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6화 (6/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6화

[각성자 커뮤니티]

제목: 월드 랭킹 1위 한국이 달성ㅋㅋㅋ 펄럭~

조회수: 125, 454

월랭 탑10에 들어간 한국인이 협회장 한 명밖에 없어서 헌터 보유 강대국들한테 치이고 졸라 자존심 상했었는데 뜬금없이 돌아온 귀환자가 국내 1위에 월랭 1위?

그것도 300년 넘게 구르다 온 세계 유일 SSS급 ㅋㅋㅋㅋㅋ국뽕이 넘치다 못해 치사량임ㅋㅋㅋㅋ

저번 강원도 평창 게이트 도움받을 때 다른 나라에서 온 헌터들 다치고 심지어 죽어 가지고 배상금도 개 많이 물고 외교 분위기도 개차가웠는데 이젠ㅋㅋㅋㅋ

그 미국이 우리한테 굽실거리는 거 아니냐곸ㅋㅋㅋㅋ

캬!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마시냐!! 주모! 여기 한 사발 더!!

└오늘만산다: 캬! 주모 여기도!

└꽃밭에는꽃들이: 우리나라 귀환자들도 나름 월랭 10에 몇 명 들었던 적 있었긴 했자너? 딴 나라 각성자들한테 금세 밀려 가지고 그렇지.

└고구마호박: 귀환자 가오가 있지 뒤늦게 각성한 헌터한테 밀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ㅋㅋㅋㅋ 솔직히 국내 헌터들 타 국가에 비해 딸리는 거 맞았음ㅋㅋ

└그래서어쩌라고: 딸린다고? 그래도 우리는 월랭 방어 잘하는 편임. 그래서 너는 월랭 몇 위? 아~ 1, 000위 밖이어서 집계도 안 된다고?

└빠빠빨간맛: 그 말 고대로 아레스 길드장 앞에서 해 봐라. 졸라 쓰레기 보는 눈으로 쳐다볼 듯.

└라떼이즈홀스: 지금 너무 신나서 호프집 달려갔는데 술집에 술이 없대. ㅋㅋㅋ 사이다라도 달라고 했음ㅋㅋㅋㅋㅋㅋ거의 월드컵 때 분위기ㅋㅋㅋ

└파란물약: 나 끄트머리긴 해도 월랭 헌터인데 월드 채널 채팅창 폭주 상태임ㅋㅋㅋㅋ 아시아 귀환자들이야 아스티란에서 귓구멍 터지도록 용병왕 이야기 들었다지만 다른 차원 겪고 온 놈들은 대체 그놈이 누구냐고 난리 난리.

└준하는준하해: 그나저나 아레스 길드장이 3위가 되다니…… 콩 자리도 밀려남 ㅠㅠㅠ 팬으로서 슬프네요.

└불주먹: 그런 거 신경 쓸 분은 아니라지만…… 길드에서도 술렁거리는 분위기긴 합니다.

“역시 여기도 SSS급으로 떠들썩하구만.”

한바탕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 다음 날.

서울에서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한복판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자유 길드의 빌딩 최상층.

홍현민은 오늘도 누군가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잉여 라이프를 한적하게 보내고 있었다.

달칵-

“또 커뮤니티 보고 계십니까.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이렇게 재밌는 걸 어떻게 끊어? 아, 강준하 그 목석을 어떻게 놀려 먹지? 이때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아레스 길드에 무작정 쳐들어갈 생각이시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헉?? 형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지금은 길드에 있지도 않으실 겁니다. 오늘은 진 헌터님과 함께하실 거라 들었거든요.”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지만 자유 길드 부길드장 반년이면 홍현민 머릿속 정도는 꿰뚫는 법이다.

자유 길드의 부길드장 김세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점점 머리에 흰머리가 생기고 있었다.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현대 의학의 기술로도 극복하지 못한 암도 걸리지 않는 신체를 지닌 헌터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흰머리는 이겨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9할은 철없는 자유 길드장 때문임을 김세하는 잘 알았다.

“이거 드시고 서류 처리 마저 하시죠.”

“악! 또 한약!! 이거 언제까지 마셔야 되는 거야?”

