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상점스킬-193화 (193/200)

193. 노가다-2

‘미안. 이해 좀 해 줘라. 최종 보스를 죽이려면 어쩔 수가 없다.’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진원은 멀리서 뛰어오는 감시관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주고, 김수환과 함께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비, 비상이다! 빨리 길드에 보고해!”

감시관은 방금 일어난 상황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일본의 대형길드가 예약한 포탈.

그리고 해외의 S급 플레이어들까지 추가로 참여하기로 되어있는 던전이었기 때문.

분명 자신들에게 책임을 추궁할 것이 분명했다.

“예!”

다른 감시관들은 재빠르게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

쥐새끼 한 마리도 들어가지 못하게 포탈 주위를 틀어막고 있었는데.

‘잠깐. 그 가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감시관은 남성 두 명이 쓰고 있던 우스꽝스러운 토끼 가면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한국의 플레이어, 김진원? 설마, 아니겠지. 중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거기다 저런 종류의 가면은 흔하기도 했으니까.

중국의 킹 길드를 단 하루 만에, 그것도 혼자서 무너뜨린 플레이어, 김진원.

이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그냥 저 안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누군지 모르겠지만 겨우 두 명이 S급 포탈 안으로 들어가다니.

감시관은 놈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들이라 생각하며, 가만히 포탈을 응시했다.

* * *

서울대학교의 플레이어학과.

강의실 안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떠들썩했다.

소규모 길드임에도 길드원을 거의 모집하지 않는 길드.

김진원이 길드장으로 있는 엘리트 길드에서, 새로운 길드원이 추가되었기 때문.

“와… 개 미쳤다.”

“돈을 얼마나 퍼부은 거야? 이거 홍보영상 맞지?”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

불꽃 남자 김진원의 유투브에 엘리트 길드의 홍보영상이 업로드되었는데, 말이 홍보영상이지.

그냥 영화나 다름없는 수준의 퀄리티였다.

- 저건 너무 많아! 여긴 B급 던전 중에서도 마력이 낮은 편이라고!

- 도망쳐! 최대한 뒤로 물러나야 해!

몬스터들이 물밀 듯이 몰려오는 던전 안.

플레이어들이 엄청난 숫자를 보고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보호구역!]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으로, 최은식이 당당하게 방패를 세우고 나와 보호한다.

- 크와아아아!

그리고 그사이, 모형 탱크를 거대화시킨 손하윤이 몬스터들을 빠르게 처리했고.

- 저, 저것이 엘리트 길드!

- 겨우 두 명이서… 말도 안 돼…….

배우역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진지하게 소화해내며 영상이 마무리된다.

[To be continue…….]

“아! 김진원 형님은 왜 안 나오는 건데!”

“와 씨… 저거 진짜 던전 안에서 촬영한 거 맞지?”

“손하윤은 아직 안 왔어?”

학생들은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감탄사를 내뱉기에 바빴다.

특히 다음 영상을 예고하는 장면에는, 묠니르를 쥔 김진원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길드원 두 명이 저 정도 영상 퀄리티면, 과연 길드장인 김진원은 얼마나 엄청나게 나올 것인지.

“야! 저기 손하윤 왔다!”

“하윤아! 너 엘리트 길드 들어갔다며?”

잠시 후.

강의실에 손하윤이 모습을 드러내자, 학생들이 그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뭐, 뭐야? 왜?”

“야! 저거 영상 진짜 던전에 들어가서 촬영한 거야?”

“엘리트 길드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

“그것보다 김진원 형님 트레일러는 언제 나와?”

그리고 그녀가 대답도 하기 전에, 엄청난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 정신없어! 나도 얼마 전에 들어가게 된 거라 잘 몰라! 영상은 얼마 전에 던전에 들어가서 찍은 거야!”

손하윤은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는 뉘앙스로 대답했지만, 학생들의 호기심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을 혼자서 참교육 한 상남자 중의 상남자. 크으!”

“정했다. 졸업하자마자 엘리트 길드 찾아간다.”

한동안 그녀에게 질문을 퍼붓던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의지를 불태웠다.

‘되게 힘들 텐데.’

그녀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진원에게 미친 듯이 매달려서 겨우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다 길드원 수가 모자란다는 행운까지 더해져서 정말 운이 좋게 들어간 케이스.

‘그래도 목표가 있는 건 좋은 거니까.’

자신 역시 길드에 들어간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레벨을 올릴 생각이었다.

아직 진원의 등을 쫓아가는 것조차도 버거운 수준이었지만, 목표가 있으니 의욕도 충만한 상태였다.

“교수님 오신다!”

10분 뒤,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오자 학생들이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 * *

한편.

진원은 일본에 있는 S급과 A급 포탈을 모두 클리어하고, 미국으로 넘어와 있었다.

“김수환 씨 덕분에 일정이 여유롭네요.”

“그, 그렇습니까. 도움이 돼서 다행입니다.”

김수환은 진원에게서 여유롭다는 말을 듣자 당황한 듯했다.

‘이게 널널한 건가?’

진원은 던전을 클리어하면 곧바로 다음 던전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그림자 이동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보고 있는 내가 피곤해질 정도인데…….’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조차, 쉬지 않고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진원을 보니 눈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뭔가 초조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표정에서 다급함이 묻어나왔다.

마치 무언가를 미리 대비하는 것 같은 움직임.

‘음… 또 뭔가를 짊어지고 계신 건가.’

