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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11화 (11/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11화

[지직…… 지지직-]

“……이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탑 1층을 공략했을 때 이런 현상은 없었다고 했는데…….”

초원을 이루고 있던 풀들이 마치 홀로그램처럼 지지직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래픽이 깨진 것처럼 보인다.

저 멀리서부터 그림처럼 푸른 초원이 사라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공략대 모두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긴장하고 있었다.

“다들 긴장을 놓지 마세요! 뭔가 이상합니다!”

“형님임! 살려 주세요!”

“×발, 느낌이 이상하더라니!”

도대체 이놈의 시스템은 어디까지 미친 짓을 할 생각이지?

이제는 한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때 모두의 눈앞에 이상한 시스템 메시지가 띄워졌다.

[오류! 오류! 대한민국의 <검은 탑> 1층 정보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원인: *&$##지역 파괴…….]

[……탑의 2층 정보를 불러옵니다.]

[오류! 오류! 대한민국의 <검은 탑> 2층 정보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원인: *&$##지역 파괴…….]

[……탑의 3층 정보를 불러옵니다.]

[오류! 오류! 대한민국의 <검은 탑> 3층 정보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원인: *&$##지역 파괴…….]

[……탑의 4층 정보를 불러옵니다.]

.

.

.

[오류! 오류! 대한민국의 <검은 탑> 10층 정보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원인: *&$##지역 파괴…….]

[과부하로 각성자의 출입을 제한합니다.]

[안내: 불러올 수 있는 <검은 탑> 아시아 채널, 아스티란의 1~10층의 정보가 없습니다. 탑의 안정화를 위해 10일간 아시아-대한민국 채널에서의 <검은 탑> 출입이 제한됩니다.]

[또한 탑의 출입이 제한된 대한민국 채널에 돌발 게이트가 등장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홀로그램 같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며 공략대가 디디고 있던 대지조차 사라졌다.

발밑이 검게 변하면서 바닥이 없는 구멍을 끝없이 떨어지듯이 우리의 몸이 계속해서 떨어진다.

“으아아아-! 이게 대체 뭐야 아아아-!”

“꺄아아아악!”

*&$##지역이라면……. 내가 방금까지 있던 게이트에서 본 그곳 아닌가……?

들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에서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리라.

내가 게이트에서 <벽>을 파괴한 것 때문에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것 같았다.

“크윽……! 진 님……!”

“형니이이이이이임! 무슨 방도가 없나요오오오오!”

“꺄아악! 부유 마법도 발동이 안 돼요!!”

마탑에서 온 신연주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한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실패한 듯했다.

얼마나 한참을 떨어졌을까. 한없이 어두운 공간에서 떨어지기만 하고 있는데, 저 밑에서 작은 흰 점 같은 것이 보였다.

“으아아아! 이대로 떨어지면……!

바닥처럼 보이는 그곳을 공략대 전원이 본 듯 모두가 공포에 질렸다.

‘빌어먹을, 마법도 안 먹히고…… 방도가 없나?’

몬스터를 잡다 죽는 것도 아니고 낙사라니.

헌터로서 이게 무슨 개죽음이란 말인가.

눈앞까지 다가온 바닥 같은 것을 보며 쌍욕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게이트를 나올 때처럼 눈앞이 하얀빛으로 물들었다.

[<검은 탑> 1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검은 탑> 2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

.

.

[<검은 탑> 10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세계 최초로 <검은 탑> 10층 공략을 최단 시간에 클리어하였습니다! 공략 시간: 00: 46: 58.]

[위대한 업적을 세운 아시아-대한민국 헌터들에게 공략 보상이 주어집니다.]

[검색 중…….]

[일반적인 보상이 아닌,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각 각성자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지급합니다.]

눈을 떴을 땐, 아까까지 있었던 <검은 탑> 입구였다.

“……뭐지?”

“뭘 한 것도 없는데 탑이 공략되었어……? 그것도 10층까지……. 헉! 다들 인벤토리 좀 봐! 보상이……!”

“보상? 헉!! 메테오 스킬……!? 정말 가지고 싶었던 건데……!”

입구에는 우리가 나오기를 대기하고 있던 협회 직원들이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뛰어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들어가신 지 1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1층을 클리어하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박신우는 궁금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그걸 대답해 줘야 할 공략대는 인벤토리에 들어온 보상을 구경하기 바빠 보인다.

‘대체 보상이 뭐기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헤실헤실 웃고 있는 헌터들을 보며 궁금증이 치밀어 올랐다.

“인벤토리.”

[<검은 탑>의 상자: 믿을 수 없이 위대한 업적을 세운 각성자들을 위한 선물 상자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들어 있습니다.

-소유자 진: 스킬 봉인 해제권 × 5]

……횡재했다.

각자에게 제일 필요한 보상이라더니, 정말로 내 마음에 들어갔다 온 듯한 시스템의 보상에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대체 어느 스킬의 봉인을 풀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박민호가 떠나갈 듯이 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박민호 헌터! 어디 크게 다친 겁니까!? 외상은 없는 것 같은데……! 젠장! 치유 헌터 말고 정신계 보조 헌터 불러와!”

“으허허헉! 으어어억! 흐어어어어어엉!”

급기야 울부짖는 박민호를 미친 사람 보듯 하던 협회 직원들이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저주 해제를 전문으로 하는 헌터, 치유 헌터를 급하게 부른다.

[대한민국 1랭크 채널 진개색끼, 닉네임 변경권을 사용합니다. 진개색끼→ 진우주최고최강위대한형님]

……내가 잘못 본 건가?

