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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4화 (14/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4화

서둘러 일본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강준하와 박민호와 함께 이동했다.

오는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계획한 바가 있기에 입국 절차를 모조리 무시하고 바로 길드 본부를 찾았다.

“이곳이 하나비 길드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바로 길드장부터 찾아 처치하겠습니다.”

강준하가 길드장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1회용 지도형 아티팩트를 꺼냈다.

딱 길드장만을 알려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도에 표시된 점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갈수록 헌터의 강함을 대충 가늠할 수 있기에.

길드의 정예 요원을 모두 처치해 버린 지금 그 정도의 강자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수많은 헌터로 보이는 점들 가운데 확연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3D 형태로 평면뿐 아니라 정확한 층수도 알 수 있는 아티팩트 덕분에 지하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위치가 영 이상했다.

“너무 깊은데.”

지하 몇십 층은 뚫고 가야 할 듯한 위치였기에 고민하며 길드 1층 로비로 들어갔다.

“……용병왕?”

“그 옆에는 아레스 길드장이야. 한국의 헌터들이 여기 어떻게……?”

“저 정도 거물이 온다는 소식은 못 들었는데……. 빨리 길드장님께 연락드려!”

“아까부터 연락 두절이십니다. 다른 간부님들도 마찬가지고요……. 젠장, 이게 무슨…….”

우리를 알아본 하나비 길드 헌터들 사이에서 큰 소요가 일어났다.

척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갔기에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면서도 잔뜩 긴장한 모습들이었다.

“시간이 없다. 그대로 지하를 파괴하며 진입한다.”

“20층 정도 뚫으면 될 겁니다. 저희만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구멍을 내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조금 물러나 주십시오.”

사람들이 몇 걸음 뒤로 가 강준하를 구경하자 우리의 안전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생각한 그는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컴프레션 크래시>!”

그가 들고 있는 검에 강렬한 마력이 모이더니, 퍼져 나갈 듯한 마력이 응축되며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힌다.

콰아아아아앙!

“꺄아아악! 바…… 바닥이!”

“아레스 길드장! 남의 길드에서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길드전이라도 선포하는 건가요!? 길드뿐 아니라 일본 쪽에서도 이 일을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겁니다!”

잔뜩 당황한 하나비 길드원들이 주변에서 떽떽거린다.

아, 진짜 시끄럽네……. 전쟁이든 뭐든 상관없지만 해 주겠다, 이거야.

이미 선빵을 맞아 버렸는데 나 역시도 그들이 말하는 대로 가벼이 넘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선은 길드장을 조지는 게 우선이었다.

“아레스 길드장! 당장 해명하십시오!”

길드에서 꽤 높은 직급으로 보이는 헌터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고 몇 명의 무리와 함께 오는 것이 당장이라도 공격할 의사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저딴 잔챙이들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길드장이 도망가기 전에 어서 내려가시죠.”

“그건 감히 안 될 일이지.”

“당장 설명하지 않으면 공격을……!? 헉?”

“당장 잡아!”

하나비 길드원들을 무시하고 바로 지하로 향했다.

위치를 제대로 뚫었는지 척 봐도 기밀 사항으로 가득한 곳으로 보인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마석들과 실험실 같은 곳이었다.

“길드장은……. 저 앞인 것 같습니다.”

강준하의 말대로였다.

굳게 닫혀 있는 문밖에서는 익숙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기 있는 게 확실하군.

마기를 숨길 생각을 안 하는 거 보니 뒷일은 어찌 됐든 우리를 끝장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다케시는 혼자 우리를 맞이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등 뒤에 커다란 무언가가 보였다.

커다랗고 검은 알처럼 보이는 그것에서는 진득한 마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그 주변에는 알에게 영양분을 주입하는 듯이 커다란 호스들이 잔뜩 연결되어 있었다.

……꽤 심상치 않은 물건으로 보인다.

하나비 길드장이 알 조각 공예에 취미를 들인 것도 아닐 테고, 분명 알을 부화하기 위한 장치들일 테니…….

‘대체 무엇을?

저 크기라면 와이번 정도일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길드장 다케시가 천천히 다가온다.

“크크큭…… 용병왕이군……. 역시 길드원들은 모두 실패했는가. 또다시 모조리 네 손에 죽어 버렸겠군…….”

씁쓸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그는 다시 눈을 번뜩이며 우리를 노려본다.

“덤비는 놈은 살려 두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혼자만 쏙 빼고 다른 헌터들만 보낸 것 아닌가?”

