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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9화 (9/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9화

[경고! 이상 현상 분석 중! ……보호막에 일정 대미지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올수록 보호막을 가격하는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경고음으로 난리가 난 시스템과는 다르게 나는 점점 신이 났다.

저런 메시지는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정말로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확신을 줄 뿐이다.

[해결 방법 도출 중…….]

“해결 방법? 그딴 게 있을 것 같아!?”

[도출 완료! 인근 몬스터를 긴급 소환합니다!]

갑자기 우우웅,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저건 고위급 마법사들만 가능한 텔레포트 마법진인데?

저 정도의 대규모 이동 마법을 사용하려면 아무리 마탑의 탑주라 할지언정 마력을 보조해 주는 대량의 마석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스템이 사용한 텔레포트 마법진에선 얼추 봐도 400마리는 넘어 보이는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아스티란의 북부 지역에 흔히 볼 수 있는, 두꺼운 가죽과 털을 가진 야수 계열 몬스터들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하!? 고작 이따위 몬스터로 나를 막으려고?”

지구에 있는 귀환자들이 보면 어림없는 소리라며 내 의견에 동의해 줄 게 분명했다.

드래곤을 데려와야 상대가 될락 말락 할 텐데 이깟 몬스터들은 누워서 떡 먹기지.

“후우웁…… <데스 블레이드>!”

눈앞에 고지가 보이는데 이런 조그마한 돌부리에 불과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위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대량의 적을 상대할 때 제일 유용하게 써 왔던 광역기 스킬을 시전했다.

과할 정도로 마력을 담아 출력을 최대로 높인 데스 블레이드가 검붉은 마력을 일렁이며 몬스터 무리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쾅!!

천지가 뒤집히는 소리가 들리고, 먼지가 걷힌 곳엔 조각 난 몬스터들의 사체와 깊이 파인 대지뿐.

“바빠 죽겠는데 별…….

가뿐히 정리하고 다시 벽으로 눈을 돌려 공격을 이어 갔다.

카앙! 카아앙!

균열이 조금 더 커진다.

아직 구멍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몇 번 더 검을 휘두르면 정말로 이 지겨운 보호막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 뒤에 있는 게 무엇일지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 조금만 더……!

[경고! 경고! 보호막이 피해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원인 도출 중…….]

[아스티란의 플레이어 진. 해결 방법 도출 중…….]

보호막을 파괴하는 나를 알아냈다고 해서 시스템이 내 앞길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정말 조금만 더! 빌어먹을 시스템의 그 해결 방법이 또다시 생기기 전에…….’

[도출 완료! 플레이어 진의 모든 스킬을 봉인합니다.]

“……!

시스템 메시지가 보여 준 경악스러운 메시지와 함께 <극의의 일격>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뭐??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젠장! 스킬창!”

[스킬창]

-극의의 일격(S) LV. 8 (봉인 중)

-패스파인더(SS) LV. 9 (봉인 중)

-스피릿 소드(S) LV. M (봉인 중)

.

.

.

“이게 뭐야!!”

여태까지 사용했던 스킬들 옆에 모두 봉인 중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스킬을 봉인한다고?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을 부정해 봐도 이건 현실이었다.

극도로 당황한 나머지 검을 쥐고 있는 손이 떨려 왔다.

침착해, 김진.

침착해…… 니가 여태까지 해 왔던 퀘스트 중에 쉬웠던 게 있었나?

그냥 엄청나게 어려운 퀘스트라고 생각해…….

후우욱.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침착하자.

스킬은 봉인되었지만 엄청난 스탯을 요구하는 폭렬의 페르아렌을 계속해서 들고 있을 수 있는 걸 보니 스텟은 그대로였다.

‘여태까지 착실하게 키워 왔던 강함을 믿어라.’

스킬 따위는……. 그저 좀 더 편하게 힘을 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꾸욱-

지나치게 황당한 상황을 겪으니 오히려 마음이 극도로 냉정해졌다.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은 채 두 손으로 검을 고쳐 쥐었다.

<극의의 일격>의 본질은 결국 한 점을 지속해서 공격하게 해 주는 것.

침착하게 부수던 보호막에 안력을 집중하자 <벽>에 미세한 구멍이 생긴 것이 보였다.

한 곳을 집중하여 조금의 오차 범위도 없이 공격한다.

오직 그것뿐.

카아앙! ……콰직!!

도저히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단단한 보호막에 균열이 갔다.

콰직…… 콰지지직!

균열은 더 큰 균열로, 마치 거미줄처럼 점점 넓어져 간다.

그리고, 마치 유리가 부서지듯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다.

“……된 건가.”

마침내.

콰아앙!

보호막이 비명을 지르듯 큰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내가 공격하던 한쪽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노우볼처럼 반구 형태로 되어 있던 공간 전부가 무너지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보호막의 조각들이 쏟아지며 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낮의 하늘이 점차 지독하게 검은 천장으로 물들어 간다.

밤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어두운 검정.

무저갱이었다.

“그래, 이 고생을 시킨 보람이 있는지 확인 좀 해 볼까?”

앞에는 설원이었던 지금 공간과는 대비되는 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그 옆에는 숲 지대, 또 그 옆에는 용암 지대……. 자세히 보니 해당 환경에 살아가는 각종 몬스터들도 보였다.

“공간들이, 이어져 있어?”

마치 환상을 보는 듯이 서로 각기 다른 환경을 가진 공간들이 경계선이 그어진 채 연결되어 있었다.