“형님!! <검은 탑> 상자에서 닉네임 변경권이 나왔습니다!! 제일 필요한 걸 준다더니……. 흐어어어엉!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눈앞에 떠오르는 어이없는 시스템 창을 잘못 본 거면 좋겠는데, 박민호가 절대 아니라는 듯 확정 지어 준다.

이 새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지……??

“닉네임 변경권?? 그런 게 있다고요?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저 미친 아이디 좀 보라고!”

“……저런 방법이.”

강준하가 아쉽다는 기색을 가득 담아 부러운 눈으로 박민호를 쳐다본다.

눈을 빛내는 게 본인도 닉네임 변경권을 얻어 똑같이 빌어먹을 닉네임으로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느껴졌다.

‘이 미친 새끼야, 그딴 걸 부러워하지 마!’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1랭크 채널에 위대한진용병왕님 따위의 아이디가 하나 더 추가될 게 뻔했다.

“……어찌 되었든 탑 공략 완료된 것 같으니까,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 없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아! 네. 나머지는 협회 측에서 처리해 줄 겁니다.”

“후…… 그래……. 일단 아레스 길드로 가자. 받은 보상에 대해 말할 게 있으니까…….”

이곳에 더 이상 있다간 지쳐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육체적인 피곤이 아닌 정신적 피로가 한계에 치달아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강준하가 아레스의 부길드장 쪽을 바라보더니 손을 까딱한다.

검은 탑의 공략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냈기 때문에 아직 돌아가지 않고 협회 측에 붙어 있던 부길드장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헉…… 헉……! 길드장님, 탑 1층 공략을 벌써 마치신 겁니까……? 아무리 용병왕이 공략대에 합류했어도 그렇지, 이게 대관절…….”

사실은 1층 공략이 아니라 10층까지 공략하고 왔지만 안 그래도 어수선한 이곳에서 내 입으로 그 사실을 밝혀 버리면 설명하느냐고 여기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쌍한 협회 공무원들이 밤을 새우는 건 자명한 일이고 말이지.

그러니까 일단 나는…… 튄다.

아직도 인벤토리에 들어온 보상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공략대들이 알아서 잘 설명해 주리라 믿는다.

“진 님, 어서 가서 쉬시죠.”

“바라던 바다. 그리고 저 새…… 아니, 박민호 저놈도 끌고 와.”

쓸데없이 헤실거리고 있는 그 녀석을 보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기자들과 협회 직원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더 이상 쓰잘데기 없는 구설수에 오를 수는 없는 법.

올라가려는 주먹을 부여잡고 우선은 후퇴할 때였다.

* * *

아레스 길드의 본부로 가는 길.

벌써 우리의 탑 공략의 소식이 알려졌는지 서울 시내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전광판에는 속보로 공략대의 소식을 보여 주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터들,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 번째 1층 탑 공략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클리어 시간을 보유하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협회 측에서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1층뿐 아니라 10층까지 모조리 클리어한 게 알려진다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헌터들이 뒤집힐 것이다.

당연히 협회 측에서는 가능한 보안을 철저히 하며 언제쯤 정보를 풀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고.

“<검은 탑> 내부 공략에 대해서는 세계 헌터 협회에서 발표한 협정에 따라 모든 나라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곧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전광판을 보고 있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강준하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귀찮아지겠네.”

“한국 측에서도 다른 국가들에 탑 내부에 대해 정보를 얻었기에 1층 공략 방법을 공유해야 할 텐데…… 쉽게 납득하고 넘어갈지 모르겠군요.”

……우리한테 10층까지의 공략이랄 게 있나?

분명 협정에 따르지 않고 외부 공개를 꺼린다고 생각할 텐데 그걸 설명하고 다녀야 할 협회 공무원들이 불쌍했다.

‘뭐, 사고를 친 건 나지만.’

탑이 오류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선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가만히 두면 잠잠해지겠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니 아레스 길드에 도착했다.

길드장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까지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어 하던 박민호가 들뜬 목소리로 나를 환장하게 하는 말을 했다.

“형님, 제 아이디 어떻습니까? 제가 한 거지만 위대한 형님을 전 세계에 널리 퍼지게 할 만큼 닉네임이 아주 멋들어지게 지어진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 정도 작명 센스가 있을 줄 몰랐는데……. 어디 작명소나 차릴까 봐요.”

“……일단 좀 맞자.”

“악!!”

쿠당탕!

주먹을 휘둘러 헤실거리고 있는 저놈의 면상에 한 방 먹여 주니 그나마 기분이 풀린다.

아주 약간이지만.

“이 새끼가 나를 엿 먹이려고 해도 정도가 있지, 이따위 짓거리를 해!?”

용병대에서 활동할 때도 하는 짓이 영 이상했는데 결국 사고를 저지르다니…….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박민호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영원히 저놈을 모르고 싶었다.

“형…… 형님……. 헉, 왜 그러십니까.

“왜?? 지금 네가 나한테 왜냐고 한 거야?? 하, ×발. 아직 귀가 먹을 정도로 늙진 않은 것 같은데……. 귓구멍이 잘못된 건가……. 아님 네놈 주둥아리가 잘못된 건가……. 일단 몇 대 더 때리다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악! 뭔진 모르겠지만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박민호가 쿵! 소리가 날 만큼 빠르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빈다.

저 정도까지 멍청한 놈인 줄은 몰랐는데.

아오, 저것도 동생이라고 데리고 다녔던 내 죄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길래 아이템 상자에서 저따위 것이 나와!?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스킬이나 아이템 좀 먹지!”

“왜요?? 전 그깟 아티팩트 쪼가리보다 이 보상이 훨씬 마음에 드는데요?”

“아오……! 저거……! 억!”

지나친 스트레스에 혈압이 확 올라와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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