육질의 발록형 마족이 위압감을 자랑하며 순식간에 박민호의 멱살을 쥔다.
커다란 몸집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였다.
“큭!?”
“그놈들 말로는 네가 마왕의 약점이라고 하던데, 역시 아무리 마왕이 되었어도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인가. 동료 따위는 이런 약점이 될 뿐인데…… 쯧. 뭐, 인질을 잡고 싸우는 건 영 성미에 안 맞지만 어쩔 수 없지.”
“마왕……? 진 님의?”
“그래, 그 인간이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던가. 내가 다음 마왕이 되기 위해 쓰이는 것을 영광으로 알도록. 그러니 순순히 내 인질이 되거라.”
“내가 너 따위의 말을 들을 것 같아!?”
박민호는 발록의 손에 쥐어져 있던 목 부분 옷을 잘라 내 빠져나온 뒤, 그와 동시에 단검에 마력을 담아 스킬을 발동시켰다.
“<윈드 블레이드>!!”
하지만 척 봐도 현격한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 강자였기에 마족은 기습적인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공격을 맨손으로 막아 낸다.
물리 방어력이 대단한지 공격이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존심은 있다는 것인가……. 그래, 잠깐은 어울려 놀아 주지.”
그 말을 끝으로 발록은 마기를 끌어모아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최대한 피해 봤지만 워낙 많은 공격이 동시에 쏟아졌기에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형님의 발목을 잡을 순 없어……!’
실망을 주었던 건 아스티란에서 뿐이었다.
이 이상 진에게 민폐를 끼치기엔 고작 며칠 사이에 이미 그를 향한 존경심이 커져 버렸다.
‘반항하다 죽을지언정 인질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먹자 이길 수 없는 적으로 보이는 발록을 상대하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형님께 전화는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 할걸. 마지막 유언이라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그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온몸을 뒤틀어 발록의 손에서 벗어난 뒤 가지고 있는 최고의 스킬을 휘둘렀다.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발록은 역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반항하는 박민호의 모습이 고까운 것일까.
발록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눈은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하다.
“쯧. 인간 주제에 쓸데없는 저항을 하려 하다니.”
“니가 인질로 잡을 건 내 시체뿐이다!!”
“감히…….”
여유롭게 공격을 받아 내는 발록을 상대한 지 얼마나 됐을까. 이미 박민호의 몸은 치명적인 상처로 가득했다.
온 힘을 다해 상대하니 발록도 처음과 같이 여유로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역시나 발록은 자신의 힘으로는 차마 상대할 수 없는 적.
처음에는 자신을 살린 채로 데려가고 싶은 듯 대충 상대하던 발록의 공격도 생각이 바뀌었는지 공격 하나하나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얌전히 인질이 되었으면 마왕이 올 때까지는 살아 있었을 텐데…… 어리석구나.”
박민호는 잔뜩 지쳐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
하지만 여차하며 다시 반격할 준비를 하며 눈빛만은 날카롭게 빛이 난다.
결국 죽이려고 마음먹었는지 발록의 몸에 여태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 모인다.
‘형님…….’
박민호는 더 이상의 반항을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끝내주…… 컥!?”
“×발!! 오라는 놈은 안 오고 웬 마족이 또 튀어나와!!”
“……엥?”
뜬금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진이 발록에게 날아 차기를 갈겼다.
발을 포함해 다리 전체에 강한 마력을 휘감은 게 척 봐도 매서운 공격이었다.
우당탕탕-!!
“컥!!”
마지막으로 형님이 보고 싶다는 자신이 소원이 통한 건지, 아니면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건지.
박민호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왜!! 니가!! 오냐고!!”
퍽!! 퍽!!
“억!! 악!!”
박민호가 얼빵하게 진과 발록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진은 잔뜩 화가 난 채 잘근잘근 발록을 밟아 댄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이미 때린 곳을 집요하게 때리고, 안 때린 곳도 골고루 때리는 모습이 꽤 익숙하다.
‘아스티란에서 많이 봤던 형님의 모습인데…….’
“[마왕님, 쪼오기 무릎 쪽은 덜 맞은 거 같아요!]”
“그래??”
퍽!!
마왕님이 얼마 전에 데려온 해츨링도 그의 옆에서 무언가 쫑알거린다.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지만 츄츄 따위의 쥐새끼 소리가 연신 들렸다.
가죽 북 때리는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쉬지 않고 발록을 패던 진이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는지 인벤토리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이윽고 순식간에 마셔 버린 음료병을 저 멀리 던지더니 너무 맞아 슬라임처럼 보이는, 발록이었던 물체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커억…….”
