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3화
웅성웅성…….
오랜만에 대한 각성자 협회 1층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도 그런 게, 세계 최초 SSS급 헌터의 등장이었다.
고위 등급의 헌터일수록 독특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는 걸 싫어하는 독불장군들이 많아 대중의 눈을 피해 신출귀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웬만한 헌터와 일반인들은 고등급의 헌터들을 만나기 힘들었다.
끽해야 각성자들의 정기 등록 날 슈퍼 루키가 탄생했을 때 정도만 직접 목도하는 게 가능했다.
하물며 게이트가 생겨난 뒤 등장한 일반 각성자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귀환자를, 그것도 고인물 중 고인물이라는 1랭크 채널 귀환자 헌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이게 협회야, 시장 바닥이야? 노량진 수산 시장도 이것보단 조용하겠다.”
“하하하…… 1랭크 채널에서 SSS급이 온다는 말을 하자마자 냉큼 소문 퍼트리신 분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요…….”
“형, 지금 나 꼽 줘?”
“꼽 주다니요, 길드장님. 전혀 아닙니다.”
마침 협회 주변에서 일이 있었던지라 누구보다 빠르게 튀어 온 닉네임 ‘홍.’
20대의 어린 아스티란의 귀환자인 홍현민은 1층 로비 소파에 삐딱한 자세로 앉아 질린다는 듯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럼 이 빅 이벤트를 나 혼자 즐기라고? 재밌는 건 같이해야 더 재밌는 거 아냐?”
“그래도 그렇지, 언론에까지 흘려서 기자들을 끌고 오신 건 너무하셨습니다.”
“진짜 꼽 주는 거 맞는 것 같은데?”
본인이 길드장으로 있는 자유 길드의 부길드장과 시답지 않은 노가리를 까며 사람들을 구경하던 홍현민이 넓은 협회 로비의 어느 한쪽을 보고는 씨익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SSS급 구경도 기대되지만 저 항상 목석같은 놈이 쩔쩔매는 거 보는 건 흔치 않은 구경거리란 말이지.”
홍현민의 시선 끝에는 항상 겉으론 예의를 지키지만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누구보다도 차가운 인물, 닉네임 가을하늘.
대한 각성자 협회의 서울 지부장 박신우가 기자들 사이에서 무표정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부장님, SSS급 헌터가 오늘 협회에 등록하러 오는 것이 사실입니까!?”
“SAS 방송국 기자입니다! SSS급 헌터와 공식 기자 회견을 가질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월드 랭킹 1위 길리온, 한국의 헌터에게 자리를 내주다.
……따위의 기사 제목을 뽑을 생각으로 잔뜩 신이 난 기자들이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박신우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다.
박신우는 여전히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라도 하면 바로 신문 1면에 실을 기사를 잔뜩 써 낼 준비를 마친 기자들이 박신우의 열리지 않는 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으학학학!! 저 자식, 지금 진짜 빡친 것 같은데?”
“길드장님……. 박신우 헌터 듣습니다…… 제발…….”
부길드장은 입만 열면 사건 사고를 부르는, 저 악마의 주둥아리를 꿰매 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금만큼은 억지로 끌려오느라 던져 놓고 온 서류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 홍현민 헌터님!”
“이야~ 마탑 대표! 항상 음침하게 마탑에만 처박혀 있더니 간만에 나왔네?”
“무려 300년을 넘게 아스티란에 있던 신원 불명 귀환자인데, 이런 자리를 놓칠 순 없죠.”
“아까 보니 천상 길드장 영원 그놈도 왔더라! 자기 길드로 오라고 할 모양인데, SSS급이면 솔직히 길드장 자리는 내놓아야 되는 거 아냐?”
“뭐, 내놓더라도 길드에 가입시키면 훨씬 이득이니까요. 그까짓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올 수 있는 놈들은 거의 다 오는 것 같은데, 그동안 모이자고 말을 해도 들어 처먹지 않는 1랭크 채널 놈들 여기서 정모하게 생겼네! 캬~!”
홍현민은 오랜만에 생긴 개꿀잼 상황에 재밌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대한민국 50위권 안에 드는 1랭크 채널 헌터들에게 말을 걸어 댔다.