“아직 한 박스 더 남았습니다.”

“……윽.”

“또 마시는 척하고 몰래 버리지 마세요. 길드장님 모친께서 다 마시는지 감시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도 대충 먹는 척하다가 김세하가 나가면 쓰레기통에 뱉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어머니를 들먹이다니.

현 국내 랭킹 6위, 월드 랭킹 34위이자 한국의 5대 길드 자유 길드의 길드장도 어머니는 감히 이길 수 없었다.

“크……. 다음에 한약 먹을 땐 사탕이라도 가져와.”

“네네.”

“그나저나 <검은 탑>, 새로운 퀘스트에 대한 정기 모임은 대체 언제 한대?”

실패 시 지구가 멸망한다는 빌어먹을 퀘스트 말이지.

진의 귀환과 동시에 전 세계 각성자의 눈앞에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 <검은 탑> 정복 퀘스트.

시간제한은 없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세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세계의 헌터 협회에서는 나라의 수도마다 존재하는 <검은 탑>에 대한 공략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실 대한 각성자 협회에서도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SSS급 헌터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국내의 길드, 청와대, 그리고 해외 다른 나라들의 요청까지, 진의 발끝이라도 스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각종 연락이 불티나게 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시다시피 어제부터 협회 공무원들이 너무 바빠서요…….”

“그건 그렇지. 그래도 국내 유력 길드를 한날한시에 모아야 하는 건데 미리 좀 알려 줘야 스케줄 조절 좀 할 텐데 말이지. 우리가 한가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협회라지만 너무 건방지지 않아?”

세상에서 제일 한가해 보이는 홍현민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근데 그 용병왕 오늘은 뭐 한대? 여유 부릴 때가 아니지 않나? 뭐,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지구에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돼서 이것저것 편의 봐 드릴 게 많나 보더라고요. 그래도 오늘 내로 끝내고 협회에 연락한다고 하겠다 했습니다. 그러면 3, 4일 내로 협회 소집일이 잡히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또 볼 수 있는 건가…….”

“확실하게 참여하실 겁니다.”

첫 등장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했다.

나름 아스티란에서 실력으로 이름 날리며 모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까지 했었건만 도저히 그 강함의 깊이는 짐작이 불가능했다.

그를 적대하지는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스티란에서 용병왕의 손에 목숨을 잃어 지구로 귀환한 자가 아시아에 4천 명이 넘는다.

직접적인 사유는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세력을 꾸리다 보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아시아 귀환자 약 2만 명 중 5분의 1은 진에게 사망했단 소리다.

진이 귀환한 지금 얼마나 많은 귀환자가 이를 갈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적이 많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 그 용병왕.”

그 아득한 강함에 추종자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자들은 그 몇 배는 많을 것이다.

한현민이 쓰게 웃었다.

* * *

일본, 도쿄.

“……용병왕이 돌아왔습니다.”

일본 제1 길드 하나비.

긴급하게 열린 회의임에도 길드에서 중역을 담당하고 있는 헌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하나비의 간부들은 모두 아스티란에서 활동하던 길드의 일원들.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들을 모아 활약했던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감히 용병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는 건방진 한국인 플레이어를 처단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고, 몰살당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이미 전 세계는 진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용병으로 시작하여 용병왕까지 되고, 결국 나라를 이뤄 대륙을 통일하고 마왕을 처치하는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더라.

심지어 SSS급까지 되었다. 그 강함이 하늘에 닿을 듯 한다더라.

그 명성은 대단하기 짝이 없었지만 하나비 길드에는 굉장히 불쾌한 소문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희는 이미 실패해 보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지금은 SSS급입니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는 게…….”

몇몇은 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 보였다.

이곳에 있는 자 중 그의 강함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젠장, 아직도 나는 용병왕만 생각해도 몸이 떨린다고.’

간부 중 한 명인 이치로는 습격에서 실패한 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자였다.

그가 휘두른 검 한 번에 반이 죽었고, 다음번 검에는 모두가 죽었다.

다행히 그는 앞에 있던 길드원이 공격에 대신 맞아 휩쓸려 죽지 않았지만 그것도 찰나였다.

[하…… 하하하……. 이게 말이 돼……?]

