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7화 (7/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7화

[으헝헝헝…… 형님……. 정말 무서웠습니다……. 아직도 그때 꿈을 꾼다고요……. 죽은 것도 죽은 건데 그때 형님의 표정이 정말…….]

[돌아왔으니 지난 일은 떠올리지 말고. 나도 다 잊었다.]

[하지만……! 또 만나게 되면 저를 상종도 안 하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불러 주시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배신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단 말입니다……!! 으헝헝헝, 억울해요!!]

박민호의 자세한 내막을 들어 보니 S급 아티팩트를 훔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돌려놓으려고 했던 거라고 했다.

그는 꽤 오랫동안 용병대에서 나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문의 협박 편지를 받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자고 일어나면 침대맡에 칼이 박혀 있는 등 점점 도를 지나치는 협박에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혹시 방문이나 창문을 닫고 잠들지 않았나 싶어 잠금장치도 걸어 놨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뭐?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보안으로 유명했던 용병대인데?]

[그러던 중에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는 편지가 왔었습니다. 결국 형님에게 걱정 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말하려고 마음먹었고요. 그런데…….]

방에 돌아오니 놓여 있던 웬 장부와 아티팩트, 그리고 지도.

빼도 박도 못하게 자신이 용병대 자금에 손을 대고 있다는, 소름 끼치게 완벽하게 조작된 장부와 만들지도 않은 도주 경로가 적힌 계획서가 있었다.

우선 스킬 아티팩트라도 들키지 않게 용병대 금고에 다시 넣어야겠다 싶어 짐가방에 구겨 넣는 와중 그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가 들이닥쳤다고 한다.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는데, 지구로 귀환하고 모든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용병대 사정에 밝지 않으면 이끌어 낼 수 없는 철저히 조작된 문서, 함부로 꺼내 갈 수 없었던 아티팩트가 아무렇지 않게 방에 놓여 있던 점.

그리고…….

[당신은 용병왕께서 대업을 이루시는 데 방해가 됩니다.]

[커헉……. 카센 부관…… 당신이……?]

[위대한 우리의 왕께서 고작 고향의 정 따위에 휘둘리게 제가 두고 볼 것 같았습니까? 그래도 용병왕께서 아끼시는 동생이라 목숨만은 살려 주려 했건만……. 쯧, 욕심이 과했군요.]

차마 박민호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어 잠시 밖에 나간 그때 민호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관 스스로 밝히는, 자신을 위한 삐뚤어진 계획들.

[카센……. 그놈이…….]

[솔직히 부관도 부관이지만 절 마지막까지 믿어 주시지 않은 형님이 제일 원망스러웠습니다…….]

노화로 사망할 때까지, 끝까지 내 곁을 충직하게 지켰던 부관이기 때문에 상상도 못할 만한 일이었다.

[……미안하다.]

[살다 보니 용병왕 입에서 미안하다는 소리도 들어 보네요……. 계속 형님의 그 살기 어린 눈빛이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제는 괜찮아질 것 같아요…….]

[그래서 니 닉네임이 그따위였구나.]

[하…… 하하하. 아스티란에서 돌아오자마자 ID를 등록하라고 뜨는데 당장 생각나는 게 그거여서…….]

“진 님, 일어나셨습니까.”

“그래, 좀 괜찮냐? 좀 더 누워 있지.”

어디선가 지독한 술 냄새가 훅 맡아진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강준하가 억지로 괜찮아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괜찮습니다…… 라고 중얼거렸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할 일이 많으니까요. 진 님이 거주할 곳도 찾아봐야 하고.”

“길드에 있는 비서들에게 맡긴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예비군을 추려 놨을 테지만……. 당분간 사실 곳인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기왕 일어난 김에 지금 바로 씻고 움직이는 게 좋겠다며 그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나도 슬슬 준비해 볼까.’

박민호는…… 그냥 냅두고 가는 게 낫겠지.

술병을 품에 안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깨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울고불고하며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았으니 늦잠 자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집이라……. 지금 있는 원룸은 아레스 쪽에서 알아서 정리해 준다고 했고, 짐도 딱히 옮겨 갈 것은 없으니…….”

오늘은 아주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사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진 님, 아래에 차량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 전에 돈 좀 찾고.”

“금액은 제가 부담하는 게…….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되셔서 별다른 재산은 없지 않으십니까?

“집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저 돈 많습니다. 하물며 진 님에게 쓰는 것쯤은…….”

강준하가 그깟 돈은 상관없다는 듯 당연하게 말한다.

물론 그도 한 길드의 길드장이니 벌어 놓은 것이 많겠지만…….

“인벤토리.”

촤르르르륵!!

인벤토리창에 손을 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보석과 순도 99. 99퍼센트 금화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면 그깟 집 몇 채는 살 수 있겠지.