“1랭크 채널에서 나오는 일들은 모두 발설 금지. 채널 안에서 묻어 두기로 하던 것 잊었나?”
“헉!! 강준하 헌터다……!!”
“카메라 숨겨!! 찍지 마!!”
헌터들이 연신 터지는 플래시에 눈을 찡그리든 말든 계속해서 카메라를 눌러 대던 입구의 기자들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카메라를 밑으로 내렸다.
기자고 나발이고 마음에 안 들면 녹음기는 부숴 버리고.
카메라는 터트려 버리는 별명: 카메라 브레이커.
한국 랭킹 2위의 아레스 길드의 길드장, 강준하가 등장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185센티가 훌쩍 넘는 그는 멀리서 봐도 위압감이 넘칠 만큼 남자다운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자랑했다.
목 끝까지 잠근 명품 셔츠는 검사 계열의 헌터답게 누가 봐도 단단해 보이는 근육으로 꽉 차 있음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꽉 조여져 있었다.
저녁이 되면 간혹 시원해지기도 하는 늦여름이었지만 아직은 한낮이라 아무래도 햇빛이 강렬했다.
하지만 덥지도 않은지 긴팔의 셔츠를 걷어 입지도 않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위협적인 표범 그 자체였다.
강준하 헌터의 등장에 모두가 숨죽여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준하는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자연스럽게 앞길을 비켜 주는 사람들로 인해 어렵지 않게 홍현민에게 다가가 대뜸 시비 걸 듯 말을 걸었다.
“이런 귀찮은 상황을 잘도 만들었군.”
“맨날 마탑에만 있던 놈보다 더 밖에 안 돌아다니는 아레스 길드장이 여기에? 의외인데. 이런 데 전혀 관심 없는 거 아니었어?”
“……할 일이 있어서.”
“SSS급이니까 한번 겨뤄 보기라도 하려고?”
“오늘은 전투에는 관심 없다.”
“그럼 뭐에 관심이 생기셨는데?? 혹시…… 나?”
매몰차게 대하는 상대일수록 승부 의식이 생기는 홍현민이 격하게 깐족댔다.
강준하 헌터는 말 섞기도 싫다는 듯 대답은 하지 않고 미간을 잔뜩 구기며 홍현민의 주변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듯 제일 먼 소파에 털썩 앉았다.
말이 씹힌 거엔 전혀 개의치 않은 홍현민은 신경을 끄기로 했는지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 데 집중했다.
슬슬 모여드는 헌터들로 고조되는 협회 로비의 상황에 잔뜩 흥분한 듯했다.
“얼굴 보기 힘든 놈들 모아 놓으니까 당장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지 않아? 팝콘이라도 어디서 구해 올까 봐.”
“네……. 길드장님 때문에 싸움이 날 것 같네요.”
“뭐?? 어?? 주몽 길드 부길드장이다! 어이!! 권씨 누나!”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헌터들의 모임인 주몽 길드의 부길드장 권지나가 입구로 들어서자 홍현민이 반가운 듯 멀리서 소리쳐 불렀다.
재미없기 그지없는 길드장들보다는 그나마 성격이 온화해서 말 걸기 좋은 상대였다.
물론 이리저리 시비를 걸어 대며 격식 차리는 그네들의 딱딱한 얼굴에 금이 가게 하는 일도 아주 재밌고 생산적인 활동이었지만.
어리다고 함부로 무시하지 않고 한 길드의 길드장으로 존중해 주며 친절하게 대해 주는 권지나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헌터 중 하나였다.
“안녕하세요, 홍현민 헌터님. 오랜만에 뵙네요.”
“혹시 SSS급이 활잡이일까 봐 출동한 거야?”
“뭐, 검을 쓸지 활을 쓸지 마법을 사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요. 바쁜 길드장님 대신에 명함이라도 한 장 드리며 길드 이름이라도 알려 볼까 나왔죠.”
“그래도 길드에 가입하게 되면 좋잖아? 아, 활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으면 가입 요청도 안 하려나?”
“무기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주 무기가 뭐냐는 중요하지 않죠. 무려 SSS급 귀환자이신데. 가능하면 원하시는 조건에 최대한 맞춰 드리며 스카웃 하라고 길드장님이 말하긴 하셨어요.”