발록은 강제 소환당하지도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맞아 간신히 살아는 있는 듯했다.
“박민호, 괜찮냐?”
참 빨리도 물어봐 주시는 형님이었지만 그마저도 눈물 나게 고마웠다.
“네!! 형님! 이 정도면 침 바르면 낫습니다!”
“드럽게 침 바르진 말고, 이거 발라라.”
얼떨결에 진이 던지는 물체를 받고 보니 최고급 포션이었다.
‘귀환한 뒤 형님께 처음으로 받은 선물……! 비단 방석에 모셔 놔야지……!’
이 물건을 대대손손 물려주는 가보 1호로 삼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에 넣으려고 하는데 자신을 부릅뜨며 쳐다보고 있는 진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마실 수밖에 없었다.
“크흑, 형님…… 포션이 짭짤합니다…….”
“……그게?”
오랜만에 마셔 보는, 눈물 젖은 포션이었다.
그사이에 진은 게이트 주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은 헌터들과 협회 직원들을 텔레포트를 통해 협회 1층으로 보내고 있었다.
어느새 주변을 정리하고 전투의 흔적은 잔뜩 남아 있는 게이트 앞은 생명체라곤 그들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혹시 몰라 너에게 추적 마법이랑 상태 보는 마법 걸어 놓길 잘한 것 같네.”
“[거봐요, 제가 걸어 놓자고 했죠? 저 잘했죠? 천족이나 요정족들은 교활하기가 짝이 없어서 주변인들을 노릴 수도 있으니까요! ……긍지 높은 마족이 걸려들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단순무식한 발록족이?]”
“제가 공격당할 걸 미리 아셨었나요……? 크흑, 역시 형님…….”
“원래는 내 쪽으로 직접 공격해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그때 일본을 다녀온 이후로 일부러 연락도 받지 않으시고 거리를 두시더니, 그것도……!”
‘그건 그냥 쉰 건데.’
타 차원계 종족들의 습격을 기다리기도 할 겸, 모든 연락을 두절한 채 가만히 있긴 했었다.
간만에 먹고, 자고, 싸고를 반복해서 행복한 백수 라이프를 즐겨 피부마저 반드르르해진 진이었지만 굳이 그걸 설명할 필요는 못 느꼈다.
“자, 이제 왜 이놈이 여기 왔는지 들어 봐야 할 시간이다.”
진은 인벤토리를 열어 최상급 포션을 꺼내 들어 뚜껑을 따더니 무작정 발록의 얼굴 부위로 추정되는 부분에 쑤셔 넣었다.
“어디가 입이야? 하도 부어서 못 알아보겠네.”
“웁, 웁! 컥!”
졸지에 포션을 코로 먹게 된 발록이 괴로운 듯 움찔거린다.
하지만 어디로든 내부로 들어가면 포션은 제 몫을 해내는 법.
회복약의 성능이 워낙 좋은지라 착실하게 치유되고 있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를 마치자 발록은 정신을 차렸다.
그와 동시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눈알을 떼굴떼굴 굴린다.
“아렐리아.”
“[네에~ <그림자 속박>.]”
“크읏! 아렐리아라고? 그대가 왜 여기 있지? 마왕인 인간과의 전투 끝에 마계로 강제 귀환당했다고 들었는데……!?”
“[인간 따위라뇨, 우리의 위대한 마왕님께. 불경한 건 당신이죠, 제3 군단장.]”
“회복 좀 했다고 입만 다시 나불거리네.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전에 좀 더 주먹의 대화를 해 볼까?”
진이 발록의 뿔을 한 손으로 강하게 부여잡았다.
으직- 하는 소리와 함께 멋드러지게 쭉 뻗은 뿔에 천천히 금이 간다.
그 모습이 어지간히 공포스러웠는지 발록이 모터가 달린 듯 놀랄 만큼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차라리 날 마계로 돌려보내라!! 젠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듣던 것과 전혀 다르잖아!! 요정족 따위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게 아니었는데…….”
“요정족? 요정족의 사주를 받고 이따위 짓거리를 저질렀단 거냐?”
“[방금 저 마족이 무슨 말을 지껄인 거죠!? 요정족이라니? 위대한 마족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감히 누가 누구에게 명령을 내린단 말이냐!!”
“그럼 뭔데?”
“…….”
“갑자기 입 다문다, 이거지.”
쿠당탕-!!
“끄악!!”
기어코 매를 버는 발록이 또다시 저 멀리로 날아갔다.
‘……형님이 하시는 말, 앞으로도 잘 들어야겠다.’
박민호는 오늘도 충성심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