“닥쳐라! 그들은 실패했지만 나는 다를 것이다!”

“마기를 믿고 있는 건가? 아쉽게도 그건 아까도 봤던 거라.”

“……카츠키가 마기를 사용했다고?”

그제야 내가 이곳에 쳐들어온 이유가 단순히 복수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다케시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기색도 잠시, 미친 사람처럼 눈을 번뜩이더니 들고 있던 창에 마기를 가득 담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어 줘야겠어!!”

이미 급작스러운 공격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전투 준비를 마쳤었기에 우리 모두 공격을 피했다.

반쯤 이성을 잃은 듯한 다케시의 공격은 우리에게 닿지도 못하였다.

“제정신을 차리고 덤벼도 부족할망정…… 쯧.”

슬쩍 물러나 다케시를 살펴보는데 무언가 이상한 게 느껴진다.

분명 아무렇게나 창을 휘두르는 게 분명해 주변의 사물들과 마석들이 와장창 깨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 있는 알에는 조금의 손상이라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은근슬쩍 피해서 공격을 날리는 모습.

……저게 저렇게까지 중요한 물건이라고……?

“헉…… 크윽……. 흐흑…… 흐하…… 흐하하하하하!!”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정말로 미쳐 버린 듯이 가만히 서서 크게 웃는데 영 다가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기가 머릿속까지 침투한 모양이군.’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허락된 힘은 아닌지라 오랫동안 마기를 사용하게 되면 저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저 ×끼, 진짜 미치기라도 한 건가?”

“그런 거 같은데요, 형님.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지금의 여유도 끝이다, 용병왕.”

다케시가 웃음을 멈추고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내 쥐어 들고 바로 부숴 버린다.

끼아아아아악-

검붉은 수정구처럼 보이는 그것이 조각조각 깨져 나가자 유령처럼 보이는 것들이 와르르 빠져나간다.

원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에는 원한과 사악한 기운이 가득 차 있어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크윽……. 저게 뭐야!”

“……진 님, 뭔가 이상합니다.”

“허어억…… 형님……. 갑자기 춥습니다…….”

아무리 지하라지만 지나치게 온도가 내려가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마치 저승 세계가 있다면 이런 분위기이리라.

싸늘해진 기온과 함께 느껴져서는 안 되는 죽음의 기운으로 공간이 가득 찬다.

“무슨 짓을 하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강준하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빠르게 다케시를 죽이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고귀한 어둠으로 둘러싸인 존재시여…….]”

“……이건 마족 소환 주문……!?”

“형님!! 소환하지 못하게 죽여야 합니다!!”

“알고 있어!!”

다케시의 입에서 마족을 불러내는 언어가 튀어나왔다.

‘젠장, 미친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마력을 가득 담아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주문이 시작되어 마기가 보호막 형태로 변환되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이 영혼들과 제 목숨을 바치니 부디 이곳에 강림해 주십시오…….]”

“<극의의 일격>!!”

챙강!!

내가 가진 최고의 스킬도 통하지 않는다.

게이트의 벽을 부실 때처럼 계속해서 공격을 하면 보호막이 깨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주문을 완성하는 것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

오로지 남은 것은 시간 싸움.

인벤토리에 적절한 아티팩트가 있을까 싶어 머리를 굴려 보지만 도저히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얼핏 봐도 상당한 마기를 사용하고 있어 웬만한 것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카앙-!!

“일단 공격해! <극의의 일격>!”

“네, 형님! 알겠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온갖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보며 우선은 무작정 공격을 퍼부었다.

내 나라도 아니고, 일본에 딱히 큰 애정은 없었지만 이곳은 수많은 민간인이 있는 도쿄 한복판.

이런 곳에서 마족을 소환하면 그들의 목숨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뻔했다.

아무리 사람 목숨 귀한지 모르고 남들 모가지 똑똑 따 버리는 데 거리낌 없는 나라지만 적들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나 때문에 휘말려 사라지는 건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빠르게 다케시를 죽이려는 방법이 없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나를 보고 씩 웃더니 자신의 심장에 창을 박아 넣는다.

‘결국 늦어 버렸나? 젠장…….’

조금만 더하면 부서졌을 것 같은 보호막이 보인다.

나를 놀리듯이 금이 간 채로 마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커헉……!! [계약에 따라 계약자의 요구를 이행하실 것을 바랍니다……. 이곳의 존재들을 모두 죽여 주십시오…….]”

화아아악-!!

“안 돼!!”

“진 님, 여기를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피하긴 뭘 피해!? 이미 늦었어!!”