“그런 중요한 일에는 길드장 놈이 몸소 나와야 되는 거 아니야?”
“길드장님, 놈이라뇨……. 한 길드의 수장님께…….”
자유의 부길드장은 협회에 온 1시간 만에 10년은 늙어 버린 것 같았다.
길드라는 것이 혼자서 이끌어 가는 것도 아니고.
좋게 보여야 하는 각 길드와 마탑, 심지어는 한국의 모든 헌터를 관리하는 협회의 지부장에게도 뇌를 거치지 않고 험한 말을 뱉어 내는 이 어린놈은 대체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 만났다고 신이 나서 옆자리를 권지나에게 양보하는 홍현민의 철없는 모습을 보며 부길드장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그나저나 정말 많이들 몰려왔네요…….”
“다들 안면이라도 터 보려고 애쓰는 거 아니겠어?? 당장 국내 랭킹은 물론이고 월드 랭킹의 맨 앞 순위가 바뀔 게 분명한데.”
“길드장님도 그분과 조금이라도 인맥을 만들어야 될 텐데요…….”
“일단 뭐, 구경도 구경이지만 그러려고 온 거니까 노력은 해 봐야지?”
“푸핫, 자유 길드 분위기는 여전하네요. 항상 유쾌해요.”
“유쾌는 개뿔…….”
“그래도 길드에서 진행할 게이트 공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볼까 하고 부랴부랴 찾아온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요. 우리도 노력해야죠.”
여태까지 게이트는 낮은 등급만 주로 생겼지만 최근에는 점차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A급 게이트까지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두 달 전에 강원도에 나타났던 세계 최초의 S급 게이트는 그야말로 나라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만했다.
그동안 게이트 공략은 길드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등급이 등급인지라 S급 게이트의 공략은 길드의 손이 아닌 협회로 넘어갔다.
다행히 인적이 드문 곳에 열린 게이트였고.
돌발 게이트가 아니라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지만.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게이트가 폭주해 S급 몬스터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찔했다.
협회에서는 당장 비상 상황에 돌입했고, 발에 땀나도록 구원 요청을 한 끝에
국내 랭킹 10위권 안에 있는 S급, SS급 헌터들과 월드 랭킹 1위 헌터를 포함하여 월드 랭킹 상위권의 헌터들이 게이트 공략을 진행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 채 게이트 공략에 임했건만.
결국 30명의 고위등급 헌터 중 네 명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월드 랭킹 36위 헌터가 목숨을 잃었다.
게이트에서 죽어 나가는 헌터들이야 한두 명이 아니라지만.
나름 전 세계에서 최정예 부대를 꾸려 들어갔던 공략이었고, 그만큼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는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은 운이 좋아 죽지 않았지만.
다음번 게이트가 열릴 경우 죽게 되는 건 본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헌터들은 그 뒤로도 게이트에 날 선 태도를 보였고, 각종 게이트 공략에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유행했다.
또한 각자의 능력을 키우고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각성자들을 자신의 길드에 포함시키려고 루키 영입에 열을 올리는 시점이 현재였다.
협회에서도 그동안 서먹했던 길드 간의 동맹을 끈끈히 하고, 그걸 넘어서 전 세계적인 헌터들의 모임을 개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참이었다.
“한 번이라도 게이트 공략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잘해 주셔야 합니다. 따듯한 환영 인사, 아시죠?”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알았다니까!?”
서른 중반인 자신의 눈엔 띠동갑도 넘게 차이 나는 20대 초반 길드장은 어린애로 보이긴 했지만.
그 말까지 하면 지금도 감당이 되지 않는 어린 길드장이 정말로 삐져서 무슨 일을 벌일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격려의 눈빛으로 홍현민을 바라봤다.
[아스티란짱짱: 아직 SSS급, 협회에 도착 안 했나요?? 이제야 일이 끝났네……. 지금이라도 가고 싶은데!]
[홍: 아직 주인공은 도착 안 했는데, 그보다도 더 재밌는 일이 여기저기서 빵빵 터짐 ㅋㅋㅋ]
[아스티란짱짱: 가을하늘님 상황 복잡하게 굴러가서 열 내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거 말고도 더 있나요?]
