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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3화 (13/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3화

진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도 큰 피해를 입을 거라 예상되던 전투였다.

하나비의 몇 명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빌며 전투에 나섰었고, 비록 자신이 죽더라도 한국과 세계 랭킹 1위에 달하는 진을 없앨 수 있다면.

길드에도, 일본 국익에도 큰 이득과 영광을 가져다줄 테니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이었지만 용병왕이 없는 한국은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

비록 대한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이 건재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협회의 일에 바빠 실질적으로 나서기엔 여러모로 제약이 있을 터.

일반적인 살인도 죄가 무겁지만 특히나 헌터끼리의 범죄는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을 처리하게 되면 세계 협회에서 무수히 많은 질타를 받게 되겠지만 한편으론 랭킹 1위를 죽인 일본의 헌터들이 두려워 눈치를 보게 되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일본 제국이 미국을 넘어서 당당한 1위 헌터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

하나비의 간부이자 월드 랭킹 8위인 카즈키는 10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크으윽……. 괴…… 괴물…….”

“아직 한 놈 남았었네.”

“……모든 스킬이 봉인되었다고 해도…… 이…… 강함은…….”

카즈키의 두 눈에 가득 담긴 공포를 읽은 진은 피식 웃었다.

“아직도 스킬과 스탯이 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멍청이가 있었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전투 센스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텐데.”

그냥 스킬 없이 칼을 휘둘러도 어떤 속도로, 어떠한 방향으로, 또 어느 정도 길이로 휘두를지.

진은 이런 전투에서 자신 정도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헌터는 감히 없다고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수백 년간 전장에서 쉬지도 못하고 싸워 온 건 절대 무시할 만한 경험이 아니었으니.

“남은 김에 잘됐군. 물어볼 것도 있고……. 뭐, 그래도 호락호락 입을 열 거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쉽게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좀 더 버텨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진이 장난스럽게 손목을 풀며 말하는 것을 보고 카즈키는 절망했다.

여전히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아 하는 광오한 용병왕.

으드득-

그 모습에 치가 떨려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린 영원히 용병왕을 이기지 못한단 말인가……?’

[스킬 봉인 스크롤의 지속 시간이 다해 그 효과가 사라집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다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이미 그는 온몸에 치명상을 입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이 만신창이였다.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을까, 라고 마지막까지 생각했지만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없었다고 생각했다.

“……<마기 개방>.”

이것까지 꺼내 버린 이상 목격자는 없어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했다.

스킬 봉인 때문에 남은 마력은 처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이기에 모두 긁어모아 마기로 변환시켰다.

순식간에 본래 가진 마력의 수십 배에 달하는 힘이 몸을 감싸 안았다.

“크헉!”

끔찍한 고통이 그를 강타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못할 것 같았던 방금과 다르게 온몸이 마기로 가득 차 뭐든지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마기!?”

마계에서 마왕까지 처치했다고 하니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잘 알겠지.

마지막이라도 용병왕의 당황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 힘을 사용할 이유는 충분했다.

“<다크 플레임>.”

모든 것을 태우는 강렬하고 사악한 힘이 카즈키를 감싸고 진에게까지 쏘아져 나가는 것을 보고, 카즈키는 만족한 듯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 * *

어렵지 않게 하나비 길드의 헌터들을 처리했다.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라곤 하나 나름 SS 랭크에 월드 랭크 10위권 안이라는 헌터가 두 명이나 있는데 이 정도는 좀 심하지 않나…….

아무리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주어진 약점을 극복하는 것. 그것이 조금이라도 더 길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일 텐데.

모두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명의 헌터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기 때문에 하나비 길드 쪽 정보도 심문할 겸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갑자기 느껴지는 미칠 듯이 사이한 기운.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모두 쏟아부은 듯한 맹렬한 기운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이 기운이 어디서 많이 느껴 본 힘이라는 것.

이곳에 절대 있으면 안 되는 힘, 마기였다.

“……<마기 개방>.”

‘마족만이 쓸 수 있는 힘이 왜 여기에……!?’

놀라는 것도 잠시, 기운을 끌어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할 것 같은 기세에 대비를 해야만 했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 스킬…….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 인벤토리를 열어 스킬 봉인 해제권을 꺼내 들었다.

“<다크 플레임>!”

쿠와아아앙!

“크윽……! <절대 방어>!”

갑작스레 폭발하듯 스킬 <다크 플레임>이 터져 나왔고, 카즈키를 집어삼키고도 아직 모자란다는 듯 나에게 빠른 속도로 쏟아져 왔다.

그에 맞춰서 터진 나의 스킬, <절대 방어>.

<절대 방어[SS 급] LV. 5: 5초간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킵니다. 단, 스킬 사용 시 30일간 해당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30일간 모든 스탯이 10% 하락합니다.>

아스티란에서 9대 미궁이라고 불리는 미궁 하나를 공략한 적이 있었다.

몇천 년간 수많은 모험가의 목숨을 집어삼킨 곳답게 보상은 훌륭했다.

바로 이 <절대 방어> 스킬을 얻을 수 있었으니.

<절대 방어>로 5초간의 시간은 벌었지만 <다크 플레임>이 그와 맞춰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빠르게 몸을 움직여 스킬 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순식간에 있던 곳에서 멀리 벗어나고 보니 역시나 <다크 플레임>은 꽤 넓은 범위를 넘실거리는 검은 화염으로 불태우고 있었다.

