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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2화 (2/200)

내가 SSS랭크로 귀환한 사연 2화

“후…… 그러니까 나는 지구로 돌아오긴 했는데…….”

[후그러니까나는지구로돌아오긴했는데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아니!! ×발 좀 닥쳐 봐, 시스템아……!”

조용히 생각을 하려고 해도 끝없이 방해하는 시스템에 넌덜머리가 난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시끄럽게 방해하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지금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애를 썼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더 이상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고 싶지 않아 온갖 노력을 했다.

목숨을 걸지 않는 퀘스트가 없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지구 귀환이었으니 내가 의도한 대로긴 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은 300년 만큼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원룸에 먼지가 좀 쌓여 있긴 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온다고?’

[ID를 등록해 주세요.]

마왕을 처치하는 퀘스트를 완료하고 시스템 측에서 귀환을 위한 [업적] 퀘스트를 마무리했다고 확인된 거겠……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사소한 것도 기승전결이 있는 법이다.

이게 소설이었으면 ×망 소설 소리를 들으며 바로 하차합니다, 댓글과 함께 나락으로 갈 게 분명했다.

[아스티란짱짱: 헉!! 길리온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귀환한 사람이 또 있다고?]

[마탑대표: 뭐지?? 누구지?? 심지어 SSS급이야!!]

[라떼: 근데 우리가 아스티란에 있을 때 저 정도 두각을 보인 사람이 있다고요?? 아, 잠깐…… 설마…….]

[마법최고: 뭐라고 말 좀 해 줘요. 저 마탑에 있던 길드장인데!]

[영원: 여러분, 무려 300년이나 아스티란에서 지냈던 분입니다. 저희 같은 건 까맣게 잊지 않으셨을까요.]

어리둥절한 사이에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는 채팅창이 눈앞에서 어지럽게 올라온다.

[ID를 등록해 주세요.]

‘알았다, 알았어. 그만 재촉해라…….’

그리고 계속 ID를 등록하라는 문구도 함께.

다른 건 모르겠는데 ID는 계속 내가 말할 때마다 뜨는 것 같아서 바로 입력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진.”

[ID 진 등록합니다.]

[ID 진, 1랭크 채널에 등록합니다.]

[마탑대표: 뭐? 진?? 아니, 아스티란 다녀오신 분인데 그 이름을 쓴다고요?]

[영원: 설마 그 진은 아니겠죠……? ㅎㅎ설마~^^;;]

그 진은 뭔데……? 그냥 내 이름을 쓴 것뿐인데.

내 ID를 확인한 1랭크 채널 채팅방이 아까보다 더 술렁인다.

하지만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방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모두가 경악에 차 설마라는 말밖에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디몇글자까지되는지한번제: 설마가 사람 잡는 게…… 그때도 저놈 누가 죽일 수는 있나 할 정도로 강하긴 했잖아요. 그 정도면 300년 넘어서까지 버틸 수 있지 않나요? 솔직히 살짝 무섭네요.]

[진개색끼: 맞습니다, 그놈은 천년만년 살아남았을 거임.]

[홍: ㄹㅇ ㅋㅋㅋㅋㅋㅋ 너무 쎔. 혼자 무쌍 찍고 있던데. 우리랑 장르가 달랐음.]

끊임없이 올라오는, 나의 정체를 추측하는 채팅들이 보인다.

그리고 욕도 함께.

그나저나 저놈은 아이디가 왜 저래?

“진개새……? 아이디 상태가…….”

[진개색끼: 너도 진빠냐? 그래서 아이디를 진으로 한 거고? 그런데 진 그 새끼 돌아오면 너 어쩌려고 그러냐. 그놈 성격에 오자마자 니 모가지 날려 버릴 듯.]

[마탑대표: 그러고 보니까 협회에서 모든 사람들 다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신원도 확인했고…….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SSS급인지…….]

아이디부터 개 같은 그놈은 내가 이 세상에 돌아오자마자 개소리를 지껄였다.

그 넓은 아스티란에서 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건 나밖에 없었는데.

그럼 분명 나를 잘 알고 있는 자일 것이다.

정체를 추측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기에 머리만 아파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잡으면 족친다.’

튀어나오는 욕을 눌러 삼키고 조용히 올라오는 채팅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애썼다.

-띠링

순간 아스티란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수백, 수천 번은 들어왔던 안내음이 들려왔다.

[당신은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게 됩니다!

검색 중.

결과: 아스티란에서 얻었던 모든 개인 아이템 지급.]

“내가 얻었던 모든 아이템이라…….”

그토록 뺑이 친 결과가 아이템을 그대로 들고 오는 것뿐이라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바로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제일 최근에 사용했던 아이템들이 처음부터 주르륵 올라온다.

“성스러운 바람의 부츠…… 드래곤 로드의 장갑……. 지구에서 이것들이 쓰이긴 할까.”

피식-

내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은 아스티란에 있던 자들이라면 모두 하나라도 얻기 위해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들이었다.

과거 아티팩트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세월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온다.