[홍: 그것도 재밌지만 평소 엉덩이 무거운 놈들 행차만 봐도 재밌음.]
[마탑대표: 그거 저 말하는 거 아니죠……?]
[마법최고: 탑주님 가신다, 가신다 하시더니 진짜로 협회 가셨나요? ㅠㅠ 연구실 도착했는데 어쩐지 안 계시더라니만……. 제 논문 봐 주시기로 해 놓고…….]
[마탑대표: 그거 대충 책상에 올려놓고 연주 님도 빨리 협회로 달려오세요. 오늘 같은 날은 즐겨야죠.]
[영원: 아직 늦지 않으셨습니다~^^]
[진개색끼: 많이들 몰려오긴 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함.]
[초코맛아이스크림: 지금 국내에 있는 길드 대표들은 다 출동한 것 같아여. 무려 아레스 길드장님도 오셨어여.]
[아스티란짱짱: 지금 차에 시동 걸었습니다!]
“뭐,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길드 영입과 인맥 쌓기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번에 나타난 SSS급이 [그자]일까 봐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겠지.”
“네, 우연이라고 보기엔 진이라는 닉네임도 그렇고……. 뭐, 그의 수많은 추종자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요.”
묵묵히 로비 입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강준하가 잠깐 움찔거렸다.
권지나와 대화를 이어 가면서도 눈을 떼굴떼굴 굴리고 있던 홍현민의 시야에는 그 모습이 당연히 포착되었다.
‘이쪽엔 관심도 없는 척하더니 은근슬쩍 듣고 있었단 말이지. 음흉한 놈. 그나저나 저놈이 저럴 놈이 아닌데?’
먹잇감을 찾은 승냥이처럼 강준하를 주시하던 홍현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요하던 그가 약간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물론 주변에서는 절대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고요해 보였지만 평소 강준하를 놀리기 위해 면밀히 쳐다봤던 홍현민의 눈에는 이제껏 왜 몰랐나 의아할 정도로 확연한 차이였다.
“강준하 헌터, 혹시 목적이 SSS급 그 자체가 아니라…… 돌아왔을지도 모르는 용병왕이야?”
“…….”
남들이 볼 땐 또 홍현민 헌터가 개소리를 해서 강준하 헌터가 무시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일상적인 상황이었지만.
그의 앞에 있는 홍현민은 알았다.
이제는 그의 귀 끝마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히이이이이이이익!!”
“엥? 박민호 헌터?”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는 헌터 중에는 누구보다 안절부절못하며 최대한 황급히 찾아온 진개색끼, 박민호도 있었다.
다들 [그자]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있는 아스티란의 귀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벌벌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간신히 협회로 찾아왔건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건 [진].
듣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그 이름을 듣자 PTSD가 온 박민호는 주저앉고 말았다.
“요즘 좀 괜찮아진 것 아니었어요? ……아, 하긴 최근엔 어쩔 수 없었겠군요. 자, 여기 물이라도 천천히 마셔 봐요.”
“저놈 저거, 또 저러네…….”
모두에게 따뜻한 권지나가 그를 열심히 위로하고 있는 와중.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강준하의 등장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급작스럽게 변해 버린 협회의 분위기를 의아하게 여긴 권지나가 고개를 들자 주먹을 꾹 쥔 채 긴장하며 정면을 응시하는 홍현민이 보였다.
오싹……!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입구에 들어온 그의 발끝만 봐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쿨럭쿨럭…… 커억…….”
간신히 진정시켜 놨던 박민호도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이제는 기절해 버렸다.
하지만 권지나는 그를 챙길 생각 따위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자신은 그의 초기 주 무대였던 동쪽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엘프의 숲에서 주로 지내다가 지구로 귀환하게 되어 얼굴은커녕 행색조차 모르지만.
좌중을 압도하며 협회 로비로 느긋하게 들어오는 그의 정체를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스티란의 최강자가 아니면 이 정도 기운은 가지지도 못할 것이다.
“……왕.”
모든 무기의 주인, 아스티란의 패자, 대륙을 통일한 자, 위대한 대제…….
그를 칭하는 명칭은 무수히도 많았지만 마주치는 순간 한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왕.
왕의 귀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