어찌 되었든 피하기에 늦은 건 정말로 맞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걸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우리밖에 없었으므로.

“다들 긴장 놓지 마!!”

거대하게 뭉쳐지고 있는 마기를 뚫어져라 주시한다.

척 봐도 상당한 양의 마기가 느껴진다.

저 정도 힘이면 마계에서도 상당히 강한 자, 어쩌면 군단장급이나 그 이상.

‘다케시가 제물로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 고위급 마족을 소환할 수 있을 정도일 줄은…….’

전 세계의 파괴 같은 걸 꿈꾸기라도 했단 말인가?

나는 지구 멸망 좀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검은 탑> 공략도 하려고 했는데!!

이미 죽어 버린 놈을 또 죽이고 싶은 기분으로 가득했다.

“흐아아암……. 건방진 인간 놈, 귀찮게 나를 불러내다니…….”

마왕보다는 못하지만 그와 필적할 만한 강렬한 마기가 주체못할 정도로 진득하게 발산되며 나타난 마족.

저 정도 힘이라면 예상했던 대로 마계 공작 중 한 명이 분명했다.

스탯도 하락한 상태고, 스킬도 쓸 수 있는 게 몇 개 없는 상태라 꽤 고전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아직 소환 중이라 어떤 상대인지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지만 어두운 기운이 넘실대는 그 검은 덩어리를 긴장을 놓치지 않고 주시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대한 기운에 나를 제외한 강준하와 박민호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큭…… 진 님……. 저로서는…….”

“혀…… 형님……. 저희가 어떻게든 버텨 볼 테니 형님이라도 도망을……!

내가 어떻게 이 정도 기운도 감당 못하는 놈들을 버려두고 냅다 도주를 한단 말인가.

비행기에서 스킬 봉인 해제권을 사용해 봉인을 푼 네 개의 스킬을 곱씹으며 이 정도론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해 봐야겠다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방어>는 아껴 두는 건데……. 성급하게 써 버린 스킬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어머…… 내가 일단 죽여야 할 인간이 너희인가 보네?”

시야를 가리고 있던 마기가 걷히고 보인 공작은 마족의 힘의 원천인 머리 위의 뿔을 드러내고 몸에 딱 달라붙는 화려한 검은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뭇 남성들을 홀려 버리기에 손색이 없는 모습.

수많은 마족 중에서도 몽마족으로 보인다.

얇은 팔다리는 가녀려 보이기까지 하지만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마계 공작 중 유일한 여공작이라면 남쪽의 마계를 지배하는 남부 공작’

마계에 오기 전에 얻었던 정보에 의하면 환상 마법과 파괴적인 흑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마법사형 마족.

내가 상대하기 제일 껄끄러워하는 원거리형이었다.

“감히 나를 두고 도망을 가려고 했단 말이야? 건방지네~”

그렇게 말하며 쓰러진 박민호와 강준하에게 다가가는 그녀.

무겁지도 않은지 쉽게 박민호를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린다.

개미를 관찰하듯 이리저리 구경하더니 손톱을 길게 뽑아 올리고 얼굴에 가까이 댄다.

“오랜만에 보는 인간이라 천천히 가지고 놀아 줄…… 윽?”

멀리 있던 나를 구경꾼이라고 생각했는지 신경 쓰지 않고 있기에 들고 있던 검을 날렸다.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바로 뒤에 있는 벽에 검이 박힌다.

“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너도 곧 놀아 줄 텐데.”

“그거 영광인걸. 하지만 지금 놀아 줄 순 없나?”

귓가를 만지며 천천히 눈을 돌린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로 멈췄다.

“……피?”

스쳤던 검이 상처를 냈는지, 진득한 피가 그녀의 손에 흥건했다.

제대로 던진 모양인데.

하지만 그녀는 나의 투척 솜씨에 칭찬은커녕 눈을 차갑게 빛내며 말이 없어진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게 상처를 내다니.”

폭발할 듯한 칠흑의 마기가 일렁인다.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듯한 흉폭한 기세에 나 역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잠깐, 이 마력은?”

살기로 번뜩이던 그녀의 눈이 갑자기 사르르 풀린다.

내가 가진 마력을 알아본 것 같았다.

‘마왕을 처치할 때 주변에 있던 마족이었나? 기억나진 않는데…….’

갑자기 돌변한 상황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기를 모두 집어넣은 그녀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엔 약간의 홍조를 띠며 입꼬리가 올라가기까지.

“……마왕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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