그때는 이것들이 내 목숨을 살려 줄 것이라 생각하고 소중히 여겼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온 지금, 이깟 아이템이 대수란 말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촤르르르륵!!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자마자 내 사랑스러운 금덩어리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 금화들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의 대륙 통일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금화로.

무려 순도 99. 99퍼센트로 만들어진, 이벤트성으로 뿌려진 기념주화다.

“로또 ×까!!”

금은 배신하지 않는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이니 고대 아티팩트니 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이곳은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매정한 현대 사회였다.

[환영합니다, 진 플레이어님!

모든 최적화 및 동기화를 완료하였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머무르던 지구 대한민국으로, 마지막으로 지구에 있었던 시간부터 정확히 317일이 흘렀습니다.

아스티란에 있었던 1년과 이곳에서 흐른 1일은 같습니다.

당신은 지구로 돌아오게 될 마지막 플레이어였습니다.

아스티란에서 펼쳤던 당신의 위대한 여정을 이곳에서도 펼치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행복한 미래에 싱글벙글하고 있을 때 나온 메시지.

1년이면 아주 이득인 장사였다.

계속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더 이상 내가 아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 괴로워했었으니까.

[진개색끼: 왜 말이 없냐?? 너 진짜 누구냐고?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홍: 진짜 그 용병왕임??]

시야 바깥에 밀려났던 채팅창에선 여전히 내가 누구니, 마니 설왕설래를 하고 있었고 …….

[마지막 귀환자가 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지구 플레이어 여러분은 <검은 탑>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곳에 도전하여 이 세계의 모든 비밀을 풀어 가세요.]

“검은 탑……?”

[퀘스트: 지구 각지에 나타난 <검은 탑>을 끝까지 클리어하라!

보상: ××××××]

그동안 지겹게도 봐 왔던 또 다른 퀘스트 메시지가 또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뭐? 또다시 퀘스트라고? 이제야 드디어 평화 좀 즐기겠다는데……!”

당연히 이따위 퀘스트는 다시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매번 목숨을 걸 만큼 어려웠던 퀘스트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걸 모두 해냈다.

이제는 강제 퀘스트 따윈 없는 이곳에 돌아왔는데 보상도 모르는 저딴 퀘스트를 하겠는가?

“웃기는 소리지! 나는 이제 돈 많은 백수라고! 난 이제 저런 빌어먹을 퀘스트 따위는…….”

[실패 시: 지구 멸망]

[수락/취소]

[취소 선택 시 <검은 탑> 도전권을 영구히 잃습니다.]

“……하겠습니다!”

이 개 같은 세상아!!

몬스터도, 내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군들도, 그리고 쉬고 싶어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퀘스트들도 없는 평화로운 이곳으로 돌아왔나 싶었는데…….

지구가 멸망하면 돈 쓸 곳도, 평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퀘스트 수락 버튼을 눌렀다.

먼지투성이인 침대에 걸터앉아 솟구치는 화를 누르려 노력한 끝에 어느 정도 평정심을 찾자 이곳에 오기 전에 마왕을 토벌하려던 상황이 떠오른다.

순식간에 머리가 차가워졌다.

“씁쓸하네.

내가 갑자기 귀환해 버려서 당황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마지막 표정으로 보건대, 분명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본인들이 대신 죽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모두 다 내가 선택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작별 인사 정도는 멋있게 하고 가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러다 한없이 땅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아 고민을 털어 낼 생각으로 계속 올라오는 1랭크 채널 채팅을 다시 쳐다보았다.

[가을하늘: 진 님, 보고 계십니까? 보고 계시면 답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째서 진 님의 실종 정보가 1년 동안 누락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대한 각성자 협회에 반드시 등록하셔야 됩니다.]

[홍: 엌ㅋㅋ 공무원 똥줄 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림ㅋㅋㅋ]

[가을하늘: 그런 거 아닙니다……. 비상사태이긴 하지만…….]

1랭크 채널에서는 결국 내가 누군지는 밝히지 못했나 보다.

그럴 만도 한 게 나는 친구도, 가족도 없는지라 실종 신고가 되지 않아서 1년은 없어도…….

응?

그런데 내 회사는? 적어도 회사에서는 신고를 해 줘야 되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거의 1년간 계속해서 충전되고 있던 핸드폰에 눈길이 갔다.

“이 망할 블랙 기업.

내가 출근했어야 하는 그날, 몇 달 동안 월급이 밀려 감당이 되지 않던 사장이 야반도주하고,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는 내용의 문자가 와 있었다.

이러니까 실종 신고조차 안 되지…….

[가을하늘: 진 님, 협회 본부 주소는 여의도 @@@로 10-3번 길입니다. 자택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지금 바로 차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제발 보고 계시면 대답 부탁드리겠습니다.]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놓고 다시 1랭크 채널 채팅창으로 눈을 돌렸다.

가을하늘이라는 자가 나를 계속해서 부르고 있었다.

‘우선은 찾아가는 게 좋겠지.’

내가 얻어야 할 정보가 산더미같이 많았다.

마음을 먹자 준비는 순식간이었다.

나는 채팅창에 직접 찾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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