[아직 한 놈이 남아 있었나.]

[나…… 나는 그냥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거라고! 그, 그래. 내가 모은 아티팩트와 골드를 모두 줄게! 제발 목숨만은……!]

[죽일 각오로 덤볐으면서 죽을 각오는 없었던가? 어불성설이군.]

문답무용.

피에 절은 악귀의 모습으로 나른하게 웃으며 검을 휘두르는 용병왕.

그것이 아스티란에서 이치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용병왕의 등장 직후 마주쳤던 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은 그의 성격이 많이 유해졌다고 하지만 그 성격이 어디 갈까.

“다시 덤비기라도 할 셈이라면 그만두시죠. 용병왕은 우리가 상대할 적이 아니니까.”

그의 오싹한 눈빛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위험한 육식 동물의, 유전자로부터 각인된 듯한, 피하고 싶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치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수에 눈이 먼 자들은 이성을 잃어버린 듯했다.

“이치로 헌터, 당신은 겁쟁이입니다. 평생 그렇게 피하기만 하면서 사실 겁니까.”

“적어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어리석은 자는 되고 싶지 않은데.”

“당신……!”

찬성파와 이치로를 대표로 한 반대파가 웅성거리며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개죽음일 뿐이다, 그냥 과거는 잊고 교류를 쌓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오간다.

“모두 조용! 유우키, 계속 말해.”

사회자의 역할을 하던 자가 좌중을 조용히 시켰다.

“SSS급이라지만 저희도 월드 랭크 탑10의 헌터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SS급 헌터는 열둘이나 되고요. 무엇보다도 저희도 귀환한 뒤에 그때보다도 훨씬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전에는 그가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 몰라 방심해 실패한 것입니다.”

“그도 그렇습니다. 각종 아티팩트와 S급 장비들로 무장한 정예 헌터들을 데려가면 승산이 없는 싸움도 아닐 것 같습니다.”

“그때보다도 강한 자들로, 그리고 훨씬 많은 인원으로 시도하면 됩니다. 특히나 현재 아무런 아이템들도 없을 테니 도구적으로도 저희가 앞섭니다.”

부정적이었던 분위기는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다들 미치기라도 한 건가? 하나비 길드의 미래가 어떻게 되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치로는 불만 어린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계산을 복잡하게 굴리며 길드를 버릴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길드장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톡…… 톡…… 톡…….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리며 관망하던 하나비의 길드장, 다케시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성공 확률은?”

“5할 정도입니다.”

5할, 반반이라.

다케시는 중얼거리며 이마에 손을 짚고 눈을 감았다.

실패하면 모조리 죽을 것이고, 성공해도 사망자와 중상자가 즐비할 것이다.

아스티란에서와 달리 지구로 돌아온 지금 사망하게 되면 정말로 죽는다.

하지만…….

“계획을 짜도록 해. 철저하게.”

“……!”

“지금부터 용병왕에게 꼬리를 붙여. 모든 준비가 끝나면 혼자 있을 때를 노린다.”

“예! 알겠습니다!”

“결정에 불만 있는 자들 있나?”

다케시가 일어나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의지는 전달이 되었다.

대다수의 이가 복수심으로 눈이 번들거리고 있기에.

“……이번엔 우리가 용병왕의 목을 거둔다.”

지금 이 결정이 하나비 길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잠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용병왕의 괴물 같은 모습을 지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자의 목숨조차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

다케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흥분이 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 * *

“……언제 잠들어 버린 거지.”

청담동에 있는 한 펜트하우스 안.

고층 뷰를 자랑하는 값비싼 그곳의 거실에는 화이트 톤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다르게 수십 병의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들이 굴러다닌다.

햇빛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난 진이 소파에 눕지도 못한 채 곯아떨어진 강준하와 박민호를 보고 쯧 혀를 찼다.

‘지구에 돌아온 보람 있는 저녁이었다…….’

협회에서 나온 직후 강준하와 박민호를 끌고 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특히나 박민호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배신하려는 게 아니었단 말입니다, 형님……. 으헝헝…… 다 함정이었습니다! 형님이 끼고 도시던 그 망할 카센 부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