“마기라니…… 인간이 함부로 얻을 수 있는 힘이 아닌데.”

마기란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힘.

마족을 소환하여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간신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 목숨 수백, 수천 개 정도는 우습게 갈아 넣어야 준비가 완료되는 것이고.

아스티란에서도 그 힘을 이용했던 자들은 천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을 자랑했었고.

계약한 마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모두 좁게는 한 나라, 크게는 온 대륙을 피바다로 물들이고 나서야 끝이 났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크 플레임>이 점차 잦아드는 걸 보고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마기였는지 조그마한 산 하나쯤은 그곳에 있었어도 단숨에 날아갈 만큼 강력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중급, 상급을 넘어 마계에서도 내로라하는 마족과 계약을 맺은 것이 분명했다.

“최상급, 아니 군단장이나 마계 공작급…….”

그들을 소환하기 위해 바쳐졌을, 최소 만 명이 넘는 영혼을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함께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분노에 휩싸였다.

“이 개×끼들…….”

게이트 공략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하나비 길드로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지나친 화로 일을 그르칠까 걱정되어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성적인 상태가 되자 마족의 등장이 미심쩍게 느껴졌다.

‘하필 이 시점에 마족이라? 그들이 원하는 것이 이 지구에 존재한단 말인가?’

자존심이 강한 그들, 특히나 공작급의 마족은 아무리 많은 영혼을 받았다 해도 쉽게 계약할 수 없었다.

분명 계약에 응한 이유가 있을 터.

내가 마왕을 처치하고 귀환 후 <검은 탑>의 등장, 그리고 아스티란이라면 모를까 지구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마족까지.

점차 하나비 길드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계약을 맺은 마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1랭크 채널]

[진: 강준하, 지금 당장 할 일이 있다.]

[강준하 : 할 일 말입니까? 파주 게이트에 이미 도착하셨어야 할 시간인데, 연락이 없으셔서 걱정하던 차였습니다만.]

[진: 습격이 있었다. 지금 당장 갈 테니 일본으로 이동할 준비해. 자세한 건 가서 말해 주마.]

[강준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설마 일본이라면……. 전에 말했던 대로 하나비 길드 측이겠군요. 알겠습니다.]

[진우주최고최강위대한형님: 아니, 이 자식들이! 형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

[홍: 뭐야, 뭐야, 뭐야!? 일본에서 용병왕을 습격했다고!?]

[초코짱: 하나비 미×놈들이!?]

짧게 용건을 말한 뒤에 우선 빠르게 서울로 향했다.

속도를 최고로 올려 주변 풍경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서둘렀기에 금세 아레스 길드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길드장실로 올라가기 전에 이미 1층에는 어수선한 분위기와 함께 강준하와 박민호, 수십 명의 헌터가 대기하고 있었다.

“형니임! 무사하십니까! 아니, 피까지 흘리시고! 힐러!”

“크게 다치진 않았다. 치유 헌터까진 필요 없어. 그보다, 빠르게 이동 좀 해야겠다.”

“인근 공항에 전용기 이미 준비해 두었고 그곳까지 가실 헬기도 준비되었습니다. 우선 출발하시죠.”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답해 줄 여유가 없었다.

마기에 대해서 설명하기엔 보는 눈도 너무 많았고.

“일본은 너와 박민호만 같이 간다.”

“하나비를 치실 생각이신 것 같은데, 아무리 진 님이라지만 더 많은 헌터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일일이 신경 쓰며 싸우기엔 방해돼. 손발 맞춰 본 경험 있는 너희와 가는 게 제일 낫다.”

형님께 선택받았어! 따위의 소리를 내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박민호가 보였다.

혼자 가고 싶긴 했지만 스킬을 쓸 수 없는 데다가 <절대 방어>로 스탯이 10퍼센트 하락한 상태.

같이 수백 번의 전장에서 함께해 왔기에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놈들이라 믿을 수 있었다.

“하나비에서 인신 공양을 한 모양이다.”

“예……?!”

“나를 습격한 놈 중 한 명이 마기를 썼어. 그 힘을 보아하니 최소 군단장급이다.”

그 정도로 강력한 마족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희생이 불가피함을 잘 알고 있는 강준하와 박민호이기에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져 갔다.

“그런데 형님…….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일본 정부 쪽에서 몰랐을 리가……. 아니, 지난 1년간 게이트 때문에 어수선했으니 가능했을지도……. 하지만…….”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둘을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로 빤히 쳐다보고 있자 강준하와 박민호도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린 건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 설마 정부 측도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입니까??”

“게이트 발생 초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죽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꽤 된다고 했지. 그런데 일본 쪽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그런 인원이 많다고 들었다.”

“비공식적으로는 하나비를 지지하고 눈감아 주고 있었다는…… 겁니까.”

강준하가 몰려오는 어두운 진실에 침음을 삼켰다.

하나비 길드를 무너트리고 나면 그들이 한, 믿을 수 없이 잔인한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일본 정부 쪽에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겠지만 전면 부정할 건 뻔한 사실이고.

하나비 길드의 독단적인 일이라며 발을 빼게 될 텐데, 부디 증거가 남아 있어 그러지 못하길 소망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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