내가 피땀 흘려 모은 317년간의 결정체들이 영롱하게 빛난다.

“진 님……. 이게 대체……?”

“거기서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아스티란에서 아이템…… 을 가지고 오셨단 말입니까?”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고 그때 쓰던 인벤토리를 그대로 옮겨 준다던데.”

아무 생각 없이 흘리듯 말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강준하의 표정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차갑게 굳어 간다.

“……그럼 그동안 사용하시던 아티팩트들도 그대로 가지고 계시고 있겠군요.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딱히 말할 생각도 없었다만, 이유는?”

“현재 지구에 풀려 있는 아이템들은 아스티란에서 보던 것들과 비교하면 수준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극소량과, 제작자 클래스를 가진 헌터들이 제작한 것들밖에 없는데 가지고 계신 아티팩트를 풀어 버린다면…….”

“……대혼란이 오겠지.”

“충분히 본인 것을 지키실 만큼 강하신 건 압니다. 그렇지만 재물에 눈이 뒤집힌 날파리들을 상대하시기엔 귀찮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우선 처리하기 좋은 금괴나 보석들만 제가 처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강해지는 데 본인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적절하게 쓰이는 아티팩트 자체의 중요성은 나조차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야겠군.’

굳이 돈 자랑을 할 필요는 없기에 이것들은 천천히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출발하시죠.”

기절한 박민호를 두고 강준호와 함께 밖을 나섰다.

거주할 집을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나를 옆에서 오래 보았던 그였기에 내 취향을 잘 아는지라 모두 내 마음에 쏙 들었으니까.

그가 보여 주는 차량과 집 중 하나를 간단히 고르고 아레스 길드에 있는 길드장 집무실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똑똑-

“길드장님, 잠시 죄송합니다. 전화가 왔습니다만…….”

“나중에 다시 걸겠다고 하십시오.”

“그게……. 협회 전화입니다.”

강준하는 협회 전화든 뭐든 무시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중요한 전화 같은데.’

나름 길드장이란 놈이 공적인 일을 저렇게 내팽개쳐도 되는 건지.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비서도 신경 쓰였고, 나도 내심 전화 내용이 궁금했기에 다녀오라고 말한 후 짧은 시간이 지났다.

문을 열고 나타난 강준하는 얼굴 가득 불쾌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진 님, 협회 쪽에서 한번 뵙고 싶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아레스 길드에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한 거지?”

“아마 저희를 계속 감시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꽤 건방지네.”

“협회는 <검은 탑> 관련으로 모든 길드를 소집하여 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국내 크고 작은 길드 모두 요청받은 것 같더군요. 진 님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참석을 부탁드린다고 하더군요.”

“<검은 탑>에 대해서라면…… 역시 공략 건인가.”

하루라도 빨리 1층이라도 클리어해 대충이라도 상황 파악을 하는 게 급선무일 테니.

지구 멸망이라는 실패 조건이 달려 있는 퀘스트이니만큼 빠르게 공략을 진행하려는 듯했다.

“예, 자세한 건 회의를 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1층 클리어는 각 길드 정예로 파티를 꾸릴 예정인 듯했습니다.”

“나도 그쪽은 궁금하니 가능한 빨리 회의하자고 해.”

“네, 그럼 바로 가시는 걸로 할까요? 오늘도 방향성에 대한 회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강준하의 말에 약간 구미가 당겨 온다.

나는 지금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

<검은 탑>에 대한 것은 물론 지금 지구가 변해 버린 것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협회에 가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충 던져 줬던 헌터들의 교본서 같은 것이 아닌, 진짜 정보.

그렇지만…….

“아니, 지금은 그보다 게이트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데.”

“탑이 아니라…… 게이트 말씀이십니까?”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정복되지 않은 <검은 탑>에 비하면 발생한 지 오래된 게이트에 대한 정보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만큼 흔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게이트에서 제일 궁금했던 <그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

“그래, 정확히는 게이트 내부에 대해. 직접 살펴보고 싶은 게 있다.”

“마침 곧 인천에 정규 게이트가 하나 열릴 겁니다. 저희 길드의 관할 구역은 아니지만…… 천상 길드 쪽에 말해 두겠습니다.”

강준하는 내가 왜 게이트를 필요로 하는지 이유조차 묻지 않고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그는 내가 하자고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지끈-

[×발, 이렇게 될 걸 알았으면 도망이라도 쳐야지!!]

[쿨…… 럭……. 명령이지 않았습니까…….]

[네 목숨을 버리라는 명령은 아니었어!!]

과거의 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머리가 아파 온다.

머리를 쥐고 있자 어느새 전화를 마친 강준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 님?”

“아무것도 아니다.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먼저 출발하도록 하지.”

다시는 그 빌어먹을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은 탑> 다음으로 시스템이 제일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게이트.

그곳에 가 내 운명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