하늘 위로 올라가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에 인벤토리를 열어 부유 마법이 새겨져 있는 목걸이를 착용했다.

발밑의 설원이 점차 작아졌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위로 한없이 올라가도 천장에 닿을 순 없었다.

더 이상의 상승은 의미가 없다 생각해 멈춰서 이 어이없는 광경을 구경했다.

그것은 마치 벌집 모양과 같았다.

수백, 수천 개의 각기 다른 공간이 서로 붙은 채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공간끼리의 공통점은 전혀 없었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중앙으로 보이는 곳으로 갈수록 몬스터의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것.

제일 한가운데 위치한 곳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앙에 가까운 곳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겹도록 본 공간이 있었으므로.

……마계였다.

[오류! 오류!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보호막을 복구합니다! #! #$지역 복구 중…… 완료. *&$##지역 복구 중…… 완료.

.

.

.

@! #-&@#$지역 복구 중…… 실패. 원인: 플레이어 진……. @! #-&@#$지역에 위치한 A급 게이트, 강제 종료됩니다.]

저 멀리서부터 보호막이 다시 생기더니 천천히 눈앞이 흰색으로 물들었다.

강제 종료라니.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아 클리어되지 않았지만 시스템창의 말대로라면 그것과 상관없이 게이트 밖에 나가게 되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부숴 버렸던 설원 지역과 연결된 몇십 개의 공간은 복구에 실패한 지역인지 바닥으로 쏟아지듯 무너지고 있었다.

이윽고 그 공간들은 사라진 채 텅 비어져 있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전지전능한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이 실패하는 꼴도 볼 수 있다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어떠냐, 이 새끼들아.”

빚을 지고는 못 산다.

그것이 나를 용병왕으로 만들어 준 내 인생의 신조였다.

몸에 힘이 쭉 빠지며 허공에 부유 마법으로 떠 있던 몸이 낙하하고, 눈앞이 천천히 흐려졌다.

* * *

진이 게이트로 들어간 뒤 5일이 지났다.

일반적인 A급 게이트 공략에 들어간 파티라면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열흘은 걸리겠지만 무려 SSS급 헌터의 공략이었기 때문에 모두 예상을 초과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게이트 밖은 시한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처럼 긴장으로 가득했다.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공략 시간에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은 협회 직원들뿐만 아니었다.

“……진 님.”

강준하의 잘생긴 얼굴이 안타까울 정도로 초췌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눈 밑이 꺼멓게 다크서클로 물들어 있었는데, 평소 그를 아는 헌터들이라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초조한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당일날 게이트를 클리어할 것 같아 공략 성공의 소식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틀이 지나고, 3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진이 걱정되어 도저히 길드에서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가 없었다.

황급히 찾아온 게이트 주변에는 강준하와 마찬가지로.

협회 직원들이 패닉 상태가 되어 우리 용병왕님 어떻게 된 거냐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진을 찾으러 게이트에 들어가고 싶어도 이상하게도 단단히 닫힌 채 들어갈 수 없어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길드장님, 협회 측에서 연락해 왔습니다.”

“……무시해.”

강준하는 오늘도 일을 내팽개친 채로 담배를 연신 뻑뻑 피워 대며 진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몇 시간째 우두커니 서 있는 자리 바닥에는 수십 개의 꽁초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게, 미국 측에서 <검은 탑>의 1층 공략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 흐리지 말고 제대로 말하도록.”

“……탑 공략 보상이 선착순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 있는 <검은 탑> 보상은 한정되어 있어서 먼저 공략에 성공한 팀부터 해당 층에 보유된 제일 좋은 보상을 가져가는 시스템이라고…….

“…….”

“전 세계의 헌터가 1층 공략에 나서려고 난리입니다. 협회 측에서도 어서 빨리 한국의 헌터들이 탑 공략에 힘써 주길 바라고 있고요. 저희 길드 말고 국내의 5대 길드는 이미 당장이라도 탑에 들어갈 준비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보상이 아무리 좋아도 진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존경을 넘어 경외를 보낼 유일한 사람인 자신의 왕, 진.

강준하는 그가 걱정되어 죽을 것만 같았지만 그저 걱정을 하며 가만히 기다리게 하지도 못하는 모든 상황이 짜증이 나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저희도 탑 공략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공략에서 빠진다.”

“길드장님!”

‘아오, 저 미친 답도 없는 진빠 새끼.’

도대체 뭐가 저 차갑기 그지없는 놈을 저렇게까지 만들었는지 부길드장은 궁금해서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제발 다시 생각해 주세……!?”

화아악-!

갑자기 게이트에서 흰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일반적인 게이트가 공략 완료된 모습도, 게이트 폭주에 이르는 모습도 아닌 전혀 생소한 상황에 모두가 당황해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게이트는 못 먹을 거라도 먹은 듯 토하는 모양새로 꿀럭꿀럭 무언가를 뱉어 내고 스르르 사라져 갔다.

“허……. 출구 탑승감이 영…….”

“헉! 진 헌터다!”

“박 팀장님! 진 헌터, 귀환하였습니다!”

강준하가 진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정승처럼 굳어 버렸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 있…… 강준하?”

“진 님……. 돌아…… 오셨습니까…….”

“그래, 임마. 많이 기다렸냐?”

강준하는 다시 돌아온 진을 보고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었다.

그의 영웅은 항상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제 옆으로 돌아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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