김수환은 몇 번이고 진원에게 그 말을 물어보려 했지만, 괜한 오지랖인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마의 근원의 동화율은 아직도 이 정돈가.’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햄버거를 구입한 진원은, 30퍼센트 가까이 채워진 마의 근원을 보며 인상을 썼다.

‘도대체 몬스터들을 얼마나 더 잡아야 하는 거야?’

중국의 그 많은 던전을 클리어하고, 일본까지 갔는데 절반도 못 채우다니.

이쯤 되니 전 세계의 던전이란 던전은 전부 클리어해도 모자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90일이 넘게 남아 있으니, 동화율 쪽은 괜찮겠지.’

그것보다 문제는, 상점에서 한정 판매 중인 에픽 장비 세트였다.

이제 230만 골드를 겨우 모았는데, 남은 시간이 30시간밖에 없다니.

‘5개 전부 다 사려면 270만 골드가 더 필요한데…….’

4개…까지는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한데, 전부 구매하는 건 불가능한가.

“진원 씨, 미국 다음으로 포탈이 많은 곳이 러시아입니다.”

김수환은 귀신같이 자신의 고민을 알아차리고, S급과 A급의 포탈 개수에 대해 말해주었다.

“네, 그럼 다음은 바로 그쪽으로 부탁드릴게요.”

“예, 맡겨주십시오.”

진원은 해볼 때까지 최대한 해보기로 하고, 김수환과 함께 던전으로 이동했다.

“…저걸 그냥 놔둬야 한다니.”

잠시 후.

진원이 있던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발렌타인의 경호원.

그는 발렌타인의 지시에 따라, 한참 전부터 진원을 관찰하고 있었다.

덕분에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은 햄버거만 5개가 넘었다.

“음, 이건 여기다 버려야지.”

그는 주위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주워 정리한 뒤, 발렌타인에게 연락했다.

- 내가 대통령한테 잘 말해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혹시 그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잘 관찰해.

그녀는 짧게 말을 남긴 뒤, 통화를 끊었고.

“김진원이 위험에 빠진다고?”

그를 보호하라는 어이없는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안 그래도 그와 견줄 만한 플레이어가 없는 마당에, 레전더리 직업으로 전직까지 해버렸는데.

“김진원이 위험에 빠질 정도면 지구가 멸망하겠는데.”

경호원은 짧게 불만을 토하고, 진원이 향한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진원은 골드를 모으기 위해 더욱 속도를 올렸다.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에 있는 모든 던전을 클리어했고, 그 뒤 곧바로 김수환의 그림자 이동을 통해 러시아로 넘어갔다.

“후, 이제 1시간도 안 남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

“예? 뭐가 말입니까?”

“아, 그냥 혼잣말이에요.”

진원은 이제 좀 쉬자고 말하며, 근처에 있는 벤치에 가 앉았다.

[보유 골드: 308만 골드]

‘결국, 5개 전부는 못 사는 건가.’

압도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왠지 안될 것 같은 느낌은 있었는지만, 적어도 4개까지는 꼭 확보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상점에서 구매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세 개로도 엄청난 효과긴 해.’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픽 장비 3부위를 착용하더라도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사버리지 뭐.’

결정은 내린 진원은 상점 창을 열어, 에픽 장비 3부위를 구매했다.

“커, 커억! 케흑!”

그리고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김수환은, 에픽 등급의 아이템이 세 개나 나타나자 목에 사레가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했다.

“서, 설마. 김진원 씨. 쉬지 않고 던전을 클리어하신 것 이유가…….”

“네, 이것들을 사려고 했죠. 아쉽긴 한데,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진원은 장비하고 있던 장비들을 벗어 인벤토리에 넣고, 에픽 장비들을 곧바로 착용했다.

천으로 만든 것같이 보이는 상의 하나와 정체 모를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바지 하나.

그리고 탁한 빛을 띠는 목걸이.

‘조만간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풀세트를 맞추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네.’

띠링.

[심연의 추총자가 플레이어 김진원에게 귀속됩니다.]

[나락의 여행자가 플레이어 김진원에게 귀속됩니다.]

[어둠의 탐구자가 플레이어 김진원에게 귀속됩니다.]

메시지가 출력된 것을 확인하고, 잘 적용되어 있는지 상태 창을 열어본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3부위를 착용했을 때 나타나는 옵션.

모든 스킬 레벨 +1.

5부위를 전부 모았으면 얼마나 굉장한 효과가 나타났을까 궁금했지만,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상점에서 사라진 아이템들이었으니까.

“김수환 씨, 이번에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들을 가져가세요.”

진원은 자신이 착용했던 유니크 아이템들을 꺼내 김수환에게 건넸다.

물론 그가 보상을 더 요구한다면, 더 줄 의향이 있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에픽장비 3개는 무슨.

2개도 빠듯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전 이전에 받은 것들로 충분합니다, 진원 씨.”

옆에서 놀란 표정으로 에픽 아이템들을 쳐다보던 김수환은, 진원이 건네는 아이템을 극구 거부했다.

“그러기에는 제가 양심이 없으니까요. 부담스러우시면 이거라도 받아주세요.”

그럼에도 진원은 그의 손에 유니크 아이템을 하나 쥐여주었다.

“…그럼 이것 하나만 받겠습니다.”

김수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스킬 쿨타임이 돌아오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죠.”

“네, 앞으로 10시간 정도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진원은 남은 기간, 마의 근원의 동화율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빠른 속도로 동화율을 올려,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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